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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Author: 꽃미소
여섯 날 동안 윤세현은 한 번도 빠짐없이 군대 맨 앞에 서서 대열을 이끌었고 구공주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는 듯 일부러 거리를 두었다.

하지만 오직 부장 문정수만큼은 매일 구공주와 관련된 소식을 윤세현에게 빠짐없이 보고해야 했다.

“오늘도 눈물 한 번 안 보였다고?”

윤세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믿기 어렵다는 듯 묻자 문정수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예, 세자 저하. 첫날에는 구공주께서 연지를 데리고 대열을 잠깐 벗어나 뭔가를 챙겨오셨습니다. 무엇을 가져오셨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쉬는 시간마다 마차 안에서 그 물건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그 뒤로는 계속 마차 안에 머물렀고 가끔씩 내려와 말을 타기도 하셨지만... 대체로 별 탈 없이 지내셨습니다.”

‘별 탈 없이?’

그 여자가 이 군대에서 그렇게 태평하게 지낼 수 있다니 윤세현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내심 기다리던 눈물과 후회, 스스로 잘못을 고백하는 장면은 어디에도 없었다.

“세자 저하, 대군이 내일이면 모성에 당도합니다. 오늘 밤은 이곳에서 야영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문정수의 말에 윤세현은 짧게 시선을 주고 해가 점점 저물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다 손짓 한 번에 대열을 멈추게 했다.

병사들은 곧바로 진을 치고 부엌에서는 저녁 식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윤세현은 막사로 들어가 한동안 지도를 들여다보았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 복잡하고 불안해졌다.

‘그 여자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여섯 날을 쉴 새 없이 달려왔는데 정말 아무렇지 않게 지내고 있는 거야? 혹여 남몰래 막사 안에서 울고 있는 건 아닐까...’

어쩐지 머릿속에서는 자꾸만 이경의 얼굴이 떠올라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특히 신혼 첫날밤, 자신의 자존심을 비웃던 그 표정이 생각날 때마다 분노가 다시금 치밀어 올랐다.

더는 참지 못하고 윤세현은 지도를 접어놓고 길게 숨을 내쉰 뒤 막사 밖으로 걸어 나왔다.

“세자 저하!”

대열 맨 앞에서만 머물던 그가 이날따라 처음으로 군 진영 중간까지 걸어 나오자 구공주를 모시던 시녀와 내관들은 깜짝 놀라 급히 바닥에 엎드렸다.

사실 이제는 ‘부마’라 불러야 마땅했으나 ‘세자’라는 이름은 여전히 나라 안에 명성이 높아 아무도 쉽게 호칭을 바꾸지 못하고 있었다. 윤세현은 주변을 조용히 훑어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공주는 어디 있느냐?”

두 시녀가 무심코 고개를 들어 살짝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가 한순간 얼굴이 빨개져 서둘러 고개를 떨궜다. 윤세현의 위엄과 기품에 누구도 감히 오래 눈을 맞출 수 없었다.

“세자 저하, 공주마마께서는 연지와 함께 숲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윤세현은 말 한마디 없이 곧장 숲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때 이경은 실제로 숲속에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가로워 보였으나, 쉬지 않고 달려온 탓에 온몸은 이미 피로에 짓눌려 있었다.

“공주마마, 저쪽에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습니다.”

연지가 앞장서서 다녀왔다.

“여기서 기다리거라. 아무도 이쪽으로 오지 못하게 해라.”

이경은 혼자서 조용히 개울가로 걸어갔다.

윤세현이 숲에 도착했을 때 연지는 나무 뒤에서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으로 서 있었고 이경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윤세현을 발견한 연지는 깜짝 놀라 급히 앞으로 나와 머리를 숙였다.

“세자 저하!”

“구공주는 어디 있느냐?”

문정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연지는 뒤를 돌아보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아 작은 목소리로만 대답했다.

“공주마마께서는... 저 개울가에 계십니다.”

개울에서는 맑은 물소리가 고요하게 흐르고 있었다.

문정수가 그쪽을 한번 슬쩍 바라보려는 순간 갑작스레 강한 손바람이 그 얼굴 앞을 휙 스쳤다.

문정수는 몇 번이나 뒤로 물러서다 결국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세자 저하...”

“눈 감아라.”

윤세현의 목소리는 평소보다도 한층 더 싸늘하고 냉정하게 들렸다.

연지는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무공을 익힌 몸이니 구공주가 개울가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굳이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공주가 숲속 개울가에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목욕을 하고 있다니.

문정수는 처음에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내 무언가를 깨닫고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꾹 참고 그저 눈을 꼭 감은 채 숨도 제대로 내쉬지 못했다.

‘세간에 떠도는 구공주에 대한 소문이 정녕 허튼소리가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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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제9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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