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나는 시어머니와 단둘이 여행을 떠났다. 호텔에 짐을 풀고는 곧장 수영장으로 내려왔는데 불현듯 화려하게 치장한 여자가 코를 막으며 우리를 쏘아붙이는 것이었다.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고는 있어요? 어쩌다 이런 곳에 아무나 들이게 된 거죠? 혹시 몰래 들어와서 수영장 공짜로 이용하려는 거 아니에요? 이런 인간들이랑 같이 수영장 쓰려니 무슨 전염병이라도 옮을까 봐 걱정돼 죽겠네!” 그 여자의 말 한마디에 나와 시어머니는 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기분이 잡쳤다. 나는 이내 표정을 굳히고 차갑게 받아쳤다. “호텔 수영장은 누구나 이용하는 공공시설이에요. 투숙객이라면 누구든 올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렇게 불쾌하시면 집에 개인 수영장이라도 만드시든가요.” 여자는 내 말에 눈썹을 치켜올리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감히 나한테 이딴 식으로 말을 해?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이 호텔 내 남편 거야! 여기서 제일 비싼 스위트룸은 내 전용이라고! 꺼져 얼른! 촌스러운 냄새 풍기면서 물 더럽히지 말고. 역겨워 죽겠어.” 나와 시어머니는 시선이 마주쳤고 서로의 눈빛에서 차갑게 얼어붙은 냉기를 느꼈다. 이 호텔은 박태준의 소유인데 그가 언제부터 딴 여자의 남편이 돼버린 걸까?
Ver más정지후는 시어머니의 언니 아들이었다. 이틀 정도 함께 일을 해보니 역시나 시어머니가 점찍은 인재답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영리하고 과감했으며 자신만의 원칙과 소신이 뚜렷한 사람이었다.그사이 박태준도 돌아왔다.엄마가 자신의 상속권을 박탈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도무지 믿으려 하지 않았다.자식이라곤 본인 한 명뿐인데 대체 어떻게 그 재산을 남에게 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그는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혐오하는 것이 외도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아버지가 외도로 엄마를 평생 고통 속에 살게 했다는 걸 알면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엄마 가슴에 비수를 꽂다니.박태준은 어머니를 찾아가 잘못했다며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울며불며 매달렸다.하지만 시어머니는 꼴도 보기 싫다며 외국으로 요양을 떠나버렸다.궁지에 몰린 이 남자는 다시 나를 찾아왔으나 이미 내가 모든 연락처를 차단했다는 걸 깨닫고 마지못해 회사 로비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마침 정지후와 함께 퇴근하던 길, 비가 내려서 정지후가 우산을 씌워주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밀착하게 되었다.그는 혹여나 내 어깨가 젖을까 봐 조심스럽고도 신사적인 태도로 팔을 뻗어 나를 보호하고 있었다.그 순간, 정지후가 고개를 들자 박태준의 시선과 마주쳤다.남자라면 본능적으로 알 수 있듯 박태준은 정지후가 내게 호감이 있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리고는 격분했다.“정지후, 이 개자식! 지아 내 아내야. 감히 분수도 모르고 누굴 넘봐? 당장 꺼져!”정지후는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태준 형, 오랜만이야. 형 근데 지아 씨랑 이혼한 거 아니었어? 장미인지 뭔지 하는 애랑 놀아나느라 바쁜 줄 알았는데.”박태준은 엄마가 정지후에게 상속권을 넘겼다는 사실에 이미 그를 증오하고 있었다. 거기에 도발까지 당하자 이성을 잃고 마구 달려들어 얼굴을 강하게 내리쳤다.“닥쳐! 지아랑은 그냥 다툰 것뿐이야. 우린 곧 화해할 거라고! 어디서 비겁하게 끼어들어, 같잖은 놈이!”그가 또다시 주먹을 휘두르려 하자 나는 정지후를 내 뒤로 끌어당
그때 문밖에서 서장미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이거 놔! 당장 놓으라고! 내 남편 박태준이야. 다들 알긴 해?”경비원 두 명이 서장미를 붙잡아 병실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방금 이 여자가 병실 앞을 서성거리며 수상하게 굴길래 데려왔습니다.”서장미는 박태준을 보자마자 가련한 척 연기를 시작했다.“태준 오빠, 난 그냥 어머님께 사과하고 싶어서 온 건데...”박태준이 경호원들에게 소리쳤다.“얘 말 안 들려? 당장 풀어!”경호원들이 시어머니를 올려다보았다. 이에 시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에게 눈짓했다.마침내 풀려난 서장미는 박태준의 옆으로 달려가 그의 팔을 꽉 붙들었다.“오빠, 나 방금 진짜 죽는 줄 알았어.”그러고는 능청스럽게 시어머니에게 말했다.“어머님, 어제는 정말 죄송했어요. 태준 오빠 어머님이신 줄 전혀 몰랐거든요.”시어머니는 그런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나한테 사과할 필요 없다. 죗값 치르는 건 경찰서 가서 하면 되니까.”박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그는 다급하게 물었다.“엄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내 무언가 떠오른 듯 나를 돌아보며 쏘아붙였다.“너지? 대체 엄마한테 무슨 바람을 넣은 거야? 말했잖아. 난 오직 너뿐이라니까. 넌 언제나 내 아내야. 왜 그렇게 장미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건데?”나는 그의 질문을 무시하고 이미 서명을 마친 이혼 합의서를 내밀며 쓴웃음을 지었다.“내가 얘를 잡아먹어? 얘 까짓 게 뭔데? 잔말 말고 이혼 합의서에 사인해. 우리 이혼하자, 박태준.”박태준은 이마에 실핏줄이 튀어 오른 채 버럭 화를 냈다.“지아 너 정말 이럴 거야? 여기 사인하는 순간 나 뒤도 안 보고 떠날 건데?”나는 헛웃음을 터뜨렸다.“그렇다면 더 바랄 것도 없지. 얼른 사인해. 너처럼 더러운 남자는 꼴도 보기 싫으니까!”평생 이런 모욕을 당해본 적 없는 박태준은 나를 손가락질하며 씩씩거렸다.“그래, 이혼해! 우리 집안을 떠나서 너희 이씨 가문이 더 완벽한 상대를 찾을 수 있을
시간을 가늠해 보니 박태준은 이미 서장미를 호텔에 데려다주고 병원으로 돌아오는 길일 것 같았다.전화를 두 번 걸고 나서야 연결되었는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박태준이 아니었다.서장미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이지아? 이 늙어빠진 여자가 대체 왜 이렇게 질척거려?”나는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박태준 바꿔. 급한 일이야.”그때 시어머니가 스피커폰을 켜라고 손짓했다. 곧이어 서장미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태준 오빠 지금 샤워 중이야. 방금 침대에서 나랑 새로운 걸 시도했거든. 오빠가 아주 정신을 못 차리네. 너 따위가 무슨 수로 나를 이겨? 꼴사납게 굴지 말고 그냥 조용히 떠나. 그게 너한테도 좋을걸.”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엄하게 쏘아붙였다.“한 번만 더 말한다. 박태준 바꿔. 어머님이 급히 찾으셔!”서장미는 비릿하게 웃으며 대꾸했다.“알았어. 내가 대신 물어봐 줄게. 과연 네 전화를 받을는지.”수화기 너머로 서장미와 박태준이 나누는 대화가 고스란히 들려왔다.“오빠, 이지아 전화인데 받을래?”박태준은 통화가 연결된 줄도 모르고 무심하게 대답했다.“신경 쓰지 마. 이따 들어가서 다시 연락하면 돼. 나 먼저 간다.”서장미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그를 붙잡았다.“벌써 가게? 우리 아직 이 자세는 안 해봤잖아. 진짜 끝내준다는데.”무언가 둔탁한 소리가 들린 뒤, 박태준이 이를 악물고 낮게 읊조렸다.“이 요망한 것, 사람 미치게 만드네. 각오해! 내일 침대에서 못 내려오게 해줄 테니까.”서장미가 짐짓 걱정하는 척하며 물었다.“먼저 간다며? 혹시 어머님께 무슨 일 생긴 거면 어떡해? 마지막 모습이라도 봐야 하는 거 아냐?”박태준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재수 없는 소리 마. 설령 진짜 마지막이라 해도 널 따끔하게 혼내는 게 먼저야. 아니, 차라리 죽어버리면 유산이나 빨리 상속받고 좋지.”수화기 너머로 차마 듣기 힘든 두 사람의 파렴치한 신음이 이어졌다.나는 시어머니의 낯빛이 흙빛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고
박태준은 즉시 서장미의 앞을 막아서며 감출 수 없는 긴장감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지아야, 왜 그래? 장미 아직 어려. 괜히 얘랑 똑같이 굴지 마. 내가 당장 내보낼게. 앞으로 절대 만나는 일 없어. 맹세해!”나는 이제 아무런 애정도 남아 있지 않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냉소를 터트렸다.“박태준, 너도 참 대단하다. 얘가 오늘 어머님을 죽일 뻔했는데 그런 소리가 나와?”뒤에서 서장미가 뻔뻔스럽게 소리를 질렀다.“그거 다 너 때문이잖아! 네가 진작 오빠네 어머님이라고 말했으면 내가 이렇게 했겠어? 다 네 잘못이야, 이지아! 나랑 태준 오빠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일부러 오빠 어머님 목숨을 이용한 거잖아! 역시 넌 잔인하고 사악한 년이야.”나는 기가 차서 헛웃음이 나왔다. 앞뒤 불문하고 모든 잘못을 나에게 뒤집어씌우다니.더 이상 저들과 말을 섞을 가치가 없어 나는 표정을 굳혔다.“어머님 신분을 분명히 말씀드렸어. 안 믿은 건 너야. 더 이상 널 상대할 이유도 없어. 이건 명백한 살인 미수니까 경찰에 신고해야겠어. 그 잘난 변명은 경찰서 가서 해!”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려던 찰나, 박태준이 휙 낚아채 갔다.그의 눈에는 억눌린 분노가 이글거렸다.“지아야, 이렇게까지 일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잖아. 장미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게다가 엄마도 별일 없잖니.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자.”나는 차갑게 대꾸했다.“지금 그 말 어머님 앞에서도 똑바로 할 수 있겠어? 서장미가 우리를 이렇게까지 모욕하고 괴롭혔는데 대가는 치러야지!”박태준의 얼굴에 노기가 서렸다. 그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경고했다.“너무한 거 아니야? 적당히 좀 해. 불만 있으면 나한테 따져. 어린애 하나 상대로 뭘 어쩌겠다는 거야! 이번 일은 여기서 끝내. 계속 장미를 괴롭히려고 들면 나도 가만 안 있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고.”서장미는 박태준의 뒤에서 나를 향해 혀를 쏙 내밀며 도발했다. 그러고는 박태준에게 몸을 기대고 애교를 부렸다.“오빠, 내가 잘못했어. 근데 너무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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