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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작가: 네입클로버
강지연은 온하준과 이하나가 잠깐의 어색함을 넘긴 뒤, 새로운 호칭에 금방 익숙해져 협력사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봤다.

‘둘이 참 잘 어울리네...’

그녀는 조용히 사진 한 장을 찍고 등을 돌렸다. 가슴속 깊이 박혀 있던 그 바늘이 다시 찌르듯 올라왔다.

잘게 쪼개진 날카로운 통증이 순식간에 가슴팍으로 번졌고 코끝마저 얼얼했다.

“강지연!”

백화점을 거의 벗어나려던 찰나 누군가가 그녀를 불렀다.

뒤돌아보니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 선 사람이 두 손을 흔들었다.

선생님이었다. 예전에 다니던 무용학원의 선생님 조민서.

“선생님!”

그녀는 놀라움에 눈이 환해졌다.

조민서는 재빨리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와 다가오더니 그녀의 양손을 꼭 잡았다. 표정도 환했다.

“멀리서도 네 얼굴은 딱 보이더라. 불러 보길 잘했네! 요즘 어떠니? 벌써 5년이네.”

강지연은 살짝 숙연해졌다.

5년이 흘렀고, 자신은 이렇게 망가졌다. 무슨 낯으로 선생님을 뵐 수 있을까.

“바쁘니? 안 바쁘면 우리 자리 잡고 티타임 할까?”

조민서가 그녀의 손을 이끌었다.

바쁘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자괴감에 스스로를 더 닫아 버리고 무용계 사람들과는 거리를 뒀을 것이다. 하지만 휴대폰 속 춤 앨범을 연 순간 그녀의 어두운 하늘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빛이 스며들기를 갑자기 갈망하게 되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선생님.”

말끝에 이유 없이 눈가가 촉촉해졌다.

둘은 1층 중앙의 영국식 티 살롱으로 들어갔다.

“선생님, 동창들은 다 어떻게 지내요?”

그녀는 너무 오래 자신의 세계에서 이탈해 있었다. 모든 동창 단톡방도 다 나와 버렸었다.

조민서가 그녀를 민감하게 살폈다.

“정말 알고 싶니?”

조민서는 그녀의 사정을 알고 있었다.

원래는 대학교에 쉽게 진학할 인재였지만 갑자기 포기했고, 나중에는 해성까지 직접 찾아와 위로해 주기도 했다.

그녀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민서는 조용히 이야기를 풀었다.

5년이면 사람 인생을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동창 중 몇은 가무단에 들어가 수석 무용수가 되었고, 몇은 유학을 떠나 박사 과정을 마쳤다. 또 몇은 학교에 남아 새싹들을 길러내고 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궤도에서 한 걸음 더 멀리 나아갔다.

오직 그녀만...

하지만 오늘부터는 그녀도 달라질 것이다.

더 이상 춤출 수 없더라도 다른 영역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을 것이다.

“선생님, 저... 저도 이제 새로운 걸 해보려고요.”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순간만큼은 선생님의 기대가 부끄럽기도 했다.

“좋지.”

조민서의 미소는 예전 그대로였다.

강지연은 조민서의 귀에 바짝 다가가 유학 계획을 속삭였다.

“잘 됐다! 그럴 줄 알았어! 내 제자 중에 나약한 애는 없다니까!”

조민서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감탄했다.

“때마침 해외 투어가 하나 있어. 같이 가서 분위기도 느끼고 해외 생활도 미리 익혀 봐!”

“그런데 저는...”

그녀의 다리가 버틸까? 이제 무대는 꿈도 못 꿨다. 걷는 속도조차 남들보다 느리고 대학교도 이론 전공으로 넣었다.

“못 할 게 뭐가 있어! 그때 사고만 없었으면 원래 청년 무용단에 들어갔을 애야. 이번에는 스태프로 따라가. 무대 운영! 진행! 분장!”

조민서의 어조는 단호했다. 그녀를 ‘절뚝이는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강지연은 참지 못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런 시선이 좋았다.

춤을 못 춘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춤을 못 춘다고 해서 쓸모없는 사람도 아니었다.

막 그 말을 마쳤을 때, 조민서의 휴대폰이 울렸다. 문자였다.

“우리 남편인데, 같이 와서 차 한잔해도 괜찮겠니?”

조민서가 그녀의 의견을 물었다.

“당연하죠.”

그녀가 웃었다.

사실 조금은 두려웠다.

5년을 틀어박혀 지내다 보니 낯선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어색해졌다.

그래도 첫걸음을 떼어야 한다, 맞지 않나?

“그럼 오라고 할게.”

조민서가 답장을 보냈다.

하지만 상상도 못 한 일이 벌어졌다.

조민서의 남편이, 하필이면 온하준의 새 협력 파트너... 조금 전 그녀가 본 바로 그 사람이었다.

“남편이 해성에 일 보러 왔다가, 나는 겸사겸사 놀러 왔지. 여기서 너를 다 만나다니 이게 인연이지 뭐...”

조민서가 남편을 소개하는 사이 강지연은 온하준과 이하나, 그리고 조민서의 남편이 함께 티 테이블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마침내 셋이 코앞까지 왔다.

강지연은 앉은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온하준과 이하나의 얼굴이 붉어졌다가 하얘지고 다시 붉어지는 변화가 그대로 보였다.

“자자, 앉으세요. 이쪽은 내 아내 조민서 무용 선생님이에요.”

조민서의 남편이 소개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분이 내가 이번에 일 보러 온 파트너, 온하준 씨. 그리고 이분은 아내분.”

‘아내’라는 두 글자가 떨어지는 순간 온하준의 손이 살짝 떨렸다. 이하나 역시 안절부절못하며 눈만 굴렸다.

둘 다 강지연만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강지연은 그들을 보며 담담히 미소 지었다.

조민서가 다시 소개했다.

“이쪽은 우리 남편 오정훈.”

그리고 강지연을 가리켰다.

“이 친구는 내 제자야. 당시 도화배를 가장 유력하게 노리던 아이였지.”

‘도화배’라는 말을 듣자 온하준의 눈빛이 완전히 가라앉았다.

시선이 아래로 미끄러지더니 마치 그녀의 다리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강지연은 그 눈을 놓치지 않았다. 그 순간 그의 눈에는 고통이 가득했다.

그렇겠지. 그때 그녀의 다리가 다치지만 않았다면, 온하준은 그녀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그의 곁에 있는 저 사람은 당당하게 ‘아내’로 앉아 있었을 것이다.

강지연이 옅게 웃었다.

“선생님, 사실 저는...”

“아!”

이하나의 날카로운 비명이 정확한 타이밍에 날아들어 그녀의 말을 끊었다.

강지연은 입을 다물었다.

이하나는 뜨거운 차를 흘렸다. 손이며 옷에 차가 흥건했다.

“죄... 죄송해요, 너무 실례였죠.”

이하나는 허겁지겁 냅킨으로 물기를 닦았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조민서는 상황을 몰랐지만 서둘러 냅킨을 더 건넸다.

한 잔의 차가 그녀의 진실을 향한 말을 막아섰다. 하지만 강지연이 계속 말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과연 막을 수 있을까?

맞은편 온하준이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다. 작게 고개를 저으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말하지 마, 말하지 마.”

하, 어차피 정면으로 밝힐 생각은 없었다.

그저 반쪽만 던져 보고, 두 사람이 얼마나 허둥대나 구경해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 오후의 차 한 잔은 누군가에게는 의자에 바늘이 꽂힌 듯했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평온했다.

강지연이 찻잔을 드는 순간, 조민서가 그녀의 손을 보고 물었다.

“지연아, 너 결혼반지 꼈구나? 남편은 누구야?”

마치 청천벽력 같은 한마디였다.

맞은편의 온하준과 이하나의 낯빛이 동시에 무너졌다.

강지연은 찻잔을 받치고 있는 온하준의 손을 힐끗 봤다.

입가에 비웃음이 스쳤다. 그는 반지를 낀 적이 없다.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반지를 빼 버렸고, 이후 어디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네, 저 결혼한 지 5년 됐어요.”

그녀는 담담히 말했다.

“제 남편 성은 온 씨예요.”

“그렇게 우연일 수가? 성이 같네요?”

온하준이 재빨리 말을 받았다.

뜻은 분명했다.

‘더는 말하지 마.’

“네, 성도 같고 일도 비슷해요. 다만 온 대표님만큼 큰 사업가는 아니죠.”

강지연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찻잔 너머로 그가 안도의 숨을 쉬는 것이 분명히 보였다.

“정말 우연이네요. 다음에는 그분도 모셔서 함께 차 한잔합시다.”

조민서의 제자이기에 오정훈은 더욱 공손하게 초대를 건넸다.

온하준의 표정이 또다시 변했다.

강지연은 속으로 정말 웃긴다고 생각했다.

결혼한 지 5년 동안 그의 표정 변화를 다 합쳐도 오늘 오후만 못했다.

분위기상, 온하준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말을 몇 마디 더 섞더니 볼일이 있다며 일어날 핑계를 댔다.

그러면서도 강지연을 여기 혼자 두기가 불안한지, 괜히 헛소리라도 할까 봐 눈짓으로 재촉했다.

‘너도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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