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아빠! 나 다음 달 학원 모범 연주회에서 듀엣 연주하기로 했다? 피아노 한 대에 둘이 같이 앉아서 치는 거!" 평화로운 저녁 식사 시간, 여름이가 가방에서 악보집을 꺼내며 던진 환한 한마디에 식탁 위에는 찬물을 끼얹은 듯한 정적이 흘렀다. 숟가락을 들고 있던 네 남자의 손이 일제히 공중에서 얼어붙었다. "듀... 엣?" 강태가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거... 혹시 누구랑 치는데? 우리 여름이 혼자 치면 안 되는 거야?" "응! 같은 반 민준이라고 있는데, 키도 크고 피아노 진짜 잘쳐! 둘이 한 의자에 붙어 앉아서 네 손 연주하는 거야!" 여름이가 아무런 사심 없이 베시시 웃으며 자신의 밥그릇에 소시지를 올렸지만, 아빠들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핵폭탄이 터지고 있었다. "한 의자... 붙어 앉아... 네 손..." 강태의 얼굴이 붉어지다 못해 흙빛으로 변했다. "어떤 놈이야, 그 민준이라는 녀석?! 감히 우리 딸내미 옆자리를 차지해?!" 태준이 서둘러 안경을 밀어 올리며 냉정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강태야, 정서적으로 침착해라. 피아노 포핸즈(Four Hands) 연주는 음악 교육학적으로 매우 흔한... 은 무슨, 피아노 의자의 평균 가로 길이는 65cm다. 두 사람이 앉으면 어깨와 팔꿈치가 동선상 10cm 이내로 밀착할 수밖에 없어!" 분석을 마친 태준의 눈빛이 매섭게 번뜩였다. "제가 그 민준이라는 친구 부모님께 연락해서 연주용 그랜드 피아노를 두 대 따로 기증하겠습니다. '투 피아노(Two Pianos)' 연주로 바쑤시죠." 유준이 수표책을 만지작거리며 진지하게 대안을 제시했다. 이수는 조용히 썰고 있던 대파를 칼로 '팍!' 하고 짓이기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오늘부터 연습실 간식은 내가 직접 챙긴다. 아주 마늘 향이 강한 갈릭 파스타와 매운 떡볶이로 준비해서, 감히 둘 사이에 달콤한 기류가 흐르지 못하게 하겠어." 그리하여 이튿날 오후, 피아노 학원 맞은편 카페 2층에는 검은 선글라스와 트렌치코
봄 기운이 만개한 5월의 어느 토요일, 동네 구민회관 소강당은 알록달록한 풍선과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북적이고 있었다. 오늘은 캠핑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찾아온 여름이의 생애 첫 피아노 학원 발표회 날이었다. 대기실 문이 열리고, 은은한 분홍빛 튜튜 드레스에 앙증맞은 화관을 쓴 여름이가 쑥스러운 듯 걸어 나왔다. "아빠들... 나 어때? 조금 어색하지?" 그 순간, 대기실복도는 일순간 거대한 통곡의 장으로 변했다. 190cm 거구의 강태가 손수건으로 얼굴을 감싸 쥔 채 "어떡해, 우리 딸 너무 예뻐! 나중에 시집보낼 때 나 진짜 죽는다!"라며 꺼이꺼이 울음을 터뜨렸다. 태준은 안경을 차마 올리지도 못하고 자꾸만 김이 서리는 렌즈를 연신 닦아내며 입술을 깨물었고, 이수는 손에 든 대형 꽃다발을 꼭 쥔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코를 훌쩍였다. 유준은 8K 초고화질 캠코더를 든 손을 파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카네기 홀이다... 여긴 구민회관이 아니라 카네기 홀이야..." 마침내 무대 조명이 켜지고, 여름이가 수줍게 걸어 나가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고사리 같은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 위에 올려지자, 객석 맨 앞줄을 점령한 네 남자는 숨조차 쉬지 못하고 얼어붙었다. 똠, 똠, 똠, 똠... 여름이가 두 달 동안 피나게 연습한 '작은 별'과 '할아버지의 11일 시계' 연주가 소강당 안에 조용히 울려 퍼졌다. 약간의 박자 실수가 있었지만, 아이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앙증맞은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여 무사히 곡을 마쳤다. 여름이가 연주를 마치고 일어서서 인사하는 순간, 네 남자는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에서 스프링처럼 튀어 올라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질렀다. 객석은 네 아빠의 폭풍 같은 눈물과 박수 소리로 뒤흔들렸다. 하지만 진짜 대소동은 발표회가 모두 끝난 직후에 벌어졌다. 원장 선생님이 "오늘 참가한 어린이들을 위해 학부모님 한 팀의 깜짝 축하 무대가 있겠습니다!"라고 안내하자, 갑자기 정장 차림의 네 남자가 무대 위로 당당하게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4월의 주말, 셰어하우스 마당에는 엄청난 크기의 캠핑 장비 상자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봄을 맞아 "아빠들이랑 숲속에서 밤하늘 별 보면서 자고 싶다!"라는 여름이의 한마디에 네 아빠가 각자의 방식대로 사활을 걸었기 때문이다. "형들, 진짜 캠핑은 자본과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입니다." 유준이 해외에서 특송으로 공수한 초대형 스마트 에어텐트를 리모컨으로 꾹 누르자, 텐트가 스스로 바람을 푹푹 흡입하며 5분 만에 웅장한 '2층 궁전'으로 변신했다. 내부에는 가죽 소파, 위성 인터넷, 휴대용 에스프레소 머신에 빔프로젝터까지 완비되어 있었다. 옆에서 뼛속까지 야생파인 강태가 코웃음을 쳤다. "에이, 저런 게 무슨 캠핑이야! 완전 호텔을 통째로 옮겨왔네. 캠핑은 모름지기 흙바닥에서 땀 흘리고, 부싯돌로 불을 피우는 야생의 맛이지!" 강태는 비장하게 부시크래프트 전용 나이프와 장작을 꺼내 들며 '인간 대 자연'의 서바이벌을 선언했다. 한편, 태준은 안전모와 방충 스프레이, 구급상자를 완벽하게 갖춘 뒤 캠핑장 지도와 비상 연락망을 체크하고 있었고, 이수는 이동식 냉장고 3개에 최고급 한우 토마호크와 특제 수제 소스를 가득 채워 넣고 있었다. 마침내 산속 캠핑장에 도착하자, 두 아빠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아빠, 불은 언제 켜져? 고기 배고파!" 여름이의 말에 강태가 팔뚝 핏줄을 세우며 부싯돌을 팍팍 튀겼다. 하지만 습기를 머금은 장작은 연기만 폴폴 피워 올릴 뿐, 30분이 지나도록 불씨가 살아나지 않았다. 강태의 얼굴은 그을음으로 칠칠하게 범벅이 되어 가고 있었다. "강태 형, 고생하지 말고 이 최첨단 원터치 파이어 토치를 쓰시죠." 유준이 비웃으며 가스 토치를 꺼내 들자, 강태는 "사내 자식이 자존심이 있지!"라며 이빨을 악물고 연신 부싯돌을 그어댔다. 결국 보다 못한 이수가 "애들 배고프다. 비켜라."라며 이수 표 특제 숯불을 3초 만에 지펴내어 강태의 야생 자존심은 가볍게 무
"아빠, 나 다른 친구들처럼 피아노 학원 다니고 싶어!"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나온 여름이의 한마디에 식탁 위가 일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딸의 첫 '예술 교육' 선언에 네 아빠의 머릿속 센서가 일제히 작동하기 시작했다. "피아노? 당장 독일에서 스태인웨이 앤 선즈 그랜드 피아노 하나 주문할게. 거실에 두면 딱이겠네." 유준이 태연하게 수표책을 떠올리자, 태준이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제지했다. "유준아, 과유불급이다. 지금 중요한 건 장비가 아니라 체계적인 커리큘럼이야. 바이엘과 체르니 중 어느 과정을 채택하는지, 연주회 주기는 어떻게 되는지 면밀히 분석해야 해." 태준이 즉시 노트북을 켜고 동네 피아노 학원 리스트와 평가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강태는 가슴을 치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아니, 우리 여름이 가녀린 손가락으로 피아노 치다가 무리 오면 어떡하냐? 그리고 원장 선생님 인성이 제일 중요하지! 애들한테 소리 지르는 사람 아니어야 해!" 이수는 허허 웃으며 야무진 수제 쿠키를 상자에 담았다. "첫 방문인데 빈손으로 갈 순 없지. 원장님이랑 선생님들 드실 간식 챙겨놨으니까 같이 둘러보러 가자." 다음 날 오후, 동네 상가 피아노 학원 밀집 지역에 거대하고 훤칠한 사내 넷이 등장했다. 첫 번째 클래식 전문 학원. 태준은 안경을 번뜩이며 학원 이력서와 방음 시설의 데시벨 측정을 꼼꼼히 확인했고, 강태는 의자가 너무 딱딱해서 여름이 엉덩이가 아프지 않을지 손으로 일일이 눌러보았다. 유준은 "연습실 전 소음 차단 공사와 최신형 에어컨 교체를 지원하겠다"며 자본주의적 제안을 던져 원장 선생님을 하얗게 질리게 만들었다. 결국 여름이가 선택한 곳은 알록달록한 체리 그림이 그려진, 친구들이 깔깔거리며 피아노를 치는 따뜻하고 정겨운 동네 학원이었다. 며칠 뒤, 첫 수업을 마치고 온 여름이가 거실 한가운데 놓인(유준이가 층간소음 방지용으로 몰래 설치한 최고급 디지털 피아노) 의자에 수줍게 앉았다. "아빠들! 나 오늘 배운 거 보여줄
오전 7시 30분,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는 마치 군대의 새벽 비상 소집을 방불케 하는 살벌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터질 듯한 근육 위에 야광 형광 조끼를 꽉 끼게 껴입고, 손에는 경찰용 LED 야광봉을 쥔 강태가 신호등 앞에 우뚝 섰다. 그 뒤로는 스톱워치를 들고 신호 주기를 정밀 측정한 태준과, 도로변 불법 주정차 차량을 일절 허용하지 않겠다며 사비로 초고선명 LED 가변 표지판을 도배한 유준이 배수진을 쳤다. 교문 앞에서는 이수가 추운 아침 등교하는 아이들을 위해 따뜻한 수제 꿀유자차를 보온병에 담아 나눠줄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작전명 '어린이 보호구역 철통 방어'. 오늘 단 한 대의 차도 스쿨존 속도위반을 허용하지 않는다!" 강태가 호루라기를 입에 물고 비장하게 선언했다. 마침내 아이들의 등교가 시작되자 강태의 폭주가 개막했다.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는 순간, 강태는 호루라기를 삐익-! 소리가 나게 불며 항공모함 유도 요원처럼 절도 있고 화려한 손짓으로 차량들을 가로막았다. 190cm 거구의 형광빛 거인이 도로 한가운데를 가로막아서자, 출근길 승용차들은 감히 정지선을 1cm도 넘지 못하고 덜컥 멈춰 섰다. 심지어 정지선을 슬그머니 넘어서려던 배달 오토바이 한 대는, 맹수 같은 눈빛으로 야광봉을 치러 든 강태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횡단보도 10미터 전부터 스키드 마크를 남기며 정지했다. "선생님! 서행입니다, 서행! 스쿨존 제한 속도는 시속 30km입니다!" 강태가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정중하고도 압도적인 경고를 날리자, 운전자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차선을 물러섰다. 그 광경을 보며 친구 지훈이와 함께 걸어오던 여름이는 순간 자리에 얼어붙었다. 도로 한가운데를 지배하는 형광 조끼의 강태, 옆에서 카메라로 불법 주정차를 채증 중인 태준, 커피 차를 대동해 학부모들에게 음료를 돌리는 유준, 아이들에게 "천천히 걸어가라"며 유자차를 쥐여주는 이수까지. "여름아... 너네 아빠들 진짜 무슨 특수
3월의 햇살이 포근하게 내리쬐는 새 학기 첫 주.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여름이가 가방 속에 들어있던 가정통신문 한 장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4학년 학부모 총회 및 학부모회 임원 선출 안내] 통신문을 확인한 순간, 네 남자의 눈동자에 동시에 불꽃이 튀었다. "드디어 때가 왔군." 태준이 안경을 지체 없이 밀어 올렸다. "초등학교 4학년은 아이의 학업 성취도와 교우 관계가 정립되는 가장 중요한 시기다. 학부모 총회 참석은 선택이 아닌 필수지." "무슨 소리! 당연히 내가 가야지!" 강태가 가슴을 팡팡 쳤다. "내가 학교 앞 교통지도 맡아서 우리 여름이랑 동네 아이들 안전을 철통 방어할 거라고!" 유준은 턱을 괴며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형들, 그렇게 세련되지 못하게 싸울 필요 없습니다. 제가 학교 발전기금을 기부하고 교실마다 최고급 공기청정기와 전자칠판을 세팅하면 학부모회장 자리는 자연스럽게..." "너 또 자본주의로 폭주하지 마라." 이수가 조용히 칼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 마음을 얻는 건 정성이 담긴 음식이야. 당일 학부모회 간식은 내가 수제 핑거푸드로 완벽하게 차려낼 테니까." 결국 대망의 학부모 총회 당일, 네 남자는 그 누구도 양보하지 못한 채 '4인 단체 출석'이라는 전무후무한 결정을 내렸다. 교실 문이 열리고, 맞춤 정장을 깔끔하게 입은 태준과 유준, 넓은 어깨를 자랑하는 강태, 그리고 묵직한 포스를 풍기는 이수가 차례로 들어서자 교실 안은 일순간 적막에 싸였다. 학부모 총회에 시원시원한 피지컬의 건장한 남성 넷이 세트로 등장했으니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했다. 임원 선출 시간이 되자, 네 아빠들의 은밀한 존재감 경쟁이 시작되었다. 태준은 특유의 논리정연한 언변으로 학교 교육 과정에 대한 날카로우면서도 다정한 질문을 던져 담임선생님의 감탄을 자아냈고, 유준은 은근슬쩍 학급 학습 자재 지원을 약속해 학부모들의 환호를 받았다. 압권은 '녹색어머니/아버지회' 선출 시간이었다. 강태
"스톱. 다들 멈춰."주말 아침, 거실 한가운데 선 이태준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각자의 일과를 준비하던 세 남자가 걸음을 멈췄다. 태준은 두통이 온다는 듯 관자놀이를 짚으며 집안 곳곳을 가리켰다."어제 우리가 여름이를 당분간 보호하기로 합의했지? 그럼 환경부터 바꿔야 해. 여긴 지금 집이 아니라 신생아용 지뢰밭이라고."태준의 지적은 정확했다.거실 구석에는 서이수가 용접하다 만 날카로운 철제 조형물이 흉기처럼 솟아 있었고, 반대편에는 최강태가 굴려둔 20kg짜리 쇳덩이 덤벨들이 발가락 골절을 유도하듯 널려 있었다. 심지어 막내
"왔다. 등기 우편."외출복 차림의 유준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며 하얀 서류 봉투를 흔들었다. 봉투 겉면에는 붉은색 도장으로 **[유전자 검사 결과서 재중]**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순간, 거실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러그 위에서 여름이와 놀아주며 딸랑이를 흔들던 이수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고, 팔굽혀펴기를 하던 강태는 그대로 바닥에 엎드린 채 숨을 죽였다. 서류가방을 들고 출근하려던 태준은 침을 꼴깍 삼키며 유준에게 다가갔다."이리 줘."태준이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받아 들었다. 이혼 소송에서 승소 판결문
"형… 애 몸이 왜 이렇게 뜨겁지?"퇴근 후 셰어하우스 거실. 하루 종일 체육관에서 육아 전투를 치르고 온 강태가 울상이 된 얼굴로 여름이를 안고 있었다."뭐? 비켜봐."서류가방을 내려놓기 무섭게 태준이 달려와 여름이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불덩이였다. 평소라면 방긋방긋 웃어야 할 아이가 힘없이 축 처져서 끙끙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야, 체온계! 누가 체온계 좀 가져와!""우리 집에 그런 게 어딨어! 강태 형 단백질 보충제 스푼은 있는데!" 이수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쳤다."비켜봐요! 제가 아까 사 왔어요!"막
아침 8시. 폭풍 같았던 '모닝 기저귀 사투'가 끝나고, 거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말끔하게 네이비 수트로 갈아입은 태준이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조여 매며 입을 열었다."자, 현실적인 문제를 얘기해 보자. 다들 오늘 일정 어떻게 되지? 나는 오전 10시에 중요한 이혼 소송 재판이 있어서 무조건 나가봐야 해."태준의 시선이 소파에 늘어져 있는 세 사람을 향했다."나도 오늘은 안 돼!"이수가 물감이 덕지덕지 묻은 앞치마를 벗어 던지며 손을 저었다. "다음 주 갤러리 전시 기획 미팅 있어서 큐레이터 만나야 한다고.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