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거대한 검은 문 안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라에나는 숨을 멈췄다.“……드디어 돌아왔군.”낮고 오래된 목소리였다.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은 라에나가 아닌 레오르칸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라에나는 천천히 레오르칸을 바라봤다.“너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레오르칸은 대답하지 않았다.그의 시선은 굳게 닫힌 거대한 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거대한 늑대가 낮게 울었다.크르르르—레오르칸이 늑대를 바라보자 늑대는 조용히 문 앞으로 다가갔다.그리고 천천히 앞발을 들어 문 앞에 놓았다.그 순간.쿠우우웅!거대한 문 전체가 낮게 울렸다.라에나는 놀라 뒤로 물러났다.문 위에 새겨져 있던 월하천궁이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문이…… 반응하고 있어.”레오르칸의 눈빛이 가라앉았다.“이곳은 외부의 존재가 쉽게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그럼 어떻게 들어가?”“문이 허락해야 한다.”라에나는 미간을 좁혔다.“허락한다고?”그때 거대한 늑대가 다시 길게 울부짖었다.우우우우—울음소리가 끝난 순간 문 위에 새로운 문양이 떠올랐다.달. 그리고 그 아래에 새겨진 늑대의 문양.라에나는 숨을 삼켰다.“늑대 문양…….”레오르칸의 손이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그 순간.끼이이이—거대한 문이 아주 조금 열리기 시작했다.문틈 사이에서는 차가운 공기가 흘러나왔다.하지만 안쪽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라에나는 조심스럽게 한 걸음 다가갔다.“안에 누가 있는 거야?”그때. “라에나.”레오르칸이 그녀를 불렀다.라에나는 걸음을 멈췄다.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랐다.“안으로 들어가면…… 지금까지처럼 아무것도 모른 채 돌아갈 수는 없다.”라에나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그럼 이제 말해주는 거야?”레오르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라에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흑월족. 돌문 너머의 존재.그리고 흑월족이 계속 레오르칸에게 했던 의미심장한 말들.수많은 의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하지만 라에나는 결국 문을 바라봤
검은 초승달이 어둠 속에 떠오른 순간, 레오르칸의 표정이 굳었다.“……흑월족.”라에나는 본능적으로 손끝에 백색의 힘을 모았다.“정말 따라온 거였어.”거대한 늑대가 낮게 몸을 숙였다.크르르르—금빛 눈동자가 계단 아래쪽을 향했다.조금 전까지 조용하던 숲속에서 검은 안개가 천천히 퍼지기 시작했다.레오르칸이 라에나의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여기서 움직이지 마.” “또?”“이번에는 장난이 아니다.”라에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그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훨씬 날카로웠기 때문이다.그때. 스스스—검은 안개 속에서 그림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한 명. 두 명. 그리고 3명라에나는 숫자를 세다가 천천히 숨을 삼켰다.“……많아.”흑월족들은 계단 아래를 가로막은 채 두 사람을 올려다보고 있었다.그중 한 사람이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라에나는 그를 알아보았다. “너.”이전에 여러 번 자신들 앞에 나타났던 흑월족이었다.남자는 희미하게 웃었다.“계속 앞으로 갈 생각인가?”레오르칸이 차갑게 대답했다.“비켜라.” “월하천궁으로?”남자의 눈빛이 레오르칸에게 향했다.“당신이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날이 올 줄은 몰랐군요.”라에나가 레오르칸을 바라봤다.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너희가 막을 이유는 없다.”“정말 그럴까요?”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당신이 그곳에 들어가는 순간, 더 이상 이전처럼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라에나의 표정이 굳었다.“무슨 뜻이야?”하지만 남자는 그녀에게 대답하지 않았다.그 순간 거대한 늑대가 앞으로 나섰다.크르르르!흑월족의 몇몇이 동시에 뒤로 물러났다.라에나는 그 모습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너희도 저 늑대를 아는 거야?”흑월족의 남자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었다.“설마.”그의 시선이 늑대에게 고정됐다.“그 존재가 아직도 살아 있었을 줄은.”레오르칸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그에게서 떨어져.”“역시 당신과 함께 있었군요.”남자는 낮게 중얼거렸다.그러자
거대한 그림자가 안개 속에서 멈춘 뒤, 숲은 다시 조용해졌다.라에나는 손끝에 백색의 힘을 모은 채 움직이지 못했다.“……레오르칸.”“말하지 마.”레오르칸의 목소리는 낮았다.그의 시선은 안개 너머에 고정되어 있었다.“저게 누구야?”“나도 확실하지 않다.”라에나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여기에 있을 리가 없다고 했잖아.”“그래서 이상한 거다.”그 순간. 쿠웅.거대한 발소리가 들렸다.돌계단이 약하게 흔들렸다.라에나는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안개 속의 그림자가 다시 움직였다.천천히.그리고 두 개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라에나는 숨을 삼켰다.눈동자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희미한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늑대……?”라에나가 조용히 중얼거렸다.그림자는 안개 속에서 낮은 울음소리를 냈다.레오르칸의 손이 검 손잡이를 더욱 강하게 쥐었다.“여기서 물러나.”그 말은 라에나에게 한 것이 아니었다.안개 속의 존재를 향한 경고였다.그러나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았다.오히려 천천히 앞으로 다가왔다.스르륵.안개가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다.라에나는 그 모습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거대한 늑대였다.일반적인 늑대보다 훨씬 큰 몸.검은 털.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빛나는 금빛 눈동자.하지만 이상했다.라에나는 그 늑대에게서 공격적인 기운을 느끼지 못했다.오히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늑대는 라에나를 바라보지 않았다.처음부터 끝까지,레오르칸만 바라보고 있었다.“……너.”레오르칸의 입에서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라에나는 그를 바라봤다.“알아?” 잠시 침묵이 흘렀다.그러다 거대한 늑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다시 한번 길게 울었다.“크르르르…….”레오르칸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왜 여기에 있지?”라에나는 깜짝 놀랐다.“정말 아는 사이야?”레오르칸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때 늑대가 갑자기 몸을 돌렸다.그리고 월하천궁으로 이어지는 계단 위를 바라봤다.
숲을 벗어난 뒤에도 라에나는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아까 보았던 돌문의 균열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분명 사라졌다.하지만 착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선명했다.“아까부터 왜 계속 뒤를 보지?”레오르칸의 목소리에 라에나는 고개를 돌렸다.“……아무것도 아니야.”“아무것도 아닌 표정은 아니다.”라에나는 잠시 망설였다.돌문에 다시 생겼던 균열을 말할까 생각했지만, 결국 고개를 저었다.“그냥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어.”레오르칸은 그녀를 잠시 바라봤다.그러다 더 묻지 않고 다시 앞을 향해 걸었다.두 사람이 향하는 길은 점점 깊은 숲속으로 이어졌다.이상한 점은 해가 저물기 시작했는데도 주변이 밝아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달이 떠올랐지만 나무 사이로 달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라에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이상해.” “뭐가.”“달이 저렇게 밝은데 여기는 왜 이렇게 어두워?”레오르칸의 걸음이 조금 느려졌다.“월하천궁으로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가까워지면 달빛이 안 들어와?”“그곳은 원래부터 달빛이 닿지 않는 장소다.”라에나는 그의 말을 듣고 주변을 둘러보았다.나무들은 점점 검게 변해 있었고, 길가의 풀들은 이상할 정도로 희미했다.마치 이곳의 시간이 다른 곳보다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기분 이상해.”“내 곁에서 떨어지지 마라.”이번에는 라에나도 장난스럽게 대답하지 않았다.“응.” 조금 더 걷자 앞쪽에 낡은 돌계단이 나타났다.계단은 산속 깊은 곳으로 이어지고 있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돌계단 곳곳에는 오래된 상처처럼 깊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라에나가 몸을 숙여 계단을 바라봤다.“이거…… 누가 일부러 부순 거야?” “아마.”“여기에도 누군가 왔었던 거네.”레오르칸의 눈빛이 가라앉았다.“최근에 온 흔적은 아니다.”라에나는 계단 위를 바라봤다.끝은 보이지 않았다.그때 바람이 불었다.스르르르—하지만 바람과 함께 들려온 것은 나뭇잎 소리가 아니었다.아주 희미한 목소리였다.“……돌아가라.”라에나가 걸음
검은 안개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공터에는 차가운 기운이 남아 있었다.라에나는 한동안 닫힌 돌문을 바라보았다.조금 전까지 검은 눈동자가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문틈 사이로 손까지 뻗어 나왔다.그 모든 일이 너무 짧은 시간에 벌어졌지만, 라에나의 머릿속에서는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월하천궁.”그녀가 조용히 중얼거렸다.레오르칸은 대답하지 않았다.이미 등을 돌린 그는 공터 밖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라에나는 그의 뒤를 바라보다가 급히 따라갔다.“잠깐.”레오르칸이 멈췄다.“왜.”“방금 전까지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더니 갑자기 월하천궁으로 가야 한다고?”“그래.”“그 이유는?”잠시 침묵이 흘렀다.라에나는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았다.레오르칸은 천천히 그녀를 돌아보았다.“저 문이 다시 열릴 가능성이 생겼다.”“그래서?”“월하천궁에 가면 확인할 수 있다.”“뭘 확인하는데?”레오르칸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그러나 그는 곧 시선을 돌렸다.“……가면 알게 될 거다.”라에나는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끝까지 안 말해주는구나.”“라에나.”“알아. 아직은 말할 수 없다는 거잖아.”레오르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라에나는 그의 침묵을 보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그때였다.멀리 숲속에서 바람이 불어왔다.하지만 이상했다.바람은 한 방향으로만 불고 있었다.마치 누군가 길을 알려주는 것처럼.라에나는 바람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았다.“저쪽이야?”레오르칸이 고개를 들었다.“아니다.” “그럼?”“흑월족의 흔적이다.”라에나의 표정이 굳었다. “또?”레오르칸은 바닥을 바라보았다.검은 나뭇잎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흩어져 있었다.그 아래에는 희미한 검은 초승달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그리고 그 문양 옆에 글자가 나타났다.‘달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라에나는 천천히 글자를 읽었다.“……달빛이 닿지 않는 곳.”레오르칸의 표정이 굳었다.“월하천궁을 말하는군.”“흑월족도 우리가 거기로 갈 걸 알고 있었
돌문 사이로 뻗어 나온 검은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라에나는 숨을 멈췄다. 손끝이 바닥을 긁는 순간, 차가운 검은 기운이 공터 전체로 퍼져 나갔다. 스스스스— “레오르칸…….” 라에나가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레오르칸은 그녀의 앞을 막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뒤에 있어.” “저게 대체 뭐야?” “지금은 묻지 마.” 레오르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낮고 날카로웠다. 돌문이 다시 크게 흔들렸다. 쿠우우웅! 흑월족들은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조금 전까지 돌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던 그들의 얼굴에도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이상합니다.” 누군가 낮게 중얼거렸다. “왜 멈추지 않는 거지?” 라에나는 그 말을 듣고 흑월족을 바라보았다. “뭐?” 그 순간 검은 손이 갑자기 앞으로 뻗었다. 레오르칸이 검을 들어 올렸다. 콰앙! 검은 기운과 레오르칸의 힘이 부딪히며 거센 충격이 터져 나왔다. 라에나는 급히 팔로 얼굴을 가렸다. “레오르칸!” 충격이 가라앉자 레오르칸은 여전히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 하지만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검은 손은 돌문 안쪽으로 다시 물러났다. 그러나 사라지지는 않았다. 손가락 하나가 돌문의 틈을 붙잡고 있었다. 마치 안에서 무언가가 문을 열기 위해 버티고 있는 것처럼. “흑월족.” 레오르칸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렸다. “당장 멈춰라.” 흑월족의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우리도 지금 상황을 알 수 없습니다.” “거짓말하지 마라.”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가 저 존재를 깨운 것이 아닙니다.” 라에나의 눈이 커졌다. “그럼…… 너희도 저게 누군지 모른다는 거야?” 잠시 침묵이 흘렀다. 흑월족의 남자는 돌문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오래된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쿠우우우웅! 돌문이 크게 흔들렸다. 라에나의 손끝에서 백색의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