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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Autor: 강맹아
“누가 널 못 돌아오게 붙잡을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지.”

누구를 두고 하는 말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진혁은 어이가 없어서 그저 웃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결혼 전까지는 이담이 뜻을 존중하겠습니다.”

“그러는 게 좋을 거야.”

권은석은 코웃음을 쳤다.

그러다 잊지 않고 한마디 더 당부했다.

“지금은 진 선생으로 지내고 있지만, 약혼식 때 진유빈으로 나설 건지 하진혁으로 나설 건지는 알아서 잘 정리해 둬.”

진혁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 자리에 선 채 이담과 권은석이 집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다.

...

민아는 주영을 비롯한 동료 세 명과 라운지 바의 룸을 잡아서 회식을 하고 있었다.

안은 떠들썩할 정도로 분위기가 달아올라 있었다.

한 여직원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민아 씨, 심 팀장님이 약혼하신다는 분이 진짜 사촌 오빠예요?”

민아는 잠시 멈칫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집안이 보통 부자가 아니겠네요? 권씨 집안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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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44화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진혁은 이담의 손을 잡고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집안이나 신분이라는 건 결국 기준일 뿐이야.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기준은 아니고.”“권씨 집안 일에 내가 끼어들 수는 없지만, 당사자가 마음을 굳힌 이상 할아버지가 아들 때문에 결국 한발 물러설지, 아니면 끝까지 고집을 부리실지 지켜봐야겠지.”이담은 눈을 가늘게 뜨고 진혁을 바라봤다.“당신은 평소에는 권씨 집안 일도 그렇게 잘 알더니, 이럴 때만 끼어들 수 없대?”진혁이 조용히 웃었다.“나라고 모든 일을 다 알겠어?”잠시 뜸을 들이다 덧붙였다.“당신 일 빼고.”이담이 손을 빼면서 팔짱을 꼈다.“말은 잘해. 그러니까 우리 아빠까지 완전히 넘어갔지.”진혁이 몸을 살짝 숙이면서 가까이 다가왔다.웃음을 참지 못한 얼굴이었다.“그럼 더 노력해야겠네.”...저택 안의 넓은 거실은 지나치게 조용했다.천장의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환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넓은 거실은 어딘가 싸늘하게 느껴졌다.임수영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늘 화면 속에서 당당하게 빛나던 그녀도 권주혁 앞에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당당함을 잃지는 않았다.“이렇게 직접 와주셔서 기쁩니다. 적어도 승관이 어떤 아이인지 직접 보셨으니까요.”권주혁은 손 안에서 호두 두 알을 천천히 굴렸다.시선은 방 안에서 문제집을 풀고 있는 소년에게 향했다.소년은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집중하고 있었고 한 번도 딴짓을 하지 않았다.거실 한쪽 장식장에는 학교에서 받은 각종 상장과 트로피가 가득했다.권주혁은 천천히 시선을 거뒀다.테이블 위에 놓인 채 손도 대지 않은 차를 한번 바라보고 말했다.“아이 하나는 잘 키웠구나.”“회명 씨도 많이 신경을 썼습니다.”“그렇다고 해도.”호두를 굴리던 동작을 멈춘 권주혁이 눈을 들어 임수영을 바라봤다.시선은 날카로웠다.“내가 오늘 여기 온 이유는 그걸 칭찬하려고 온 게 아니야.”“아이가 아무리 훌륭해도 아쉬운 점이 있지.”말이 끝나기도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43화

    방 안의 분위기는 점점 차갑게 굳어갔다.그때 권주혁이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약그릇을 든 집사가 서둘러 들어와서 약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어르신, 약 드실 시간입니다. 이따가 흡입 치료도 하셔야 합니다.”권주혁은 약그릇을 들어 약을 마셨다.집사는 권회명을 돌아봤다.“도련님도 어르신 몸 상태를 잘 아시잖습니까? 굳이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리실 필요가 있겠습니까?”권회명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푹 쉬세요.”그대로 몸을 돌려서 서재를 나갔다.권주혁이 빈 약그릇을 내려놓자 집사가 주변을 정리했다.그러다 조심스럽게 물었다.“어르신, 만약 도련님께서 끝까지 그 모자를 집안에 들이겠다고 하시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회명이는 지금까지 자식들 중에서 가장 내 말을 잘 들었어.”권주혁은 눈을 감은 채 말했다.“이번에 정말 그 모자 때문에 나한테 맞서겠다면 나도... 먼저 손을 쓰는 수밖에.”...남산원.권은석은 집에 돌아온 지 이틀도 되지 않아서 진혁의 요리에 완전히 넘어갔다.예전에는 이름만 들어도 얼굴이 굳어지던 사람이 이제는 드물게 칭찬까지 했다.“아버님 입맛에 맞으시면 앞으로 제가 자주 해드리겠습니다.”“어허, 내가 해달라고 한 건 아니야.”권은석은 맛있게 먹으면서도 태연하게 말했다.“진작에 이렇게 요리를 잘하는 줄 알았으면 기준을 조금은 낮춰줬겠지.”보다 못한 은호가 대화에 끼어들었다.“아버지, 예전에는 그렇게 말씀 안 하셨잖아요.”권은석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사람은 융통성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은호가 바로 받아쳤다.“그냥 얻어먹으니까 마음이 약해지신 거겠죠.”“이 녀석이, 집에서 오래 쉬게 해줬더니 이제 아버지한테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네?”권은석은 일부러 못마땅한 척했다.마침 밖에서 들어오던 이담은 예상외로 화기애애한 세 사람을 보고 멈칫했다.‘진혁 씨가 정말 아버지 옆자리에 앉게 될 줄이야!’“이담아, 왔어?”권은석이 손짓했다.“진혁이 요리 솜씨가 그냥 썩히기 아까울 정도야. 이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42화

    “임수영 씨가 새언니 큰삼촌의 여자였다고요? 아들까지 있고?”연구실에서 실시간 검색어를 확인한 민아의 놀라움은 이담 못지않았다.이담은 큰삼촌에게 여자 연예인과의 사이에서 아들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는 몰랐는데 오늘 처음 알게 된 셈이었다.임수영은 16살에 연예계에 데뷔했다.8년 동안 단역만 전전하다 24살이 되던 해 영화 ‘데이지’로 비로소 이름을 알렸다.하지만 그 작품을 계기로 가장 논란이 많은 여배우 중 한 명이 되기도 했다.영화 속 노출 수위가 상당히 높았고, 이후 각종 선정적인 화보와 기사에 이름이 오르내렸다.남성들 사이에서는 첫사랑으로 불렸지만 여성들에게는 미움을 사게 된 것이다.결국 3년 동안 활동을 중단했다가 다시 복귀했다.복귀 후 다시 톱스타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노출 배우’라는 꼬리표를 비롯한 논란은 여전히 따라다녔다.“새언니, 제 얘기 안 듣고 있죠?”민아가 볼을 잔뜩 부풀렸다.이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어색하게 웃었다.“안 들은 거 아니에요. 나도 오늘 처음 알았으니까 민아 씨랑 똑같이 놀란 거예요.”민아는 책상에 엎드렸다.“큰삼촌이 새언니한테도 말 안 했어요?”이담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내가 큰삼촌이랑 이런 사생활까지 공유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잖아요.”“그렇긴 하네요...”민아는 두 손으로 턱을 받쳤다.“그런데 큰삼촌이 지금까지 그분한테 정식으로 아내 자리를 마련해주지 않은 건, 권씨 집안에서 연예인이라고 싫어해서 그런 거죠?”이담이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런 것까지 알아요?”“그럼요.”민아가 진지하게 말했다.“제가 아는 아저씨 아들도 연예인이랑 만났거든요. 차도 사주고 집도 사주고, 1년에 수십억씩 썼는데 결국 헤어졌어요.”“아버지가 연예계 여자랑 결혼하는 건 절대 안 된다고 했대요. 그런 재벌 2세들 저 많이 봤어요.”이담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권주혁이 임수영을 받아들이지 않는 건 연예계 사람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그녀를 따라다니는 온갖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41화

    맞는 말이었다.민아가 얌전히 집으로 돌아가 다시 이씨 집안 아가씨로 살겠다고만 하면, 원하는 건 뭐든 다 가질 수 있었다.지금처럼 빠듯하게 사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애초에 고생을 잘 견디는 성격도 아니었다.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보름밖에 안 됐는데 벌써 그만두고 싶을 정도였다.그런데도 버티는 건...민아는 찔린 듯 지훈의 시선을 피했다.“저도... 언젠가는 제 힘으로 살아야 하잖아요.”“혼자 살아갈 능력도 없으면서 굳이 밖에서 사서 고생하는 걸 두고 자업자득이라고 해야 할지, 안쓰럽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지훈의 비꼬는 말투는 너무도 담담했다.그 차분함이 민아에게는 오히려 조롱처럼 느껴졌다.자신이 끝까지 버틸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는 것 같았다.정말 자신의 힘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도 믿지 않는 것 같았고.물론 민아 자신도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는 못했다.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나빴다.하필 좋아하는 사람에게 무시당해서 더 견디기 힘들었다.민아는 두 주먹을 꽉 쥐고 지훈을 똑바로 바라봤다.“저 안 불쌍하게 여겨도 돼요! 알아요. 다들 제가 그럴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목소리에는 억울함이 그대로 드러났다.“제가 이씨 집안 딸이라서, 어릴 때부터 식구들이 저를 떠받드는 가운데 자랐으니까요.” “커서도 집에서 정해준 길만 따라가면 평생 아무 걱정 없이 편하게 살 수는 있겠죠.”“하지만 그건 제가 원하는 삶이 아니에요!”민아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저도 아무 생각 없이 남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아니에요. 저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요.” “저를 우습게 보든 마음대로 하세요. 하지만 제가 못 할 거라고 멋대로 단정 짓지는 마세요!”결국 거의 외치듯 말을 쏟아낸 민아는 지훈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돌아서더니 그대로 달려가 버렸다.지훈은 문 앞에 그대로 서 있었다.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다가, 한참 뒤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조금 전 자신의 말이 민아의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40화

    민아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지훈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핑계가 필요하긴 했다.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는데, 이담이 먼저 방법까지 알려준 셈이었다.민아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누르면서 짐짓 생각하는 척했다.“듣고 보니 일리가 있네요. 그럼 나중에 한번 물어볼게요.”몸을 돌려 가려던 민아는 결국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다시 돌아와서 이담의 손을 붙잡고 호들갑을 떨었다.“새언니! 오늘부터 새언니는 제 은인이에요!”말을 마친 뒤에는 신이 나서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떠났다.이담은 멀어지는 민아의 뒷모습을 보면서 조금 놀랐다.그냥 한번 떠봤을 뿐인데 정말 티가 났다.그래도 지훈처럼 괜찮은 남자를 보고 민아가 마음이 가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두 사람 모두 각자 장점이 있었고 성격도 서로 보완되는 편이었다.정말 잘된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권주혁은 본가로 돌아온 뒤에도 따로 사람을 불러서 식사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평소와 다를 것 없이 조용했다.권은석과 권은상은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권회명만 위층에서 내려왔다.권은상이 물었다.“아버지는?”“쉬신대. 가족끼리 따로 밥 먹는 자리도 필요 없다고 하셨어.”“그게...”권은상은 원래 간단하게라도 자리를 마련해서 액운을 털어내려고 했다.하지만 상황이 이러니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그래. 애초에 좋은 일도 아닌데 굳이 자리를 만들 필요는 없겠지.”권은상이 돌아간 뒤 권은석과 권회명은 함께 마당으로 나왔다.권은석이 말했다.“그동안 아버지 일 챙기느라 형도 고생이 많았잖아. 우리 집에 가서 밥이나 먹고 갈래?”그러자 권회명이 웃었다.“오늘은 승관이랑 밥 먹기로 해서 못 갈 것 같아.”권은석이 놀랐다.“승관이 데려왔어?”“며칠만 있다가 갈 거야.”“그래?”권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 삼촌도 며칠 안에 승관이한테 할 선물을 골라야겠네.”그는 두 손을 뒤로 모은 채 먼저 걸어갔다.권회명은 그대로 선 채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39화

    보름 뒤.원래라면 이담과 진혁의 약혼식이 열릴 날이었다.하지만 권주혁의 재판 때문에 약혼식은 뒤로 미뤄졌다.권회명이 꾸린 변호인단은 재판과 항소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했고, 권주남이 생전에 살인 사건에 연루됐다는 증거까지 확보했다.그 결과 원래 징역 6년이던 형량이 3년으로 줄었다.권주혁이 고령인 데다가 조사에 계속 성실하게 협조한 점도 고려되어, 최종적으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법원 앞은 한산했다.권씨 집안에서 재판 관련 소식이 퍼지는 걸 미리 막아둔 덕분에 기자들도 나타나지 않았다.권주혁은 가족들과 함께 차에 올라서 그곳을 떠났다.차 안에서 권주혁이 몇 차례 기침을 하자, 권회명이 준비해둔 생수를 건네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아버지, 주남이 일은 너무 성급하게 처리하셨어요.”생수를 받은 권주혁이 뚜껑을 열고 물을 마셨다.“그 애가 살아 있었으면 권씨 집안은 언젠가 걔 손에 망가졌을 거다.”잠시 뒤 덧붙였다.“그래도 이 일은 네 작은누나랑 은석이한테 너무 자세히 알리지는 마라.”권회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권주혁이 물었다.“집안은 별일 없지?”“네. 별일 없습니다.”권회명이 차분하게 대답했다.“소식도 크게 퍼지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완전히 막지는 못해서 조금씩 새어 나간 얘기는 있습니다.”권주혁이 웃었다.“상관없어. 그 정도 소문은 다른 이슈가 생기면 금방 묻히게 돼. 권씨 집안의 기반만 흔들리지 않으면 그다지 큰일도 아니야.”권주혁은 물병을 팔걸이 컵홀더에 내려놓았다.“집안의 일에 네 작은 매형도 많이 도왔어. 네가 자주 들리면서 인사하도록 해라. 이번에도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까.”권회명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내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다.차창에 비친 얼굴에는 복잡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이담은 오전 내내 실험실에 있었다.원래는 권주혁의 재판에도 참석하려고 했지만 아버지가 말렸다.은호도 가지 못하게 했다.한참 일하다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자, 격리창 밖에서 민아가 손을 흔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2화

    너무 놀라서 잠시 멍하니 있던 마동순이 이담과 눈을 마주쳤다.“애초에 나와 거래할 때 이런 말은 없었잖니. 왜? 후회하는 거니?”맞다. 이담은 후회하는 중이다.이담은 시큰거리는 눈을 내리깔면서 애써 눈물을 참았다.“제가 실망을 안겨드렸어요.”마동순은 깊은 눈동자로 이담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됐어. 이혼하고 싶으면 이혼해. 난 기회를 줬어. 네가 진혁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니, 이제 하씨 가문은 너한테 빚진 거 없다.”순간 처연한 미소를 지은 이담이 갈라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그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1화

    “심 선생, 잘 생각하고 결정한 거야? 정말 강성병원으로 가려고?”병원장 주원식은 심이담의 전근 신청서를 보고는 의아한 듯 물었다.그 순간 이담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면서,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이미 결정했어요.”이미 마음을 굳게 먹은 듯한 이담을 보자, 주원식은 한숨을 푹 내쉬며 결국 전근 신청서에 사인했다.병원장 사무실에서 나오기 무섭게, 이담은 하진혁과 의사 가운을 입은 문초연 모자를 발견하고 걸음을 우뚝 멈췄다.세 사람은 마치 화기애애한 가족 같았다.초연은 어린 남자애의 손을 잡고 진혁과 나란히 걷고 있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8화

    너무나도 갑작스러워 이담은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이윤정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이제 심민철은 이담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지거리를 퍼부었다.“하 서방이랑 이혼하겠다고? 꿈 깨! 어림도 없는 소리!”“하씨 가문 문턱을 아무나 넘을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운 좋게 하씨 가문 며느리가 된 건, 하늘이 준 운이야! 주제를 알아야지!”운?‘하긴, 나한테 운이 있기는 할까?’그저 어릴 때 진혁과 함께 어두운 시기를 이겨냈고, 모든 걸 내 걸고 그를 구해줘서 하씨 가문에서 은혜를 갚은 것뿐이다.이담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눈시울을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7화

    이담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환자의 상태를 체크했다. 환자의 가족은 그녀가 집도의라는 걸 알자마자 너무 감격해 무릎을 꿇으려고 했고, 깜짝 놀란 이담과 의료진은 얼른 가족을 일으켜 세웠다.“뭐 하시는 거예요? 사람을 살리는 건 저희가 응당 해야 할 일이에요.”“선생님이 아니면 제 아들은 진작 죽었을 거예요. 선생님이 제 아들에게 살 희망을 줬어요. 정말 감사해요.”환자의 연로한 어머니는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드디어 살았다는 기쁨의 눈물이었다.의료진은 모두 생사에 이미 익숙한 사람들이라, 죽음의 문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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