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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Penulis: 叶叉叉
“한 달 남짓 지나면 네 혼례날이 다가오겠구나.”

저녁 식사가 끝난 후, 강씨는 설은비와 이야기를 나눴다.

“널 위해 준비한 혼수들이다. 장부를 보고 부족한 게 있으면 말하거라.”

부인 강씨는 부유한 가문 출신으로 시집올 때 가져온 혼수도 어마어마했다.

혼수는 그녀의 개인 재산이니 당연히 아들딸을 위해 남겨두었다.

설은영의 혼수는 가문의 예산에서 적당히 준비할 것이다.

설은비는 강씨의 팔을 감싸며 애교를 부렸다.

“감사해요, 어머니. 은영이 것도 준비 잘 되고 있죠?”

그녀는 고개를 숙여 혼수 장부를 살펴보았다. 전생에 비하면 차이가 좀 있었다.

전생에 그녀의 혼인 상대는 진국공부이니 궁에서도 적지 않은 귀중품을 보태주었지만, 이번 생은 그렇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비록 좀 아쉽고 짜증이 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연준과 혼인하여 평생 생과부로 사는 것보다는 나았다.

일이 년이면 참을 수 있어도 평생이라는 시간은 너무도 길었다.

다른 집안이라면 부군이 죽고 다른 혼처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연씨 가문은 대대로 나라를 위해 헌신한 열사 가문이고 하필 남은 후대가 연준뿐이라 아마 황제는 그가 죽더라도 순장을 명할 것이다.

강 부인이 말했다.

“이건 어미가 네게 주는 혼수야. 그 애는 자연히 궁에서 보태주겠지.”

교지가 내려졌으니 당연히 궁에서 포상을 내릴 것이다.

우르릉 쾅!

갑자기 밖에서 천둥 소리가 들렸다.

하루 종일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더니 마침내 소나기가 내린 것이다.

설은비는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큰비가 내릴 것 같네요.”

강씨는 딸의 손을 다독이며 말했다.

“시간도 늦었으니 비가 쏟아지기 전에 얼른 쉬거라.”

“예, 어머니.”

설은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장부를 품에 챙기고는 말했다.

“이만 돌아가 볼게요, 어머니. 편히 쉬세요.”

바깥은 바람이 휘몰아치며 먹구름이 점점 많이 모여들고 있었다.

강씨는 딸을 방문 앞까지 바래다주고는 걱정스러운 어투로 시녀를 불렀다.

“청연, 큰 아씨를 처소까지 모시거라.”

“예, 부인.”

청연은 청람원에서 임씨 어멈을 제외하고 가장 신뢰를 받는 시녀였다.

“소나기가 내리겠네.”

“아마도 그럴 건가 보네. 날씨가 참 변덕스러워.”

설은비를 처소까지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 청연은 시녀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개의치 않고 조용히 둘의 뒤에서 걸었다.

“큰 아씨의 혼례도 곧이네. 왜 진국공부를 포기하셨는지 모르겠어. 아무리 진국공이 그렇게 되었다지만 그래도 일품 공작위잖아.”

“어렸을 때부터 정해진 혼사인데 덥석 받으면 그건 약속을 저버리는 것 아닌가?”

“그렇긴 하네.”

한 시녀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작은 소리로 수군거렸다.

곧이어 들려온 내용은 청연의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참, 그런 느낌 든 적 없어? 큰 아씨의 용모는 점점 추 이랑을 닮아가고 오히려 둘째 아씨는 점점 부인을 닮아가던데….”

청연은 더 이상 듣고 있을 수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두 소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쿵!

섬광이 허공을 가르자 시녀들은 놀란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뛰기 시작했다.

청연은 매서운 바람이 부는데도 저도 모르게 온몸에 식은땀이 나고 눈앞이 어지러웠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때, 두 시녀는 이미 도망간 후였다.

저택 곳곳에 걸어놓은 등불이 바람에 어지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청연은 자신이 굉장한 발견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추측대로라면 추 이랑이 그동안 해왔던 이상한 행동들이 이해가 되었다.

왜 둘째 아씨에게는 그리 각박하게 대하면서 오히려 큰 아씨에게 그렇게나 상냥했는지.

한때 청연은 시녀들끼리 하는 말을 듣고도 그저 추 이랑이 너무 어리석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첩실이 아무리 적녀에게 잘해준 들, 무슨 이득이 되겠는가.

청연의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한편, 두 시녀는 조심스럽게 망서관으로 돌아와 취아를 찾았다.

“취아 언니, 우리가 성공한 것 같아요.”

취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에 들고 있던 상자를 두 사람에게 건넸다.

“수고했어. 밤바람이 차니 어서 방으로 돌아가.”

두 사람은 간식이 든 상자를 들고 웃으며 돌아갔다.

취아가 안방으로 돌아왔을 때, 설은영은 촛불 옆에서 서예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아씨, 그 아이들이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말을 마친 그녀는 걱정스러운 감정을 내비쳤다.

“저 아이들이 과연 아씨의 계획을 폭로하진 않았을까요?”

설은영은 붓대를 멈추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 난 그리 멍청한 사람이 아니야.”

그 두 사람은 절대 설은비의 편에 서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설은비를 죽여 버리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설은비는 순수한 악인이라고 볼 수는 없고 오히려 귀족가 아씨들 사이에서는 꽤 평판이 좋은 편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의도적이지 않게 인과에 휘말리게 되었다.

두 시녀는 2년 전 저택에 온 사람들인데 두 사람의 오라버니는 설씨 가문의 일꾼이었다.

그들은 설은비가 우연히 오지랖을 부려 사건에 휘말렸다가 원한을 사게 되었는데 그 두 남자 시종은 그 때문에 억울하게 목숨을 잃게 되었다.

설 시랑은 두 사람의 집안에 적당한 보상을 해주었지만 누구나 재물을 목숨보다 중히 여기는 것은 아니었다.

전생에 두 시녀는 설은비의 혼례식 전날에 암살을 시도했다가 처참한 죽음을 맞았다.

운나라는 아무리 양반가라도 시종을 마음대로 죽이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허나 이 두 사람은 주인을 시해하려 하였으니, 죽음을 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물며 설은비는 당시에 진국공 연준에게 시집갈 몸이었으니 관아에서 당연히 개입하려 하지 않았다.

대다수의 상황에서 권세는 결국 율법보다 위에 있었다.

관아에서는 진실을 알고도 눈감아 주는 경우가 많았다.

“취아야, 내일부터는 왕원을 시켜 그 집안 사람들을 잘 주시하게 하렴. 특히나 그 아이.”

취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씀은 누군가 그들을 노릴 거라는 말씀인가요?”

설은영은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다.

“분명히 그럴 거야.”

그 큰 비밀을 알고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누가요?”

취아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추 이랑일까요, 아니면….”

그녀는 차마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뼛속 깊은 곳에서부터 오는 공포가 온몸을 덮었다.

설은영은 안심하라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렴. 범인이 누구든, 진실은 결국에 밝혀질 거야.”

그리고 그 진실은 그녀가 혼례를 올리기 전에 밝혀질 것이다.

설은비는 무고할지 몰라도 설은영은 그 사건의 최대 피해자였다.

추 이랑이 친딸에게 각박하게 굴어왔다는 건 설씨 가문에서 비밀이 아니었다.

교지는 이미 내려졌으니 변경될 가능성은 없다.

그녀는 가장 큰 보호자를 가진 셈이다.

설씨 가문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녀는 자신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전생의 비참한 죽음은 그녀로 하여금 가족의 관심이나 사랑을 기대할 여유를 갖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최진겸이 자신과 똑 같은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었다.

“취아야.”

“예, 아씨.”

취아가 다가와 촛대의 심지를 잘랐다.

“내가 국공부에 시집을 가기 전에 날짜를 잡아 네 인신 계약서를 돌려줄 것이다. 너와 왕원이 혼례를 올릴 수 있도록.”

취아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제게는 아씨가 더 중요하답니다.”

그 말은 진심이었다.

전생에 진주와 취아는 그 마음을 끝까지 간직했다가 처참한 결말을 맞았다.

“아씨….”

진주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임씨 어멈이 오셨습니다.”

취아와 설은영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전개였다.

“안으로 모시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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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쓸 운명   제30화

    깊은 밤, 설은영은 정자에 앉아 밤바람을 쐬고 있었다.그녀의 앞에는 화로가 타고 있고 그 위에 올려진 단지에서는 감미로운 향기가 퍼져 나왔다.그녀는 느긋하니 의자에 기댄 채, 술잔을 들며 호수 속 물고기들을 감상했다.“아씨, 곧 있게 될 성인식에서 아씨를 위한 격식이 그분보다 높을 것 같습니다.”취아가 술안주를 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어쩌면 그때 아씨의 신분을 사람들에게 밝히려고 그러는지도 몰라요.”설은영은 말없이 술잔을 입가로 가져갔다. 취기가 오른 그녀의 뺨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취아는 그녀가 답이 없자 계속해서 말했다.“그분이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네요.”오후가 되어 청람원에서는 수많은 물건들을 보내왔다. 텅텅 비었던 망서관은 하루사이에 화려하게 바뀌었다.바람이 불어와 주변의 수풀이 흔들리며 스산한 소리가 났다.“그분의 성인식은 곧 치러질 것이고 혼수는 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하네요. 처소에서 누군가 벌을 받았다는 말도 있고요.”취아는 꿀물을 타서 설은영의 앞으로 건넸다.“밤바람이 차니 술은 적당히 마시는 게 좋겠어요, 아씨.”설은영이 이렇게 술을 마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취아는 차마 마시지 말라고 말릴 수 없었다.오전에 그런 일이 있었으니 속이 많이 불편할 것이다. 마음 착한 아씨는 주변 시종들에게 진심으로 잘해주었고 한 번도 그들에게 매를 들거나 욕을 한 적이 없었다.그러니 술로 마음을 달래는 것은 그녀가 유일하게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설은영은 취아가 건넨 꿀물잔을 밀어놓고는 초점 없는 눈길로 어딘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어떻게 하면 강씨 부인에게 아침 문안을 가지 않을지 생각하고 있었다.예전에는 안 가도 절대 신경을 안 쓸 테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취아는 계속해서 저택에서 벌어진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지만 정작 설은영은 조용히 있고 싶었다.“여긴 내일 치우고 너는 먼저 들어가서 쉬렴.”취아는 뭐라고 하려다가 그녀의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다음 날, 아침.“아침은 먹었니?”강

  • 다시 쓸 운명   제29화

    그녀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언니만 원한다면 저는 바꿔줄 의향이 있어요.”그녀는 이번 생의 설은비가 절대 연준을 선택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이 도박에서 승리한다면 그녀는 진국공부의 힘을 빌려 최진겸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었다.만약 도박에서 진다면 그대로 혼례를 치르고 신혼밤에 그와 함께 자결하는 게 그녀의 계획이었다.설은비는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그녀는 기대에 찬 추 이랑의 표정을 무시하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그런 말은 하지 말거라. 너와 진국공은 폐하께서 정해주신 혼약이야. 신부가 바뀌었다는 것이 들통난다면 우리 가문은 멸문에 처할지도 모르지.”전생에 연준의 잔혹함을 몸소 체험한 그녀가 다시 그 선택을 할 리 없었다.혼인이 아니라 연준의 이름만 들어도 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추 이랑의 희망의 불씨는 그렇게 꺼졌다.설은영은 사람들을 등지고 문밖으로 향했다.“이제 진실이 밝혀졌고 먼저 태어난 것은 나이니, 더 이상 날 동생으로 대하지 말아 줬으면 해.”설은비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언니라고 부르기 싫다면 앞으로 서로 이름을 불러도 좋아.”말을 마친 그녀는 당당하게 밖으로 나갔다.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진주가 다가와 그녀를 부축하여 자리를 떴다.진주는 설은영의 표정을 보고 안의 상황의 어땠을지 대략 짐작이 갔다.그녀는 몰래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어리석은 사람들, 아씨가 빨리 시집을 가시는 게 더 나을 수 있겠어.’타인의 냉대와 가족의 무관심 중에 어느 쪽이 더 아플지는 말할 필요가 없었다.그렇다면 차라리 빨리 진국공부로 시집을 가는 게 나았다.한편, 강씨는 한참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그녀는 친딸을 측은하게 생각하는 자신이 왜 조금 전에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곱게 키운 설은비가 설은영의 앞에서 무릎을 꿇는 순간,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았다.“설민준!”자리에서 일어선 강씨는 성난 얼굴로 설민준

  • 다시 쓸 운명   제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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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쓸 운명   제27화

    그녀는 분노한 눈길로 두 남매를 바라보며 비웃듯 말했다.“남매지간에 사이가 참으로 좋구나.”설민준은 싸늘해진 어머니의 눈빛에 당황했다.그는 자신이 뭘 잘못해서 어머니가 이런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강씨 부인이 냉랭하게 말했다.“그동안 은영이가 이 집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너희가 잘 알겠지. 우리야 아이가 바뀐 걸 몰라서 그랬다지만, 추 이랑은!”그녀는 손가락으로 무릎을 꿇고 있는 추 이랑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이 모든 일의 범인인 저 여자의 행동은 어찌 설명할 거지? 내 딸을 바꿔치기하고 온갖 악랄한 말로 목욕하고 박대를 하였다.”강씨는 추 이랑의 앞으로 다가가 강제로 턱을 들어 올렸다.“넌 아주 의기양양했겠지. 속으로 얼마나 비웃었을까. 모든 걸 지배하는 느낌이었겠지.”강씨는 추 이랑을 내친 후에 바깥을 바라보았다.나무가 우거지고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내가 친히 널 벌하지는 않을 것이다.”강씨는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녀는 추 이랑의 눈빛에 스친 환희의 감정을 보고는 피식 냉소를 지었다.“네가 가야 할 곳은 경조부 감옥일 테지.”추 이랑은 경악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설충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눈물을 쏟으며 가련하게 고개를 저었다.“나으리, 제가 그때는 정신이 나갔었나 봅니다. 일부러 악의를 품고 그런 건 아니었어요. 제발 저를 내치지 말아주십시오, 나으리….”조금 전까지 어떤 벌이든 혼자 짊어지겠다던 여인이 울며 불며 애원하고 있으니, 강씨는 상실감이 들었다.이렇게 어리석은 여인에게 15년을 속았다니.“애원해도 소용없어.”상석으로 돌아간 강씨는 설은영의 손을 잡고 무언의 위로를 건넸다.딸을 위해서라도 그녀는 만족스러운 답을 내놓아야 했다.“폐하께서 내 딸과 진국공의 혼사를 정해주셨다. 내 딸은 앞으로 진국공 부인이 될 사람이지.”“경조부윤의 엄 대인의 조부는 폐하의 스승이고 폐하께서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지. 엄 대인은 이 일을 엄폐할 수 없을 거라고

  • 다시 쓸 운명   제26화

    설민준은 애써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그가 기억하는 설은영은 나약하고 겁이 많으며 생기가 없는 모습이었다.용모에 대해 거의 기억에 남은 게 없었다.저택의 하인들마저 투명인간 취급을 했으니 제대로 그 아이를 눈여겨본 사람이 없는 게 정상이었다.설씨 가문에서 그녀를 신경 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단 한명이라도 그녀에게 관심을 주었다면 시종들이 그런 태도로 그녀를 대하진 않았을 것이다.설은영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에게 예를 행했다.“오라버니를 뵙습니다.”예를 행하는 그녀의 자태는 완벽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완벽한 모습이 설민준에게는 너무 낯설고 심지어 눈에 거슬리기까지 했다.“남매끼리 그리 격실 차릴 필요 없다.”어머니와 똑같은 얼굴을 한 존재가 자신에게 예를 행하니 불편한 마음도 들었다.설은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그 순간 설민준은 이런 동생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남매 사이의 분위기가 점점 화기애애해지자, 설은비는 조바심이 났다.강씨는 이미 설은영에게 마음이 기울었고 아버지는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만약 오라버니인 설민준마저 설은영에게 기운다면 모든 게 끝날 것 같았다.“오라버니….”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설민준의 옷깃을 잡아당겼다.“그래, 은비야.”그는 설은비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강씨에게 말했다.“어머니, 은비는 무고하니 이 무거운 책임을 은비에게 떠넘기는 건 불합리합니다.”추 이랑은 그 말을 듣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기대를 가득 품고 설충을 바라보며 말했다.“나으리, 부인, 이 모든 건 제 잘못이고 큰 아씨는 무고합니다. 벌하실 거면 저만 벌하여 주십시오.”쾅!강씨가 찻잔을 힘껏 탁자에 내려놓았다.설은영을 제외하고 모두가 화들짝 놀라며 강씨를 바라보았다.“벌이라 하였느냐?”강씨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게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무고하다는 말로 내 15년의 굴욕을 씻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녀는 독기 어린 눈빛으로 추 이랑을 노려보았다

  • 다시 쓸 운명   제25화

    너무도 닮아 있는 두 얼굴을 보고 설은비는 인정하기 싫어도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추 이랑이 그녀의 생모라는 사실, 그리고 그녀가 그동안 누려왔던 모든 것이 사실은 설은영의 것이었다는 사실이 그녀를 괴롭게 했다.강씨는 담담한 눈길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그들이 원치 않아도 바뀌는 건 없었다.추 이랑과 설은비는 너무도 닮아 있었다.강씨 부인은 곁눈질로 설충을 힐끗 보았다.그가 알고 있었든, 모르고 있었든 강씨 부인은 이미 그에게 원망이 생겨 버렸다.첩실을 향한 그의 편애가 추 이랑으로 하여금 이렇게 교활한 마음을 품게 만든 것이다.가장 무고한 피해자는 결국 그녀의 딸 설은영이었다.부인 강씨는 진국공과의 혼사가 떠올랐다.이틀 전까지 이 혼사가 못마땅했던 그녀였다.서녀가 자신의 딸보다 더 높은 집안에 시집간다는 이유에서였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사람과 사람간의 정도 정이지만 가문의 이익이 무엇보다 중요했다.“앞으로 내 개인 예산에서 나가는 부분은 모두 망서관으로 보내게.”강씨는 추 이랑과 설은비의 경악한 표정을 무시한 채, 임씨 어멈에게 말했다.그녀는 경악한 추 이랑과 설은비의 표정을 무시하고 온화한 눈빛으로 설은영을 바라봤다.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이 얼굴을 봐서라도 강씨는 이 아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처소를 바꾸는 게 좋지 않겠니?”설은영은 생각지도 못한 강씨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 모습을 본 강씨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망서관은 내가 있는 청람원과 거리가 좀 멀어서….”설은영은 감격 어린 눈길로 강씨를 바라보며 말했다.“감사해요, 어머니. 다만 저는 곧 혼인을 하게 될 테니….”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명확했다.이사하는 것도 시간과 정력을 소비하는 일이고 거처를 옮긴다고 해도 며칠 있지도 못할 테니 괜찮다는 뜻이었다.그 말을 들은 강씨는 고개를 돌려 추 이랑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빛에는 무한한 증오와 원한이 담겨 있었다.그동안 딸을 학대한 추 이랑에 대한 분노였다.적절한 때에 설민준이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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