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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مؤلف: 루니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10-01 06:55:07

“이걸 어떻게 돌려드려요?”

말이 떨어진 뒤 윤서하는 자기 입을 손으로 막았다.

무슨 말을 한 건지 알았다.

돌려줄 수 없는 걸 돌려달라고 했다.

박선영에게 해야 할 말도 아니었다.

담당자가 서하의 상태를 살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선영이 뭔가 말하려 했지만 서하는 듣지 못했다.

가슴을 누른 손바닥 아래로 박동이 계속 밀려왔다.

방금 전까지도 자기 몸의 움직임이었다.

이제는 숫자와 기록이 그 박동에 출처를 달아버렸다.

기증자 강이준.

수혜자 윤서하.

서하는 다시 화장실로 갔다.

찬물을 틀고 손목을 적셨다.

거울을 보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더 선명한 장면들이 떠올랐다.

비 내리던 도로.

브레이크를 밟던 차.

병원으로 옮겨진 이준.

뇌사 판정.

기증 동의.

그리고 자신이 수술대 위에 누워 있던 시간.

그 사건들은 한 번도 동시에 벌어진 적이 없는데, 머릿속에서는 자꾸 하나의 장면처럼 겹쳤다.

서하는 세면대를 붙잡았다.

“아니야.”

누구에게 말하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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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안에서 당신이 뛴다   87화

    “서하 씨한테는 아직 보여주지 말라고 했던 거예요.”박선영의 말이 통화를 끝낸 뒤에도 오래 남았다.윤서하는 곧바로 무엇이냐고 묻지 않았다.어제 오민재에게 들은 말을 먼저 떠올렸다.기억하는 건 나다.심장이 강이준의 기억을 품고 있다는 근거는 없었다. 사진을 보고 가슴이 뛰는 것도, 비가 오면 이준을 떠올리는 것도 자신의 기억과 감정이 만드는 반응이었다.그 사실을 받아들인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또 다른 물건이 나타났다.서하는 이번에는 먼저 의미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다음 날 복원실에 도착하자 노트를 펼쳤다.지금까지의 기록을 다시 세 갈래로 나눴다.사고.이준은 아이를 피하기 위해 급제동했다.다른 차량이 밀어붙인 정황은 없었다.경찰 재검토에서도 범죄 혐의는 확인되지 않았다.사고 직전까지 태경에게 자료를 전달하고, 이후 서하를 만나러 갈 계획이었다.기증.장기기증 등록은 서하를 만나기 전부터 존재했다.사고 뒤 가족 동의와 정해진 절차를 거쳐 기증이 이루어졌다.서하를 특정 수혜자로 지정했다는 자료는 없었다.이식.기관 기록을 통해 강이준의 심장이 윤서하에게 이식됐다는 사실은 공식적으로 확인됐다.서하는 마지막 문장에서 펜을 멈췄다.예전에는 그 사실 하나만 알면 모든 것이 설명될 줄 알았다.그런데 오히려 반대였다.기증자가 이준이라는 사실이 확정되자 사고 당일이 더 세세하게 떠올랐다.그가 살아서 하려던 일.태경에게 건네려던 자료.자신에게 하려던 말.브레이크를 밟았던 순간.그 모든 다음에 심장이 적출되고 자신에게 이식됐다는 과정까지 붙었다.진실은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었다.모호했던 죽음에 날짜와 순서를 붙여줄 뿐이었다.“또 그거 보고 있어?”재훈이 옆자리에 자료를 내려놓았다.“확인하는 중이야.”“뭘.”“내가 멋대로 붙인 게 없는지.”재훈이 노트를 내려다봤다.“요즘 그거 자주 하네.”“안 그러면 자꾸 이야기를 만들게 돼.”“무슨 이야기?”서하는 잠시 생각했다.“이준 씨가 나를 살리려고 죽었다는

  • 내 안에서 당신이 뛴다   86화

    “심장이 사람의 기억을 가질 수 있나요?”오민재는 서하가 내민 안내자료를 내려다봤다.어제부터 몇 번이고 접었다 펼친 탓에 종이 모서리가 닳아 있었다.“왜 그걸 묻습니까?”“이준 씨가 기증자라는 걸 알고 나니까 이상해져서요.”“뭐가요.”“사진을 보면 가슴이 먼저 뛰고, 목소리를 들으면 숨이 막히고. 예전에는 그냥 내가 그 사람을 기억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서하는 말을 멈췄다.입 밖으로 내놓는 순간 스스로도 어디까지 믿고 싶은지 알 것 같았다.“혹시 심장에도 뭔가 남아 있을 수 있나 싶어서요.”민재가 의자를 조금 당겨 앉았다.“없습니다.”너무 단호해서 서하가 그를 쳐다봤다.“그렇게 바로 말할 수 있어요?”“적어도 현재 의학에서 기증자의 기억이나 성격이 심장에 저장됐다가 수혜자에게 전달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그런 얘기들 있잖아요. 이식받고 취향이 바뀌었다거나, 전에 없던 꿈을 꾼다거나.”“사람이 큰 수술과 죽음 가까이까지 갔다 온 뒤 달라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기증자를 의식하면서 자기 경험에 의미를 붙이기도 하고요.”서하가 손가락을 맞물렸다.“그럼 제가 이준 씨를 느낀다고 생각한 건요?”“서하 씨가 이준 씨를 알고 있었잖아요.”말이 너무 간단했다.민재가 이어 말했다.“비 오는 날 그 사람을 떠올리는 것도, 사진을 보면 마음이 흔들리는 것도 서하 씨한테 이미 있던 기억입니다.”“심장이 기억하는 게 아니라.”“윤서하 씨가 기억하는 겁니다.”서하는 가슴께를 바라봤다.그 말은 위로가 아니었다.오히려 무언가를 빼앗기는 기분이 먼저 들었다.심장 어딘가에 이준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믿으면, 적어도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자신도 모르는 곳에서 그가 조금은 계속 살아 있는 것처럼.“그러면 이 안에는 아무것도 없는 거네요.”민재의 얼굴이 굳었다.“그렇게 말하면 또 다른 오해가 됩니다.”서하가 고개를 들었다.“심장은 제대로 기능하고 있고, 서하 씨를 살리고 있습니다. 다만 거기에

  • 내 안에서 당신이 뛴다   85화

    “제가 살아가는 게… 이준 씨를 배신하는 것 같아요.”오민재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서하 앞에 놓인 약통부터 확인했다.“오늘 약은 먹었죠?”“네.”“몇 시에요?”“원래 시간보다 조금 늦었어요.”민재가 기록지에 시간을 적었다.“내일부터 다시 맞추세요.”서하는 허탈하게 웃었다.“제가 지금 그런 얘기 했는데 교수님은 약 얘기부터 하네요.”“그래야 하니까요.”“이준 씨 심장이에요.”“알고 있습니다.”“그런데 제가 그걸 계속 뛰게 하려고 약을 먹고 있잖아요.”민재가 펜을 내려놓았다.“그 문장부터 나눠봅시다.”서하는 그를 바라봤다.“강이준 씨가 기증자였다는 건 확인됐습니다. 심장이 서하 씨에게 이식된 것도 확인됐고요.”한 문장씩 들을 때마다 가슴 안쪽이 조였다.“그리고?”“약을 먹는 이유는 그 심장을 강이준 씨에게서 빼앗아두기 위해서가 아닙니다.”“그럼요?”“이식받은 윤서하 씨의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예요.”서하는 손을 움켜쥐었다.“말이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요.”“다릅니다.”민재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약을 끊으면 이준 씨에게 돌아가는 게 있습니까?”서하는 대답하지 못했다.“없습니다. 기증 사실도 바뀌지 않고, 사고도 되돌릴 수 없어요. 손상되는 건 지금 살아 있는 서하 씨 몸입니다.”“그래도 그 사람은 죽었는데.”“그 죽음과 서하 씨 치료를 벌로 묶지 마세요.”서하의 입술이 굳었다.민재는 더 부드럽게 말하지 않았다.“약을 안 먹어서 몸을 망가뜨리는 게 강이준 씨를 기억하는 방법은 아닙니다.”잠깐의 침묵 뒤 서하가 물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오늘은 약을 먹고, 내일도 먹고, 이상 있으면 검사받고. 그다음은 천천히 생각하세요.”너무 평범한 대답이라 서하는 오히려 고개를 들지 못했다.살아야 하는 이유가 거창하지 않았다.시간에 맞춰 약을 삼키는 일.그게 전부였다.집으로 돌아온 서하는 식탁 위에 자료를 다시 펼쳤다.이번에는 감정이 아니라 순서를 적었다.사고.아이를 피하기 위

  • 내 안에서 당신이 뛴다   84화

    박선영은 다음 날 다시 병원에 왔다.윤서하는 먼저 와서 중재실에 앉아 있었다. 전날보다 작은 방처럼 느껴졌다. 테이블 위에는 물병 2개가 놓여 있었고, 자기 앞에는 복용 시간이 적힌 약통이 있었다.선영이 자리에 앉자 서하는 인사보다 먼저 말했다.“어제 제가 이상한 말을 했어요.”“돌려달라는 말이요?”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죄송해요.”“왜 미안해해요.”“아드님 심장을 받고 제가 살아 있잖아요.”선영의 손이 잠깐 멈췄다.서하는 그 움직임을 보고도 말을 멈추지 못했다.“원래 이준 씨 몸에 있던 거였고, 어머니한테는 아들 몸의 일부였는데 저는 그걸 가지고 계속 살고 있으니까….”“서하 씨.”선영이 말을 끊었다.“그건 이제 네 심장이에요.”서하는 고개를 들었다.한동안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아니에요.”“뭐가요.”“이준 씨 심장이잖아요.”“기증됐고, 당신한테 이식됐어요.”“그래도 원래는—”“원래 누구 것이었는지 안다고 지금 떼어낼 수 있어요?”서하는 입을 다물었다.선영이 물병을 밀어놓으며 말했다.“나도 쉽지 않아요. 내 아들 심장이 다른 사람 몸에서 뛴다는 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거 아니에요.”그 말에 서하는 더 작아졌다.“그런데 돌려줄 수는 없잖아요.”선영은 잠깐 숨을 골랐다.“돌려받고 싶은 것도 아니고.”서하는 어렵게 물었다.“그럼 괜찮으세요? 아드님 심장이 제 안에 있는 게.”“괜찮다는 말은 못 하죠.”선영이 손등을 천천히 쓸었다.“심장이 어디선가 뛰고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살아 있는 것 같다가도 다음 순간에는 더 확실히 없는 사람 같았어요.”서하는 눈을 내렸다.“그래도 그건 내 슬픔이에요. 당신 몸에 갚으라고 할 몫은 아니고.”“어머니인데요.”“그래서 더 그래요.”선영은 서하의 가슴이 아니라 얼굴을 봤다.“죽은 애 몸을 되찾겠다고 살아 있는 사람 몸을 망가뜨리면, 그게 내가 할 일이에요?”서하는 대답하지 못했다.선영의 말이 맞아서가 아니라, 맞는 말을 받아들일 준비가

  • 내 안에서 당신이 뛴다   83화

    “이걸 어떻게 돌려드려요?”말이 떨어진 뒤 윤서하는 자기 입을 손으로 막았다.무슨 말을 한 건지 알았다.돌려줄 수 없는 걸 돌려달라고 했다.박선영에게 해야 할 말도 아니었다.담당자가 서하의 상태를 살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잠시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선영이 뭔가 말하려 했지만 서하는 듣지 못했다.가슴을 누른 손바닥 아래로 박동이 계속 밀려왔다.방금 전까지도 자기 몸의 움직임이었다.이제는 숫자와 기록이 그 박동에 출처를 달아버렸다.기증자 강이준.수혜자 윤서하.서하는 다시 화장실로 갔다.찬물을 틀고 손목을 적셨다.거울을 보지 않았다.눈을 감으면 더 선명한 장면들이 떠올랐다.비 내리던 도로.브레이크를 밟던 차.병원으로 옮겨진 이준.뇌사 판정.기증 동의.그리고 자신이 수술대 위에 누워 있던 시간.그 사건들은 한 번도 동시에 벌어진 적이 없는데, 머릿속에서는 자꾸 하나의 장면처럼 겹쳤다.서하는 세면대를 붙잡았다.“아니야.”누구에게 말하는 것도 아니었다.다시 처음부터 확인해야 했다.감정이 사실을 바꾸기 전에.집으로 돌아온 뒤 서하는 지금까지 모아둔 기록을 모두 식탁 위에 펼쳤다.가장 먼저 사고 자료.후행 차량 블랙박스.고정 CCTV.경찰 재검토 기록.외부 차량의 강제 개입 없음.아이를 피하기 위한 급제동과 방향 전환.범죄 혐의점 없음.다음은 장기기증 자료였다.이준의 희망등록은 자신을 만나기 전이었다.병이 생기기 전이었다.사고도 계획되지 않았다.그가 죽기 직전까지 살아서 해야 할 일을 말하고 있었다는 통화 기록도 있었다.서하는 종이에 하나씩 적었다.이준은 나를 위해 죽지 않았다.한 줄 아래.나에게 심장을 주려고 사고가 난 것도 아니다.그리고 오늘 받은 공식 결과지를 펼쳤다.여기서는 더 이상 멈출 수 없었다.하지만 이준의 심장이 나에게 이식된 것은 사실이다.펜 끝이 종이에 눌렸다.그 세 문장은 동시에 사실이었다.그런데 머리는 자꾸 마지막 문장만 붙잡았다.이준의 심장.자신의 몸.

  • 내 안에서 당신이 뛴다   82화

    결과는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상호 확인 신청을 넣은 지 이틀째 오후였다.윤서하는 복원실에서 작업 중 휴대폰 진동을 느꼈다.발신자는 해온대학교병원 기증자 가족 지원 창구였다.“윤서하 님 맞으시죠?”“네.”“신청하신 기증·이식 연결 확인 절차가 완료됐습니다.”손에 들고 있던 붓이 멈췄다.“결과 나왔어요?”“네. 전화로 상세 내용을 안내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방문 가능하실까요?”“지금 갈게요.”전화를 끊자 재훈이 서하를 봤다.“병원?”서하는 고개만 끄덕였다.가방을 챙겨 나오는 동안 심장은 지나치게 빠르게 뛰었다.몇 달 동안 기다린 답이었다.그런데 병원이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은 느려졌다.이미 알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답이라고 생각했는데, 공식 기록은 달랐다.추측은 틀릴 가능성을 남겨둔다.확정은 그 자리를 없앤다.병원 중재실에는 박선영이 먼저 와 있었다.두 사람은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칠 전까지 서로의 얼굴조차 몰랐는데, 이제는 같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담당자가 봉투 두 개를 들고 들어왔다.“양측 동의 범위 내에서 기증·배정 기관 기록 대조가 완료됐습니다.”서하는 손을 무릎 아래로 넣었다.떨리는 게 보이기 싫었다.“먼저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번 확인은 가족이나 병원 관계자의 추정이 아닙니다. 두 분이 동의하신 공식 기록을 기관에서 대조한 결과입니다.”선영이 물었다.“일치했습니까?”담당자는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네.”그 한마디 뒤에 더 긴 설명이 이어졌지만 서하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봉투가 자기 앞으로 밀려왔다.“직접 확인하셔도 됩니다.”서하는 봉투를 열었다.종이 한 장이었다.위쪽에는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수혜자 윤서하.그 아래 수술 날짜.자신이 죽지 않고 살아난 날이었다.눈이 한 줄씩 내려갔다.이식 장기 — 심장.여기까지는 알고 있었다.그리고 그 아래.손가락이 멈췄다.확인 기증자 — 강이준.서하는 종이를 내려놓지 못했다.글자가 갑자기 너무 선명해졌다.몇 달 동안 모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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