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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مؤلف: 안개자욱
박태경은 서다빈이 쓸 물건들을 집 안에 들여놓는 걸 묵인했고, 그것은 곧 사람들에게 그녀가 박태경의 아내로서 얼마나 비참하고 초라하게 살고 있는지를 전시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아무리 곧 박태경과 이혼할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박태경이 하루빨리 사촌 동생의 약혼녀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고 싶어 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아니꼬웠다.

강윤서는 최소한 이혼 합의서 효력이 발생가기 전까지는 그런 모욕을 당할 생각이 없었다.

강윤서는 천천히 걸어가 최대한 차분한 얼굴로 짐을 옮기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들여온 물건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거 다 꽤 비싼 가구들인데 그냥 드릴게요. 팔면 꽤 돈이 될 테니까 다 빼주세요.”

그들은 돈을 받고 일하러 온 사람들이었기에 당연히 그 제안을 듣고 기뻐했다. 그리고 아이보다는 성인인 강윤서의 말을 따르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했고 곧장 웃으며 동의했다.

그녀를 미처 막지 못한 박여훈은 화가 나서 강윤서를 손가락질하며 욕했다.

“아줌마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예요? 이건 우리 엄마가 형수님한테 주는 선물이라고요! 아줌마가 무슨 자격으로 마음대로 결정을 내려요? 우리 형은 틀림없이 아줌마를 쫓아낼 거예요!”

강윤서는 그제야 박태경 말고도 시어머니인 최미진이 이 일에 관여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박여훈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좋아. 그러면 내일 너희 학교에 찾아가서 네 친구들한테 네가 네 형이랑 네 형 사촌 동생 약혼녀가 바람피우는 걸 아주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있다고 소문낼게. 박씨 가문 사람들은 도덕성 따위는 개나 줘버려서 불륜을 즐겨 한다고 해야겠어. 서다빈이 그렇게 좋아? 그러면 내가 대신 홍보해 줄게. 네가 학교에서 아주 유명해질 수 있게. 어때?”

강윤서는 가차 없는 태도로 말했다.

그녀는 여태 박여훈에게 이렇게 심한 말을 한 적이 없었고 늘 박여훈을 달래주었다. 그래서 박여훈은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눈이 휘둥그레졌다.

박여훈은 얼굴이 빨개져서 말했다.

“역시 아줌마는 아주 못되고 나쁜 여자예요!”

강윤서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이라 철이 없어서 그렇다는 건 다 헛소리였다.

자기도 당해봐야 그제야 아픈 줄 아는 거다.

‘애랑은 싸우지 말라고? 그건 누가 정한 건데?’

시끄러웠던 건지 최미진이 차가운 얼굴로 나오며 말했다.

“무슨 일이니?”

그녀는 강윤서를 힐끗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이제 곧 열 시야. 오늘은 왜 이렇게 늦게 일어났어? 밥은 아직도 안 한 거야? 그러면 나랑 다빈이는 뭘 먹으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강윤서는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강윤서는 매달 박태경의 본가에 머무는 일주일 동안은 박씨 가문 사람들을 위해 직접 몸에 좋은 음식들을 준비했다. 심지어 그녀는 온 가족의 체질과 취향에 맞춰 음식을 준비했기에 다섯 시 전에 일어나서 출근하기 전까지 음식을 전부 준비했다.

그러고 나서는 사람을 시켜 박씨 가문 사람들뿐만 아니라 서다빈의 몫까지 준비해 박태경의 본가로 보냈다.

최미진이 서다빈에게 유독 잘해주는 걸 봤을 때, 강윤서는 단순히 서다빈이 능력이 있고 예쁜 데다가 어른들과 잘 지내서 최미진이 서다빈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진작부터 낌새가 보였다.

최미진은 오래전부터 박태경이 사랑하는 여자가 서다빈이라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서다빈을 유난히 더 예뻐했고, 서다빈의 약혼자가 감옥에 가게 되자 은근슬쩍 둘을 이어주려고 했다.

그런데 강윤서는 아무것도 모른 채 무려 1년 동안 내연녀를 챙겨주었던 것이다.

바보처럼 그들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셈이다.

그들은 단 한 번도 그녀를 같은 인간으로서 존중한 적이 없었다.

강윤서는 더 이상 참고 싶지 않아 태연한 얼굴로 차분하게 대꾸했다.

“저 없으면 죽기라도 해요? 그러면 죽으시든가요.”

최미진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멀어지는 강윤서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심지어 옆에 있던 가정부조차 혀를 찼다.

‘서다빈 씨를 너무 질투해서 미친 건가? 어떻게 시어머니한테 저런 말을 할 수가 있지?’

최미진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저러니까 지금까지 저 모양이지. 고작 저 정도 그릇으로 어떻게 남편 마음을 얻겠어? 말도 안 되지.”

...

강윤서는 짐을 아파트로 옮긴 뒤 4년 동안 근무했던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당시 강윤서가 의료 수준이 그저 그런 병원을 선택한 이유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그곳이 노영 그룹과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박태경과 이혼을 앞두고 있으니 더 이상 그곳에 남아 있을 이유도 없었다.

처음부터 그녀에게는 그곳보다 훨씬 더 좋은 선택지가 있었다.

오후에는 권지율과 밥을 먹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권지율이 위치를 보내와서 확인해 보니 근처였다.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자 권지율이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고 그녀를 대신해 컵에 차를 따른 뒤 그녀에게 건네줬다.

“사직서는 냈어?”

강윤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혼하자고 했을 때 박태경 반응은 어땠어?”

권지율은 그 점이 꽤 궁금했다.

박태경 같은 남자라면 강윤서가 먼저 이혼 얘기를 꺼낸 걸 체면 깎이는 일로 느낄 법도 했으니 말이다.

강윤서는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컵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 반응 없던데.”

심지어 자리에 앉아 차분하게 그녀와 함께 이혼에 관해서 얘기를 나누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녀가 질릴 대로 질려서 이혼 얘기를 꺼낸 상황에서도 그는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무시했다.

생각해 보면 남자는 참 우스운 생물이었다. 자기는 버릴 수 있어도 상대방이 자신을 버리는 건 못 견뎌 하는 걸 보면 말이다.

권지율은 이를 갈았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매정할 수가 있지? 무려 7년을 함께 살았잖아. 아무리 그래도 반응은 보여야 하는 거 아니야?”

강윤서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자신의 실패를, 무참히 짓밟힌 자신의 진심을 끝내 회피할 수 없었다.

7년 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오로지 강윤서 본인만 알았다.

눈물은 이미 오래전에 말라버렸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예전처럼 박태경이 보여준 작은 애정에 간절히 매달리지 않을 것이다.

권지율은 강윤서에게 어떠한 계기로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는지를 물었고, 강윤서는 응급실에서 있었던 일을 숨기지 않고 털어놓았다.

권지율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붉어진 얼굴로 테이블을 내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말 둘 다 미친 거 아니야? 바람을 피울 거면 조용히 피우든가. 서다빈 그 여자도 정말 웃겨. 약혼자가 감옥에 간 지 얼마나 됐다고... 자기 약혼자 사촌 형이랑 붙어먹고 임신까지 해?”

권지율은 살면서 그런 경우는 처음 보았다.

강윤서는 권지율이 매우 진솔한 성격이며 감정이 격해지면 목소리가 커지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곧바로 권지율을 말렸다.

사실 그녀도 어젯밤 상황을 정확히 아는 건 아니었다.

그저 간호사가 얘기했던 걸 권지율에게 전한 것뿐이었다.

서다빈이 그녀의 실력을 무시하며 더 큰 병원으로 가보겠다고 해서 강윤서는 서다빈의 상태를 직접 살펴보지 못했다. 그러고 보면 서다빈은 그녀를 꽤 경계한 듯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강윤서는 뒤에서 들려오는 비웃음 소리를 들었다.

뒤를 돌아보자 남자 한 명이 서 있었다.

강윤서가 아는 얼굴이었다.

그는 바로 박태경의 몇 안 되는 친구 중 한 명인 차민석이었다.

차민석은 경멸과 혐오 가득한 눈빛으로 강윤서를 바라봤다. 조금 전 권지율이 한 말을 전부 들은 게 분명했다.

아마도 그는 강윤서가 일부러 그런 추문을 퍼뜨리는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강윤서, 너 진짜 쓰레기구나?”

차민석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코웃음을 치면서 그대로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강윤서가 반응할 틈조차 없었다.

마치 잘못한 사람이 그녀인 것처럼, 그녀가 악인인 것처럼 구는 차민석의 반응에 강윤서는 인상을 찌푸렸다.

권지율은 화가 나서 씩씩대며 말했다.

“뭐 저런 인간이 다 있어? 그런 짓을 해 놓고 창피해하지도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는 건 싫은 건가? 참나, 어이가 없네. 아예 노영 그룹 앞에 현수막을 걸어서 주가 폭락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강윤서는 그건 말도 안 되는 짓이라는 걸 알았다.

앞으로도 국내에서 살려면 그런 짓을 할 수 없었다.

박씨 가문은 무자비한 집안이었기에 강윤서는 국내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그들에게 너무 밉보일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아직 많이 약했고 딸도 지켜야 했기 때문에 그런 멍청한 짓을 할 수는 없었다.

강윤서는 차민석을 신경 쓰지 않았다.

...

위층으로 올라간 차민석은 차가운 얼굴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사람들이 꽤 많이 앉아 있었고 그중에 박태경이 있었다.

박태경은 우아하게 앉아 있었는데 아우라 때문에 꽤 위엄 있어 보였다. 그는 시선을 살짝 돌려 차민석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서다빈이 앉아 있었다.

서다빈은 미소 띤 얼굴로 차민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그래? 누구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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