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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作者: 안개자욱
옆에 있던 또 다른 친구 노형준이 웃으며 물었다.

“그러게. 표정이 왜 그렇게 안 좋아?”

차민석은 자리에 앉은 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서다빈을 바라봤다. 서다빈은 마음이 넓었고 그들과 어울릴 때도 선을 잘 지켰으며 처신도 잘했다. 그런데 강윤서는 남몰래 그런 서다빈의 험담을 하고 다녔다.

“내가 아래층에서 누구를 봤는지 알아? 강윤서를 봤어.”

박태경은 그 말을 듣고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손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채 느긋하게 테이블을 툭툭 두드릴 뿐이었다.

강윤서 이야기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서다빈이 차민석을 위해 물을 따라주며 여유롭게 물었다.

“둘이 싸운 거야? 상대는 여자인데 너무 그러지 마.”

차민석은 서다빈이 강윤서의 편을 들자 강윤서에게 더 화가 났다.

그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어깨를 으쓱하더니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강윤서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진짜 충격적이라니까. 여자가 질투심 때문에 얼마나 추해질 수 있는지 강윤서 덕분에 오늘 처음 알게 됐어.”

차민석은 아래층에서 권지율이 했던 말을 그대로 읊었다.

강윤서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던 박태경은 그 얘기를 듣자 눈빛이 차가워지며 인상을 찌푸렸다.

“강윤서가 직접 한 말이야?”

박태경이 차민석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의 말만 들어서는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서다빈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직접 들은 얘기라면 틀림없겠지.”

서다빈은 입술을 깨물며 차민석 대신 대답했다.

노형준은 곧바로 욕을 내뱉었다.

“미친 거 아니야?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할 수가 있어? 강윤서 본인도 여자면서 말이야. 그러니까 인생이 그 모양이지. 7년 동안 매달려도 사랑을 못 받아서 질투심이 그렇게 강한 건가?”

노형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아무 이유 없이 루머를 퍼뜨렸으니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노형준이 그렇게 말하자 서다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조용히 있는 박태경을 바라봤다. 그의 의견을 묻는 듯한 눈빛이었다.

박태경은 말없이 휴대폰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으러 나갔다.

그는 참여할 생각도, 말릴 생각도 없어 보였다.

노형준과 차민석은 박태경의 태도를 보고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박태경은 강윤서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서다빈은 시선을 내리며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

음식이 막 나와 몇 입 먹지도 못했는데 직원이 갑자기 급하게 달려와서 말했다.

“혹시 여기 의사 선생님 계신가요? 위층에 계신 손님 중 한 명이 갑자기 상태가 안 좋은데 봐주실 수 있을까요?”

강윤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은 의사로서의 본능이었다.

“제가 의사예요. 제가 가볼게요.”

권지율은 업무 메일을 확인하느라 따라가지 않았다.

강윤서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룸 앞에 도착했다. 환자를 걱정하는 마음에 그녀는 다소 다급히 문을 열었다.

그런데 마침 안에서 사람이 나오고 있었고 문이 열리는 순간, 상대가 들고 있던 뜨거운 냄비가 강윤서 쪽으로 기울어졌다.

서둘러 뒤로 물러난 강윤서는 단단한 가슴팍과 부딪치게 되었고, 허리에 둘린 탄탄한 팔뚝이 그녀를 뒤로 끌어당겼다.

박태경이 손을 들어 강윤서를 향해 기울어진 냄비를 빠르게 막았다.

직원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허둥지둥 냄비를 받아 들며 사과했다.

강윤서는 이곳에서 박태경을 마주칠 줄 몰랐다.

그녀가 고맙다고 말하려는 순간, 그의 뒤에 서 있는 서다빈이 보였다.

박태경은 자신의 몸으로 서다빈을 완전히 감싸듯 보호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다빈은 강윤서와 박태경의 신체 접촉에 불쾌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강윤서는 벌레를 피하듯 다급히 걸음을 옮겨 빠르게 박태경의 품에서 벗어났고, 그 모습에 박태경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잠시 강윤서를 바라봤다.

“너도 다치는 게 무섭긴 한가 봐. 나는 네가 낯짝이 두꺼워서 안 무서워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노형준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태경이가 반응이 빨라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다빈이가 다칠 뻔했어. 강윤서, 절대 착각하지 마. 너를 지켜주려고 그런 게 아니니까. 괜히 착각하면 민망하지 않겠어?”

노형준이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박태경은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노형준의 말을 부정하지도 않았다.

강윤서는 조금 전 그 냄비 때문에 서다빈까지 다칠 뻔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박태경은 그녀를 도와주려던 게 아니라 서다빈을 지켜주려다가 그녀까지 겸사겸사 도와준 것뿐이었다.

강윤서는 당연히 착각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그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차민석은 별말 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에서 경멸이 보였다.

강윤서는 무슨 상황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본능적으로 불쾌함을 느끼고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그녀는 그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손목이 잡히며 긴 손가락이 그녀의 손목뼈를 꽉 잡았다. 그 순간 강윤서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고개를 돌리자마자 박태경의 싸늘한 눈동자가 보였다.

박태경은 그녀를 바라보며 차갑고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빈이한테 사과해.”

강윤서는 심장에 비수가 날아와 꽂히는 기분이 들었으나 차가운 표정으로 박태경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이유가 뭔데요?”

“이유는 네가 제일 잘 알 텐데.”

박태경은 서다빈에게 불리한 얘기를 굳이 하고 싶지 않아 하는 듯했다.

그리고 마치 선을 긋듯이 그녀의 손목을 금방 놓았다.

아마도 서다빈이 신경 쓸 것 같아서 그런 듯했다.

강윤서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분위기를 보고 대충 상항을 짐작했다.

차민석은 아마 권지율이 했던 말을 과장해서 전달했을 것이다.

“강윤서, 잘못을 했으면 인정해야지.”

노형준이 말했다.

“솔직하게 인정하면 그렇게 추해지지는 않을 거야.”

차민석이 테이블을 두드리며 느긋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말이야. 다빈이는 임신하지 않았어. 아주 떳떳한 사람이라고. 그러니까 그런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을 퍼뜨리지는 마.”

노형준은 강윤서가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지어낸 걸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 모두 강윤서가 어린 시절 박씨 가문의 도움을 받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박씨 가문의 그 사람이 강윤서를 데리고 왔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강윤서는 박태경에게 여동생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강윤서는 뻔뻔하게 스무 살이 되자마자 박태경과 잠자리를 가졌고 결국 그와 결혼하게 되었다.

박태경은 강윤서에게 발목을 잡힌 셈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예전부터 강윤서가 아니꼬웠었다.

서다빈은 강윤서를 바라보며 너그러운 척 말했다.

“윤서 씨, 저한테 불만이 있으면 이런 치졸한 방법을 쓰지 말고 직접 얘기해요. 같은 여자로서 저도 윤서 씨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윤서 씨가 사람들 앞에서 사과만 한다면 그냥 넘어가 줄게요.”

강윤서는 서다빈이 임신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살짝 놀랐다.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으나 이내 대수롭지 않게 그 사실을 넘겼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더 이상 신경 쓸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태경은 불임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었으니 정말 임신이 쉽지 않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쓰레기는 쓰레기고, 바람은 바람이다.

강윤서는 서다빈을 바라봤다. 그녀는 상대방의 뻔뻔함에 새삼 감탄하면서 말했다.

“좋아요.”

서다빈은 강윤서가 이렇게 순순히 나올 줄은 몰랐는지 살짝 놀랐다.

박태경은 시선을 내려뜨려 강윤서를 바라봤다.

마치 그녀가 당연히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강윤서는 모두의 예상을 벗어난 얘기를 했다.

“SNS 계정을 몇 개 만들어서 공개적으로 사과할게요. 제 남편 사촌 동생의 약혼녀인 서다빈 씨가 제 남편과 바람을 피우는 걸 막으려고 하다니, 제가 너무 속이 좁고 생각이 짧았어요. 내연녀가 되고 싶어서 안달 난 서다빈 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제 남편이 두 집 살림을 하려고 하는 것도 이해해 주지 못했으니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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