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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2일차 프로토콜: 끊어진 신경망

Autor: nawoohj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09-21 11:54:52

치익―.

지독하고도 비릿한 수면가스가 걷히자마자 도진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폐부 깊숙이 박히는 냉기가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었지만, 도진은 이를 악물며 감각을 깨웠다. 어제 죽은 임철수 형사의 피가 검게 굳어 눌어붙은 수감복이 거친 사포처럼 살갗을 자극했다. 그것은 지워지지 않는 낙인이자, 도진이 이 지옥에서 반드시 살아나가야 할 이유였다.

도진의 눈은 어제보다 더 깊고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전략팀장의 치밀함뿐만이 아니었다. 벼랑 끝에 몰린 짐승의 생존본능, 그리고 소중한 이를 잃은 자의 서늘한 광기가 공존하고 있었다.

“팀장님, 정신이 좀... 드세요?”

구석진 벽면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서아란이 핼쑥해진 얼굴로 다가왔다. 어제 무기고에서 겪은 충격 때문인지 그녀의 손은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배식받은 것으로 보이는 딱딱하게 굳은 빵 한 조각이 들려 있었다. 도진은 말없이 빵을 받아 입에 넣었다.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는 기계적으로 씹어 삼켰다. 근육을 움직일 최소한의 연료, 복수를 완수하기 위한 에너지가 필요했다.

“임 형사님은... 제가 환경미화원들이 오기 전에 수습해 두려고 했지만... 안 됐어요.”

아란의 목소리가 젖어 들었다. 교도소의 시스템은 잔인했다. 시신은 그저 치워야 할 오물에 불과했다. 도진은 운동장 한쪽으로 실려 나가는 검은색 시신 가방들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슬퍼할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곳. 이곳은 인간의 존엄성이 완전히 삭제된 아레나였다.

“언제까지 죽은 놈 가방만 보고 있을 거냐.”

뒤편에서 들려오는 묵직한 저음. 강태식이었다. 그는 어제 수십 개의 칼날을 받아냈던 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한 모습으로 걸어 나왔다. 다만 그의 눈가에는 임철수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짙은 그림자로 남아 있었다.

“태식 씨, 몸은 괜찮습니까.”

도진의 물음에 태식은 대답 대신 자신의 거대한 주먹을 쥐어 보였다.

“내 몸 걱정할 때가 아닐 텐데. 1일 차가 끝나고 나서 놈들의 눈빛이 바뀌었어. 어제는 각자 살아남는 게 우선이었다면, 오늘은 ‘방해물’인 우리를 먼저 치기로 합의를 본 모양이더군.”

태식의 말대로였다. 중앙 홀 건너편에서 우리를 노려보는 용태의 무리와 백도끼의 시선에는 어제보다 더 노골적인 살의가 담겨 있었다. 그들에게 도진 일행은 판돈을 갉아먹는 눈엣가시이자, 반드시 먼저 제거해야 할 강력한 경쟁자였다.

[치지직―. 아레나 운영국입니다. 2일차 프로토콜을 시작합니다.]

기계적인 안내방송이 교도소의 차가운 벽면을 타고 찢어질 듯 울려 퍼졌다.

[오늘의 생존 목표는 15명입니다. 현재 생존자 31명 중 절반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입니다. 웨폰 박스는 3층 식당가에 배치되었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복도 곳곳에서 짐승들의 포효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어제의 승리자들이 오늘의 사냥감이 되는 잔인한 시간. 도진은 아란의 차가운 손목을 움켜쥐었다.

“태식 씨, 아란이를 부탁합니다. 우린 지금 즉시 3층으로 갑니다.”

“식당가는 놈들이 이미 길목을 잡았을 거다. 정면 돌파는 자살행위야.”

태식의 지적에 도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면으로 안 갑니다. 놈들이 연장을 고르며 승리에 취해 있을 때, 우린 판을 뒤집을 겁니다. 아란아, 드론 띄워. 3층 배전반 위치랑 가스 밸브 라인 확인해.”

도진의 지시에 아란이 서둘러 가슴팍에 숨겨둔 컨트롤러를 꺼냈다. 하지만 화면을 확인하던 아란의 안색이 순식간에 종잇장처럼 창백해졌다.

“팀장님, 잠시만요! 서버가... 막혔어요! 아예 연결이 안 돼요!”

“뭐라고?”

도진의 눈썹이 꿈틀했다. 아란은 미친 듯이 키보드 역할을 하는 단축키를 눌러댔지만, 화면에는 차가운 경고 문구만 반복해서 떴다.

[ CONNECTION ERROR: EXTERNAL NETWORK ISOLATED ]

“어제 제가 심어둔 카운트다운 소스 때문인 것 같아요. 박 대표 쪽 보안팀이 아예 교도소 전체의 외부 송출 신경망을 물리적으로 끊어버렸어요! 이제 드론도, 외부 통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우린 지금 진짜로 눈이 먼 거예요!”

아란의 목소리가 비명처럼 울려 퍼졌다. 통신망이 끊겼다는 건, 아란이 확보한 지도가 무용지물이 되었음을 의미했다. 적들의 위치도, 함정의 유무도 알 수 없는 깜깜이 상태에서 3층으로 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놈들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군.”

태식이 으르렁거리며 도진의 앞을 막아섰다. 로비 저편에서 용태 일당이 쇠파이프를 바닥에 긁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치이익, 치이익. 소름 끼치는 금속음이 점점 가까워졌다.

“아란아, 당황하지 마. 신경망이 끊겼다면 우리가 직접 그 신경이 되면 돼.”

도진이 피 묻은 소매를 걷어붙였다. 그의 눈동자엔 절망 대신, 상대를 압살하겠다는 지독한 투기만이 서려 있었다.

“태식 씨, 3층 식당가 입구까지 딱 1분만 길을 여세요. 아란이는 내 옆에서 떨어지지 마. 눈이 멀었다면 몸으로 부딪혀서 길을 만든다.”

“1분? 너무 길군. 30초면 충분하다.”

태식의 포효와 함께 거대한 폭풍이 일었다. 태식은 달려드는 조폭 두 명의 머리를 한 손으로 낚아채 그대로 벽에 짓이겨버렸다.

콰직!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길의 경계가 무너졌다. 도진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아란의 허리를 감싸 쥐며 전력 질주했다. 옆에서 백도끼의 부하가 칼을 휘둘러왔지만, 도진은 유연하게 몸을 비틀며 놈의 팔목을 낚아채 어깨 너머로 꽂아버렸다.

“가세요! 멈추지 마!”

태식의 외침이 등 뒤에서 들려왔다. 31명의 생존자 중 단 15명만이 허락된 2일 차의 아침.

도진은 아란의 컨트롤러에 뜬 'CONNECTION ERROR' 문구를 차갑게 응시했다. 박 대표가 우리를 세상에서 지우려 한다면, 우리는 이 지옥 속에서 스스로 태양이 되어 타오르면 그만이었다.

“박현석, 네가 끊어버린 이 신경망이... 결국 네 목을 감는 올가미가 될 거다.”

피비린내 나는 복도를 가로질러, 도진 일행은 2일 차의 전장인 3층 식당가를 향해 죽음의 질주를 시작했다. 아직 전 세계는 조용했다. 하지만 아란의 주머니 속에서 작게 박동하는 카운트다운 시계는, 여전히 파멸의 시간을 향해 쉼 없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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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드라인(Dead Line): 사형수들의 도시   제12화. 지옥의 라이브: 복수의 서막

    [청라 특수 교도소, 제7구역 메인 로비]제한 시간 종료 30분 전.교도소 내부를 가득 채웠던 광기 어린 비명은 잦아들었으나, 그 자리를 메운 것은 더욱 지독한 침묵과 경계였다. 생존한 죄수들은 무기를 반납함에 넣기 위해 로비로 모여들었다.그들은 서로를 믿지 않았다. 반납함 앞에서 마지막 기습을 당해 목의 ‘리미터’가 터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그들의 눈동자를 충혈시켰다.그 피 냄새 진동하는 인간 군상 사이로, 유령처럼 서늘한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한도진이었다.그의 수감복은 이미 원주인을 알 수 없는 선혈로 검붉게 찌들어 있었다. 한 손에는 무기고에서 확보한 전술 나이프가, 다른 한 손에는 철수의 유품인 끊어진 수갑 체인이 감겨 있었다. 도진의 시선은 단 한 놈, 철수의 머리를 가격했던 용태의 최측근 부하 ‘작두’에게 고정되어 있었다.놈은 아직 식지도 않은 임철수의 시신 앞에서 승리감에 취해 있었다. 피 묻은 쇠파이프를 지팡이처럼 짚은 채, 자신의 무용담을 떠들며 낄낄거리고 있었다.“봤냐? 형사 놈이라 그런지 맷집은 좋더만. 대가리가 깨져도 안 놓고 버티기에 그냥 확…….”“그 쇠파이프.”낮게 가라앉은, 그러나 로비 전체를 얼어붙게 만드는 도진의 목소리가 작두의 말을 끊었다. 작두가 고개를 돌리기도 전, 도진의 눈동자엔 이미 살육의 공식이 완성되어 있었다.“네 무덤 파는 도구로 써라.”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진의 신형이 사라졌다.슈슉!인간의 반사신경을 비웃는 속도였다. 도진은 바닥을 차고 올라와 작두의 목에 수갑 체인을 와이어처럼 감아 올렸다. 놈의 고개가 뒤로 꺾이며 비명이 목구멍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그 찰나, 도진의 전술 나이프가 놈의 가슴팍을 정교하게 파고들었다.서걱, 서걱, 서걱!심장과 폐, 그리고 대동맥.단 세 번의 자창으로 놈의 생명 줄기를 끊어버렸다. 주변에 있던 용태의 조폭들이 무기를 치켜들었을 때는 이미 상황이 종료된 후였다. 도진은 쓰러지는 작두의 몸을 발로 차내며, 놈이 쥐고 있던 쇠파이프를 빼앗아 반납함에

  • 데드라인(Dead Line): 사형수들의 도시   제11화. 쏟아지는 선혈: 형사의 마지막 소원

    퍼억!고막을 마비시키는 둔탁하고 묵직한 타격음이 좁은 복도를 가득 메웠다.무기고 문턱에서 도진의 등에 튀어 오른 것은 차가운 식은땀이 아니었다. 그것은 방금까지 곁에서 숨 쉬던 동료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뜨겁고 진득한 피였다.“컥…….”임철수의 머리에서 검붉은 선혈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도진의 뒤통수를 노리고 휘둘러진 쇠파이프를, 철수가 제 몸을 던져 대신 받아낸 것이었다. 머리뼈가 깨지는 치명상을 입었음에도 철수는 짐승 같은 괴력을 발휘해 공격한 놈의 허리를 죽기 살기로 껴안았다.“가…… 한 팀장……. 저 아이부터…… 제발……!”철수의 떨리는 목소리가 도진의 가슴을 난도질했다.그는 형사였다.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되었지만, 죽는 순간까지도 그는 시민 '서아란'을 구해야 한다는 본능에 충실했다. 자신의 누명을 벗겨줄 유일한 증인이자, 이 지옥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범죄자'가 아닌 '사람'으로 믿어준 유일한 조력자. 철수의 눈동자가 서서히 뒤집히며 고개가 꺾였다.철수가 끝까지 지키려던 도진의 수감복은 이제 원주인의 피로 완전히 젖어 들었다.뚝.도진의 머릿속에서 정교하게 유지되던 이성의 퓨즈가 끊어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태화그룹 최고의 전략팀장으로서 유지해온 치밀한 계산도,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던 인간으로서의 연민도 사라졌다.바닥에 떨어진 철수의 녹슨 수갑을 집어 든 도진의 눈이 검은 광기로 번뜩였다. 그건 더 이상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자신의 세계를 지탱하던 유일한 선의(善意)가 살해당하는 순간, 도진의 영혼은 완전한 악(惡)으로 침잠했다.“전부…… 죽인다.”도진의 움직임은 더 이상 '유도'가 아니었다. 그것은 오직 살육과 파괴만을 위해 설계된 잔혹한 사냥이었다.“이, 이 새끼가!”아란을 겁탈하려던 조폭 한 놈이 당황해 칼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도진의 속도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상태였다. 도진은 놈의 손목을 낚아채는 동시에 철수의 수갑 체인을 놈의 목에 휘감았다.드드득!강철 체인이 살점을 파고들며 목뼈를 조였다.

  • 데드라인(Dead Line): 사형수들의 도시   제10화. 뼈가 부서지는 소리: 핏빛 로비의 학살

    로비의 공기는 비릿한 철분 냄새로 포화 상태였다.도진은 살귀의 손목을 낚아챔과 동시에 놈의 가슴팍 깊숙이 파고들었다. 전직 유도 국가대표 상비군. 그의 몸에는 상대를 바닥에 꽂아 넣는 감각이 세포 하나하나에, 그리고 핏줄 마디마디에 각인되어 있었다. 전략팀장 시절의 냉철한 두뇌가 '인체 파괴의 최단 경로'를 계산하면, 단련된 육체는 오차 없이 그 명령을 수행했다.콰드득!허공을 가르는 비명보다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먼저였다. 도진의 전신 근육이 강궁의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당겨졌고, 곧이어 유도의 정수라 불리는 '허벅다리걸기'가 작렬했다.살귀의 육중한 거구는 중력을 상실한 종이 인형처럼 공중에서 뒤집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처박혔다.커헉! 충격으로 녀석의 입에서 선혈이 왈칵 쏟아졌다. 하지만 도진의 눈은 여전히 얼음처럼 차가웠다. 감정 섞인 분노가 아니라, 방해물을 제거하는 기계적인 정교함만이 그곳에 있었다.도진은 바닥에 널브러진 녀석의 팔을 붙잡고 그대로 어깨 위로 꺾어 올렸다. 관절이 한계를 넘어 비틀리는 소리가 로비에 울려 퍼졌다. 놈이 고통에 찬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도록, 도진은 안면을 향해 묵직한 주먹을 내리꽂았다.퍽, 퍼억!도진의 무표정한 얼굴 위로 튀어 오른 핏방울이 차가운 눈동자에 맺혀 눈물처럼 흘러내렸다. 주변을 에워싸던 죄수들은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0번 사형수. 단순히 머리만 좋은 줄 알았던 남자가 보여준 기괴할 정도의 냉정함과 폭력성에 압도당한 것이다.“아란아! 안 돼!”그때, 복도 끝 여사동 방향에서 찢어지는 비명이 들렸다. 해킹 실패 후 통신실을 빠져나오던 서아란이 세 명의 거친 죄수들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어두운 무기고 안쪽으로 끌려가고 있었다.“비켜, 이 새끼들아!”도진이 아란을 구하기 위해 발을 뗐다. 하지만 그 앞을 가로막은 것은 거대한 어둠이었다. 연쇄살인마 백도끼. 그는 소리 없이 나타나 날카롭게 간 칫솔 칼을 휘두르며 도진의 급소를 노렸다. 뱀처럼 낮고 빠른 움직임이었다.스윽.도진이 간신히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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