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잘하면 공작이 수작질하는 것도 막고 진정한 사랑에 빠지게 선도할 수 있지 않을까.
‘공작, 네가 하는 건 범죄라구!’
델리아라고 불리는 서린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벨라만 따라 하기로 마음먹고 세레나의 방으로 들어갔다.
거울 앞에는 세상 아름다운 금안에 분홍빛 긴 웨이브 머리를 가진 여자 주인공이 앉아 있었다.
서린은 자신도 모르게 "헉, 존예." 하고 작게 속삭였다가 시선을 받고 급히 입을 막았다.
“델리아, 오늘도 늦었네? 오늘은 머리를 땋아줄래?”
서린은 이 세계에 떨어진 이래 가장 당황했다.
이 세상에 온 것보다 더 당황스러웠다.
'뭐, 뭐라고? 머리를 땋아? 땋아 달라고?'
머리카락은 그냥 끈으로 묶는 거 말고 또 뭐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왜 델리아를 기다렸다가 머리를 해 달라는 거지?
어쩔 수 없이 머리는 해줘야 할 것 같아 주섬주섬 세레나의 곁으로 갔다.
손이 덜덜 떨려왔다.
눈동자가 각자 다른 방향으로 굴러가는 기분이었지만, 열심히 청학동 스타일로 머리를 땋아보았다.
거울 속 자신의 정갈한 댕기머리(?)를 본 세레나의 눈동자가 갈 곳을 잃고 흔들렸다.
옆에서 보던 벨라는 아예 사색이 되어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오…… 오늘은 좀 피곤한가 봐, 델리아? 모자를 조금 풍성한 것으로 써야겠는걸?”
세레나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려왔다.
서린의 최선이 쓸모없어지는 순간이었다.
‘어차피 북부라 겨울 모자 쓸 건데 머리를 왜 하는 건데!’
다들 서린을 조금은 꺼리는 분위기로 외출 준비를 마쳤다.
오늘은 날이 좋았다.
그래서 세레나는 조금 설렜다.
공작저를 나가기 전, 에르딘 카이덴을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커다란 키에 단정하게 반 넘긴 검은 머리.
눈만 웃고 있는 에르딘은…… 대박 잘생겼다.
서린은 속으로 생각했다.
'와, 얼굴이 다한다.'
저 얼굴로 무슨 말을 한들 안 듣겠냐?
인성이 썩을 만한 미모였다.
“호수에 가십니까?”
동굴이 말하는 줄 알았다.
목소리가 어찌나 서늘한지 몸에 기묘한 오한이 돋았다.
“예. 오늘 황태자 전하께서 산책을 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날이 많이 추워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스럽군요.”
눈으로는 누구 하나 죽일 듯한 살기를 내뿜으면서 입으로는 가지 말란 개소리를 정성스럽게도 한다.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계셔서…… 가봐야 하지……”
벗어나고 싶다던 기세는 어디로 갔는지.
“그러면, 저도 함께 동행하시죠.”
거절해!
서린은 눈에 불꽃을 붙인 채 세레나를 바라봤다.
단 1초만.
에르딘이 볼까 봐 바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허무하게도 "네." 하고 대답한 세레나는 고개를 숙인 채 에르딘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마차에 올랐다.
서린은 고구마 백 개를 먹은 심정으로 가슴을 퍽퍽 쳤다.
저 마차 안에서 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겠지.
저 고구마 언니가 또 우울하게 나오겠구만.
북부에서는 매서운 찬 바람이 휭휭 부는데 서린 혼자 열이 펄펄 났다.
그 모습을 본 벨라는 왜 그러냐며 거의 울상이 되었다.
벨라에게 괜히 미안해지는 서린이었다.
'벨라야 미안해. 내가 이서린이라 그래.'
드디어 호수에 도착했을 때, 순수하게 자연의 아름다움에 탄성이 나왔다.
설산이 비치는 에메랄드빛 호수는 별빛을 박아 놓은 듯 반짝반짝 부서지고 있었다.
그 배경으로 에르딘이 세레나를 에스코트해 내리고 있었고, 반대편에는 황태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팝콘 각이다.
서린의 도파민이 팡팡 터졌다.
비록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지만 머릿속에서는 이미 삼각관계가 아침 막장 드라마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저기서 세레나가 공작 말고, 그렇지!
황태자한테 가야지!
뭐라고 하면서 갔을까?
에르딘의 조각 같은 미모가 살짝 찌푸려진 것 같은데?
그런데 멀리 설산에서 까만 점 같은 것들이 보였다.
도대체 저게 뭐지?
수백 개의 까만 점은 점점 가까워지며 크기를 키웠고, 마침내 형체를 드러냈다.
“마물이다!!! 전열을 다듬어라!”
드디어 호수에 도착했을 때, 순수하게 자연의 아름다움에 탄성이 나왔다.
설산이 비치는 에메랄드빛 호수는 별빛을 박아 놓은 듯 반짝반짝 부서지고 있었다.
그 배경으로 에르딘이 세레나를 에스코트해 내리고 있었고, 반대편에는 황태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팝콘 각이다.
서린의 도파민이 팡팡 터졌다.
비록 멀리서 바라만 보고 있지만 머릿속에서는 이미 삼각관계가 아침 막장 드라마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저기서 세레나가 공작 말고, 그렇지!
황태자한테 가야지!
뭐라고 하면서 갔을까?
에르딘의 조각 같은 미모가 살짝 찌푸려진 것 같은데?
그런데 멀리 설산에서 까만 점 같은 것들이 보였다.
도대체 저게 뭐지?
수백 개의 까만 점은 점점 가까워지며 크기를 키웠고, 마침내 형체를 드러냈다.
“마물이다!!! 전열을 다듬어라!”
물에서 나온 서린은 축 늘어진 에르딘을 간신히 끌어 뭍으로 올라왔다. 잠시 그를 내려놓고 옷에 물기를 대충 쥐어짜내었다.
그는 다리에서는 피가 많이 흘러 쇼크가 온 듯했다. 절대 리어네이키드 초크 때문은 아닐거다.
'역시 주인공이었어. 저 높이에서 떨어지고도 살다니.'
고맙다.
이번엔 내가 너를 살려줄게.
하지만 서린에게 의식을 잃은 성인 남성을 번쩍 들 힘은 없었다. 생각보다 키 큰 남자는 너무 무거웠다. 결국 양팔을 붙잡고 질질 끌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주인공이면 이렇게 가다 마을 하나쯤 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밤이 될 때까지 마을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작은 동굴 하나를 발견해 겨우 몸을 뉘였다.
현대인인 서린은 불 피우는 법 따윈 몰랐다. 그녀는 돈만 내면 누군가 대신 불을 피워 주는 세상에서 살았다.
뚝.
뚝.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과 으스스한 밤바람에 몸이 덜덜 떨렸다.
'불도 못 피우는데... 이러다 둘 다 저체온증으로 죽겠네.'
입술을 깨문 서린은 어둠에 눈이 익숙해질 즈음 앓고 있는 에르딘의 바지를 벗기려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 순간.
에르딘은 허리에서 느껴지는 낯선 감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뭐 하는 짓이지.”
으르렁거리듯 낮은 목소리였다. 물린 다리는 불에 덴 듯 화끈거렸다.
“치료해야 돼요. 그리고 추워요. 물기 짜야 돼요. 안 볼게요.”
“……죽고 싶은가 보군.”
마지막에는 제 목을 조르던 여자가, 이제는 치료를 해 주겠다며 옷을 벗기려 든다.
믿기지가 않는군.
“깬 김에 잘됐다. 불 피울 줄 알아요? 추워서 죽을 것 같은데.”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여자는 이를 딱딱 떨며 바지를 거의 다 벗겨 갔다.
괘씸한 여자지만, 이대로는 자신도 곤란했다.
에르딘은 결국 순순히 필요한 것을 말했다.
“부싯돌. 풀. 마른 나뭇가지를 구해 오도록.”
“부싯돌... 풀... 나뭇가지... 상의는 알아서 벗어서 짜 입으세요! 하의는 입지 마세요. 상처 봐야 되니까.”
말을 마친 메이드는 스스로를 끌어안은 채 총총 뛰어나갔다.
새까만 동굴 안.
에르딘은 젖은 윗옷을 짜기 위해 상체를 겨우 일으켰다.
고통과 열감 때문에 몸은 생각보다 말을 듣지 않았다.
반면 서린은 어둠에 금세 적응했는지 예상보다 빨리 재료를 모아 돌아왔다.
'옮기다가 옷에 좀 닿아서 젖긴 했는데... 안쪽은 말랐겠지.'
춥다.
머릿속에는 그 생각뿐이었다.
'빨리 돌아가자.'
다다다다.
동굴에 도착한 서린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너무 빨리 돌아온 탓일까.
에르딘이 다 벗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알 수 있었다.
'쟤 왜 다 벗고 있는데…….'
“공작님? 벗고 계세요?”
눈앞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 나를 안으로 데려갔다.수많은 시선이 나를 향했다.그중 한곳에 눈이 멈췄다.메이드...델리아...그곳에 그녀가 있었다.수업이 끝나자마자 그녀를 찾았지만 이미 사라진 뒤였다.나는 지금 여기가 어딘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길을 잃고 정처 없이 헤맸다.이 세상은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시끄럽고, 어지러운 세상.나는 그저 정처 없이 떠돌고 있었을 뿐이었다.어둑어둑해질 즈음 사람이 없는 골목으로 들어섰다.'이건 뭐, 떠돌이 용병만도 못하군.'그때 검은 옷을 차려입은 남자 대여섯 명이 나를 에워쌌다.“너희는 누구지?”“도련님을 싫어하는 사람이 보낸 사람들이죠.”말이 끝나자마자 주먹이 날아왔다.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대인전은 늘 몸풀기처럼 해왔던 운동에 가까웠으니까.숫자에 밀리지 않고 싸우던 중, 골목에서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저기요!!!!!”'델리아.......'아차.잠시 한눈을 판 사이 복부로 날카로운 열감이 밀려왔다.주르륵 밀려 벽에 쿵 부딪힌 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볼일을 마친 사내들은 재빨리 사라졌고, 델리아가 앞으로 달려왔다.“윤시후 씨!!!!!!!”다급히 이름을 외치던 그녀는 별안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에르딘.......?”나는 진심으로 놀라 델리아를 마주했다.너도 나를 알아봤어?나만 알고 있는 게 아니었어?쿨럭.델리아가 발로 칼을 눌러 비틀었다.그래, 맞다.내가 네 가슴을 찔렀지.세레나 앞에서 잔인하게 시체처럼 너를 내던졌지.네가 이럴 만도 해.이해는 하는데....... 용서는 못하지.내 눈이 초점을 잃어갔다.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공작저였다.‘어떻게 된 일이지.’침대에서 일어나 집무실로 발을 옮겼다.그러다 마주친 델리아.고개를 푹 숙인 모습을 보니 죄인 같구나.혹시 그녀도 자신을 죽인 것을 기억하려나?죽은 저 메이드가 살아 있다면, 세레나도 살아 있는 거겠지.시간을 거슬러 올라왔나?나는 한 가지 실험을 해보
세상을 뒤집어서라도 가지고 싶은 여자.세레나에 대한 에르딘의 감상이다.저 해맑음을, 저 순진함을, 저 깨끗한 영혼을 모조리 내 소유로 만들고 싶었다.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진 걸까.분명 호수에 그만한 마물이 나올 수는 없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마물을 유인한 것이 분명했다.세레나를 지키기 위해 전열에 나서 싸웠지만 결국 한 마리, 두 마리 이탈하는 놈이 생겼다.노엘을 마차 앞으로 보냈다. 그럼 다 죽어도 세레나만큼은 지키겠지.그런 계산 아래 에르딘은 홀로 전방을 지키고 있었다.헬바르크의 우두머리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아직 버틸 만했다.우두머리는 확실히 다른 개체보다 빨랐고,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순식간에 다가왔다.'콰직.'다리에 불에 데인 듯한 통증이 일었다.'우두머리급은 다르다 이건가.'그때 웬 메이드 하나가 헬바르크의 머리를 칼로 찍어 눌렀다. 그리고는 바로 에르딘의 뒤에 섰다.소름이 쭈뼛 돋았다.'피를 뒤집어쓴 메이드라…….'메이드는 투박했지만 차근차근 하나씩 잘 처리해 나갔다.어디서 난 메이드지.손에는 찢은 옷을 말아 만든 듯한 천이 둘둘 감겨 있었다.메이드가 지쳐가는지 퇴각하자고 했다.“어디로?”“저기…… 그냥 일단 아무 방향으로 뛰실까요?”“그러지.”마차는 보이지 않고 우두머리도 여기서 죽었으니 최대한 마차에서 먼 곳으로 뛰었다.아마 놈들이 쫓아와도 우리를 쫓겠지.여기까지는 에르딘의 계산이 맞았다.그런데 이 미친 메이드가 감히 절벽에서 밀지를 않나, 이상한 소리를 하며 내 목을 조르고 함께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정신이 아득해져 가는 와중에도 살기가 피어올랐다.내가 깨어나면 저 메이드부터 죽여버리겠다.그렇게 나는 물에 빠지자마자 정신을 잃었다.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바지 위로 누군가의 손이 올라와 있었다.“지금 뭐 하는 짓이지.”많은 여자를 봐왔지만 이건 경우가 아니지 않은가.하지만 치료를 해야 한다며 덤덤하게 옷을 벗기는 메이드를 말릴 수는 없었다. 자신의 몸을 벗겨놓고는 불 피울 준
다음 날 아침.서린은 깨질 듯한 두통에 차디찬 방바닥에서 일어났다.‘어떻게 된 거지.’집에는 무사히 들어오긴 한 것 같은데.서린의 침대 위에는 그림 같은 자세로 에르딘이 자고 있었다.“아, 머리야.”화가 나야 되는데 머리가 아파서 아무 생각이 안 났다.몸도 너무 아팠다.밤새 누가 서린을 때린 것 같았다. 서린이 의심의 눈초리로 에르딘을 흘겨보았다.서린은 침대위로 올라가 몸을 쑤욱 밀어 넣어 에르딘을 떨어뜨리려고했다.“내 침대라고…….”그리고 에르딘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서린이 침대를 포기하고 차디찬 바닥에서 몸을 공벌레처럼 말고 고통에 찬 신음을 냈다.‘머리가 쪼개질 것 같다.’너무 많이 마셔서 필름이 통째로 날아갔다. “나 어제 어떻게 왔지?”그때 불현듯 누군가에게 업힌 서린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설마.죽은 듯 자고 있던 에르딘이 어느 순간 옆으로 누워 서린을 바라보고 있었다.‘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겠지?’아.이불이 에르딘한테 있어서 이불킥도 못 하는 서린이였다.“내가 어제…. 혹시….”“취해서 내가 업고 왔다.”“아악…. 고, 고마워?”“됐다. 술 작작 처먹어라.”이렇게 내 업보를 돌려받는다고?인정하겠다.어제의 서린은 개서린이었겠지…….“라면 먹을 거지?”민망해진 서린이 어색하게 말을 돌렸다.오늘은 어제 산 밥그릇이 있어서 둘 다 그릇에 식사할 수 있었다.문제는 이제 먹을 게 없었다.더 문제는 이제 돈도 없었다.오늘 어떻게 해서든 윤시후가 누군지 찾고 아르바이트도 구해야 하는 빡센 하루가 보였다.어제보다 오늘 좀 더 빠르게 라면을 먹은 에르딘은 가만히 앉아 있었다.“야. 오늘은 네가 치우고 설거지해. 어제 내가 했잖아. 나 머리가 너무 아파.”“어제 내가 너 업고 왔는데?”“야… 그건 그거고 설거지는….”“어제 너 물도 내가 먹여줬는데?”“그래, 그럼 내가 할게.”저 얄미운 공작 자식!지은 죄가 많아서 서린은 열심히 설거지를 하고 상을 치웠다.머
머리를 양손으로 헝클이며 내적으로 비명을 지르는 서린을 보며 에르딘이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어제 씻지도 못하고 잠든 상태라 꿉꿉해서 어디 나갈 수도 없었다.씻자니 에르딘이 방에 있는 게 신경 쓰였다.‘에르딘은 왜 뽀송뽀송한 거지. 나는 절어 있는데?’세상이 급 불공평하게 느껴졌다.잘생긴 놈한테만 더욱더 잘생김을 주는 세상.“에르…… 아니, 시후야. 나 씻고 올 테니까 기다려.”침대에 앉아 있던 에르딘이 고개를 끄덕였다.서린은 최대한 재빠르게 촤아아, 촤아아 씻었다.들고 들어간 옷이 습기에 들러붙어 잘 들어가지 않았다.긴 머리는 말리지도 못하고 수건으로 돌돌 말아 나왔다.‘옷을 입고 나와야 해서 불편하네.’“시후, 너도 대충 씻어. 어제 못 씻었잖아.”“거절하지.”에르딘이 단호하게 거절했다.서린은 당황스러웠지만 별말은 하지 않았다.‘안 꿉꿉한가?’표정이 심상치 않았다.뭔가 이유가 있겠지.이제 생필품도 사야 하고 학교도 가야 했다.“잠깐.”서린이 문득 걸음을 멈췄다.“내 돈으로 다 하는 거야??”지금 두 명의 생활비를 혼자서?망했다.알바도 알아봐야 할 것 같다.에르딘도 내가 나타났을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부자니까 별로 상관없었으려나?서린은 벌써부터 등골이 휘는 것 같았다.“일단 생필품 좀 사러 나가자. 너 물건이 하나도 없으니까! 일단 내가 돈을 꿔줄게.”에르딘의 눈이 가늘어졌다.“내 저택에서는 공짜로 뭘 안 썼나 보군?”은근한 살기에 서린이 움찔했다.“알았어. 사 줄게.”좀팽이 자식.어떻게 알았지?너한테 죽느라 얼마 못 쓰긴 했지만 네 거 쓰긴 했다.밥도 먹고, 잠도 자고.‘내가 상도덕이 있어서 갚는 줄 알아라.’서린은 입을 삐죽이며 신발을 신고 나가려 했다.침대에서 쑥 일어난 에르딘도 교양 있는 몸짓으로 운동화를 신었다.“이걸 교양 없애는 법부터 가르쳐야 하나……. 원룸에서 저러니까 인지부조화 오네.”서린은 에르딘을 데리고 모든 걸 다 판다는 그곳으로 향해 쇼핑을 시작했다.장바구
서린의 몸이 앞뒤로 흔들렸다.게슴츠레 눈을 뜨니 당황한 듯한 에르딘이 보였다.“에르딘! 너!”“이서린. 이곳은 어디지? 날 어디로 데리고 온 것이냐?”심각한 표정으로 서린의 어깨를 붙잡고 묻는 에르딘은 꽤나 혼란스러워 보였다.“잠깐! 멈춰 봐. 여긴 내 집이야. 어제 네가 너무 취해서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왔다구.”그제야 짤랑짤랑 서린을 흔들던 에르딘이 멈췄다.“집이라고? 이 작은 곳은 업무를 보는 곳이냐?”얘가 뭔 소리를 하는 거니.설마 저택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저러는 거?“아니, 여기서 먹고 씻고 자고 다 하는데? 한국은 물가가 비싸.”“설마 너는 여기서도 신분이 하찮은 거냐?”저런, 같은 말을 해도 더 얄미운 놈 같으니.“보통 대학생은 다 이런 데서 산단다. 나도 좀 묻자. 너 왜 안 죽고 내 옆에 돌아다녀?”“……말을 해 줘야 하나?”“나는 묻는 거 다 말해 줬는데?”“…….”에르딘은 침묵했다.그래. 네 속을 다 말해 주면 네가 에르딘 카이덴이 아니지. 다른 사람이지.저 머릿속에 또 생각이 얼마나 팽팽 돌아가고 있을까.서린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고 에르딘을 지나쳐 냉장고 문을 벌컥 열었다.흠칫 놀란 에르딘이 경계하는 낯으로 서린을 쳐다봤다.“아니, 나 물 좀 마시려고…… 너…… 너도 줘?”“됐다. 뭘 탔을 줄 알고.”듣다 보니까 화나네?나는 그 세계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도 않고, 지 술 먹은 거 개고생해서 여기까지 끌고 와 재워 주기까지 했는데.고맙다는 말은 기대도 안 했지만, 아주 태도가 뻔뻔하기 그지없네.서린은 생수 하나를 따서 벌컥벌컥 마신 뒤, 마시던 물병을 그대로 내밀었다.“자. 독 없지? 마셔. 어제 술 많이 먹어서 갈증 날 텐데?”“감히 네가 입에 댔던 것을 누구에게 주는 거지?”에르딘의 끊임없는 으르렁거림에 결국 서린의 뚜껑이 열렸다.‘남의 집에 와서 지금 공작 행세라도 하겠다는 거야, 뭐야.’서린은 성큼성큼 다가가 순간적인 완력과 기술로 에르딘의 머리채를 잡아 내리고 입에 물병을
‘하핫. 재현 선배, 아직 전 말도 못 꺼냈어요.’에르딘의 시선이 서린의 어깨 위에 얹힌 재현의 손에 집요하게 꽂혀 있었다.매운 걸 먹어서 화가 난 눈치였다.“할 말 있다며, 남자 대 여자로.”‘그거 지금 나한테 하는 말이니? 이 수많은 여자들 앞에서?’일부러 그러는 거지?서린은 땀이 또르르 흐르는 것을 느끼며 대답했다.“아니, 야. 남자 대 여자도 친구로 잘 지내 보자는 말이지. 뭘 그렇게 정색하냐. 하하하하하.”에르딘은 말없이 서린을 쳐다보기만 했다.서로가 서로에게 경계의 대상이니 이상하게 볼 만도 했다.“그래. 시후도 왔으니까 다 같이 잘 지내 보자. 내가 계산했으니까 먹고 싶은 만큼 먹어도 돼.”나이스 타이밍, 재현 선배.서린은 조용히 선배를 향해 ‘고마워요.’ 하고 입 모양으로 말했다.에르딘과 둘이 있어야 뭐라도 대화를 할 텐데, 그의 주변으로 사람이 들끓었다.그래. 너 잘생겼다.그 얼굴로 욕을 한들 안 좋아할 여자들이 있겠니?타이밍을 보며 삐죽삐죽 음식을 먹고 있는데, 다들 2차를 가자고 했다.얼떨결에 2차 술집으로 끌려온 서린은 근손실 때문에 안주만 깨작였다.곧이어 재현 선배가 서린의 옆으로 쑥 들어왔다.“서린아, 술 안 마셔서 재미없지?”헤실헤실 웃는 모습이 거대 멍뭉이 같았다.‘좀 취하신 듯하군.’인기 스타라 여기저기서 술을 권한 듯했다.“아니에요. 재밌어요!”“있잖아. 잠깐 바람 좀 쐬러 나갈까?”“앗. 넵!”에르딘은 여전히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서린은 잠시 나갔다 와도 될 듯해 재현 선배와 함께 일어났다.재현 선배는 가게 옆 골목에서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하아. 오늘 좀 취하네. 서린아, 나 줄곧 너한테 할 말 있었는데…….”꿀꺽.무슨 소리를 하시려고.‘네가 토했던 신발 비싼 거야? 고백 공격은 너무했어? 나대지 마?’찔리는 게 너무 많았다.“술 먹고 실수한 걸로 나…… 피하지 마. 친하게 지내고 싶어, 서린아…….”“네?”“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하하.”쑥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