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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 (3)

Author: 연이수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31 11:05:44

──────────

오후 두 시.

밸루아 아시아 본부 대회의실.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스크린에는 해외 각 지사 책임자들의 얼굴이 차례로 떠 있었다.

윤태겸은 회의실 중앙에 앉아 있었다.

노트북과 태블릿, 회의 자료까지 빈틈없이 정돈된 자리.

그의 표정 역시 평소처럼 차분했다.

“싱가포르 지사 쪽은 생산 일정 변경 가능합니까?”

영어와 한국어가 자연스럽게 오갔다.

태겸은 발표 내용을 들으며 자료를 넘겼다.

질문은 정확했고, 지적은 날카로웠다.

“그 수치라면 예상 판매량과 맞지 않는데요.”

화면 너머 담당자가 잠시 말을 멈췄다.

태겸은 자료 한 페이지를 펼쳤다.

“지난 분기 데이터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 보세요.”

낮고 침착한 목소리.

그러나 누구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지시였다.

“아, 네. 이사님.”

회의는 계속 이어졌다.

태겸은 분명 회의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선이 아주 잠깐 노트북 하단으로 내려갔다.

시간을 확인한 그는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

“…….”

다시 회의가 이어졌다.

그리고 몇 분 뒤.

또 한 번 시간 확인.

윤태겸은 원래 회의 중 시간을 자주 확인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적어도 이렇게 자주 보지는 않았다.

“크흠.”

괜히 목이 타는 기분이었다.

태겸은 자세를 한 번 더 단정하게 고쳐 앉고 회의에 집중했다.

──────────

“좋습니다.”

태겸이 마지막 자료를 덮었다.

“그 부분은 다음 주까지 수정안 부탁드립니다.”

회의실 안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

“이상으로 회의 종료하겠습니다.”

스크린이 꺼지고 참석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계는 정확히 오후 3시 58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태겸 역시 곧바로 노트북을 닫았다.

서류를 정리하는 손길이 평소보다 조금 빨랐다.

회의실을 나온 그는 곧장 집무실로 향했다.

문이 닫히자마자 내선 버튼을 눌렀다.

ㅡ 네, 이사님.

“차량 준비해 주세요.”

ㅡ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통화는 짧았다.

태겸은 의자에 걸쳐 두었던 재킷을 입으며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4시 3분.

충분했다.

잠시 후, 집무실 문이 열렸다.

밖에서 대기하던 비서 두 명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사님.”

태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갔다.

그 뒤로 도하가 빠르게 따라붙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복도를 걸었다.

성큼성큼, 망설임 없는 걸음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섰다.

문이 닫히자 짧은 정적이 흘렀다.

그때 도하가 슬며시 입을 열었다.

“이사님.”

“왜.”

“안 늦었습니다.”

“크흠.”

태겸이 헛기침을 했다.

“알아요.”

도하는 입가에 번지는 웃음을 꾹 눌러 참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정문 앞에는 검은 세단이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차에 올라탔다.

문이 닫히고 세단이 부드럽게 출발했다.

도하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

잠시 뒤, 수화기 너머로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ㅡ 네, 최 실장님.

도하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차장님, 저희 지금 출발했습니다.”

그 순간.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태겸의 시선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예상 도착 시간은 4시 45분 정도 될 것 같습니다.”

ㅡ 네, 알겠습니다.

“혹시 일정 변경 사항은 없으시죠?”

ㅡ 네. 준비해 놓고 기다리겠습니다.

“그럼 조금 뒤에 뵙겠습니다.”

통화가 종료됐다.

도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룸미러를 바라봤다.

“…….”

또다.

또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

정작 태겸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윤태겸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좋은 일이 있어도 쉽게 티를 내지 않고, 기분이 좋아도 좀처럼 얼굴에 드러내지 않는 사람.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아주 미세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계속 기분이 좋아 보였다.

‘……뭐지?’

도하는 룸미러를 한 번 더 올려다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검은 세단은 그렇게,

기분 좋아 보이는 윤태겸과 영문을 몰라 궁금한 최도하를 태운 채 모먼트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연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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