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공항 화장실의 그 지독하고 축축했던 정사 이후, 은서의 삶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갔다.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혹은 그 모든 일이 정교하게 짜인 한 편의 연극이었던 것처럼 현실은 매끄럽게 굴러갔다.은서는 다시 대학 강단에 서서 지성적인 교수의 얼굴로 강의를 해 나갔고, 학생들은 여전히 그녀를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가정에서의 일상 역시 평온함의 극치였다.은서는 현모양처라는 전통적인 배역을 충실하게 연기했다.퇴근 시간이 되면 정갈한 차림으로 부엌에 서서 정성스럽게 찌개를 끓이고 밑반찬을 만들어 식탁을 차렸다.남편은 여전히 은서에 대해 무관심했고, 건조하게 메말라 있었다.주말에도 각자의 서재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필요한 대화 외에는 하지 않았지만, 은서는 더 이상 그 공허함에 절망하지 않았다.도리어 그 무관심이 주는 적당한 거리감이 지금의 은서에게는 숨을 쉴 수 있는 완벽한 방어막이 되어주었다.서로가 서로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이 고요한 유예 상태는, 겉보기엔 완벽한 가정의 형태를 띠고 있었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지였다.학교에서도 모든 것이 질서를 되찾은 듯 보였다.한 주를 건너뛰고 재개된 강의에 지우와 도진도 나란히 출석했다.그들은 여전히 학과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 커플이었고, 은서의 강의를 들을 때면 평범한 대학생의 얼굴로 필기를 하거나 고개를 끄덕였다.단상 위에서 강의를 하던 은서의 시선이 아주 가끔 지우의 차가운 눈동자와 마주칠 때가 있었지만, 두 사람은 철저하게 공적인 거리를 유지했다.지우의 눈빛은 언제나처럼 담담했고, 은서는 그 완벽한 가식에 안도하면서도, 가슴 한구석에는 지우의 체취를 그리워하고 있음을 매 순간 실감했다.영혼은 갈증에 허덕이고 있었지만, 겉으로 흐르는 일상은 잔인하리만큼 평화로웠다.---그렇게 한 달 남짓한 시간이 평온하게 흘러가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은서와 남편은 식탁에 마주 앉아 조용히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달그락거리는 수저 소리와 시계 초침 소리만이 거실의 정
몇 번이나 서로의 몸을 탐닉하며 굶주림을 채운 지우와 은서는 그제야 화장실에서 나갈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지우는 좁은 칸막이 밖으로 나가 옷을 추스르며 다시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그 상황에서도 두 사람의 온도 차이가 존재했다.은서는 일주일 동안 식음을 전폐한 채 절망 속에서 말라가던 터라, 격렬한 정사 직후 온몸의 진이 다 빠져나가 거의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반면 지우는 해외 휴양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겁게 휴식을 취하고 온 터라, 피부에는 생기가 돌았고 몸짓에는 여유로운 활력이 넘쳐났다.은서는 벽에 위태롭게 몸을 기댄 채, 수척해진 얼굴로 지우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나직하게 물었다.이 기묘한 관계 속에서, 자신을 향한 지우의 속마음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지우야... 우리 앞으로도 계속..."하지만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던 지우가 정색하며 거울 너머로 은서를 바라봤다.지우는 은서의 애틋한 눈빛을 외면하며, 언제 그랬냐는 듯 예전의 그 차가운 모습으로 돌아가 냉정하게 대꾸했다."꿈 깨요 교수님, 넌 그냥 내가 부를 때만 오세요."반 존재를 쓰며 단칼에 선을 긋는 지우의 매정한 태도에 은서는 또다시 처절한 수치심의 심연 속으로 던져졌다. 자신은 목숨을 걸고 이 아이에게 매달리고 있는데, 자신은 지우에게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일회용품에 불과한 것 같아 마음이 부서져 내렸다.그때 지우가 은서의 표정을 살피다 립스틱을 바르던 손을 멈췄다.그리고는 스마트폰을 켜서 은서의 눈앞에 화면을 들이밀었다.그것은 조금 전 공항 입국장을 나오면서 실시간으로 올렸던 지우의 SNS 게시물이었다.화면 속 지우는 도진에게 기대어 팔짱을 끼고 있었고, 그 위에는 [내 사랑과 함께 무사히 컴백]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자신이 보는 앞에서 다른 남자와의 행복을 자랑하는 지우의 잔인함에 은서는 숨이 턱 막힌 채 절망감으로 몸을 떨었다. 지우는 충격을 받아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는 은서를 거울 속으로 응시하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것은 서로의 다 말할 수 없는 마음을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은서는 지우의 목을 감싸 안으며, 일주일 동안 굶주렸던 지우의 체향과 타액을 미치도록 갈구하며 들이켰다.지우의 혀가 은서의 구강 구석구석을 헤집을 때마다 은서의 전신은 미친 듯이 떨려왔다.공개된 공항 대합실 한구석, 언제 누구에게 들킬지 모른다는 극도의 스릴과 배덕감이 두 사람의 키스를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지우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은서의 입술을 한 번 더 깊게 빨아들인 뒤, 느릿하게 떨어져 나왔다.지우의 입술가에는 은서의 눈물과 타액이 뒤섞여 번들거리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은서가 울음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지우 역시 미소를 지었다.은서가 고민하듯 느릿하게 말했다."나... 너... 먹고싶어..."지우의 눈이 동그랗게 확장되었다.하지만 그 순간 은서의 손이 지우를 낚아채 화장실로 이끌었다.은서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지우를 변기 위에 앉히고 문을 걸었다.그리고 그녀의 반바지를 끌어내리고 팬티까지 벗겨냈다.은서가 하는 행동을 가만히 바라보던 지우가 그녀의 행동을 제지하기도 전에 은서의 입술이 지우의 음부에 닿았다.그리고 그 속살을 파고드는 혀.은서의 움직임은 배고픈 아이가 젖을 먹듯 본능에 이끌려 허기를 채우고자 하는 행동이었다.지우를 기쁘게 하겠다는 마음보다 그동안 굶주린 자신의 허기를 채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하지만 은서의 움직임은 지우로서도 처음 겪는 것이었다.남자의 것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 들어가지 않은 부드러움과 애정이 담긴 농밀함.지우가 본능적으로 은서의 머리를 자신쪽으로 끌어당겼다.은서는 지우가 만족해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자신감에 차 움직임의 범위를 넓혀 갔다.농밀한 체취가 가득한 항문부터 회음부를 지나 클리토리스까지 한 번에 주욱 핥았다.그러자 지우의 몸이 활처럼 휘며 거친 신음 소리가 났다."하읏!!"그때 지우의 휴대전화가 진동하기 시작했다.도진이었다.지우는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은서가 낚아챘다.그리고는 전화를 받
은서는 조교를 통해 지우와 도진이 이용하는 항공편과 도착 시간을 알아냈다.공항 입국장 대합실의 차가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전광판의 붉은 숫자를 바라보는 은서의 손끝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일주일간의 지독한 굶주림 끝에 지우의 귀국 소식 하나로 급격하게 되살아난 육체는, 지금 터질 듯한 긴장감과 작은 기대감으로 요동치고 있었다.잠시후 전광판의 '도착' 불빛이 깜빡이고, 입국장의 자동문이 열리며 여행객들이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했다.은서는 군중 속에서 자석에 이끌리듯 단 한 사람만을 찾아 눈동자를 이리 저리 굴렸다.마침내 멀리서 카트를 밀며 걸어오는 두 사람의 실루엣이 은서의 시야에 잡혔다.도진의 팔에 다정하게 팔짱을 낀 채, 커다란 선글라스를 끼고 걸어오는 지우의 모습이 보였다.그 다정한 커플의 외형을 마주하는 순간, 은서의 가슴 한구석에 전기 충격처럼 찌릿한 질투와 자괴감이 번졌다.은서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그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지우야."두 사람의 앞을 막아서며 내뱉은 은서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갑작스러운 은서의 등장에 도진은 카트를 멈추며 미간을 찌푸렸고, 지우는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며 은서를 향해 못마땅한 시선을 던졌다.지우의 눈빛은 반가움이나 당황스러움 대신, 그저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본 듯한 귀찮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잠깐... 잠깐 이야기 좀 해."은서가 지우의 셔츠 소매를 붙잡을 듯 손을 뻗으며 말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진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리며 은서를 향해 차가운 조소를 날렸다."어라, 교수님? 설마 여기까지 배웅 나오신 건 아닐 테고… 설마 보충 수업 해주러 오신거예요? 큭큭큭!"도진이 대놓고 면박을 주었지만, 은서는 오직 지우의 눈동자만 똑바로 응시했다.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자신도 알지 못했다.지우는 잠시 은서의 수척해진 얼굴을 훑어보더니, 이내 카트를 잡고 있는 도진을 향해 말했다."주차장에 먼저 가 있어. 금방 갈게."도진은 지우의 말
분명 도진과 함께 떠난 여행이라고 들었는데, 정작 함께 간 도진의 온전한 모습이 담긴 사진은 거의 없었다.간혹 멋진 풍경의 배경 구석에 흐릿하게 실루엣으로 찍히거나, 테이블 위 와인잔을 맞부딪히는 손과 손목 같은 신체의 일부가 나온 사진이 전부였다.어디에도 도진을 메인 피사체로 삼아 다정하게 찍은 제대로 된 커플 사진은 존재하지 않았다.이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은서는 기묘한 의문 속에서 자석에 이끌리듯 손가락을 움직여 지우의 과거 게시물들을 아래로 스크롤하기 시작했다.수많은 일상 사진과 풍경 사진들이 빠르게 지나가던 순간, 은서는 심장이 뚝 떨어지는 충격과 함께 황급히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스마트폰 화면 중앙에 너무나도 익숙한 여자의 실루엣이 선명하게 떠올라 있었다.그것은 다름 아닌 은서 자신의 사진이었다.게시물이 올라온 날짜는 비교적 최근으로, 펜트하우스 사건이 터지기 얼마 전이었다.넓은 강의실의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고 있는 은서의 옆모습이 담겨 있었다.빛이 드는 각도와 구도로 보아, 강의실 중간 지우가 늘 앉는 자리에서 찍은 것이 분명했다.그리고 그 사진 아래에 적힌 짧은 텍스트 내용이 은서의 눈동자를 세차게 흔들었다.[우리 멋진 교수님(하트)]은서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홀린 듯이 화면을 더 아래로 내렸다.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 연속해서 펼쳐졌다.지우의 타임라인 곳곳에 은서의 사진들이 끊임없이 숨겨져 있었다.은서가 본관 교수 휴게실 창가 자리에 앉아 다른 동료 교수들과 차를 마시며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대형 학회 모임이 끝난 뒤, 뷔페 식당 한구석에서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진지하게 조언을 건네고 있는 모습.심지어 비가 내리는 날, 은서가 우산을 쓴 채 연구동 계단을 천천히 걸어 내려오는 뒷모습까지 찍혀 있었다.모든 사진 속 은서는 누군가 자신을 찍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완벽한 일상에 몰두하고 있었다.가장 충격적인 것은
화면에 뜬 이름은 지우가 아닌 학과 조교였다.지우가 조교를 통해 무슨 소식이라도 전한 게 아닐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으로 은서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전화를 받았다."아, 교수님. 일주일 동안 연락도 없으시고 학교에도 통 안 나오셔서 걱정돼서 전화드렸어요. 몸은 좀 괜찮으신가 해서요..."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음성은 그저 통상적인 안부 확인일 뿐이었다.지우에 대한 단서나 흔적 따위는 섞여 있지 않은 무미건조한 공적인 대화.은서는 힘겹게 괜찮다는 말을 전하며 전화를 끊었고, 이내 가슴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시려오는 것을 느꼈다.다시 한 주가 흘러,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은서의 전공 강의가 있는 날이 찾아왔다.은서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거울 앞에 섰다.수척해진 뺨을 화장으로 짙게 가리면서도 은서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쳤다.강의실에 가면 드디어 지우를 마주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이었다.그리고 그 끔찍한 정사를 벌였던 지우의 낯을 대체 어떤 표정으로 보아야 할지, 게다가 그 수업에는 자신의 몸을 들쑤셨던 도진까지 함께 들어오는데 이를 어떻게 감당할까 하는 공포와 걱정이 나머지 반이었다.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긴장감을 안고 은서는 가까스로 학교에 도착해 강의실 문을 열었다.단상에 서서 은서는 가장 먼저 지우와 도진이 자주 앉는 자리를 확인했다.하지만 그 자리는 비어있었다.그날 강의가 끝날 때까지 지우도, 도진도 강의실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두 사람 모두 나란히 결석이었다.은서는 강의 중에도 자신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끼며 다시 한번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로 추락했다.자신은 일주일 동안 지옥 같은 자괴감과 갈증 속에서 말라 죽어가고 있었는데, 도대체 지우는 어디서 무얼하고 있는걸까.강의가 끝난 후, 은서는 텅 빈 연구실로 돌아와 수많은 고민 끝에 결국 조교를 방으로 불렀다.자신이 직접 지우에게 연락할 용기가 없어, 공적인 라인을 이용하려는 비겁한 계산이었다."한지우 학생이랑 강도진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