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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Penulis: 叶叉叉
적어도 지금은 추씨가 이대로 죽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

추씨가 죽으면 두 아이를 바꿔치기한 죄는 영원히 증거도 없이 묻히게 될 것이다.

설충의 눈에 번뜩이던 살기가 조금 누그러들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바닥에 주저앉은 추 이랑을 바라보며 말했다.

“비록 두 아이가 너를 살려달라 사정했지만, 네 죄는 가벼울 수 없다. 곤장 서른 대에서 열 대로 줄여주마.”

그는 그 말만을 남기고는 콧방귀를 뀌며 밖으로 성큼성큼 나갔다.

열 대라는 말에 추 이랑은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적어도 목숨만은 부지한 것이다.

고개를 돌려 설은비를 바라본 그녀의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애틋함이 가득했다.

그러나 옆에 있는 설은영에게로 시선을 돌리자마자 표독스럽게 변했다.

설은비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친근함에 불편함을 느끼며 미간을 찌푸렸다.

“오라버니, 이쪽은 설 집사가 지키고 있을 테니 저희는 이만 돌아가죠.”

오늘은 강씨 부인이 입궁한 날이라 자리에 없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 상황에서 설은비는 절대 먼저 입을 열지 않았을 것이다.

설민준은 묵묵히 동생과 함께 자리를 떴다.

설은영은 측은한 눈길로 추 이랑이 곤장을 맞으며 비명을 지르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모든 것이 끝난 후, 그녀는 분개한 추 이랑의 눈빛을 마주하고도 애틋한 눈길로 어멈에게 어머니를 잘 부탁한다 당부까지 하고는 자리를 떴다.

망서관에 발을 들이자마자 취아가 다가왔다.

그녀는 설은영의 목에 잔뜩 남은 뻘건 자국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아씨, 이게 다 무슨 일인가요?”

그녀는 황급히 연고를 가져와 조심스레 그녀의 목에 발라주었다.

“뭐 알아낸 거라도 있어?”

설은영이 덤덤히 물었다.

“아씨의 예상대로 그 어멈은 아직 경성에 있어요. 5년 전에 다시 돌아왔더라고요. 아씨가 지시하신 대로 사실만 확인하고는 바로 돌아왔어요.”

“그 사람은 지금도 산파로 일하고 있더군요. 아들과 며느리는 남쪽 성문 근처에 작은 찻집을 운영하고 있고요. 손자도 있는데 남성의 학당에서 글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취아는 설은영의 목에 부드럽게 약을 발라준 후, 가서 손을 씻었다.

“아씨, 이제 어쩌실 생각인가요?”

추 이랑이 악의를 품고 적녀인 아씨를 바꿔치기하고도 그동안 아씨에게 온갖 악담을 퍼부은 걸 생각하면 취아와 진주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특히나 운이 좋아 적녀가 된 설은비가 그동안 떵떵거리며 살아온 것을 생각하면 설은영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기다려야지.”

설은영은 물 한 모금 들이키고는 덤덤히 말했다.

잔을 내려놓은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들을 바라보았다.

사지가 절단되어 인간돼지로 살던 시간속에 그녀는 얼마나 죽음이라는 해방을 바라왔는지 모른다.

취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뭘 기다리신다는 건가요?”

더 기다리다가 그녀는 진국공부로 시집가게 될 것이다.

보기에 출세한 것 같지만, 그렇게 좋은 자리를 적녀인 설은비가 마다했을 리 없었다.

약간의 이익만 있었어도 절대 이 혼사는 설은영에게 차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설은영은 목안이 타는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취아의 어깨를 조용히 다독이고는 물러가라는 눈짓을 했다.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부인 강씨의 반응이었다.

청람원.

강씨는 오후가 되어 궁에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어멈으로부터 오늘 있었던 일을 보고받을 수 있었다.

“부인, 청하원 그분이 나으리께 훈계를 받았습니다.”

임씨 어멈은 강씨를 어릴 때부터 보필해 온 사람으로, 오늘은 저택에 남아 집안일을 처리하고 있었기에 오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다.

강씨는 의외라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곤장 열 대를 맞았지요. 그 사람은 둘째 아씨를 목 졸라 죽이려 하였습니다.”

임씨 어멈이 말했다.

강 부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 여자가 정녕 미친 겐가?”

망서관 아이가 죽는다면 설씨 가문은 큰 화를 면치 못할 것이다.

“오늘 조회 때 나으리께서는 폐하께 그 아이를 진국공부에 보내겠다고 아뢰었네.”

그런데 일이 정해지자마자 신부가 죽는다면… 그 결과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어멈, 좀 이상하지 않은가?”

강씨는 어제부터 잠이 오지 않았다. 뭔가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는데 그게 뭔지 감을 잠을 수 없었다.

임씨 어멈은 강씨를 부축해 자리에 앉히고는 찻잔에 차를 따랐다.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강씨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계속 말해 보게.”

임씨 어멈은 오늘 청하원에서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자세히 이야기했다.

추 이랑이 처벌을 받은 건 강씨로서는 기분 좋은 일이었다.

다만 곤장 서른 대에서 열 대로 준 이유가 딸이 사정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불만이 일었다.

뭔가를 말하고 싶은데 차마 입밖으로 낼 수가 없었다.

“부인, 큰 아씨는 부인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선하고 자비로운 사람으로 성장하셨습니다. 이는 기뻐해야 할 일이지요.”

“아씨는 아직 세상물정을 몰라서 복잡한 생존 법칙은 이해할 수 없으니, 부인을 곤란하게 하는 일을 가끔 하게 될 수도 있지요. 모녀지간의 정을 생각해서라도 꾸중하지 마시고 천천히 가르치셔야 합니다.”

임씨 어멈은 추 이랑이 부인 강씨의 눈엣가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큰 아씨가 어머니의 마음도 모르고 그런 사람을 나서서 구해주었으니 강씨가 서운해할만도 했다.

강씨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곧 혼인을 하게 될 텐데 아직도 집안 돌아가는 일을 모르면 나중에 크게 데일 텐데 말이야.”

한편, 진국공부.

폐하의 교지를 본 가면의 사내는 평온한 모습으로 의자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가 가타부타 말이 없으니 교지를 전하러 온 내관도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사내가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신, 폐하의 명을 감사히 받들겠나이다.”

내관은 마침내 안심하고 미소를 지었다.

“장군의 뜻이 그러하다면 소인은 바로 궁으로 돌아가 폐하께 그 뜻을 전하겠사옵니다.”

사내는 말이 없었고 그의 곁에 있던 호위가 앞으로 나섰다.

“정 내관, 제가 바깥까지 모시겠습니다.”

정 내관은 웃음을 지으며 호위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진국공부는 황제가 과거 연씨 가문에 하사한 호화저택으로 지리적 위치나 차지하는 면적이 굉장했다.

다만 지금 가문에는 다리가 불구가 되고 얼굴도 망가져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연준만 혼자 남았다. 수많은 황가의 자식들이 이 저택을 욕심내고 있었지만 감히 욕심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황제가 굳이 나서서 정혼을 해준 것도 결국은 연씨 가문을 위로하기 위함이었다.

교지를 어루만지는 사내의 손끝이 약간씩 떨리고 있었다.

“공자님, 가서 좀 알아볼까요?”

한 중년 사내가 조용히 다가와 사내에게 물었다.

연준은 혼인을 원치 않았지만, 그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은 황제가 굳이 이런 식으로라도 그에게 보상을 해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예전에는 수많은 여인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기피의 대상이었다.

아마 마음이 있는 여인이 있다고 해도 집안에서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이대로 연준이 죽는다면 연씨 가문은 더 이상 대를 이을 사람이 없게 되는 것이다.

사내의 시선이 교지에 쓰여진 이름에 닿았다.

“자세히 알아보거라.”

“예, 공자.”

명을 받은 중년 사내가 자리를 떴다.

사내는 고개를 들고 먹구름이 몰려오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 밤엔 폭풍우가 있을 모양이었다.

‘드디어 단잠을 잘 수 있겠군.’

“서재로 가자.”

소리를 들은 시종이 다가와 그의 의자를 밀고 서재로 향했다.

그는 혼인할 마음이 없지만 시집온 사람을 괴롭힐 정도로 악취미를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어차피 황명이니 거절해도 소용없었다.

상대가 사고만 치지 않고 본분을 지킨다면 진국공부의 권세가 그녀의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 공허하지만 화려한 저택은 그녀 평생의 무덤이 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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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쓸 운명   제30화

    깊은 밤, 설은영은 정자에 앉아 밤바람을 쐬고 있었다.그녀의 앞에는 화로가 타고 있고 그 위에 올려진 단지에서는 감미로운 향기가 퍼져 나왔다.그녀는 느긋하니 의자에 기댄 채, 술잔을 들며 호수 속 물고기들을 감상했다.“아씨, 곧 있게 될 성인식에서 아씨를 위한 격식이 그분보다 높을 것 같습니다.”취아가 술안주를 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어쩌면 그때 아씨의 신분을 사람들에게 밝히려고 그러는지도 몰라요.”설은영은 말없이 술잔을 입가로 가져갔다. 취기가 오른 그녀의 뺨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취아는 그녀가 답이 없자 계속해서 말했다.“그분이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네요.”오후가 되어 청람원에서는 수많은 물건들을 보내왔다. 텅텅 비었던 망서관은 하루사이에 화려하게 바뀌었다.바람이 불어와 주변의 수풀이 흔들리며 스산한 소리가 났다.“그분의 성인식은 곧 치러질 것이고 혼수는 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하네요. 처소에서 누군가 벌을 받았다는 말도 있고요.”취아는 꿀물을 타서 설은영의 앞으로 건넸다.“밤바람이 차니 술은 적당히 마시는 게 좋겠어요, 아씨.”설은영이 이렇게 술을 마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취아는 차마 마시지 말라고 말릴 수 없었다.오전에 그런 일이 있었으니 속이 많이 불편할 것이다. 마음 착한 아씨는 주변 시종들에게 진심으로 잘해주었고 한 번도 그들에게 매를 들거나 욕을 한 적이 없었다.그러니 술로 마음을 달래는 것은 그녀가 유일하게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설은영은 취아가 건넨 꿀물잔을 밀어놓고는 초점 없는 눈길로 어딘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어떻게 하면 강씨 부인에게 아침 문안을 가지 않을지 생각하고 있었다.예전에는 안 가도 절대 신경을 안 쓸 테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취아는 계속해서 저택에서 벌어진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지만 정작 설은영은 조용히 있고 싶었다.“여긴 내일 치우고 너는 먼저 들어가서 쉬렴.”취아는 뭐라고 하려다가 그녀의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다음 날, 아침.“아침은 먹었니?”강

  • 다시 쓸 운명   제29화

    그녀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언니만 원한다면 저는 바꿔줄 의향이 있어요.”그녀는 이번 생의 설은비가 절대 연준을 선택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이 도박에서 승리한다면 그녀는 진국공부의 힘을 빌려 최진겸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었다.만약 도박에서 진다면 그대로 혼례를 치르고 신혼밤에 그와 함께 자결하는 게 그녀의 계획이었다.설은비는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그녀는 기대에 찬 추 이랑의 표정을 무시하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그런 말은 하지 말거라. 너와 진국공은 폐하께서 정해주신 혼약이야. 신부가 바뀌었다는 것이 들통난다면 우리 가문은 멸문에 처할지도 모르지.”전생에 연준의 잔혹함을 몸소 체험한 그녀가 다시 그 선택을 할 리 없었다.혼인이 아니라 연준의 이름만 들어도 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추 이랑의 희망의 불씨는 그렇게 꺼졌다.설은영은 사람들을 등지고 문밖으로 향했다.“이제 진실이 밝혀졌고 먼저 태어난 것은 나이니, 더 이상 날 동생으로 대하지 말아 줬으면 해.”설은비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언니라고 부르기 싫다면 앞으로 서로 이름을 불러도 좋아.”말을 마친 그녀는 당당하게 밖으로 나갔다.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진주가 다가와 그녀를 부축하여 자리를 떴다.진주는 설은영의 표정을 보고 안의 상황의 어땠을지 대략 짐작이 갔다.그녀는 몰래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어리석은 사람들, 아씨가 빨리 시집을 가시는 게 더 나을 수 있겠어.’타인의 냉대와 가족의 무관심 중에 어느 쪽이 더 아플지는 말할 필요가 없었다.그렇다면 차라리 빨리 진국공부로 시집을 가는 게 나았다.한편, 강씨는 한참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그녀는 친딸을 측은하게 생각하는 자신이 왜 조금 전에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곱게 키운 설은비가 설은영의 앞에서 무릎을 꿇는 순간,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았다.“설민준!”자리에서 일어선 강씨는 성난 얼굴로 설민준

  • 다시 쓸 운명   제28화

    설은영은 싸늘한 눈빛으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전생에 겪었던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은 그녀의 공감 능력을 소실되게 만들었다.그리고 강씨 부인에게서는 기대했던 애틋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다만 추 이랑이 자신을 속였다는 굴욕감만 있을 뿐이었다.만약 지금 강씨 부인에게 선택지를 준다면 그녀를 비롯한 모든 이는 설은비를 택할 것이다.추 이랑의 죽음을 선고하면서도 양녀를 포기한다는 말을 절대 하지 않은 강씨 부인이었다.15년을 쌓아온 모녀의 정이 한순간에 무너질 리가 없었다.설민준은 이 순간에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울고 있는 설은비를 보는 것도 힘들었다.아버지인 설 시랑은 이 시국에 나서기 적절하지 않았다.하지만…“은영아, 넌 따로 하고 싶은 말 없니?”그는 설은영에게 물었다.사람들의 시선이 모조리 설은영에게로 향했다.추 이랑은 아무 말없이 애원의 눈빛을 그녀에게 보냈고 설은비는 그녀의 앞으로 달려와서 무릎을 꿇었다.강씨가 주먹을 불끈 쥐는 것을 보고 설은영은 다시 한번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난 아픔을 못 느끼는 사람이 되었을 텐데….’그녀의 감정은 오래전에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마비 상태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제발 추 이랑 좀 살려줘.”“비록…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지만 그래도 지난 15년간 네 어머니였잖아.”“내가 그동안 너에게 속했던 것을 빼앗은 걸 인정할게. 하지만 너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 난 한 번도 널 괴롭힌 적이 없어. 비록 자매의 정은 옅을지라도, 적어도 원한을 진 적은….”“은영아, 제발.”그녀는 설은영의 손을 꽉 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설은영은 고개를 들고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음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설충과 불쾌한 얼굴의 설민준, 그리고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안쓰러움을 숨기고 있는 강씨 부인,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추 이랑.결국 그녀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설은영은 놀란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손을 휘휘 저었다.

  • 다시 쓸 운명   제27화

    그녀는 분노한 눈길로 두 남매를 바라보며 비웃듯 말했다.“남매지간에 사이가 참으로 좋구나.”설민준은 싸늘해진 어머니의 눈빛에 당황했다.그는 자신이 뭘 잘못해서 어머니가 이런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강씨 부인이 냉랭하게 말했다.“그동안 은영이가 이 집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너희가 잘 알겠지. 우리야 아이가 바뀐 걸 몰라서 그랬다지만, 추 이랑은!”그녀는 손가락으로 무릎을 꿇고 있는 추 이랑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이 모든 일의 범인인 저 여자의 행동은 어찌 설명할 거지? 내 딸을 바꿔치기하고 온갖 악랄한 말로 목욕하고 박대를 하였다.”강씨는 추 이랑의 앞으로 다가가 강제로 턱을 들어 올렸다.“넌 아주 의기양양했겠지. 속으로 얼마나 비웃었을까. 모든 걸 지배하는 느낌이었겠지.”강씨는 추 이랑을 내친 후에 바깥을 바라보았다.나무가 우거지고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내가 친히 널 벌하지는 않을 것이다.”강씨는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녀는 추 이랑의 눈빛에 스친 환희의 감정을 보고는 피식 냉소를 지었다.“네가 가야 할 곳은 경조부 감옥일 테지.”추 이랑은 경악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설충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눈물을 쏟으며 가련하게 고개를 저었다.“나으리, 제가 그때는 정신이 나갔었나 봅니다. 일부러 악의를 품고 그런 건 아니었어요. 제발 저를 내치지 말아주십시오, 나으리….”조금 전까지 어떤 벌이든 혼자 짊어지겠다던 여인이 울며 불며 애원하고 있으니, 강씨는 상실감이 들었다.이렇게 어리석은 여인에게 15년을 속았다니.“애원해도 소용없어.”상석으로 돌아간 강씨는 설은영의 손을 잡고 무언의 위로를 건넸다.딸을 위해서라도 그녀는 만족스러운 답을 내놓아야 했다.“폐하께서 내 딸과 진국공의 혼사를 정해주셨다. 내 딸은 앞으로 진국공 부인이 될 사람이지.”“경조부윤의 엄 대인의 조부는 폐하의 스승이고 폐하께서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지. 엄 대인은 이 일을 엄폐할 수 없을 거라고

  • 다시 쓸 운명   제26화

    설민준은 애써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그가 기억하는 설은영은 나약하고 겁이 많으며 생기가 없는 모습이었다.용모에 대해 거의 기억에 남은 게 없었다.저택의 하인들마저 투명인간 취급을 했으니 제대로 그 아이를 눈여겨본 사람이 없는 게 정상이었다.설씨 가문에서 그녀를 신경 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단 한명이라도 그녀에게 관심을 주었다면 시종들이 그런 태도로 그녀를 대하진 않았을 것이다.설은영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에게 예를 행했다.“오라버니를 뵙습니다.”예를 행하는 그녀의 자태는 완벽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완벽한 모습이 설민준에게는 너무 낯설고 심지어 눈에 거슬리기까지 했다.“남매끼리 그리 격실 차릴 필요 없다.”어머니와 똑같은 얼굴을 한 존재가 자신에게 예를 행하니 불편한 마음도 들었다.설은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그 순간 설민준은 이런 동생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남매 사이의 분위기가 점점 화기애애해지자, 설은비는 조바심이 났다.강씨는 이미 설은영에게 마음이 기울었고 아버지는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만약 오라버니인 설민준마저 설은영에게 기운다면 모든 게 끝날 것 같았다.“오라버니….”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설민준의 옷깃을 잡아당겼다.“그래, 은비야.”그는 설은비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강씨에게 말했다.“어머니, 은비는 무고하니 이 무거운 책임을 은비에게 떠넘기는 건 불합리합니다.”추 이랑은 그 말을 듣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기대를 가득 품고 설충을 바라보며 말했다.“나으리, 부인, 이 모든 건 제 잘못이고 큰 아씨는 무고합니다. 벌하실 거면 저만 벌하여 주십시오.”쾅!강씨가 찻잔을 힘껏 탁자에 내려놓았다.설은영을 제외하고 모두가 화들짝 놀라며 강씨를 바라보았다.“벌이라 하였느냐?”강씨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게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무고하다는 말로 내 15년의 굴욕을 씻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녀는 독기 어린 눈빛으로 추 이랑을 노려보았다

  • 다시 쓸 운명   제25화

    너무도 닮아 있는 두 얼굴을 보고 설은비는 인정하기 싫어도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추 이랑이 그녀의 생모라는 사실, 그리고 그녀가 그동안 누려왔던 모든 것이 사실은 설은영의 것이었다는 사실이 그녀를 괴롭게 했다.강씨는 담담한 눈길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그들이 원치 않아도 바뀌는 건 없었다.추 이랑과 설은비는 너무도 닮아 있었다.강씨 부인은 곁눈질로 설충을 힐끗 보았다.그가 알고 있었든, 모르고 있었든 강씨 부인은 이미 그에게 원망이 생겨 버렸다.첩실을 향한 그의 편애가 추 이랑으로 하여금 이렇게 교활한 마음을 품게 만든 것이다.가장 무고한 피해자는 결국 그녀의 딸 설은영이었다.부인 강씨는 진국공과의 혼사가 떠올랐다.이틀 전까지 이 혼사가 못마땅했던 그녀였다.서녀가 자신의 딸보다 더 높은 집안에 시집간다는 이유에서였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사람과 사람간의 정도 정이지만 가문의 이익이 무엇보다 중요했다.“앞으로 내 개인 예산에서 나가는 부분은 모두 망서관으로 보내게.”강씨는 추 이랑과 설은비의 경악한 표정을 무시한 채, 임씨 어멈에게 말했다.그녀는 경악한 추 이랑과 설은비의 표정을 무시하고 온화한 눈빛으로 설은영을 바라봤다.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이 얼굴을 봐서라도 강씨는 이 아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처소를 바꾸는 게 좋지 않겠니?”설은영은 생각지도 못한 강씨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 모습을 본 강씨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망서관은 내가 있는 청람원과 거리가 좀 멀어서….”설은영은 감격 어린 눈길로 강씨를 바라보며 말했다.“감사해요, 어머니. 다만 저는 곧 혼인을 하게 될 테니….”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명확했다.이사하는 것도 시간과 정력을 소비하는 일이고 거처를 옮긴다고 해도 며칠 있지도 못할 테니 괜찮다는 뜻이었다.그 말을 들은 강씨는 고개를 돌려 추 이랑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빛에는 무한한 증오와 원한이 담겨 있었다.그동안 딸을 학대한 추 이랑에 대한 분노였다.적절한 때에 설민준이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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