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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세 사람 모두 아는 아침

مؤلف: 6jay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9-22 12:24:42

수화기 너머에서 도하가 잠깐 말을 멈췄다.

“메모를 읽었니.”

“읽었어요. 그래서 전화 받았고요.”

“학교에 와서 이야기하자. 지금 어디야?”

이서는 호텔 이름을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가 어디로 찾아가겠다는 말을 하기 전에 자기가 갈 곳부터 정하고 싶었다.

“졸업식에서 뵐게요. 오후에 시간을 따로 주세요.”

“오전 중으로 오라고 했을 텐데.”

“오전에는 제가 답사해야 하잖아요.”

이번 침묵은 조금 길었다. 도하가 알겠다고 답했다. 이서는 그 짧은 대답이 낯설었다. 수업을 들을 때는 마지막에 늘 할 일이 하나 더 붙었다. 페이지를 고치거나 표를 다시 만들거나, 처음부터 읽고 오라는 말이었다.

전화를 끊고 보니 손에 냅킨이 들려 있었다. 모서리가 구겨져 있었다. 이서는 펴서 작은 지퍼 파우치에 넣었다. 커프스링크와 립밤은 서로 다른 칸에 넣었다.

남의 셔츠는 옷걸이에 걸어두었다. 어제 미리 가져온 흰 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었다. 숙박은 오늘 정오까지였지만 짐을 맡기겠다고 프런트에 연락했다. 방을 나온 사람이 자신이라는 기록부터 남기고 싶어서 출입 시각도 적어두었다.

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9시 37분이었다.

민우가 정문에서 꽃다발을 흔들고 있었다. 꽃집 포장지에 붙은 가격표를 떼지 못한 채였다.

“야, 연락 좀 받아. 너 답사 안 하면 내가 나가야 되는 줄 알았잖아.”

“네가 왜 나가.”

“네 원고 내가 인쇄했으니까.”

이서는 웃으려다 입술이 당겨 고개를 숙였다. 민우가 눈치를 보더니 더 캐묻지 않고 학사 가운을 건넸다. 밥은 먹었느냐고만 물었다.

“아직.”

“당연하지. 네가 이 시간까지 먹었을 리가.”

그가 가방에서 작은 빵을 꺼냈다. 이서는 포장지를 뜯고 한 입 먹었다. 밤의 행방보다 빈속을 먼저 아는 사람이 있어서 조금 살 것 같았다.

그때 정문 안쪽에 서 있던 차태헌이 다가왔다.

민우가 빵을 쥔 손을 내렸다. 태헌은 그 손과 이서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꽃다발부터 확인했다.

“그건 누가 줬어.”

“민우요. 졸업하니까요.”

“나도 알아.”

태헌이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꺼냈다. 왼쪽 소매가 이상하게 벌어져 있었다. 이서는 저도 모르게 그쪽을 보았다. 태헌도 시선을 따라갔다.

“내 거 갖고 있네.”

파우치를 보여주지 않았는데도 알아차렸다. 이서는 빵 봉지를 민우에게 돌려주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네 표정이 그렇게 말하잖아. 어제 내가 방까지 데려다줬잖아.”

“그런 식 말고요.”

태헌의 눈빛이 달라졌다. 장난으로 받아칠 얼굴을 하고 왔다가 문을 잘못 연 사람 같았다.

“이따 차에서 얘기해.”

“어제 몇 시에 나갔어요?”

“두 시 좀 넘어서. 왜.”

태헌은 이서가 시간을 적는 것을 보고 덧붙였다.

“숙취 음료랑 갈아입을 옷 챙기러 나갔어. 돌아왔더니 침대가 비어서 집에 간 줄 알았지.”

“제가 없었다고요?”

“말도 없이 도망갔잖아.”

답이 너무 빨랐다. 이서는 외웠다가 그대로 적기로 했다. 바로 더 묻고 싶은데 뒤에서 누군가 이름을 불렀다.

권시현이었다. 평소 입던 회색 카디건 대신 소매를 걷은 푸른 셔츠 차림이었다. 안경은 그대로였고, 입술 한쪽에 작은 상처가 있었다. 이서의 시선이 거기에서 멎었다.

시현이 알아차리고 입가를 엄지로 문질렀다.

“기억나는 게 있어요?”

태헌이 그를 돌아봤다.

“무슨 뜻인데.”

“이서 씨한테 물었습니다.”

민우가 두 남자 사이를 보다가 이서 쪽으로 원고 봉투를 내밀었다. 이서는 곧장 받아 들었다. 지금 이 광장 한가운데서 어느 밤의 어떤 기억을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수석 답사 원고예요. 시현 조교님이 최종본 보내주셨던 거.”

민우의 말에 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헌은 여전히 입가의 상처를 보고 있었다.

이서는 시현에게 물었다.

“립밤, 언제 두고 가셨어요?”

“방에 있던가요?”

“제가 언제라고 물었는데요.”

시현의 미소가 아주 조금 늦어졌다.

“오늘 따로 이야기해요. 지금은 식에 들어가야 하잖아요.”

두 사람 모두 같은 이유로 대답을 미뤘다. 다만 태헌은 자신이 정한 장소로 오라고 했고, 시현은 지금 말할 수 없는 사정을 먼저 내세웠다. 이서는 원고 봉투를 팔 안쪽에 끼웠다.

“좋아요. 대신 오늘 안에요.”

태헌이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시현도 따라 답했다. 둘이 무엇에 동의했는지 서로에게 묻지는 않았다.

그때 정장 차림의 남자가 태헌에게 다가와 봉투 하나를 건넸다. 어제 연회장에서 명찰을 나눠주던 직원이었다. 이서는 가슴에 붙은 이름을 읽었다. 비서실 임성준.

“윤이서 씨도 계셨네요.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남자는 이서에게도 인사했다. 태헌은 봉투를 받자마자 안쪽을 확인했다. 시현이 그 봉투를 바라보는 시간이 조금 길었다.

“제 것도 있나요?”

이서가 묻자 임성준은 회사 안내 자료라고 답했다. 태헌은 넣었던 종이를 다시 꺼내 보여주었다. 월요일 회의 일정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종이를 두고 셋의 얼굴을 읽고 있는 자신이 이서는 낯설었다.

강당 계단 위에 도하가 서 있었다.

짙은 재킷 안에 목이 좁은 니트를 입고, 팔에는 학위 수여용 가운을 걸고 있었다. 삼십대 중반의 젊은 교수지만, 학생들에게는 누구보다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이서를 발견하자 다른 교수에게 짧게 인사하고 내려왔다.

“늦지 않았구나.”

“아직 안 늦었어요.”

“원고는?”

이서가 봉투를 들었다. 도하는 안심한 듯 손을 뻗다가 멈췄다. 태헌과 시현이 뒤에 있는 것을 그제야 본 모양이었다.

세 사람이 인사를 주고받았다. 지나치게 예의 바른 목소리였다. 어젯밤 같은 방에 들렀던 사람들이 맞는지, 서로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도하가 이서의 학사모를 보았다.

“태슬이 반대쪽이다.”

손이 올라오기 전에 이서가 직접 고쳤다. 도하의 손은 허공에 머물렀다가 내려갔다. 그 모습을 시현이 보고 있었다. 태헌은 시현을 보았다.

이서는 세 사람의 얼굴을 차례로 확인했다.

“저 오늘 졸업해요.”

태헌이 눈썹을 들었다.

“누가 모른대.”

“그러니까 식 끝날 때까지는 축하만 해주세요.”

민우가 뒤에서 작게 기침했다. 웃음을 참는 소리 같았다. 시현은 처음으로 제대로 웃었고, 도하는 입을 다물었다. 태헌은 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그제야 내밀었다.

이서는 받았다. 꽃에 잘못은 없었다.

강당 안으로 들어가기 전 시현이 낮게 말했다.

“그 셔츠는 제가 고른 게 아니에요.”

이서가 멈췄다.

아침에 어떤 셔츠를 입고 깼는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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