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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유화
강씨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자초지종을 딸에게 설명해 주었다.

설은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머니, 추 이랑도 결국엔 저를 위해서 그랬을 거잖아요. 은영이도 무사한데 녹봉 삭감에 금족은 너무 과하지 않나요?”

설은비는 무심결에 한 말이지만 강 부인은 어쩐지 그 말이 귀에 거슬렸다.

겉보기에는 그녀의 딸을 위해서 한 짓이라지만 추 이랑의 목적은 무엇일까?

진국공이 아무리 폐인이 되었다 할지라도 그 작위는 그대로 있었다.

설은영이 국공부인이 된다면 설가의 안주인인 그녀일지라도 서녀인 그녀에게 예를 갖추어야 했다.

그때가 되면 추 이랑의 지위는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

분명히 추씨에게는 백해무익한 일인데 왜 친딸을 죽음으로 내몰려고까지 했을까?

아무리 그녀가 설 시랑이나 안주인의 환심을 사고 싶어서 그랬다고 해도, 친딸이 죽으면 추 이랑은 평생 기댈 곳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럴 이유가 전혀 없는데….’

“추 이랑이 평소에 네게 잘해주더냐?”

강씨는 담담한 어투로 물었다.

화려한 옷감에 정신이 팔린 설은비는 아무런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동안 제가 입던 옷들 모두 추 이랑이 직접 지은 거예요. 바느질을 어찌나 정교하게 잘 하시는지, 촉감도 너무 부드럽고 좋더라고요. 역시 할머니의 심복다워요.”

그녀는 옷감 하나를 집어들며 환하게 웃었다.

“어머니, 이 색상이 제게 어울릴까요?”

전생에는 낙수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

약간의 편차가 있긴 했지만 설은비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추 이랑은 원래부터 그녀를 예뻐했던 사람이니, 자신보다 더 나은 집안에 시집가는 설은영에게 불평 좀 했다고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설은비는 오랜 기간 지속된 추 이랑의 관심과 애정을 아부로 착각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녀는 설가의 적장녀이니 이런 사랑과 관심은 당연한 거라 생각한 것이다.

설은영이 추 이랑의 딸이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한낱 이랑이 적녀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고작 몇 마디 꾸중 좀 들었다고 자결을 택한 건 설은영이 나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일로 추 이랑은 금족에 처해졌으니 이게 불효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부인 강씨는 처음부터 추 이랑이 싫었다.

부군이 첩실을 자신보다 총애하는데 좋아할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친딸마저 그 첩실을 치하하고 안쓰럽게 생각하니 강씨는 기괴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거지?’

그날 새벽, 설은영은 갑자기 눈을 뜨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사지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아직도 생생했다.

“괜찮아… 이제 괜찮아….”

그녀는 몸을 웅크리고 두 팔로 몸을 감쌌다.

그리고 이제 회귀했으니 더 이상의 고통은 없을 거라고, 지금 느껴지는 이 고통은 모두 환각이라고 스스로 되뇌었다.

그렇게 날이 어슴푸레 밝을 때쯤에야 그녀는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망서관의 둘째 아씨는 저택에서 존재감이 없는 투명 인간이었다.

핍박이나 학대는 없지만, 모두가 철저히 그녀를 무시했다.

가문의 시종들은 설은비에게 아부하고 그녀를 칭송했지만 서출인 둘째 아씨에게는 철저한 무시로 응했다.

집안살림을 맡은 강씨는 굳이 서녀를 핍박하진 않았다.

서녀라고 하더라도 설가의 딸이고 정략결혼을 할 수 있는 자원이었다.

유일한 구별점이라면 부인 강씨는 자신의 혼수로 딸의 지출을 보태주었다.

설은영의 생모는 노부인 신변의 시녀였기에 가지고 있는 재산이 없었다.

설은영은 곧 있으면 진국공부에 시집을 가야 하는 몸이었다.

허나 그곳은 아무런 기대도 가질 수 없는 곳이었다.

설은영이 늦게 일어나 문안 인사에 늦었지만 부인 강씨는 달리 추궁하지 않았다.

어제 물에 빠지는 사고도 있었고 부인 강씨는 굳이 서녀의 문안 인사로 위엄을 수립할 필요도 없었다.

“아씨, 이곳엔 뭐 하러 오신 겁니까?”

설은영을 따라온 진주가 청하원 앞에서 물었다. 이곳은 추 이랑의 처소였다.

비록 설 시랑이 금족령을 내리긴 했으나, 다른 사람들의 출입을 막지는 않은 상태였다.

설은영은 조용히 눈앞의 처소를 바라보았다.

“취아는 아직 안 돌아왔어?”

어젯밤 잠들기 전, 그녀는 취아에게 무언가를 부탁했다.

그런데 대낮이 되도록 안 돌아온 것을 보면 무슨 문제가 생긴 게 분명했다.

진주와 취아는 모두 설은영의 시녀로, 전생에 그녀와 함께 최씨 가문으로 가서 평생 충성으로 그녀를 보필한 사람들이었다.

최진겸이 승상이 되고 설은영의 혹형이 시작되던 날, 두 시녀는 그녀를 구하려다 최씨 가문의 호위들에게 맞아 죽었다.

진주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직이요. 하지만 취아는 똑똑한 사람이니 아씨의 일을 망치진 않을 거예요. 그러니 안심하세요, 아씨.”

이에 대해 설은영은 당연히 안심이었다. 단지 취아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걱정하는 것뿐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대문 앞으로 다가갔다.

“너는 문밖에서 잠시만 기다리렴.”

진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예, 아씨.”

청하원.

어제 금족에 처해진 후로 추 이랑은 초조함과 분노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정원의 시종들은 겁에 질려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추 이랑은 첩실이지만 사람을 괴롭히는 수단은 매우 잔인하고 흉폭했다.

설은영을 보자 평소에 그녀를 싫어하고 무시하던 시종들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피어났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녀가 와서 추 이랑의 화풀이 대상이 자신들이 아닌 그녀에게 돌아갈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설은영은 시종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진주는 아무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문앞을 지켰다.

“날 비웃으러 온 거냐?”

추 이랑은 설은영을 보자 밤새 느꼈던 굴욕감이 떠올라 표정이 일그러졌다.

“자식 키워 소용없다더니, 네가 천한 시종이랑 짜고 내게 이런 짓을 할 줄이야. 이럴 줄 알았더라면 네가 태어난 그 순간에 목 졸라 죽였을 텐데.”

그녀는 광기에 일그러진 얼굴로 눈앞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설은영은 조용히 방 안을 둘러보았다. 추 이랑 신변의 심복 어멈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설은영은 추씨를 바라보며 담담히 입을 열었다.

“천한 종이라… 당신에게 어울리는 호칭이군요.”

그 말을 들은 추 이랑의 심복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 말은 추 이랑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 추 이랑은 벌떡 일어나더니 손을 번쩍 들었다.

설은영은 피하지도, 그렇다고 반격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추 이랑을 바라보았다.

결국 추 이랑은 그녀에게 손찌검을 하지 않았다.

설은영은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예 머리가 텅 빈 분은 아닌가 보네요.”

귀뺨 한 대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추 이랑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전혀 이득 될 게 없고 오히려 함정일지도 모르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대체 원하는 게 뭐지?”

추이랑은 분노에 찬 눈길로 설은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평생 짓밟고 무시했던 존재가 대놓고 도발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이 상황에 화가 났다.

설은영이 죽는다면 진국공부에 시집 갈 사람은 자신의 딸이 될 것이다.

비록 그곳에 가면 무한한 영광을 누리게 될 테지만 불구가 된 폐인을 부군으로 모셔야 하니,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설은영은 웃으며 다가가서 추 이랑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이랑, 당신은 그분과 점점 닮아가는군요.”

추 이랑의 동공이 순간 요동치기 시작했다.

곧이어 방 안에서 처참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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