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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정호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6-02-24 20:38:01

종합병원 중환자실. 인공호흡기를 단 남자,

정호걸을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두 사람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유지하고 있으나,

그 외 다른 신호들이 좋지 않습니다.

의사의 소견으로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상태가 지속되거나….”

의사가 잠시 말을 멈추고 한 여자를 쳐다보았다.

60대로 보이는 여자가 울음을 겨우 참다가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이게 뭔 일이야? 우리 호걸이가 왜?

안돼, 안돼. 우리 애가 이러면 진짜 안 돼.”

정호걸의 어머니, 남현숙 여사였다.

“이 상태가 지속되거나, 아니면, 며칠 못 갈 수도 있습니다.”

의사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마치고는,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 나갔다.

“호걸아.”

남 여사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옆에서 한 남자가 어머니를 위로했다.

“어머니. 우리 호걸이 일어날 겁니다.

태권도 청소년 국가대표까지 한 놈이잖아요.

반드시 일어날 겁니다.”

남자는 비록 이렇게 말했지만,

본인도 절망에 빠진 표정이었다.

그는 외동아들인 정호걸이 친형처럼 따르는 매니저 이명우였다.

변변찮은 경력을 가진 매니저이지만,

정호걸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그에게 모든 걸 걸어왔었다.

그런데, 사고라니, 그것도 뇌사라니.

이명우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마침내 이명우의 눈에서도 눈물이 떨어졌다.

울고 있던 남 여사가 눈물을 닦고는 아들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명우야, 네 말이 맞아. 우리 호걸이 일어날 거야.

저 얼굴 좀 봐. 상처 하나 없잖아.

그리고 너무 편안해 보이지 않아?

건강하다는 증거야. 우리 아들은 일어날 거야.”

남 여사가 아들의 손을 어루만졌다.

그러다가 이성을 잃은 듯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 미친놈아. 네가 왜 스포츠카를 몰고, 지랄이야.

이게 뭔 짓이야. 이 불효자식아.”

이명우가 급히 남 여사를 말렸다.

“어머니, 진정하시고.

자, 심호흡. 정신 차려야 해요.

살아옵니다. 살아올 거예요.”

길고 긴 터널. 칠흑 같은 어둠.

그녀의 환한 미소. 거친 남자들.

다시 어둠. 또 어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눈을 떴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몇 번 껌뻑거려보고는 다시 눈을 떴다.

빛이 새어 들어왔다. 환한 빛이.

내가 죽은 건가?

빛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잠시 후, 천장이 보였다. 분명 천장이었다.

그때, 누군가의 얼굴이 들어왔다.

놀라서 눈에 눈물이 맺히고 입이 벌어진 모습.

“누, 눈을 떴어. 우리 아들이 눈을 떴어.”

여자가 손을 덥석 잡았다.

그때, 또 누군가의 얼굴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남자의 얼굴이었다.

“호걸아. 우아, 호걸아.”

남자가 놀란 건지 기쁜 건지 모를 표정으로

자신을 보다가 뛰어나갔다.

“의사 선생님. 간호사님. 정호걸이 눈을 떴어요.”

김별은 낯선 여자와 낯선 남자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다.

눈은 떴지만, 꼼짝할 수가 없었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말도 나오지 않았다.

잠시 후, 의사와 간호사의 얼굴이 보였다.

의사도 놀란 얼굴이었다.

“진짜네요. 어떻게 이럴 수가? 간호사 수치들 체크해 봐.”

병실이 바쁘게 돌아갔다.

잠시 후, 의사의 말이 들려왔다.

“이건 기적입니다. 모든 게 정상입니다.

다만, 말을 하거나 움직이는 것은 아직 두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의식이 돌아왔다는 겁니다.”

남자의 만세 소리가 들렸다.

뭐야? 내가 살아있는 건가?

김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일단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손가락을 움직여보고 발가락을 움직여보았다. 분명히 움직였다.

가만, 근데, 이 사람들은 누구야?

그러다가 아까 사람들이 자신을 부르는 이름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났다.

나를 뭐라고 불렀지?

“정호걸 환자님. 제 말 들리세요?

들리면 눈을 깜빡거려보세요.”

의사가 마침 환자의 이름을 불렀다.

그래, 정호걸. 이게 어떻게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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