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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작가: 루바람
last update 게시일: 2026-10-27 15:05:57

“신지완.”

김경란이 낮게 불렀다.

“정신을 차리시오. 내가 누군지 알겠소?”

신지완은 힘겹게 눈을 떴다.

“김경란…….”

그의 이름을 부른 뒤, 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면 내 손을 놓으시오.”

그녀는 오히려 그의 소매를 더 세게 움켜쥐었다.

“싫어.”

희미한 목소리였다.

“이번에는…… 가지 마.”

김경란의 가슴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삼 년 전에도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비가 쏟아지던 밤, 두 사람은 처마 밑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는 가진 것이 없었지만 반드시 과거 시험에 급제해 그녀를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때 신지완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내가 기다릴게.’

그 약속을 먼저 저버린 사람은 그녀였다.

김경란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마시오.”

그는 그녀를 침상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 주었다. 이어 문밖의 하인을 불러 의원을 데려오게 했다.

그러나 신지완은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경란…….”

그녀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렀다.

“미안해.”

김경란의 손이 멈췄다.

“무엇이 미안하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손등에 얼굴을 기댔다.

“그날은…… 정말 가고 싶지 않았어.”

김경란은 숨을 멈췄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묻고 싶었다.

왜 자신을 버렸는지, 왜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는지, 그 모든 것을 지금 당장 듣고 싶었다.

하지만 신지완은 이미 의식을 잃어 가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떼어 냈다.

“정신을 잃은 사람에게 답을 얻을 생각은 없소.”

그는 자신의 겉옷을 벗어 그녀의 어깨에 덮어 주었다.

잠시 뒤 의원이 도착했다.

약을 먹고 잠든 신지완의 얼굴을 바라보던 의원이 말했다.

“술에 약이 섞였습니다. 다행히 제때 데려오셔서 큰일은 피했습니다.”

김경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누가 그 술을 건넸는지 조사해 주시오.”

김경란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고태겸 같은 고위 관료가 기녀에게 약을 먹일 이유는 없었다. 애초에 그 술은 신지완이 아니라 자신에게 건네진 것이었다.

누군가 자신을 노린 것이다.

“술이 누구에게서 시작됐는지, 누가 잔을 바꿨는지까지 낱낱이 밝혀내시오. 배후가 누구인지 반드시 알아내야 하오.”

“예.”

의원이 물러난 뒤, 김경란은 침상 곁에 앉았다.

신지완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바라보던 그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예전에는 그녀가 잠들면 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

그녀는 잠결에도 그의 손을 찾아 잡곤 했다.

그는 그 기억을 떨쳐 내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오.”

혼잣말처럼 내뱉은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는 술병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차가운 술을 자신의 얼굴과 옷에 쏟아부었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그녀는 이미 자신을 버렸다.

방금 흘린 눈물도, 무심코 부른 이름도, 약에 취한 순간의 헛소리일 뿐이었다.

김경란은 젖은 옷을 여미고 문을 열었다.

떠나기 전, 침상 위의 여인을 마지막으로 바라보았다.

“다시는 나를 그런 식으로 부르지 마시오.”

그 말은 잠든 신지완에게 닿지 않았다.

문이 닫혔다.

얼마 뒤 신지완이 천천히 눈을 떴다.

텅 빈 방 안에는 차가운 술 냄새만 남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어깨에 덮인 겉옷을 끌어안았다.

그가 끝내 자신을 건드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가슴 한구석이 무너져 내렸다.

이제는 정말 끝난 것일까.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문밖에서 하인이 급히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가씨! 고 재상의 댁에서 명문가 규수들에게 거문고를 가르쳐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황후마마의 생신 연회에서 선보일 재주를 준비하기 위해서랍니다!”

 

신지완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곳이라면 고씨 가문이 감춘 물건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직 끝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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