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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하는 사촌누나 #13 - 어장관리

Author: ikkuyot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8 05:36:40

누나와의 카카오톡 채팅창은 늘 불규칙하게 깜빡였다.

메시지가 오는가 싶으면 멈추고, 다시 깜빡이다가 또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뜬금없이 일주일, 열흘, 심지어 보름이 지난 뒤에야 연락이 오는 날도 있었다. 가끔은 간단한 안부만 오가는 날도 있었고, 또 어떤 때는 이틀, 사흘 연속으로 만나기도 했다.

만나면 우리는 서로에게로 무너졌다.

누나의 방에서, 내가 사는 숙소에서, 차를 세워둔 어두운 주차장에서, 그리고 호텔 방 안에서.

누나는 장소를 가리지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모텔만은 싫다고 했다. 꼭 고급 호텔이 아니더라도, 밝은 리셉션이 있고 복도에 카펫이 깔린 그런 숙소를 원했다. 나는 그 고집의 이유를 묻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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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이 그치질 않습니다. 어머님   두 명의 삼천포 미더덕 #7 - 책임질 거 아니잖아?

    안개가 내렸다.​낮 동안 습했던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으면서, 골목이란 골목에 음습한 안개가 자욱이 깔렸다. 가로등 불빛이 젖은 솜뭉치처럼 뭉개진 길을 나는 걷고 있다.​이 길을 걷는 게 처음으로 편하지 않았다. 주머니 속에 남의 물건을 넣고 걷는 기분. 그나마 안개가 짙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내 자신이 우스워 씁쓸하게 주머니 속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열한시가 가까운 시간​깔린 안개 사이로 옅은 불빛이 번졌다. 꺼진 간판. 삼천포 미더덕. 그 아래 작은 불 하나 켜진 가게의 실루엣이 걸음마다 선명해졌다. 유리문 너머, 홀 가운데 앉은 여자의 그림자가 보였다. 나는 문을 두드렸다.​여자가 흠칫 고개를 들었다. 실루엣이 반가운 듯 일어나 다가왔다. 딸깍, 잠금쇠가 돌아가고 문이 열리는데.​조개껍데기 발이 찰그랑, 울었다.​"준호씨~♡"​금자였다.​어깨가 드러나는 검은 니트에 평소에는 안 바르던 색의 립을 발랐고, 갈색으로 구불거리는 머리는 풀어서 한쪽 가슴 앞으로 넘겨져 있었다.​장사할 때의 차림새가 아니었다. 언제부터 준비하고 있었을까.​"어제 일은 잘 됐어?"​

  • 눈이 그치질 않습니다. 어머님   두 명의 삼천포 미더덕 #6 - 이게 누구의 발?

    술에 많이 취한 건 아니었다. 한동안 금자가 영업을 끝낸 뒤에도 만나는 바람에 잠이 부족했던 탓인지, 택시에서 "삼천포 미더덕이요" 해놓고 깜빡 잠들었던 것 같다.​기사도 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던 모양이다. 내비게이션에 뭐라뭐라 몇 번 찍는 것 같더니, 차는 결국 내비가 먼저 가리킨 또 다른 '삼천포 미더덕' 앞에 서 있었다.​홀린 것만 같았다. 다른 동네인데 간판은 이상하리만치 비슷했다. 여섯 글자가 같았고 글씨체만 조금 달랐다. 배경에 색깔도 거의 같았다. 톤은 살짝 다른것 같기도…​"뭐야. 분점이야?"​그날따라 이유 없이 호기심이 동했다.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기대감이 육감을 자극하고 있었다.​문을 밀자 종소리가 났다. 조개껍데기가 아니라 딸랑거리는 종소리.​홀 한가운데 테이블에 여자가 혼자 앉아 있었다. 손님은 없었다. 금자와의 첫날이 오버랩됐다. 딱, 그 구도만.​벽이라는 벽에 폴라로이드 사진과 손글씨 쪽지가 잔뜩 붙어 있는 것도 달랐다. 사진 한 장 없는 벽이 눈에 익숙했던 탓인지 그 소란이 나에게는 낯설었다.​"한 시간 뒤에 문 닫는데요…." 여자가 내 뒤를 슬쩍 살폈다. "아…, 혼자세요?""뭐, 간단하게 한잔만 하고 가겠습니다. 안주 되죠?"​여자가 피식 웃으며 메뉴판을 가지러

  • 눈이 그치질 않습니다. 어머님   두 명의 삼천포 미더덕 #5 - 그만하고 넣어!

    금자는 나보다 거의 열 살이나 많았다. 그런데도 흥분할 때마다 “오빠”라는 말을 썼다. 그게 묘하게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그 한마디가 나올 때마다 그녀의 몸이 한층 더 세게 떨린다는 걸 나는 분명히 느꼈다.​그녀가 아주 흥분할 때에만 “오빠”를 습관처럼 내뱉는 건지, 아니면 그때마다 진짜 기억 속 누군가를 떠올리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그녀도, 나도, 이 관계가 이곳에서만 타오르는 불꽃 같은 이벤트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서로에게 더 적나라하게 몸을 열어 보였다. 어차피 이 불꽃이 지나가면 다시 볼 일이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금자는 내가 입으로 애무해 주는 걸 좋아했다.​“안 된다”“부끄럽다”“하씨… 추접게 거길 왜…”​그렇게 말하면서도 몸을 슬쩍슬략 비틀기만 할 뿐, 내 혀를 내심 기다리는 티가 났다. 물론 나는 그런 여자의 몸을 쫒아가며 빨아대는 게 좋았기에 우리는 잘 맞았다. 나는 내가 빨고 싶은 그녀의 구석구석을 다 빨았고, 그녀는 그걸 즐겼다.​반대로 그녀는 남자에게 입으로 해주는 애무를 즐기지는 않았다.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래서인지 제대로 하는 법을 모르는 것은 당연했다.​금자가 내 바지를 내릴

  • 눈이 그치질 않습니다. 어머님   두 명의 삼천포 미더덕 #4 - 동네가 좁은데

    해안도로에 올라서자 금자는 모자를 벗고 창문을 반 뼘 내렸다.​“답답해 죽는 줄 알았네.”“누가 쓰라고 한 것도 아닌데. 크크”“동네가 좁아서 그렇다. 여기 소문이 얼마나 빠른데…”​평일 두 시의 도로는 비어 있었다. 죽방렴이 창밖으로 천천히 지나갔고, 여자는 그 심심한 바다를 잘도 오래 봤다. 신호에 걸렸을 때, 나는 기어 위에 있던 오른손을 그녀의 무릎으로 옮겼다.​“어허이. 안돼.”​말은 그렇게 하면서 여자는 창밖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치우라는 소리도 없었다. 신호가 바뀌고 내가 손을 거두려 하자, 오히려 여자의 손이 위에 얹혀서 눌러두었다.​“운전할 때는 앞이나 봐라. 엉큼하기는.”“손은? 괜찮고?”“손이 뭐…”​기가 막혀서 웃음이 났다. 나는 그대로 손을 더 위로 올렸다. 무릎을 지나 허벅지 안쪽으로. 원피스 치마 자락이 자연스럽게 밀려 올라갔다. 금자의 손가락이 내 손등을 살짝 움켜쥐었지만, 막지는 않았다.​신호등이 초록으로 바뀌었다. 나는 액셀을 밟으며 손을 더 깊이 넣었다. 치마 밑, 팬티 가장자리가 손가락 끝에 닿았다. 어제 카운터 너머에서 옆으로 밀어젖혔던, 레이스가 달린 그런 팬티였다. 이미 가랑이 쪽이 약간 축축했다.

  • 눈이 그치질 않습니다. 어머님   두 명의 삼천포 미더덕 #3 - 입술 맛

    “김 박사님 실험동에 계세요. 오늘 안들어오십니다.”“점심때도 안오시나요?”“네”​이놈의 연구소는 여직원도 쌀쌀 맞았다. 나가도 할 일은 없었지만 여기서 비참하게 있기는 또 싫었다. 팀장에게는 대충 둘러댈 셈이다. 어차피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애시당초 없었다.​사우나에 들렀다가 숙소에 들어갔다. 팀장의 카톡은 저녁에 왔다.​[팀장님. 요지부동입니다.]​[박진우 팀장] 여기도 소장이 말은 해본다고 하는데 기대해보자. 오늘 못가고 내일 보자.​그리고 열한 시 반, 나는 어제의 그 골목에 다시 서 있었다.​불 꺼진 간판, 꺼지지 않은 불 하나. 어제와 같은 밝기로 홀의 절반만 살아 있었다.​문은 어제처럼 잠겨 있었고, 나는 문을 미는 대신에 ‘똑똑똑’하고 문을 두드렸다.​금자는 그 작은 소리에 휴대폰에서 고개를 돌려 문쪽으로 와서는 잠금을 풀었다. 조개껍데기 발이 찰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나를 가게 안으로 이끌었다.​​​“오늘은 안주거리를 좀 챙겨놨어요.”​​

  • 눈이 그치질 않습니다. 어머님   두 명의 삼천포 미더덕 #2 - 열 한 시

    무궁화모텔 302호의 벽지는 꽃무늬였다. 그게 꽃무늬라는 걸 알아보는 데까지 한참이 걸렸다. 누워서 아무리 봐도 꽃이라 부를 만한 모양이 눈에 들어오지 않다가, 얼룩과 때를 피해 살아남은 구석에서야 꽃잎 윤곽이 희미하게 드러났다.​눅눅한 이불에서는 지난 장마 냄새가 났다. 옆방 텔레비전 소리가 벽을 반쯤 통과해서 넘어왔다. 웃음소리만 들리고 무슨 말인지는 안 들리는 게 꼭 지금 내 처지 같았다.​씻고 나와서 휴대폰을 열었다.​[박진우 팀장] 나는 내일 일찍 나가야되니까, 자네는 연구소 한번 더 갔다와서 보고. 뭐라도 해봐.​뭐라도, 라는 말이 제일 무섭다. 뭐라도 되는 게 없다는 뜻이니까.​나는 천장의 꽃무늬를 보며 낮의 연구소를 되감았다. 서류를 몇 부씩 쌓아놓고 사는 박사의 얼굴. 순서를 어떻게 바꿉니까, 하던 억양 없는 목소리.​찍어누르면 더 FM대로 갈 놈이라더니, 골프는 왜 치러 간다는 건지. 그 골프가 통할 것 같았으면 애초에 우리가 여기까지 내려올 일도 없었다.​되감을수록 결론은 하나였다. 이건 내가, 아니 우리가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닐지도 몰랐다.​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액정 위쪽의 숫자를 봤다.​23:31.​몇 시까지 하느냐고 물었을 때, 여자는 열한 시,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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