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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햇살은 잔인할 만큼 다정했다.
햇살이 유달리 다정한 평일 아침이었다.
창문을 넘어 들어온 빛줄기가 침대 머리맡을 부드럽게 훑고 지나갔다.혜연은 천천히 눈을 떴다.
평소라면 출근 전쟁을 앞두고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켰겠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원룸 안으로 길게 들이친 빗줄기 속에서 먼지들이 느릿하게 춤을 췄다.
혜연은 침대 끝에 걸터앉아 그 빛의 입자들이 그리는 무의미한 궤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오늘은 그를 만나는 날이었다.
가슴 한구석이 설렘으로 부풀어 오르면서도, 동시에 묵직한 돌덩이가 얹힌 듯 옥죄어오는 감각. 이 모순된 감정은 이제 그녀의 일상이자,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마주해야 하는 형벌이 되어버렸다.진동 소리와 함께 스마트폰 화면이 창백하게 밝아졌다.
알림 문구를 확인하는 그 짧은 찰나에도 심장이 늑골을 때리는 소리가 귓가에 선명했다.[강상수 : 잘 잤어요? 오늘 아침은 꽤 쌀쌀하네요. 따뜻하게 입고 출근해요.
이따 퇴근하고 회사 앞으로 갈게요.]단조로운 문장이었지만, 혜연의 입가에는 옅은 경련 같은 미소가 번졌다.
'따뜻하게 입으라'는 평범한 안부조차 그에게선 특별한 암호처럼, 혹은 은밀한 초대장처럼 느껴졌다.혜연의 손끝이 자판 위를 한참이나 망설이며 배회했다.
'저도 기다렸어요', '보고 싶어서 잠을 설쳤어요' 같은 날것의 진심을 꾹꾹 눌러 담고, 겨우 차갑고 사무적인 가면을 덧씌운 답장을 밀어 넣었다.[박혜연 : 네, 좋아요. 이따 봐요.]
'보고 싶다'는 직설적인 문장을 계속 바라보며 혜연의 가슴이 간질거렸다.
오늘 퇴근 후, 그 시간만을 이정표 삼아 하루를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거울 앞에 선 그녀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생기가 돌았다.옷장 문을 열자 갇혀 있던 서늘한 공기가 쏟아졌다.
늘 입던 무난한 검은 니트를 만지작거리다 다시 걸어 두었다. 어쩐지 오늘만큼은 평소보다 더 선명해지고 싶었다.그에게 조금이라도 더 예뻐 보이고 싶은 원초적인 욕망과,
누군가에게 절대 들키지 않으려는 방어 본능이 거울 속에서 격렬하게 부딪혔다.결국 선택한 것은 연한 회색 원피스.
그가 언젠가 지나가는 말로, '혜연 씨는 무채색이 참 잘 어울려요. 정돈된 공간 같아요'라고 했던 기억이 났다.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혜연은 작게 읊조렸다."너무 신경 쓴 것 같나…."
화장대 앞에 앉아 립스틱을 고르던 혜연의 시선이 한구석에 멈췄다.
소영이가 작년 생일에 선물해 준 말린 장미색 립스틱. '이거 바르면 너 완전 여신 돼!'라며 환하게 웃던 소영의 얼굴이 잔상처럼 스쳤다. 순간 손 끝이 가늘게 떨렸다. '미안해, 소영아.'하지만 혜연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소영의 선물이 아닌, 며칠 전 백화점에서 몰래 산 선명한 레드 틴트를 집어 들었다. 입술에 닿는 차갑고 끈적한 촉감.거울 속 여자는 지독히도 이기적인, 사랑이라는 명분 아래 우정을 도려내고 있는 배신자였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자신의 입술이 붉게 물들수록, 가슴 속의 불안은 기묘한 쾌락으로 변해갔다.행복했다.
발끝이 지면에서 한 뼘쯤 붕 뜬 것 같은, 이 위태롭고 투명한 평화가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 순간이 닥치기 전까지는.오후 8시, 카페 안의 공기는 갓 볶은 커피 향과 사람들의 활기찼다.
골목 어귀의 작은 카페.상수가 주머니에서 작은 유리병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조심스레 놓았다. 조향사다운 정교한 손놀림이었다.
"이 향, 어때요? 오늘 아침에 혜연 씨 생각하면서 새로 조향해 봤어요."
혜연은 마치 신성한 유물을 다루듯 병을 들어 뚜껑을 열었다.
찰나의 순간, 코끝을 스치는 향기는 단순한 냄새가 아니라 하나의 완성된 풍경이었다. 그것은 비 온 뒤의 짙은 숲속 같기도 했고, 갓 구워낸 빵 냄새처럼 포근하게 몸을 감싸 안기도 했다."…라벤더에 베르가못?"
"역시 예민하시네요. 베이스에는 샌달우드를 조금 깔아서 잔향을 눌러줬어요.
톱 노트의 상쾌함이 지나가면, 묵직하고 따뜻한 향이 오래 남도록.""상쾌한데, 어딘가 가슴 한구석이 홧홧해지는 기분이에요. 꼭 오늘 아침 햇살 같아요."
상수의 눈매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휘어졌다.
"이 향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베이스 노트만 남는데, 그게 꼭 혜연 씨가 디자인한 공간 같아요.
화려하게 자기를 드러내진 않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단단하고 묵직하게 머물러 주는 안식처."그의 목소리는 조향사 특유의 차분함과, 혜연을 향한 숨길 수 없는 애정을 동시에 담고 있었다.
혜연도 따라 웃었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비난도, 소영의 일그러진 얼굴도 안개처럼 흩어졌다. 테이블 위로 전해지는 그의 온기를 느끼며, 혜연은 나직하게 고백했다."상수 씨, 저 요즘 정말 행복해요. 가끔은 이 행복이 무서워질 만큼."
상수가 천천히 손을 뻗어 혜연의 손등을 덮었다.
굵직한 마디에서 전해지는 단단한 진심이 혜연의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갔다."저도요. 혜연 씨 덕분에 숨을 다시 쉬는 것 같아요."
우리는 몰랐다.
죄책감이라는 얇은 살얼음판 위에 아슬아슬하게 쌓아 올린 이 평화가, 얼마나 무력한 것이었는지.
그 얼음판 밑으로 우리를 집어삼킬 듯한 시커먼 폭풍이 이미 입을 벌리고 있었다는 것을.딸랑-.
종소리가 유난히 날카로운 금속성 파열음을 내며 정적을 깼다.
습관적으로 고개를 돌린 혜연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순간, 세상의 모든 소음이 음소거 된 듯 사라지고 오직 제 심장 박동 소리만이 고막을 찢을 듯 울렸다.소영이었다.
한때는 이 이끌림이나를 지탱하던 모든 세계를 무너뜨려야만 닿을 수 있는잔인한 신기루인 줄 알았습니다.내 오랜 긍지였던 시간과서로의 거울이었던 유일한 동행과세상의 전부였던 뿌리마저모두 잃어야만 허락되는벼랑 끝의 성소(聖所)인 줄로만 알았습니다.사람들은 말했습니다.축복받지 못한 길은 결국 추락할 것이라고.우리의 머무름은 오직 하늘만이서글프게 허락한 짧은 유예일 뿐이라고.하지만 고도를 높여 구름 위로 솟구친 지금,나는 비로소 내가 버린 줄 알았던 것들의진짜 이름을 부릅니다.나를 숨 쉬게 했던 치열한 삶의 마디들은이 거대한 세상을 견디는 단단한 뼈대가 되어 남았고,누군가의 질투이자 뜨거웠던 나의 청춘은멀리서 흔드는 손짓 하나로우리가 여전히 하나임을 증명하며 남았으며,나의 허물을 기꺼이 덮어준 사랑의 거친 손등 위엔조건 없는 온기라는 가장 깊은 마음이 남았습니다.하늘만이 허락한 줄 알았던 이 지독한 만남은사실, 내 삶의 가장 소중한 것들을단 하나도 앗아가지 않았습니다.오히려 좁은 틀 안에 갇혀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진실들을가장 아픈 방식으로, 그러나 가장 찬란하게내 손바닥 위에 남겨주었을 뿐입니다.이제 우리는 이정표가 없는 곳으로 갑니다.누구의 허락도 필요치 않은우리만의 이끌림이 향하는 그곳으로.비록 우리가 다시 추락한다 해도 두렵지 않습니다.내 곁엔 당신이라는 향기가 남았고,내 안엔 나라는 이름의 우주가비로소 숨 쉬기 시작했으니까요.안녕, 나의 작은 세계.
음악이 흐르고, 웅장한 문이 열렸다.혜연은 아버지의 팔짱을 꼈다.아버지의 팔은 예전보다 가늘어져 있었지만, 딸을 지탱하는 힘만은 여전히 바위처럼 단단했다.한 걸음, 다시 한 걸음. 버진로드는 길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마치 딸을 키워 온 세월을 되감듯 아주 천천히 보폭을 조절했다.'혜연아, 너를 자랑스러운 모범생 딸로만 여겼던 이 못난 아비를 용서해라. 네가 설계한 그 높은 건물들이 네 행복의 높이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오늘 네 손등에 닿는 내 손이 이토록 떨리는 걸 보니, 네가 홀로 견뎌온 그 시간들이 얼마나 추웠을지 이제야 짐작이 가는구나. 이제는 남의 집 말고, 네 마음이 편히 쉴 수 있는 네 집을 지어라. 네가 어디에 있든, 네가 머무는 그곳이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집이다.'아버지는 딸의 손을 쥔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그것은 '이제는 내 손을 놓고 저 남자에게 가도 좋다'는 무언의 허락이자, '세상이 너를 버려도 네 뒤엔 언제나 내가 서 있겠다'는 가장 투박한 사랑의 맹세였다.혜연은 아버지의 거친 손마디에서 전해지는 온기를 느끼며 참았던 눈물을 삼켰다.아버지가 끝내 지켜준 건 그녀의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 '박혜연'이라는 한 인간의 마지막 존엄이었다.단상 끝에서 상수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아버지는 혜연의 손을 상수의 손 위에 조심스럽게 얹어주었다.그리고 상수의 어깨를 툭툭, 묵직하게 두 번 두드렸다.말로 다 할 수 없는 수만 가지의 당부와 절절한 신뢰가 그 짧은 두드림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상수는 고개를 숙여 아버지에게 가장 깊은 경의를 표했다.
대기실의 공기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상수가 특별히 조향한 '새벽 숲'의 향기가 은은하게 감돌며 혜연의 긴장을 어루만졌지만, 그녀의 심장 박동은 그 고요를 뚫고 귓가를 울렸다.거울 속의 여자는 생경했다.지난 세월 혜연을 지탱했던 건 날 선 자켓의 어깨 패드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던 포니테일, 그리고 제도 패드 위에 얹혀 있던 차가운 손가락이었다.그것은 혜연이 세상이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덧입힌 단단한 갑옷이었다.하지만 오늘, 소영이 골라준 미카도 실크 드레스는 혜연의 몸을 억죄는 갑옷이 아니라, 그녀를 온전히 드러내는 투명한 허물 같았다.광택이 흐르는 묵직한 원단이 발등을 스칠 때마다 혜연은 비로소 깨달았다.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박혜연'이라는 이름을 정교한 설계도와 수치(數値)의 감옥 뒤에 유폐시켜 왔는지를.선 하나에 목숨을 걸고, 타인의 시선이라는 격자무늬 속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 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상수는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발걸음을 멈췄다.조향사로서 수만 가지의 분자를 다뤄온 그였지만, 지금 눈앞의 공기는 그 어떤 원소로도 정의할 수 없었다.그것은 환희와 슬픔, 안도와 설렘이 완벽한 비율로 배합된, 오직 '박혜연'이라는 인간만이 내뿜을 수 있는 고유의 향취였다.상수는 혜연에게 다가가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혜연 씨, 아니... 내 아내."상수의 목소리는 짙은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그는 혜연의 하얀 장갑 위로 자신의 거친 손을 포개며, 가슴
놀란 혜연이 입을 벌린 채 석상처럼 굳어버리자, 구석에서 입술을 꾹 다문 채 지켜보던 민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비켜주었다.그것은 오직 두 여자만의 세계가 열리는 순간이었다.소영은 팔짱을 낀 채 혜연의 드레스 자태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집요하게 훑었다.그녀의 눈빛은 평가하는 조향사의 그것처럼 냉철했지만, 그 이면엔 이름 붙일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소영은 특유의 도도한, 그러나 어딘가 미세하게 젖어 있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너 웨딩드레스는 내가 골라주기로 했잖아. 잊었어? 내 약속이 우스워?"그 목소리에, 혜연의 눈앞에 20대 초반의 싱그러웠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소용돌이쳤다.[과거 회상]대학 시절, 학교 앞 낡은 포장마차의 눅눅한 공기. 소주잔을 기울이며 나누던 열기 가득한 약속들."혜연아, 넌 서른에 뭐 하고 있을 거 같아?""글쎄, 그냥 열심히 일하고 있지 않을까? 결혼은 남 일 같고."소영이 물음에 혜연의 건조한 답이 오자 소영이 코웃음을 쳤다."난 서른에 무조건 결혼할 거야. 아주 화려한 미카도 실크 드레스 입고, 세상에서 제일 비싼 향수를 온몸에 뿌릴 거야. 그게 내 로망이니까."소영은 신이 나서 자신이 꿈꾸는 드레스 디자인을 허공에 설계했다."넌?""난... 진짜 딱히 생각해본 적 없는데.""
10년 만에 처음으로 시계 알람 소리에 심장을 난도질당하지 않는 아침이 찾아왔다.혜연은 창가로 쏟아지는 액체 같은 햇살을 받으며 상수의 작업실 한구석, 볕이 잘 드는 소파에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예전 같으면 수십 장의 도면 잉크 냄새와 씨름했을 시간에, 지금 그녀의 손에는 읽고 싶었지만 늘 '사치'라 치부하며 밀어두었던 건축 잡지와 시집이 들려 있었다.조향대 앞에 앉은 상수는 어느 때보다 밀도 높은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마지막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갈무리하기 위해, 그는 수천 번의 배합을 반복하며 공기 중에 보이지 않는 문장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시약병이 부딪히는 맑은 소리, 베이스 노트의 묵직한 잔향.혜연은 책장 너머로 보이는 상수의 단단한 뒷모습을 보며 비로소 깨달았다.행복은 거창한 설계도 안에 있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정갈한 뒷모습을 등 뒤에서 지켜보는 이 투명한 공기 속에 있다는 것을.주말이면 두 사람은 사회적 직함이 삭제된 '인간' 그 자체로 시간을 보냈다.혜연의 본가를 찾아가 함께 식사를 할 때면, 평생 무뚝뚝했던 혜연의 아버지는 상수에게 은근슬쩍 술잔을 건네며 젖은 목소리로 허허 웃으셨다."우리 딸, 고집이 황소라 힘들 텐데... 자네가 참 고생이 많네."그 투박한 말 한마디에 담긴 아버지의 안도감과 미안함을 혜연은 놓치지 않았다.그녀는 이제야 자신이 아버지를 위해 지어온 '완벽한 딸'이라는 도면을 찢고, 비로소 그의 앞에 날것의 행복으로 서 있었다.민지와 재현 커플과의 번개 모임은 늘 시원한 거품 소리로 가득했다.맥주
상수의 목소리에 서린 전문가로서의 긍지가 혜연의 가슴을 울렸다.그는 단순히 로맨티시스트가 아니었다.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딛고 선 현실을 가장 단단하게 다질 줄 아는 남자였다."그래서 우리, 6개월 뒤에 결혼해요. 그 6개월 동안 나는 내 모든 역량을 쏟아 프로젝트를 끝내고, 혜연 씨는 10년 동안 못 했던 휴식을 가져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내 옆에서 숨만 쉬어도 내가 다 채울 테니까. 그동안 우리가 함께할 미래를 설계해줘요. 혜연 씨는 그게 전공이잖아요."상수는 혜연의 두 손을 꼭 잡고, 강 너머 지평선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그리고 그 일들이 다 마무리되는 날, 우리 신혼여행으로 세계 일주 가요. 비행기 표만 끊고, 목적지 없이 발길 닿는 대로. 10년 동안 차가운 도면 선 안에 갇혀 있던 혜연 씨에게 진짜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요. 잠시 우리 둘만의 세상에서, 온전하게 우리를 찾고 오는 거예요. 어떤 향기와 어떤 공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같이 지도를 그려보는 거죠."혜연은 상수의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6개월 뒤의 약속.그것은 단순히 기다림의 시간이 아니었다.상수가 혜연을 위해 설계한, 가장 거대하고도 로맨틱한 '진짜 자유'의 시작이었다.혜연은 그의 품 안에서 생애 처음으로 완벽한 안전함을 느꼈다.태양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지만, 하늘은 여전히 두 사람의 열기만큼이나 뜨거운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강물 위로 달빛이 부서져 내리고, 바람은 두 사람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흩뜨렸다. 혜연은 상수의 목을 팔로 감싸며 그를 깊게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