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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화

Author: 월야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1-03 20:16:54

“그래도 대표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저희가 아무 말도 못 했잖아요.”

박 대리는 고개를 숙였다.

지아는 그를 바라보다 조용히 말했다.

“앞으로는 본인이 작성하지 않은 보고서에 이름 올리지 마세요. 승인하지 않은 자료에 책임자로 서명하지도 마시고요.”

박 대리가 고개를 들었다.

“민 실장님이 오늘까지 위험 분석표를 다시 만들라고 하셨는데, 원본 자료 열람 권한도 없어요.”

“그럼 권한부터 요청하세요. 어떤 자료를 근거로 작성하라는 건지, 누가 최종 승인하는지도 확인하고요.”

지아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지금처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숫자를 임의로 채우면 나중에 박 대리님이 책임을 떠안을 수 있어요.”

박 대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팀장님이 안 계시면 저희는 어떻게 해요?”

그 말에 지아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동안 그녀는 팀원들이 실수할 때마다 대신 책임을 졌고, 현우의 무리한 요구가 내려오면 밤을 새워서라도 해결책을 찾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역할을 계속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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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제가 부탁드렸거든요.”지아는 서라를 바라보았다.“무슨 부탁을 하셨습니까?”“지아 씨가 계속 필요하다고요. 제가 아직 업무를 다 익히지 못했으니까, 적어도 인수인계가 끝날 때까지는 남아 주셔야 한다고 말씀드렸어요.”서라는 손끝으로 서류철 모서리를 매만졌다.“대표님이 제 부탁은 잘 들어주시잖아요.”그 말은 낮고 부드러웠지만 지아에게는 어떤 폭언보다 선명하게 들렸다.서라는 자신이 현우에게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 확인시키고 싶어 했다. 동시에 그 특별한 지위를 이용해 지아가 계속 자신의 일을 대신하도록 만들려 했다.“업무 인수인계는 공식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습니다.”지아가 서류철을 돌려주자 서라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정말 끝까지 그러시네요.”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문득 지아의 손목을 바라보았다.“아, 그런데 대표님께 들었어요. 어제 손목 때문에 병원에 가셨다면서요?”지아의 손끝이 굳었다.서라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부부끼리 다투다 보면 감정이 격해질 수도 있잖아요. 대표님도 많이 속상하셨을 텐데, 그 일까지 그렇게 크게 만드실 필요가 있을까요?”지아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제 현우에게 손목을 붙잡힌 채 책상에 부딪쳤던 순간이 떠올랐다. 숨이 막혀 제대로 말하지 못하던 자신에게 현우는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다.그런데 서라는 그 일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지아가 다친 사실보다 현우가 속상했을 것이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민 실장님은 어제 대표실 안에 계셨습니까?”서라는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눈을 깜빡였다.“아니요. 왜요?”“그렇다면 제가 어떻게 다쳤는지 직접 보신 건 아니군요.”“대표님께 들었으니까…….”“확인하지 않은 일을 사실처럼 말씀하지 마세요.”서라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지아는 서류철을 그녀 앞으로 밀었다.“업무 관련 지시는 메일로 보내 주십시오.”서라는 한동안 지아를 노려보다 서류철을 집어 들었다.“대표님께 말씀드릴게요. 지아 씨가 끝까지 협조하지 않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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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대표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저희가 아무 말도 못 했잖아요.”박 대리는 고개를 숙였다.지아는 그를 바라보다 조용히 말했다.“앞으로는 본인이 작성하지 않은 보고서에 이름 올리지 마세요. 승인하지 않은 자료에 책임자로 서명하지도 마시고요.”박 대리가 고개를 들었다.“민 실장님이 오늘까지 위험 분석표를 다시 만들라고 하셨는데, 원본 자료 열람 권한도 없어요.”“그럼 권한부터 요청하세요. 어떤 자료를 근거로 작성하라는 건지, 누가 최종 승인하는지도 확인하고요.”지아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지금처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숫자를 임의로 채우면 나중에 박 대리님이 책임을 떠안을 수 있어요.”박 대리는 입술을 깨물었다.“팀장님이 안 계시면 저희는 어떻게 해요?”그 말에 지아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그동안 그녀는 팀원들이 실수할 때마다 대신 책임을 졌고, 현우의 무리한 요구가 내려오면 밤을 새워서라도 해결책을 찾았다.그러나 이제는 그 역할을 계속할 수 없었다.“제가 정리할 수 있는 업무는 끝까지 인수인계하겠습니다. 하지만 제게 없는 권한으로 다른 사람의 결정을 대신 책임질 수는 없어요.”박 대리는 한참 뒤에야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팀장님.”그는 문을 나서려다 다시 돌아섰다.“아까 회의 메모는 제가 작성했습니다. 팀장님이 회의록에 남겨 달라고 하신 내용도 적어 놨어요.”지아는 그를 바라보았다.박 대리는 주변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정식 회의록에 반영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 건 제가 들었습니다.”그는 더 말하지 않고 문을 닫았다.지아는 한동안 닫힌 문을 바라보다 샌드위치 포장을 뜯었다.한 입을 베어 물었지만 목이 메어 제대로 삼킬 수 없었다.그녀는 우유를 마시고 잠시 눈을 감았다.회의실에서 아무도 편들어 주지 못했던 순간보다, 지금 누군가 건네준 작은 음식 봉투가 더 아프게 느껴졌다.***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서라가 다시 찾아왔다.그녀는 두꺼운 서류철을 지아의 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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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내부 자료를 개인적으로 반출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도, 자신이 직접 작성한 경위 기록과 공식적으로 수령한 문서는 구분해 보관했다.그때 인사팀장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한지아 씨, 대표님 지시로 사직 관련 처리가 보류됐습니다. 회사에서는 인수인계 거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어서요.”지아는 책상 위에 놓인 인수인계 계획서를 바라보았다.“제가 제출한 계획서의 접수 사실은 확인됐습니까?”“네. 그건 확인됐습니다만…….”“그렇다면 현재까지 제가 어떤 업무를 거부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 주세요. 인수인계 가능한 항목과 시스템 권한이 없어 처리할 수 없는 항목은 이미 구분해 제출했습니다.”인사팀장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대표님께 확인해 보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지아는 사내 게시판을 열었다.새 공지가 올라와 있었다.‘투자사업 관련 업무 혼선 안내.’본문에는 지아가 일방적으로 사직 의사를 표명하고 인수인계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프로젝트 진행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게시자는 대표이사 백현우였다.지아는 공지를 읽다가 입술을 깨물었다.그동안 자신이 처리했던 업무는 사라지고, 떠나겠다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사람이라는 기록이 만들어지고 있었다.복사실 밖에서 직원 두 명이 대화를 나누다가 지아의 방 앞에서 목소리를 낮췄다.“대표님 공지 봤어?”“한 팀장님이 인수인계 안 해 주신다는 거?”“그런데 아까 회의에서는 계획서 냈다고 하지 않았어?”잠시 침묵이 흘렀다.“괜히 끼어들지 마. 우리까지 찍히면 어떡해.”발소리가 멀어졌다.지아는 노트북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사직서 접수 시각, 인수인계 계획서 제출 내역, 시스템 권한 회수 사실, 현재 수행 가능한 업무 범위를 항목별로 기재했다.그리고 마지막에 한 문장을 덧붙였다.‘본인은 인수인계를 거부한 사실이 없으며, 권한이 회수된 업무의 승인 및 대외 발송 책임을 부담할 수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메일을 발송하자 현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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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님, 저 때문에 또 화내시면 어떡해요.”그녀는 그의 소매를 조심스럽게 잡아당겼다.“지아 씨가 아직 마음이 많이 상하신가 봐요. 오늘은 그만하시고, 저랑 차 한잔하면서 진정하시면 안 돼요?”현우는 서라를 내려다보았다.서라가 애처롭게 눈을 올렸다.“대표님이 이렇게 화내시는 모습 보면 저도 마음이 아파요.”현우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네가 신경 쓸 일 아니야.”“그래도요. 대표님 손이라도 다치시면 제가 얼마나 속상하겠어요.”서라는 그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그러고는 지아를 돌아보았다.“지아 씨도 이제 그만 대표님 화나게 하세요. 다들 보는 앞에서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잖아요.”지아는 서라의 손에 감싸인 현우의 손을 바라보았다.조금 전 자신을 때리고 손목을 비틀었던 손이었다.그 손을 다정하게 어루만지는 서라는 지아의 부어오른 뺨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현우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테이블을 짚었다.“좋아. 그럼 오늘부터 한지아가 인수인계를 거부해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본인 책임으로 처리해.”재무팀장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대표님, 인수인계 계획서는 이미 제출됐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업무가 미완료인지 먼저 확인해야 하지 않겠습니까?”현우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내가 지금 의견 물었어?”재무팀장은 입을 다물었다.현우는 다시 지아를 가리켰다.“오늘 안에 민 실장이 요구하는 자료 전부 정리해. 그리고 책임 확인서에도 서명해. 그 전에는 네 사직 문제를 논의할 생각 없어.”지아는 회의실 끝에 앉은 인사팀장을 바라보았다.“인수인계 계획서가 오늘 오전 접수된 사실을 회의록에 남겨 주십시오.”현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뭐?”“현재 제 시스템 권한이 회수되어 일부 업무는 수행할 수 없다는 사실과, 방금 대표님께서 미완료 업무의 책임을 제게 일괄적으로 묻겠다고 말씀하신 내용도 함께 기록해 주십시오.”인사팀장은 펜을 든 채 움직이지 못했다.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야?”지아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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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지아 씨가 계속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직 인수인계가 끝나지 않은 업무가 많아서요. 제가 부족한 부분은 배우면 되지만, 이렇게 갑자기 나가시면 회사가 너무 곤란해지잖아요.”현우는 서라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민 실장은 이렇게까지 회사를 생각하는데, 정작 오래 일했다는 사람이 자기 기분 하나 때문에 업무를 내팽개치겠다고 하니 참 기가 막히지.”서라는 눈을 내리깔았다.“저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해요.”현우가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네가 무슨 잘못이야. 일을 못 받아들이는 사람이 문제지.”그 장면을 보는 동안 지아는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몇 년 동안 회사가 어려울 때마다 앞장섰던 자신은 서 있을 자리조차 없었고, 아직 투자 보고서의 위험 항목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서라는 현우의 옆자리에서 위로를 받고 있었다.현우가 지아를 향해 턱을 들었다.“한지아, 여기 있는 사람들한테 직접 말해 봐. 네가 맡은 프로젝트를 버리고 나가겠다는 거지?”지아는 회의실 뒤편을 바라보았다.박 대리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재무팀장은 펜을 쥔 채 움직이지 않았다. 직원들이 자신을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그들이 현우의 눈치를 보느라 숨소리조차 죽이고 있다는 모습이 더 쓰라렸다.“사직 의사를 제출했고, 인수인계 계획서도 함께 접수했습니다.”“그런 말 말고!”현우가 테이블을 내리쳤다.“네가 회사에 피해를 주고 나가겠다는 걸 인정하라고!”서라가 현우의 팔을 살짝 붙잡았다.“대표님, 너무 화내지 마세요. 지아 씨가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꾸시면 되잖아요.”그녀는 지아에게 시선을 옮겼다.“저도 지아 씨를 내보내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오히려 제가 부족하니까 조금만 더 도와 달라고 부탁드리는 거예요.”현우는 서라의 손을 감싸며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네가 너무 착해서 문제야. 이런 식으로 회사를 흔드는 사람까지 감싸 줄 필요 없어.”그는 다시 지아를 바라보았다.“들었지? 민 실장이 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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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속눈썹을 내리깔았다가 천천히 눈을 들었다.“제가 아직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대표님이 곁에서 도와주시면 정말 잘할 수 있어요. 그런데 지아 씨가 저렇게 갑자기 나가 버리시면 제가 대표님께 실망만 안겨 드릴까 봐 무서워요.”현우의 표정이 누그러졌다.“누가 너한테 실망한다고 그래.”“정말요?”서라가 작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넥타이를 바로잡았다.“그럼 지아 씨가 조금만 더 도와주시게 해 주세요. 제가 얼마나 열심히 배우려고 하는지 대표님도 아시잖아요.”현우는 서라의 허리를 감싸 자신에게 끌어당겼다.“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역시 대표님밖에 없어요.”서라는 그의 어깨에 잠깐 뺨을 기댔다.그러고는 지아를 돌아보았다.조금 전까지 애처롭게 흔들리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지아 씨도 들으셨죠? 대표님이 이렇게까지 배려해 주시는데, 이제 그만 고집부리시면 안 될까요?”지아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현우의 손은 조금 전까지 자신의 뺨을 때리고 다친 손목을 비틀었다.그 손이 지금은 서라의 허리를 다정하게 감싸고 있었다.서라는 현우의 품에 기댄 채 말을 이었다.“그리고 사표를 내신다고 해도 맡으셨던 일은 끝내셔야죠. 제가 지아 씨가 하시던 일을 전부 알 수는 없잖아요.”현우가 지아를 향해 턱을 들었다.“들었지? 서라가 이렇게 부탁하잖아.”그는 책상 위의 책임 확인서를 집어 지아 앞에 던졌다.“이거 서명하고, 민 실장한테 업무 전부 넘겨. 그전까지는 사표고 나발이고 없어.”지아는 서류를 펼쳤다.자신이 검토하지도, 승인하지도 않은 투자 조건까지 모두 지아의 책임으로 돌리는 문구가 들어 있었다.“사실과 다른 내용입니다.”현우는 서라의 허리를 감싼 채 비웃었다.“또 시작이네. 너는 꼭 매를 벌어야 말을 듣지?”서라는 현우의 가슴을 살짝 쓰다듬었다.“대표님, 또 화내시면 안 돼요.”그녀는 부드럽게 말하면서도 지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지아 씨가 현명한 분이니까 곧 알아서 판단하시겠죠. 여기서 더 문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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