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대문이 열리고, 여름이의 뒤를 따라 단정한 정장 차림의 청년이 거실로 들어섰다. 훈훈한 인상에 선한 눈매를 가진 청년 '한지호'는 거실에 일렬로 서서 압도적인 아우라를 풍기는 네 남자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아버님들. 박여름 양과 진지하게 교제하고 있는 한지호라고 합니다." 시작부터 "아버님들"이라는 단어에 강태의 미간이 일그러졌지만, 태준이 슬그머니 손을 들어 기선제압의 포문을 열었다. "앉게, 한지호 군." 거실 중앙 식탁은 순식간에 국회 청문회장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으로 채워졌다. 여름이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지호의 옆에 앉아 아빠들의 눈치를 살폈다. 1장. 태준의 '백문백답'과 유준의 '팩트 체크' 가장 먼저 나선 것은 거실 중앙에 노트북과 두꺼운 서류 봉투를 펼쳐 둔 태준이었다. "좋다. 긴말할 것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지호 군, 자네의 인생관과 경제적 관념, 그리고 여름이와의 미래 계획에 대해 100가지 질문을 준비했다." 태준의 칼 같은 질문이 폭풍처럼 쏟아졌다. "5년 뒤의 재무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있는가?" "여름이가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할 때 가사 분담 비율은 정확히 몇 대 몇인가?" "만약 여름이와 의견 충돌이 생겼을 때 자네의 자아 존중감과 타협점의 한계선은 어디인가?" 지호는 당황하는 기색 없이 태준의 눈을 직시하며 차분하게 대답해 나갔다. 태준의 송곳 같은 질문에도 완벽하고 논리적인 답변이 돌아오자, 옆에서 스마트폰으로 지호의 SNS, 대학 시절 논문, 심지어 제출했던 과제 파일까지 라이브로 검색하던 유준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형님... 지호 씨 학창 시절 봉사활동 시간이 300시간이 넘습니다. 대학 시절 도서관 대출 목록의 70%가 자기계발 및 인문학 서적이고, SNS에는 술 사진 한 장 없이 오직 열렬한 봉사 활동과 스터디 사진뿐입니다." 유준의 실시간 팩트 체크 보고에 태준이 안경을 고쳐 쓰며 흠흠, 헛기침을 했다. 첫 번째 관문인 지
첫 월급 선물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사회인 2년 차에 접어든 23살의 여름이는 어느덧 회사에서도 제 몫을 다하는 어엿한 커리어 우먼이 되어 있었다. 셰어하우스 거실 벽 기둥에 그려진 키 측정 선은 이제 태준과 이수의 어깨를 한참 넘어서 있었고, 주말이면 아빠들과 약주 한 잔을 기울이며 회사 생활의 희로애락을 나눌 만큼 훌륭한 대화 상대가 되었다. 네 아빠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눈가에 주름이 은은하게 잡히기 시작했지만, 여름이를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언제나 세상에서 가장 그윽하고 따뜻했다. 그러던 어느 가을날 주말 저녁, 평화롭던 셰어하우스 식탁 위로 메가톤급 폭탄이 떨어졌다. "아빠들... 나 오늘 진지하게 할 말이 있어." 이수가 끓여낸 보글보글한 차돌박이 된장찌개를 떠먹던 여름이가 조심스럽게 수저를 내려놓았다. "응? 무슨 일 있니, 여름아? 회사에서 힘들게 하는 사람 있어?" 태준이 즉시 안경을 고쳐 쓰며 노트북을 펼칠 기세를 보였다. "아니, 그게 아니라..." 여름이가 수줍게 볼을 붉히며 머뭇거리더니, 숨을 후 내쉬었다. "나... 진지하게 만나는 사람이 있어. 대학원 다닐 때 알게 된 선배인데, 아빠들한테 인사드리고 싶다고 해서... 이번 주 토요일에 집으로 데려와도 될까?" 탁-. 이수의 손에서 뚝배기 집게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태준은 찻잔을 들던 손을 공중에 그대로 멈췄고, 강태는 씹던 갈비를 통째로 삼킬 뻔하며 쿨럭거렸다. 유준은 들고 있던 스마트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툭 놓쳐버렸다. "만... 만나는 사람...?" 강태가 190cm의 거구를 부르르 떨며 소리쳤다. "남자?! 남자를 이 집으로 데려온다고?! 그놈이 감히 우리 딸을 만난다고?!" "강태야, 정숙해라." 태준이 서둘러 제지하려 했으나, 태준 본인의 목소리도 상당히 떨리고 있었다. "여름이도 23살 성인이다. 이성 교제는 자연스러운... 아니, 그런데 그 녀석 이름이 뭐냐? 직업은? 집안은? 여름이한테 태도가 불손하진 않고
치열했던 대학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여름이는 마침내 원하던 기업에 당당히 합격했다. 학생 신분을 벗어나 진짜 '사회인'으로 거듭나는 대망의 첫 출근 날 아침. 셰어하우스 거실은 새벽부터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여름아! 정장 카라는 바르게 펴졌고? 구두는 어제 내가 굽 상태까지 완벽하게 점검해 뒀다!" 태준이 안경을 고쳐 쓰며 출근용 서류 가방을 여름이의 손에 쥐여 주었다. 식탁 위에는 보기만 해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이수의 특급 사랑 수제 도시락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첫날부터 회사 구내식당 가느라 긴장하지 말고, 점심시간에 이거 열어서 따뜻하게 먹어. 소화 잘되는 단호박 스프랑 부드러운 안심 스테이크 샌드위치야." 이수가 정성스럽게 보온 도시락 가방을 지퍼로 채워주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강태는 현관문 앞에서 거의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서 있었다. "아니, 지하철 2호선 출근길 지옥철인데 우리 연약한 여름이가 어떻게 사람들에 치여서 가냐고! 내가 기사 자격증이라도 따서 태워다 줘야 하는 거 아니야?!" "강태 형, 제발 진정해. 지하철 프리미엄 지정석 패스를 끊어줬으니까 걱정 붙들어 매." 유준이 스마트폰 화면을 슥 보여주며 안심시켰지만, 유준 역시 여름이의 사원증 목걸이를 직접 목에 걸어주며 손을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아빠들, 나 진짜 잘 다녀올게! 회사 근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여름이가 씩씩하게 목례를 하고 현관문을 나서자, 네 남자는 거실 창문에 찰싹 달라붙어 여름이가 탄 버스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그렇게 정신없는 신입사원으로서의 첫 달이 지나고, 마침내 운명의 날이 찾아왔다. 바로 사회인이 되어 처음으로 통장에 찍히는 '첫 월급'의 날이었다. 퇴근 시간, 셰어하우스 거실에는 네 아빠가 긴장한 표정으로 둥글게 모여 앉아 있었다. 여름이가 첫 월급을 타면 감격의 눈물을 흘릴 준비를 하느라, 강태는 아예 거실 한쪽에 대형 티슈 박스를 통째로 가져다 두었다. 띠
어느덧 푸릇푸릇한 신입생이 된 여름이의 대학 캠퍼스는 다가오는 첫 대학 축제(대동제) 준비로 젊음의 열기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동아리 부스마다 화려한 현수막이 내걸렸고, 중앙 잔디밭에서는 연신 신나는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름이가 속한 컴퓨터공학과 부스는 '추억의 달고나 & 수제 꼬치 펍'. 새내기이자 과대표를 맡은 여름이는 아침 일찍부터 청바지 소매를 야무지게 걷어붙인 채 재료 상자를 옮기고 부스 텐트를 치느라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여름아! 아빠들 진짜 오늘 축제 구경 오신대?" 함께 꼬치 재료를 꼬챙이에 꿰던 동기 지훈이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응! 구경 오신다고는 했는데... 부스 운영하는 데 방해 안 되게 그냥 멀찍이서 잠시 얼굴만 보고 가신댔어. 아빠들이 조금 다정하셔서 그렇지, 막 유별나게 행동하시진 않을 거야!" 여름이는 손사래를 치며 웃었지만, 내심 살짝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빠들의 '잠깐 구경'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오는지 지난 10년간 뼈저리게 겪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후 3시, 여름이의 미세한 불안은 완벽하게 현실이 되었다. 캠퍼스 정문 쪽에서 갑자기 소란스러운 환호성과 함께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와, 저 사람들 뭐야? 모델이야? celebrity인가?" "저 차는 또 뭔데 과 부스 쪽으로 들어와?" 학생들의 동요 속에 등장한 것은, 그야말로 완벽하게 무장한 '여름이네 4인방 아빠'였다. 단정한 클래식 트렌치코트 차림에 안경을 고쳐 쓰며 지적인 아우라를 풍기는 태준, 190cm의 훤칠한 피지컬에 형광색 선글라스를 끼고 레더 자켓을 멋들어지게 걸친 강태, 한 손에는 집에서 직접 달여 온 한방 보양차와 세탁된 앞치마를 챙겨 든 다정한 표정의 이수, 그리고 최고급 수제 에이드와 스페셜티 커피 100잔이 실린 럭셔리 푸드트럭을 대동하고 나타난 유준까지! "우리 딸 여름이 과 부스가 어디냐!"
17살의 봄날 타르트 상자를 함께 나누던 기억이 햇살처럼 아련해질 무렵, 시간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흘러갔다. 고등학교 3학년의 치열했던 수능날 아침, 온몸에 핫팩을 붙여주며 눈물을 삼키던 배웅을 지나, 마침내 여름이는 원하는 대학에 당당히 합격했다. 그리고 스무 살의 봄을 앞둔 2월의 어느 날, 셰어하우스 거실에는 커다란 이삿짐 캐리어 세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아빠들... 나 학교 근처 자취방 가계약하고 왔어. 통학하기엔 왕복 세 시간이 넘게 걸리니까... 학기 중에는 학교 앞 원룸에서 지내는 게 맞을 것 같아." 스무 살이 된 여름이의 단정한 독립 선언. 예전 중학생 시절 '방 문을 잠그던 소동'과는 차원이 다른 묵직한 이별의 예감이 셰어하우스 거실을 감쌌다. 이번엔 방문을 잠그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이 집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었다. "원룸... 독립..." 강태가 190cm의 거구를 어정쩡하게 서서 손을 부르르 떨었다. "안 돼, 여름아! 왕복 세 시간이 뭐가 길어! 아빠가 매일 새벽 6시에 차로 등하교 시켜줄게! 기름값? 아빠가 다 낼게!" "강태 형, 그건 애를 괴롭히는 겁니다." 유준이 서둘러 제지했으나, 정작 유준 자신의 손도 떨리고 있었다. "차라리 내가 그 학교 정문 앞에 8층짜리 오피스텔 단지를 하나 사서 통째로 보안요원을 배치하는 게..." "둘 다 그만해라." 태준이 안경을 벗어 눈가를 무겁게 문질렀다. "여름이도 이제 엄연한 스무 살 성인이다. 언제까지 우리 품에 가둬둘 수는 없어. 스스로 삶을 개척해보는 경험은 반드시 필요하다." 태준의 말은 지극히 정론이었지만, 정작 그 말을 하는 태준의 목소리 끝은 미세하게 꺾여 있었다. 이수는 말없이 주방으로 들어가 반찬통 수십 개에 밑반찬을 꾹꾹 눌러 담기 시작했다. 이삿날 당일. 네 남자는 여름이의 조그만 대학가 원룸으로 출동했다. 유준은 좁은 원룸에 최첨단 공기청정기와 지문 인식 도어록, 4K 보안 카메라를 순식간에 세팅했고, 강태는
고등학교 1학년의 첫 봄. 17살이 된 여름이가 주말 아침부터 거실 거울 앞에서 옷을 이리저리 대보며 세 번이나 착장을 바꾸고 있었다. 은은한 분홍빛 가디건에 청바지를 입고, 머리를 예쁘게 땋아 올리는 딸의 모습에 식탁에 앉은 네 남자의 안테나가 일제히 쫑긋 솟아올랐다. "여름아, 오늘 어디 가니? 친구들이랑 약속 있어?" 태준이 커피 잔을 들며 가장 자연스러운 척 물었다. "응! 오늘 영화 보러 가기로 했어!" 여름이가 가방을 메며 환하게 웃었다. "어 어떤 친구들? 지훈이? 아니면 새로 사귄 여학생들?" 강태가 190cm의 상체를 슬그머니 기울였다. 여름이는 순간 볼이 살짝 발그레해지더니 머뭇거리며 답했다. "아… 그냥, 반 남사친인데… 민우라고 있어. 같이 영화 보고 밥 먹기로 했어! 다녀오겠습니다!" 문이 쿵 닫히는 소리와 함께 셰어하우스 거실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남사친.' '단둘이.' '영화.' '밥.' 단어 네 개가 거실 공중에 둥둥 떠다니자, 강태의 손에서 커피 잔이 덜덜 떨렸다. "남… 남사친? 남사친이랑 단둘이 영화를 본다고?! 우리 여름이가 키도 훤칠해지고 예뻐지더니, 감히 어떤 놈이 우리 딸을 밖으로 불러내?!" "강태야, 침착해라." 태준이 서둘러 안경을 밀어 올렸다. "17살 고등학생이다. 이성 친구와의 교류는 자아발달과 사회성 형성에 자연스러운…" 그러나 태준의 손은 이미 주머니 속 차 키를 꽉 쥐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민우라는 학생의 성품과 안전성은 검증될 필요가 있지." "제 드림카에 틴팅을 가장 짙게 해뒀습니다. 뒤를 밟죠." 유준이 선글라스를 꺼내 들었다. "내 특제 매운 닭강정 도시락 챙겼다. 미행 중에 배고프면 안 되니까." 이수마저 트렌치코트를 집어 들었다. 17살 숙녀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한다는 성숙한 아빠로서의 이성은, 딸을 향한 통제 불가능한 질투와 걱정 앞에 완벽하게 패배했다. 약속 장소인 대형 쇼핑몰 영화관. 검은 선글라스와 푹
"거기, TV 장식장 모서리! 1mm의 틈도 없이 완벽하게 붙여! 애 이마 찢어지면 네가 책임질 거야?!"주말 아침, 이태준의 불호령이 셰어하우스를 뒤흔들었다. 한 손에 줄자를 든 태준은 마치 건설 현장 소장처럼 거실을 누비며 위험 요소를 색출하고 있었다.여름이가 '뒤집기'라는 신기술을 장착한 지 불과 3일. 얌전히 바운서에 누워있던 천사는 사라지고, 눈만 떼면 매트 밖으로 굴러가 바닥을 핥거나 테이블 다리에 머리를 들이미는 '직진형 굴삭기'가 탄생했다.결국 태준은 '제2차 베이비 룸 개조 작전'을 선포했다."아니, 형!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4월의 주말 오후.평화로운 연희동 셰어하우스 거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거실 한가운데 깔린 뽀로로 퍼즐 매트 위. 그곳에는 엎드린 채 낑낑거리며 용을 쓰고 있는 생후 7개월 여름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을 네 명의 성인 남자가 숨죽인 채 둥글게 포위하고 있었다.사건의 발단은 10분 전이었다.매트 위에서 모빌을 보며 놀던 여름이가 갑자기 한쪽 다리를 번쩍 들더니, 허리를 활처럼 휘며 몸을 옆으로 틀기 시작한 것이다."어? 어어?! 형들! 이거 봐! 여름이 몸이 반으로 꺾였어!"가장
오전 5시 30분.이태준의 아침은 언제나 완벽한 통제 아래 시작되어야 했다. 알람이 울리기 1분 전에 눈을 뜨고, 세안 후 피부 수분 유지를 위해 정확히 3초 안에 달바(d'Alba) 미스트를 뿌리는 것. 그것이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승률 99% 변호사 이태준의 철칙이었다.하지만 오늘, 그의 완벽한 아침은 알람 시계 대신 고막을 찌르는 앙칼진 사이렌 소리에 무참히 박살 났다.**"으아아아아앙-!!!"**"아악! 내 귀!"태준이 침대에서 튀어 오르며 방문을 열어젖혔다. 거실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밤새 한숨도
강남 로펌에서 연희동 셰어하우스까지 정확히 45분. 이태준(32세, 변호사)은 대문 앞에 서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비에 젖은 그의 손에 들린 각 잡힌 루이비통 서류가방이 평소보다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퇴근길이었다. 매사를 분 단위로 쪼개며 철저한 루틴대로 살아가는 그에게, 입주 한 달 차를 맞은 이 셰어하우스는 그야말로 통제 불능의 무법지대였다."하… 진짜 미치겠네."대문을 열고 들어선 태준의 미간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마당 한가운데에는 비틀즈와 머라이어 캐리의 희귀 빈티지 LP판들이 위태로운 탑처럼 쌓여 있었다. 비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