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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사고 세 시간 전>

Auteur: 에이르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09-04 17:55:33

“도재욱을 살아 있는 상태로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강단태가 윤하늘을 똑바로 바라봤다.

“저입니다.”

윤하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은빛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사고 세 시간 전이라고 했죠?”

“네.”

“어디서요?”

“성수동.”

단태의 대답은 짧았다.

“재욱 씨가 따로 쓰던 창고가 있었습니다.”

하늘이 물었다.

“당신은 왜 거기 갔어요?”

단태는 잠시 침묵했다.

“재욱 씨가 불렀습니다.”

그 순간 하늘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모르는 번호.

또 문자였다.

**[단태가 왜 거기 있었는지도 물어봐.]**

하늘의 표정이 굳었다.

빛새도 화면을 봤다.

“이거.”

“누가 보내는지부터 알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하늘은 화면을 끄지 않았다.

대신 단태를 바라봤다.

“왜 거기 있었어요.”

단태는 피하지 않았다.

“돈 때문입니다.”

“43억?”

“네.”

하늘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말해요.”

단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사고 당일 밤.

오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성수동의 오래된 창고.

강단태가 도착했을 때 문은 이미 열려 있었다.

안에는 도재욱 혼자였다.

재욱은 평소 모습과 달랐다.

셔츠 소매는 걷어 올린 채였고.

책상 위에는 서류 뭉치.

노트북 두 대.

휴대전화 세 개.

그리고 검은색 USB 하나가 놓여 있었다.

단태가 들어서자 재욱이 물었다.

“혼자 왔지?”

“그래.”

“따라온 차 없었고?”

“없어.”

재욱은 그제야 문을 닫았다.

단태가 책상 위를 바라봤다.

“뭐야, 이게.”

“마지막 정리.”

“무슨 소리야.”

재욱은 노트북 화면을 돌렸다.

계좌 흐름.

회사 이름.

금액.

단태의 표정이 굳었다.

“43억?”

“그보다 더 있어.”

“또 그 얘기냐.”

“이번에는 끝내려고.”

단태가 재욱을 바라봤다.

“어떻게.”

“돌려놓을 거야.”

“누구한테.”

“원래 가져간 사람들한테.”

“그 사람들이 누군데.”

재욱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책상 위 검은 USB를 집었다.

“이거.”

단태가 받으려 하자 재욱이 손을 거뒀다.

“지금은 안 돼.”

“뭐?”

“내가 사고 나거나.”

재욱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연락이 끊기면.”

단태의 표정이 굳었다.

“사고?”

“그럴 수도 있으니까.”

“도재욱.”

“하늘이랑 빛새가 자료 찾을 거야.”

“또 그 두 사람 얘기야?”

“응.”

“왜 둘이야.”

재욱은 USB를 다시 책상에 내려놨다.

“한쪽은 돈.”

“…….”

“한쪽은 이동.”

단태의 눈빛이 변했다.

“일부러 나눈 거야?”

“그래.”

“왜.”

재욱이 말했다.

“한 사람이 전부 가지고 있으면.”

잠시 멈췄다.

“한 사람만 없애면 끝나니까.”

단태의 얼굴이 굳었다.

“너 지금 누가 널 죽이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재욱은 웃지 않았다.

“생각하는 게 아니라.”

“…….”

“확인하러 가는 거야.”

단태가 한 걸음 다가갔다.

“누구를.”

재욱은 대답하지 않았다.

“도재욱.”

“아직은 말 못 해.”

“또?”

단태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 이딴 식으로 할 거야?”

재욱이 낮게 말했다.

“내가 틀렸으면 아무 일도 안 생겨.”

“그리고 맞으면?”

재욱은 잠깐 멈췄다.

“오늘 밤 끝나겠지.”

단태의 표정이 굳었다.

“뭐가.”

“누가 나를 죽이려고 했는지.”

---

현재.

하늘이 단태를 바라봤다.

“그래서 그냥 보냈어요?”

“아닙니다.”

단태가 말했다.

“막았습니다.”

“어떻게.”

“혼자 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근데 갔고.”

“네.”

빛새가 물었다.

“그때 재욱 씨 상태는 어땠어요?”

“평소랑 달랐습니다.”

“어떻게.”

“긴장해 있었습니다.”

단태가 잠시 생각했다.

“계속 문을 확인했고.”

“…….”

“휴대전화도 세 대나 꺼내놓고 있었고.”

하늘이 물었다.

“세 대?”

“네.”

“우리가 아는 건.”

하늘은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사고 현장에서 발견됐다는 휴대전화.

빛새의 가게 금고에서 나온 검은 휴대전화.

그리고.

“하나가 더 있었네요.”

“네.”

단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재욱 씨가 들고 있던 휴대전화는 최소 세 대였습니다.”

하늘의 표정이 굳었다.

단태가 말을 이었다.

“그중 하나는 하늘 씨 이름으로 된 계좌 기록이 들어 있었습니다.”

“내 계좌?”

“정확히는.”

단태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하늘 씨 명의로 만들어진 계좌.”

하늘의 손끝이 굳었다.

“그걸 재욱 씨가 직접 만들었다고 했어요?”

“그날 처음 들었습니다.”

하늘이 눈을 감았다가 떴다.

“뭐라고 했는데요.”

단태는 사고 전 재욱의 말을 그대로 떠올렸다.

---

“하늘 이름 쓴 거.”

단태가 재욱을 노려봤다.

“네가 한 거야?”

재욱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처음 시작은 내가 동의했어.”

“미쳤냐?”

“알아.”

“본인 동의도 없이?”

“그래.”

단태가 욕설을 삼켰다.

“왜.”

“돈이 필요했으니까.”

재욱의 대답은 너무 담담했다.

오히려 그게 더 화가 났다.

“그러다 이제 와서 양심 생겼어?”

“아니.”

“그럼.”

재욱은 노트북 화면을 바라봤다.

“내가 이용당한 것도 나중에 알았어.”

“무슨 말이야.”

“하늘 이름으로 돈이 움직이면.”

재욱이 말했다.

“내가 죽거나 사라졌을 때.”

“…….”

“제일 먼저 의심받는 건 하늘이야.”

단태의 얼굴이 굳었다.

재욱이 낮게 웃었다.

하지만 웃음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놓은 거였어.”

“누가.”

“그걸 확인하러 가는 거야.”

단태가 물었다.

“하늘 이름은 정리했어?”

“거의.”

“거의?”

“마지막 하나 남았어.”

“뭔데.”

재욱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말했다.

“내가 오늘 못 돌아오면.”

“…….”

“하늘 이름부터 빼.”

“어떻게.”

“자료 찾으면 알게 될 거야.”

단태가 이를 악물었다.

“너 진짜 끝까지 사람한테 퍼즐 풀게 만들래?”

재욱이 그를 바라봤다.

“미안한데.”

“…….”

“이렇게 해야 살아.”

---

현재.

하늘은 얼굴을 굳힌 채 물었다.

“그때도.”

“네.”

“날 보호하려고 했다고 했어요?”

단태는 잠시 침묵했다.

“네.”

하늘이 씁쓸하게 웃었다.

“이름은 자기가 썼으면서.”

“맞습니다.”

단태는 이번에도 재욱을 변호하지 않았다.

하늘은 오히려 그게 나았다.

빛새가 물었다.

“USB는요?”

“그날 재욱 씨가 저한테 주지 않았습니다.”

“왜.”

“하늘 씨랑 빛새 씨가 먼저 자료를 찾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럼 어디 있어요?”

“모릅니다.”

하늘이 단태를 바라봤다.

“정말?”

“네.”

이번에는 단태의 대답이 빠르다.

“그 USB 안에 뭐가 들었다고 했어요?”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그리고?”

단태의 시선이 하늘에게 향했다.

“왜 윤하늘 씨가 필요했는지.”

하늘의 눈빛이 굳었다.

빛새가 물었다.

“나에 대한 것도 있었어요?”

단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빛새 씨도.”

“뭐라고.”

“처음에는 두 사람 모두 필요해서 만났다고 했습니다.”

정적.

빛새의 얼굴이 굳었다.

하늘도 말이 없었다.

단태가 말했다.

“하지만.”

하늘이 바로 끊었다.

“뒤에 좋은 말 붙이지 마요.”

단태가 입을 다물었다.

하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처음에 이용한 건 이용한 거니까.”

“맞습니다.”

빛새가 고개를 숙였다.

“나도였네.”

하늘은 그녀를 바라봤다.

빛새는 웃지도 못했다.

“그래도 혹시 나는 아니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위로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게 더 나았다.

잠시 뒤.

하늘이 다시 물었다.

“창고에서 나온 시간은?”

“10시 조금 넘어서였습니다.”

“재욱 씨가 먼저?”

“네.”

“어디 간다고 했어요?”

“말 안 했습니다.”

“근데 위치는 알았고?”

단태의 표정이 굳었다.

“공유해놨습니다.”

“왜.”

“그날만.”

단태가 말했다.

“재욱 씨가 자기 위치를 저한테 공유했습니다.”

하늘이 눈을 가늘게 떴다.

“언제까지.”

“자기가 끌 때까지.”

“그래서 따라갔어요?”

“처음에는 안 갔습니다.”

“왜.”

“재욱 씨가 오지 말라고 했으니까요.”

“그 말을 들었어요?”

단태는 하늘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한 시간 안에 연락 없으면 확인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한 시간 가까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습니다.”

단태의 손이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위치는 계속 움직였고.”

“…….”

“그러다 멈췄습니다.”

“어디서.”

“사고 현장 근처.”

하늘의 심장이 뛰었다.

“그래서 갔고.”

“네.”

“그럼 사고 현장에 제일 먼저 간 게 단태 씨예요?”

단태가 대답하려는 순간.

하늘의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

문자.

**[단태 말은 거기까지는 사실이야.]**

하늘의 얼굴이 굳었다.

빛새가 화면을 확인했다.

두 번째 메시지.

**[그런데 하나는 빠뜨렸어.]**

단태의 표정도 달라졌다.

세 번째.

**[단태는 사고 현장에서 나를 보기 전에 이미 누군가를 만났어.]**

하늘이 천천히 단태를 바라봤다.

단태의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마지막 메시지가 도착했다.

**[은빛새를.]**

정적.

하늘은 이번에는 빛새를 바라봤다.

빛새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빛새 씨.”

“…….”

“무슨 뜻이에요.”

빛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두 사람.”

시선이 단태와 빛새 사이를 오갔다.

“장례식장에서 처음 본 척했잖아요.”

단태도.

빛새도.

대답하지 않았다.

하늘의 눈빛이 차갑게 굳었다.

“사고 난 날부터.”

“둘이 이미 알고 있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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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의 장례식에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175화: 서로에게 골라준 책의 첫 문장>

    목요일 오후 2시 10분.“강단태 씨, 오늘 규칙 다시 확인할게요.”윤하늘은 서점 입구에서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였다.단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말씀하십시오.”“서로에게 책 한 권씩 골라주기. 가격은 2만 원 이내. 그리고 고르는 동안 상대방 책 훔쳐보기 금지.”“마지막 규칙은 처음 듣습니다.”“방금 추가했어요.”“그럼 저도 하나 추가하겠습니다.”“뭔데요?”“책을 받은 뒤에는 왜 골랐는지 설명하기.”하늘은 잠시 생각하다 손을 내밀었다.“좋아요. 합의!”단태는 그녀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두 사람은 웃으며 서점 안으로 들어갔다.오후 2시 25분.하늘은 소설 코너에서 책등을 살펴보고 있었다.단태는 반대편 인문학 코너로 향했다.하늘은 책 한 권을 꺼냈다가 다시 꽂았다.“이건 너무 두껍고…….”다른 책을 펼쳤다.“이건 단태가 이미 읽었을 것 같은데.”그녀는 단태에게 어떤 책을 골라줄지 고민했다.평소 단태는 차분하고 논리적인 책을 즐겨 읽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읽게 해주고 싶었다.그러다 여행 에세이 코너에서 걸음을 멈췄다.표지에는 오래된 기차역과 작은 여행 가방이 그려져 있었다.책 제목은 《아무 계획 없이 도착한 도시》였다.하늘은 목차를 펼쳤다.낯선 시장에서 길을 잃은 이야기, 비 때문에 하루를 더 머문 마을,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만난 사람들.하늘은 미소 지었다.“이거다.”같은 시각.단태는 소설 코너에서 한참을 서성이고 있었다.하늘이 좋아할 만한 책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그녀는 사람의 표정과 관계를 섬세하게 관찰하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무겁거나 비극적인 이야기는 요즘 피하고 있었다.단태는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우산을 빌려주는 가게》작은 동네에서 우산 수선점을 운영하는 여성이 손님들의 사연을 만나는 연작소설이었다.단태는 첫 장을 펼쳤다.비가 오는 날보다 우산을 돌려받는 날에 더 많은 이야기가 시작됐다.그는 잠시 문장을 바라봤다.하늘이 좋아

  • 남편의 장례식에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174화: 윤하늘이 처음으로 촬영을 거절한 날>

    월요일 오전 10시 20분.윤하늘은 작업실에서 사진을 정리하다가 낯선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안녕하세요. 윤하늘 작가님 맞으시죠?”“네, 맞습니다.”“저희는 이번에 작은 브랜드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작가님께 촬영을 부탁드리고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하늘은 메모장을 열었다.“어떤 촬영인가요?”“신제품 발표 행사예요. 제품 사진이랑 행사 현장 사진을 함께 찍어주시면 됩니다.”“촬영 날짜와 장소는요?”상대방은 날짜와 장소를 설명했다.하늘은 일정을 확인했다.“그날은 가능합니다. 다만 촬영 시간과 최종 납품 컷 수에 따라 견적이 달라집니다.”“아, 그 부분은요.”상대방이 잠시 말을 멈췄다.“일단 4시간 정도 촬영해주시고, 사진은 잘 나온 걸로 전부 받을 수 있을까요?”하늘은 펜을 내려놓았다.“전체 원본 제공을 말씀하시는 건가요?”“네. 보정은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원본 제공 여부는 별도 협의가 필요합니다. 사용 범위도 확인해야 하고요.”상대방은 가볍게 웃었다.“작가님, 저희가 이번에 홍보를 많이 할 예정이라 사진이 여러 곳에 노출될 거예요. 작가님께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은데요.”하늘은 차분하게 대답했다.“홍보 효과와 촬영비는 별개입니다.”잠시 정적이 흘렀다.“그럼 견적서를 보내주시겠어요?”“네. 요청하신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오후 12시.하늘은 촬영 조건을 검토했다.행사 촬영 4시간.제품 사진 15종.현장 스케치.행사 종료 후 이틀 이내 납품.그런데 이메일로 도착한 요청서에는 전화에서 듣지 못한 내용이 추가되어 있었다.행사 당일 영상 촬영 일부 포함.촬영 원본 전체 제공.사진의 무기한 상업적 활용 가능.하늘은 화면을 바라봤다.“이건 좀 아닌데.”그녀는 요청서를 다시 읽었다.사진과 영상은 필요한 장비부터 작업 방식까지 달랐다. 제품 15종을 별도로 촬영하면서 행사 현장까지 4시간 안에 모두 끝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무엇보다 사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었다

  • 남편의 장례식에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173화: 강단태가 처음으로 앞치마를 두른 날>

    일요일 오전 9시 30분.윤하늘은 주방에서 들려오는 낯선 소리에 눈을 떴다.달그락.잠시 후 무언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아.”강단태의 목소리였다.하늘은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주방에 들어선 순간, 그녀는 걸음을 멈췄다.단태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그것도 연한 분홍색 앞치마였다.“……뭐 해요?”단태가 고개를 돌렸다.“일어나셨습니까?”“네. 그런데 그 앞치마는 뭐예요?”“서랍에 있었습니다.”하늘은 웃음을 참았다.“그건 빛새 언니가 예전에 선물해준 건데.”“사용해도 됩니까?”“당연하죠. 근데 왜 갑자기 요리를 해요?”단태는 조리대 위에 놓인 재료를 가리켰다.“오늘 아침은 제가 만들려고 합니다.”하늘은 눈을 크게 떴다.“진짜요?”“네.”“뭘 만들 건데요?”“프렌치토스트입니다.”하늘은 조리대를 살펴봤다.식빵, 계란, 우유, 설탕.재료는 제대로 준비되어 있었다.문제는 그 옆에 놓인 그릇이었다.계란물이 조리대에 조금 흘러 있었다.하늘은 단태를 바라봤다.“혹시 계란이랑 싸웠어요?”단태가 진지하게 대답했다.“껍데기가 예상보다 단단했습니다.”하늘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오전 9시 45분.단태는 식빵을 계란물에 담갔다.하늘은 식탁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봤다.“도와줄까요?”“괜찮습니다.”“정말요?”“네. 오늘은 제가 해보겠습니다.”하늘은 두 손을 들었다.“알았어요. 그럼 구경할게요.”단태는 팬에 버터를 녹였다.그리고 조심스럽게 식빵을 올렸다.치익.고소한 냄새가 퍼졌다.하늘은 감탄했다.“오, 잘하는데요?”단태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아직 뒤집지 않았습니다.”“그게 어려워요?”“조금 긴장됩니다.”하늘은 웃으며 턱을 괴었다.“괜찮아요. 실패하면 제가 먹을게요.”“실패한 걸 드시겠다는 겁니까?”“네. 대신 탄 부분은 빼고요.”단태가 웃었다.잠시 후 그는 뒤집개를 식빵 아래에 넣었다.그리고 조심스럽게 뒤집었다.탁.식빵은 무사히 뒤집혔다.하지만 한쪽 모서리가

  • 남편의 장례식에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172화: 강단태가 장바구니에 몰래 넣은 것>

    토요일 오전 11시.“단태, 우리 집에 우유 있어요?”윤하늘은 냉장고 문을 열어놓고 물었다.거실에서 책을 읽던 강단태가 대답했다.“어제 마지막 팩 마셨습니다.”“계란은요?”“3개 남았습니다.”“양파는?”“없습니다.”하늘은 냉장고 문을 닫았다.“우리 장 보러 가야겠어요.”단태는 책을 덮었다.“목록부터 작성할까요?”하늘은 휴대전화를 꺼냈다.“우유, 계란, 양파, 두부…….”“휴지도 거의 떨어졌습니다.”“아, 맞다.”두 사람은 필요한 물건을 적은 뒤 집을 나섰다.오전 11시 40분.대형마트에 도착한 하늘은 카트를 밀었다.단태가 옆에서 목록을 확인했다.“먼저 채소 코너입니다.”“네, 안내해주세요.”하늘은 양파 한 망을 집어 들었다.“이 정도면 되겠죠?”“충분합니다.”두부와 계란까지 담은 뒤 유제품 코너로 이동했다.그런데 하늘이 우유를 고르는 동안 단태가 잠시 다른 진열대로 향했다.“단태?”“네. 금방 오겠습니다.”하늘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후 돌아온 단태는 카트에 작은 상자 하나를 넣었다.하늘은 곧바로 발견했다.“그거 뭐예요?”“필요한 물건입니다.”“목록에 없는데요?”단태는 태연하게 말했다.“방금 필요해졌습니다.”하늘은 상자를 꺼냈다.실리콘 얼음틀그것도 하트 모양이었다.하늘은 눈을 깜빡였다.“이걸 왜 사요?”단태는 진지하게 대답했다.“얼음이 필요해서요.”“우리 집에 얼음틀 있잖아요.”“네.”“그런데 왜 하트 모양을?”단태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하늘 씨가 좋아하실 것 같았습니다.”하늘은 웃음을 참았다.“제가요?”“네.”“하트 얼음을?”“네.”하늘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강단태 씨, 이거 본인이 사고 싶었던 거 아니에요?”단태는 잠시 침묵했다.“……조금 그렇습니다.”“그럴 줄 알았어.”오후 12시 10분.두 사람은 생활용품 코너에 도착했다.하늘은 휴지를 카트에 담았다.그때 단태가 다시 걸음을 멈췄다.“하늘 씨.”“네?”“이것도 괜찮

  • 남편의 장례식에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171화: 야시장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 사람>

    금요일 오후 6시 20분.“언니, 여기!”윤하늘이 손을 흔들자 은빛새가 고개를 돌렸다.동네 광장 입구에는 형형색색의 천막이 줄지어 서 있었다. 구운 고기 냄새와 달콤한 설탕 향이 섞여 있었고, 광장 한가운데에서는 작은 밴드가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빛새 옆에는 정다은이 서 있었다.“작가님, 안녕하세요!”“다은 씨도 왔네요.”“수업 끝나자마자 왔어요.”강단태도 두 사람에게 인사했다.빛새는 네 사람을 둘러보더니 말했다.“좋아. 오늘은 일 이야기 금지야.”하늘이 웃었다.“언니가 먼저 꺼내지만 않으면 돼.”“내가 언제?”“지난번에도 밥 먹다가 재고 이야기했잖아.”다은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그날 제가 먼저 물어봤어요.”빛새는 기다렸다는 듯 하늘을 가리켰다.“봤지?”하늘은 웃으며 두 손을 들었다.“알았어. 오늘은 다 같이 놀자.”오후 6시 40분.네 사람은 음식 판매대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닭꼬치, 수제 소시지, 구운 옥수수, 해물파전까지 메뉴가 다양했다.다은이 말했다.“저는 닭꼬치요.”빛새는 옆 가게를 가리켰다.“난 파전.”하늘은 단태를 바라봤다.“단태는요?”“저는 옥수수가 먹고 싶습니다.”“그럼 나도 옥수수.”빛새가 눈을 가늘게 떴다.“둘이 꼭 같은 거 먹어야 해?”하늘이 대답했다.“아니, 내가 원래 옥수수 좋아하거든?”“알았어, 알았어.”각자 음식을 주문하고 광장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그런데 음식을 받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은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어? 잠깐만요!”빛새가 물었다.“왜?”“저기 제가 좋아하는 밴드예요!”다은은 무대 쪽을 가리켰다.공연 안내판에는 지역 인디밴드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사장님, 저 앞에서 잠깐 보고 올게요!”“그래. 사람 많으니까 조심하고.”다은은 손을 흔들고 무대 앞으로 향했다.하늘은 웃었다.“진짜 좋아하나 봐.”빛새는 파전을 한 입 먹으며 말했다.“평소에도 그 밴드 노래 자주 듣더라.”오후 7시 5분.공연이 시작됐다.경

  • 남편의 장례식에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170화: 은빛새가 환불을 거절하지 않은 이유>

    목요일 오전 11시 25분. “사장님, 이거 환불하고 싶은데요.” 은빛새는 계산대 앞에 놓인 쇼핑백을 바라봤다. 어제 판매한 벽돌색 겉옷이었다. 손님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혹시 어떤 점이 불편하셨어요?” “집에서 다시 입어보니까 생각보다 색이 진하더라고요.” 빛새는 옷을 꺼내 상태를 확인했다. 택은 그대로 붙어 있었고, 착용 흔적도 없었다. “구매하신 지 2일 되셨네요. 환불 도와드릴게요.” 손님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냥 해주시는 거예요?” “네. 상품 상태도 괜찮고 환불 가능 기간 안이니까요.” 손님은 안도했다. “다른 가게에서는 환불할 때 이것저것 물어보던데요.” 빛새는 웃었다. “색이 마음에 안 드실 수도 있죠.” 정다은이 환불 처리를 도왔다. 손님이 돌아간 뒤, 다은이 물었다. “사장님, 저분은 교환 권유 안 하셨어요?” “응.” “왜요?” 빛새는 겉옷을 옷걸이에 걸며 대답했다. “마음에 안 든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잖아. 억지로 다른 옷을 권할 필요는 없지.” 다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요.” 오후 1시 40분. 윤하늘은 완성한 상품 사진을 전달하기 위해 가게에 들렀다. “언니!” 빛새가 고개를 들었다. “왔어?” “응. 사진 가져왔어.” 하늘은 노트북을 열어 보정한 사진을 보여줬다. 베이지색 재킷. 올리브색 니트. 짙은 갈색 카디건. 빛새는 화면을 넘기며 감탄했다. “색감 좋다.” “실제 상품 색이랑 최대한 맞췄어.” 다은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 니트는 사진이 더 예뻐 보여요.” 하늘이 웃었다. “그럼 안 되는데?” “왜요?” “실물이랑 너무 다르면 손님이 실망할 수 있잖아.” 빛새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예쁘게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해야지.” 그때 가게 문이 열렸다. “어서 오세요!” 다은이 인사했다. 들어온 사람은 오전에 환불했던 여성이었다. 빛새가 반갑게 맞았다. “다시 오셨네요.” 여성은 조금 멋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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