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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Penulis: 월야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10-04 20:49:35

팀장의 표정이 굳었다.

“왜? 한 과장이 한번 봐주면 되잖아.”

지아는 서류를 밀어놓고 차분하게 말했다.

“보는 건 괜찮아요. 그런데 제가 최종 확인자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말이에요. 이 자료는 제가 만든 것도 아니고, 앞에서 어떤 기준으로 정리했는지도 모르잖아요.”

“수치만 맞는지 보면 되지.”

“그 수치가 왜 나왔는지까지 알아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죠.”

지아는 서류 첫 장에 적힌 작성 부서를 손끝으로 짚었다.

“작성한 팀에서 먼저 확인해 주세요. 그다음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제가 볼게요.”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물러서는 기색은 없었다.

팀장이 못마땅한 얼굴로 서류를 내려다봤다.

“지난번에는 네가 다 봤잖아.”

“그래서 이번에는 더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요.”

지아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지난번 납품 건도 제가 수정한 파일에 제 이름이 남았어요. 제가 도와드린 부분은 제가 책임지면 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확인하지 않은 자료까지 제 이름으로 넘기면 나중에는 누가 어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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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장의 표정이 굳었다.“왜? 한 과장이 한번 봐주면 되잖아.”지아는 서류를 밀어놓고 차분하게 말했다.“보는 건 괜찮아요. 그런데 제가 최종 확인자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말이에요. 이 자료는 제가 만든 것도 아니고, 앞에서 어떤 기준으로 정리했는지도 모르잖아요.”“수치만 맞는지 보면 되지.”“그 수치가 왜 나왔는지까지 알아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죠.”지아는 서류 첫 장에 적힌 작성 부서를 손끝으로 짚었다.“작성한 팀에서 먼저 확인해 주세요. 그다음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제가 볼게요.”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물러서는 기색은 없었다.팀장이 못마땅한 얼굴로 서류를 내려다봤다.“지난번에는 네가 다 봤잖아.”“그래서 이번에는 더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요.”지아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지난번 납품 건도 제가 수정한 파일에 제 이름이 남았어요. 제가 도와드린 부분은 제가 책임지면 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확인하지 않은 자료까지 제 이름으로 넘기면 나중에는 누가 어디까지 확인했는지 알 수 없잖아요.”회의실 문 앞에 서 있던 이건은 그 말을 조용히 들었다.조금 전부터 궁금했던 답을 뜻밖의 순간에 들은 기분이었다.한지아는 남의 일을 무조건 떠안는 사람이 아니었다.필요하면 자기 일이 아니어도 나섰지만, 그렇다고 남의 책임까지 대신 짊어지지는 않았다.도울 일과 책임질 일을 분명하게 구분할 줄 알았다.그 차이가 이건에게는 꽤 인상적이었다.책임감이 강한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책임감과 희생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었다.“알았어. 그럼 이것만 먼저 봐줘.”팀장이 결국 서류 한 부를 도로 가져갔다.“네. 확인할 부분 표시해서 보내주세요.”지아는 더 말하지 않았다.괜히 분위기를 풀려고 웃지도 않았고,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구구절절 설명하지도 않았다. 해야 할 말을 했으면 그걸로 끝이라는 듯 다시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렸다.이건은 그런 지아를 잠시 바라봤다.자기 기준이 분명한 사람이었다.그는 원래 그런 사람과 일하는 걸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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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점검 날, 한지아는 나타나지 않았다.명단을 확인했을 때부터 알고 있던 일이었다. 그런데도 백림유통 물류센터에 들어선 순간, 이건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를 훑었다.전략기획팀에서는 김 대리와 박 선임만 나와 있었다.한지아는 없었다.그제야 이건은 자신이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고작 며칠 사이 몇 번 마주친 직원이었다. 이름을 알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굳이 찾을 이유가 없었다.이건은 별 의미 없는 생각이라는 듯 시선을 거뒀다.“대표님, 이쪽입니다.”백림유통 전략기획팀장이 앞장섰고, 이건은 말없이 그 뒤를 따라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지난번 납품 오류 이후 백림유통은 수정 파일 관리 절차를 손봤다. 오늘은 바뀐 방식이 실제 현장에서도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자리였다.담당자들은 준비해 온 자료를 넘기며 달라진 절차를 차례로 설명했다. 설명만 들으면 특별한 문제는 없어 보였다.오히려 너무 매끄러웠다.이건은 이런 보고를 수도 없이 받아봤다. 사고가 터진 뒤 만들어지는 대책은 언제나 완벽했다. 서류만 보면 같은 문제는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결국 문제는 사람이었다.절차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지키지 않으면 소용없었고, 사고가 생겼을 때 누가 판단하고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졌다.그 예상은 회의실로 자리를 옮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맞아떨어졌다.테이블 위에 놓인 자료를 넘기던 물류팀장의 손이 한 페이지에서 멈췄다.“이거 지난번 기준 아닙니까?”전략기획팀장이 서류를 끌어당겼다.“아닙니다. 최종 수정본입니다.”“그런데 안전재고 수량은 왜 그대로예요?”맞은편에 앉은 실무자들의 표정이 하나둘 굳었다.이건은 문제의 자료를 끌어와 직접 확인했다. 지난번 오류가 발생했던 세 품목 가운데 하나의 안전재고 수량이 이전 기준 그대로 남아 있었다.“문제 있습니까?”이건의 낮은 목소리에 전략기획팀장이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큰 문제는 아닙니다, 대표님. 아직 시스템에 최종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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