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민 이미 씻고 나온 상태였으니 소아린의 음성 메시지를 다 들은 상태였다.지서현은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새하얘졌다.“아니, 하 대표님. 그게 아니라...”너무 당황한 탓에 지서현의 손에서 휴대폰이 미끄러져 침대 위에 떨어졌다.그 바람에 소아린의 음성은 계속해서 재생되었다.[하 대표님 몸도 정말 좋아 보이고 선명한 복근도 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하 대표님 손가락도 길잖아. 소문에 의하면 손가락 긴 남자는 침대 위에서 정말 대단하다고 들었어. 서현아, 이번엔 하 대표님이랑 자봐!]변명이라도 하려던 지서현은 다시 말문이 막혔
옆방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고 점점 더 거리낌 없이 커져 갔다. 이래서야 어떻게 잠을 잘 수 있겠는가?하승민은 손을 들어 뼈마디가 도드라진 손가락으로 벽을 두드렸다.똑똑!그러자 옆방의 소리가 바로 작아졌고 하승민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하지만 잠은 전혀 오지 않았다. 젊고 혈기 왕성한 몸이 이런 환경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바로 옆에는 지서현이 누워 있었고 부드러운 향기가 옅게 풍겨왔다. 머릿속에는 저절로 그날 밤 서원 별장의 안방에서 그녀를 벽에 밀어붙이고 손을 강제로 움켜쥐었던 장면이 떠올랐다.그
지서현은 계속해서 하승민을 불렀다.부드럽고 매혹적인 목소리가 귓가를 스치자 옆방 남자는 무심코 또다시 고개를 돌렸다. 저절로 시선이 가는 목소리였다.하승민은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방으로 들어오자 지서현은 이미 침대에 올라가 있었다.그리고 하승민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도대체 왜 그렇게 불러대는 거야? 귀신이라도 부르는 거냐?”“...”지서현은 행여나 하승민이 싸울까 봐 그냥 좋은 마음으로 부른 거였다.“찬물샤워 좀 하고 올게.”그렇게 말한 뒤, 하승민은 바로 욕실로 들어갔다
지서현이 하승민의 입술을 덮치자 그의 눈가가 붉게 물들더니 즉시 그녀를 밀어냈다.“서현아!”지서현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하승민을 조그마한 얼굴을 살짝 들어 바라보았다. 그녀의 맑고 깨끗한 눈매에 어딘가 어설프면서도 은근한 매력이 스며 있었다.“지유나한테 전화 왔는데 안 받으실 거예요?”그때, 하승민이 고개를 숙이고는 거칠게 그녀의 붉은 입술을 다시 막아버렸다.핸드폰에서는 진동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지유나가 계속 전화를 걸고 있었기에 지서현은 또다시 이 남자와 몰래 만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분명 지서현과 하승민은 합
이불 속에서 반짝이던 지서현의 촉촉한 눈망울이 갑자기 빛을 머금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러자 하승민이 낮고 거친 목소리로 물었다.“왜 웃어?”지서현이 그를 올려다보며 장난스럽게 되물었다.“제가 힘들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라고 해야 할까요?”아슬아슬한 농담, 은근한 유혹, 그건 하승민의 심장을 뛰게 하는 말이었다.하승민도 지서현을 따라 웃고는 다시 그녀의 붉은 입술을 덮쳤다....다음 날, 지씨 저택.침실 안, 이윤희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지해준의 품에 안겨 있었다.그녀는 그의 목에 팔을 감고 투정을 부렸다.“아
“사모님, 제발 저 좀 살려주십시오. 하 대표가 저를 가둬뒀는데 간신히 도망쳐 나온 겁니다. 만약 다시 잡혀가면 저는 끝장입니다.”왕우현은 하승민을 떠올리기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졌다.그래서 그는 이윤희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했다.이윤희는 당연히 왕우현을 구해야 했다. 그는 그녀가 쥐고 있는 ‘패’였으니까.그 중요한 패를 함부로 버릴 수는 없었다.“엄마,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돼요?”지유나가 다급하게 물었다.지해준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이윤희가 간신히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일을 해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문제가
그 말에 하승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그는 하던 일도 멈춘 채 고개를 들어 조현우를 쳐다보며 물었다.“어디로 도망쳤죠?”“왕우현 씨가 지씨 저택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지금 고우섭 씨가 해성의 36개 언론사를 초청해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고 합니다. 기자회견에서 사모님이 양아버지인 왕우현 씨를 학대하고 버렸다고 고발할 계획이라고...”하승민의 안색이 조현우의 말에 점점 어두워졌다.‘고우섭, 이 녀석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그는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조현우에게 쳐다봤다.“당신들은 대체 어떻게 일을 처리한 겁니
“아니요!”지서현은 즉각 부정했다.“어젯밤 전 하 대표님이랑 같이 안 있었는데요?”그녀의 말에 하승민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유정우가 알까 봐 그렇게도 겁이 나는 건가? 남자 앞에서 거짓말을 아주 능숙하게 하네. 사기꾼 같으니.’유정우는 하승민을 바라보며 의아해했다.“하승민, 너는 왜 아무 말도 안 해?”하승민은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얼굴로 무심하게 대답했다.“지서현이 다 말해줬잖아.”그녀가 뭐라고 하든 그대로 내버려두겠다는 듯한 태도였다.그러자 지서현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하 대표님과 유정우 씨는
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도 마치 따귀를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하 대표님, 이제 제 말 믿으시겠죠?”그녀의 맑은 두 눈은 영롱하게 빛났고 소문익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에 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은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워졌다.‘이 요망한 여자가! 소문익까지 자기 치마폭에 둘러싸다니, 정말 대단한 여자야!’“서현아, 너 쇼핑하러 온 거잖아. 어때? 마음에 드는 원피스 있어?”점원은 곧바로 레이스 원피스를 가져왔다. “이 원피스가 손님께 아주 잘 어울리실 것 같습니다.”지서현은 고
소문익이 왔다.지유나 일행은 어제 동연당에서 소문익을 만났었기에 오늘 다시 만나자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소문익은 지서현 옆으로 다가왔다.“서현아, 잠깐 전화 받느라 밖에 나갔었는데 무슨 일 있었어? 뭔가 재밌는 걸 놓친 것 같은데.”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끌어올렸다.“아니. 타이밍 딱 맞춰서 잘 왔어. 다들 내 남자친구인 당신을 보고 싶어 했거든..”지서현은 소문익에게 눈짓했다.소문익은 바로 눈치채고 지서현의 가녀린 어깨에 팔을 둘렀다.“이분들은?”지서현은 한 명씩 소개했다.“이분은 지씨 가문 어르신, 이윤희 씨, 지
지예슬은 곧바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붉은 입술을 말아 올렸다.“서현아, 부러워할 것 없어. C신은 내 남자친구야. 우리 곧 결혼할 거라고.”지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재산이 열 배로 늘었다며? 그럼 그 돈은 어디 있어? 그 C신이라는 사람이 언제 준다고 했어?”박경애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게...”“말 안 했나 보네요. 돈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C신이 열 배든 백 배든 마음대로 말할 수 있겠죠. 아까도 말했지만 그 C신이라는 사람은 사기꾼이에요. 알아서들 하세요.”지예슬은 곧바로 화를 냈다. 남자친구가 C신이라는 사
하승민의 잘생긴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누가 준 거야?”지서현은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남자친구요!”남자친구?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지서현이 전에도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이제 그 남자친구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네 그 돈 많은 남자친구 말이야?”“네. 맞아요.”하승민은 냉소했다.“비싼 차를 몰고 좋은 집에 살게 해주다니 돈 좀 쓰는 모양인데. 해성이 좁은 동네인데, 도대체 네 남자친구가 누군지 감도 안 잡히네.”지서현은 입꼬리를 올렸다.“하 대표님, 내 남자친구가 누군지 모
지서현은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그러나 하승민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지서현, 나한테 할 말 없어?”지서현은 맑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할 말?”하승민은 입술을 깨물었다.“네가 몰고 다니는 고급 차, 살고 있는 고급 아파트, 다 어디서 난 거야? 누구 돈 쓴 거냐고.”지서현은 가녀린 등을 꼿꼿이 펴고 말했다.“하 대표님, 어쨌든 당신 돈은 안 썼으니까 상관없잖아요. 더는 말씀드릴 게 없네요.”지서현은 가려고 했다. 그러나 하승민의 큰 키는 마치 벽처럼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살짝
이윤희와 지예슬은 지유나가 바닥에 엎어져 있는 것을 보고 놀라 급히 달려가 그녀를 구하려 했다.“당장 유나를 놔줘!”“세 번째 경고입니다. 이제 내보내겠습니다!”결국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는 모두 제성아파트에서 쫓겨났다. 쾅 소리와 함께 제성아파트의 대문이 그들 앞에서 닫혔다.세 사람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이런 수모를 당해 본 적이 없었다. 특히 지유나는 하승민과 함께 다니면서 항상 환대받았는데 이렇게 푸대접을 받고 쫓겨나다니, 생전 처음이었다.지예슬도 화가 났다.“다 서현이 때문이야! 유나야, 도대체 어떻게
이윤희가 말했다.“서현아, 하 대표님 미행 안 했다고 하더니, 결국 여기까지 따라왔잖아!”“너 진짜 무섭다. 승민 오빠가 9층에 사는 것까지 알고 있었어? 너 완전 스토커잖아. 정신병원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지서현은 하승민을 쳐다보며 물었다.“하승민, 9층에 살아요?”하승민은 901호 문패를 가리켰다.“나 여기 살아.”“아.”지서현은 902호 문 앞으로 가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는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지서현이 902호에 산다고?정말 제성
‘아니, 그럴 리가?’하승민은 스스로가 우스웠다. 어떻게 지서현을 그 눈부시게 아름다운 동연당 설립자와 같은 사람으로 생각했을까?‘하 대표님, 저 좀 태워다 주시겠어요?'방금 지서현이 차 밖에서 자신을 태워달라고 했었다. 하승민은 웃음이 나왔다. 자기 차가 있으면서 일부러 저런 말을 하다니, 분명 지유나를 약 올리려는 것이었다.자신을 놀리려는 의도도 있었다.지서현은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었다.그때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가 차에 올라탔다. 지유나는 조수석에, 지예슬과 이윤희는 뒷좌석에 앉았다. 하승민은 액셀을 밟았고 롤스로
지서현은 어이가 없었다. 그때 마침 새로 산 차가 도착했다.“난 여기서 차 기다리고 있었어. 이만 가볼게.”“차를 기다려? 택시?”지유나가 웃었다.“서현아, 병원 앞에서 택시 잡기 힘들 텐데?”지서현은 평소에 택시를 타고 다녔기에 지유나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지예슬은 지서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서현아, 넌 정말 한심해. 다른 선배들은 다들 집도 있고 차도 있는데, 넌 아직도 택시 타고 다니잖아. 천재 소녀라는 말이 아깝다.”이윤희는 지예슬의 팔을 잡아당겼다.“예슬아, 그만해. 서현이도 불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