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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유화
설은영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진주가 서둘러 안으로 들어왔다.

추씨가 험악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설은영의 목을 옥죄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마에 핏대가 선 것을 보니 온힘을 다해 조르고 있는 듯했다.

진주가 설은영을 구하고자 달려왔지만, 추씨를 모시는 어멈이 그녀의 앞을 막았다.

진주는 주저하지 않고 뒤돌아서 밖으로 내달렸다.

그 모습을 본 어멈은 다급히 돌아와 추 이랑을 설은영에게서 떼어냈다.

힘없이 바닥에 쓰러진 설은영을 보고 추 이랑은 마침내 정신을 차렸다. 곧 재앙이 닥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왜 못 참았지? 이년 뭔가 알아낸 건가? 이년을 살려둘 수 없어. 절대 안 돼!’

거기까지 생각한 추 이랑은 황급히 어멈을 밀쳐내고 다시 설은영에게 달려들었다.

이 모든 건 설은영의 계획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하고 있었다.

목안이 타들어가는 듯한 통증이 몰려오며 시야가 흐릿해졌다.

그러나 흩어지는 의식 사이로 다급한 발소리를 들었을 때,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 어머니의 딸은 저잖아요. 그런데 언니를 위해서 저를 죽음으로 내몰려고 하시네요.”

분노에 이성을 잃은 추 이랑은 밖에서 다가오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설은영의 가녀린 목을 꽉 잡았다.

그러고는 이를 갈며 표독스럽게 말했다.

“천박한 년, 너 따위가 내 딸이 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니? 태어나자마자 바로 목 졸라 죽여 버렸어야 했는데. 네가 큰 아씨의 앞길을 가로막지 못하도록!”

추 이랑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

하얗게 질려가는 설은영의 얼굴을 보자 두려우면서도 알 수 없는 통쾌함이 몰려왔다.

설은영은 점점 부인 강씨를 닮아가고 있었다.

설은영은 정말 죽을 것 같아서 추 이랑을 밀쳤다.

“당신은… 내… 생모가 아니야… 당신은… 오직 언니만을… 사랑하니까….”

설은영이 거의 기절하기 직전에 설충이 사람들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왔다.

광경을 목격한 그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악독한 여자 같으니라고!”

그는 다리를 들어 힘껏 추 이랑을 걷어찼다.

“악!”

추 이랑은 비명을 지르며 탁자 밑으로 쓰러졌다.

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그저 황당하다는 생각뿐이었다.

설은비마저도 이건 예상을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생의 추 이랑이 이렇게 광기가 넘치는 사람이었던가?

설은영의 목에 남은 뻘건 자국을 보면 추 이랑은 분명 진심이었다.

설충의 분노에 어멈은 겁에 질려 온몸을 떨더니 그대로 주저앉았다.

“짐승도 제 새끼는 안 잡아먹는데, 너는 내 첩실로서 감히 내 핏줄을 죽이려 들었구나. 네 뒤에 어머니가 계신다고 해서 내가 널 차마 못 죽일 것 같으냐!”

고개를 돌려 바로 서 있지도 못하는 딸을 보니 말이 곱게 나올 수가 없었다.

“금족에 처해진 사람을 왜 굳이 만난다고 여기까지 왔느냐?”

“쿨럭… 하….”

설은영은 거세게 기침을 하며 놀란 눈으로 설충을 바라보았다.

옆에 있던 진주가 다급히 해명했다.

“나으리, 아씨께서는 이랑이 금족에 처한 게 결국 자신 때문이다며… 불안하다 하셨어요….”

말을 끝맺지 못했지만 사람들은 모두 그 의미를 알아들었다.

“그런데 이게 다 무슨 일이야!”

만약 그들이 제때에 오지 않았더라면 설씨 가문은 처참한 운명을 맞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설충은 적녀가 진국공부로 시집가는 걸 바라지 않았다. 안방에서만 생활하는 여인들의 정보력은 한계가 있지만, 조정의 대신들은 진국공부의 상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있었다.

지금의 진국공부는 호랑이 소굴에 비유해도 전혀 과하지 않았다.

높으신 분들이 조금만 의향을 보였어도 이 혼사는 절대 설 시랑 같은 3품 관료의 집안에 내려질 리 없었다.

일품, 2품, 왕부처럼 권세가 드높은 가문은 경성에 적어도 열 집은 넘었다.

조금이라도 이득 될 것이 있었다면 설가에 돌아올 이유가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황제가 혼사를 정해주신 것은 아무 여인이나 연씨 가문에 보내 제물이 되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바쳐진 제물은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살아남는다 하여도 아무 이득도 보지 못한 채, 연준의 화풀이 상대로 살아갈 가능성이 컸다.

아무리 서녀가 적녀에 비할 수 없다지만, 그래도 집안이 정성 들여 키워낸 자원인데 허무하게 쓰일 수는 없었다.

설은영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고통을 견디며 쉰 목소리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아버지, 이랑께서는 제가 진국공부에 시집을 간다면 언니의 빛을 가릴까 걱정하셨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쏠리자, 설은비는 한심한 눈길로 추 이랑을 바라보았다.

“난 이미 정혼자가 있으니 진국공부로 시집갈 수 없는 몸인데 추 이랑은 왜 그런 쓸데없는 일을 하셨나요?”

설충은 앞으로 다가가 상을 엎었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추 이랑을 잡아 일으키며 악에 받쳐 말했다.

“어리석고 악랄하구나.”

그는 그대로 추 이랑을 대청으로 끌고가 방 밖으로 던져버렸다.

“여봐라, 당장 곤장 서른 대를 쳐라!”

기절한 척하며 설충의 연민을 기다리고 있던 추 이랑은 그 말을 듣고 눈을 번쩍 떴다.

그녀는 엉금엉금 기어 설충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옷깃을 잡고 흔들었다.

“이러지 마세요, 나으리. 제가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봐주세요….”

곤장 서른 대를 맞는다면 그녀는 죽을지도 모른다.

“일개 서녀인 저 아이가 어찌 큰 아씨보다 더 높은 지위에 오를 수가 있겠어요. 은영이 저 아이는 사람들 안 보이는 곳에서 늘 큰 아씨께 불경을 저질렀죠. 저는 저 아이가 혹여 좋은 집안으로 시집간 후에 큰 아씨에게 불리한 짓이라도….”

추 이랑을 바라보는 설은비의 눈빛이 미묘해졌다.

‘아무리 첩실이라도 이 정도로 본분을 지킬 수가 있나?’

그녀의 어머니 강씨는 아버지가 추 이랑을 편애하면서 많은 서러움을 겪었다.

줄곧 침묵만 지키던 한 청년이 입을 열었다. 그는 강씨의 아들이자, 설씨 가문의 유일한 아들인 설민준이었다.

“추 이랑, 은영이와 진국공의 혼사는 황명입니다. 은영이가 당신 손에 죽으면 우리 설씨 가문 전체가 황명을 무시한 죄로 처벌을 받게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운이 좋으면 아버지는 관직을 빼앗기고 유배의 길을 떠날 것이고 운이 나쁘면 황명을 거스른 죄로 구족을 멸할지도 모릅니다.”

흐느끼던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추 이랑은 고개를 들고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설충을 바라봤다.

머릿속으로 정리를 해보니 엄청난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녀는 평소 집안 내에서 심통도 부리고 잔사고도 많이 쳤지만, 설충은 그녀의 미모를 봐서 가볍게 넘어갔다. 하지만 그의 앞길과 가문을 위협하는 큰 사고라면, 그녀는 죽음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곤장 서른 대는 이미 많이 봐준 것이었다.

만약 여기서 더 애원하고 사정한다면 정말 죽게 될지도 모른다.

추 이랑이 끌려가기 직전, 설은비는 설은영의 곁으로 다가가서 물었다.

“넌 어떻게 생각하니?”

어쨌거나 둘은 모녀지간이었다.

“곤장 서른 대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목소리는 작았지만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설은영은 눈물이 그렁그렁하여 설은비를 바라보며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설민준도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추 이랑은 설충이 진심으로 애지중지하는 애첩이었다.

곤장 서른대는 결국 홧김에 한 말이었고 말을 뱉자마자 그는 후회했다.

하지만 하인들 앞에서 했던 말을 번복할 수는 없으니 설은영이 눈치 있게 움직여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아버지….”

설은영은 앞으로 다가가 원한과 증오로 가득 찬 추 이랑과 시선을 마주쳤다.

“어머니를 한 번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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