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37화. 아침 풍경
고요하고 고즈넉해야 할 저택의 아침 식사 시간은, 오늘도 소란으로 시작되었다. "야! 똥개! 그 소시지 다시 내려놔라." "웃기시네! 먼저 찍은 놈이 임자지!" 고풍스러운 식탁 위에서 전대미문의 젓가락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두 사람, 아니 두 짐승 사이에서 튀는 보이지 않는 스파크 때문에 식탁 위의 샹들리가 위태롭게 깜빡거렸다. "이게 어디서 감히 선배한테 이빨을 드러내? " 루나가 눈을 가늘게 뜨며 붉은 안광을 흘렸다. "선배는 무슨! 여우 주제에 나님은 고귀한 은빛 늑대의 후예라고 몇 번을 말해!" 루나가 손가락을 까딱하자 은랑이 가져갔던 소시지가 루나의 접시로 날아갔다. 은랑이 으르렁거렸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꼬우면 너도 백 년 일찍 태어나서 도술 배우든가. 무식하게 힘만 쓰는 짐승은38화. 루나의 수련법 북악산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은 평소 단이 다도를 즐기던 평화로운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루나의 '임시 강의실'로 변해 있었다. 서연은 비장한 각오로 머리에 띠까지 하고 나타났다. "준비됐습니다, 스승님! 오늘은 어떤 수련인가요? 명상? 108배? 시키시는 건 뭐든지 하겠습니다!" 하지만 테이블에 앉아 있는 루나의 차림새는 서연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풀 메이크업에 몸매가 드러나는 화려한 패턴의 원피스, 선글라스에 모자까지 준비한 그녀는 당장 화보를 찍어도 모자람이 없어 보였다. "명상은 무슨. 지루한 건 딱 질색이야. 땀 흘리는 것도 싫고. 촌스럽게 그 띠는 또 뭐니? 앉아 봐." 루나가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며 서연을 쳐다봤다. 서연이 쭈뼛거리며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네가 정화를 해야 하는 이유가 단순히 네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야." 루나의 표정이 진지하게 가라앉았다. "신성한 신선의 기운이 천 년이라는 세월 동안 세상의 어둠에 더럽혀졌어. 어둠은 어둠을 불러오고, 오염된 힘이 세상의 어둠을 계속 키워 나간다면 머지않아 큰 재앙이 될 거야." 루나가 잠시 말을 멈추고 서연을 바라보았다. "각성이 너무 늦어졌어…… 이제는 세상을 재앙으로부터 지키겠다는 각오까지 가져야 할 것 같다. 그것이 네 운명이니까." 서연은 침을 꿀꺽 삼켰다. "운명…… 이라고 하니까 좀 무겁네요. 전 그냥 평범한 소시민인걸요." 루나가 짝, 하고 손뼉을 쳤다. "신선의 힘을 가진 소시민 봤냐? 명색이 각성자면서 귀신앞에서 덜덜 떨고 말이야. 네가 그러면 귀신이 널 얕본다고." "그건…… 무서우니까요! 귀신이잖아요! 얼굴 없는 귀신인데 안 무서우면 그게 이상한 거죠!
37화. 아침 풍경 고요하고 고즈넉해야 할 저택의 아침 식사 시간은, 오늘도 소란으로 시작되었다. "야! 똥개! 그 소시지 다시 내려놔라." "웃기시네! 먼저 찍은 놈이 임자지!" 고풍스러운 식탁 위에서 전대미문의 젓가락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두 사람, 아니 두 짐승 사이에서 튀는 보이지 않는 스파크 때문에 식탁 위의 샹들리가 위태롭게 깜빡거렸다. "이게 어디서 감히 선배한테 이빨을 드러내? " 루나가 눈을 가늘게 뜨며 붉은 안광을 흘렸다. "선배는 무슨! 여우 주제에 나님은 고귀한 은빛 늑대의 후예라고 몇 번을 말해!" 루나가 손가락을 까딱하자 은랑이 가져갔던 소시지가 루나의 접시로 날아갔다. 은랑이 으르렁거렸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꼬우면 너도 백 년 일찍 태어나서 도술 배우든가. 무식하게 힘만 쓰는 짐승은 밥 먹을 자격도 없어. 우아함이 결여되어 있잖아, 우아함이." "신선님이 나도 재능이 많다고 했다고!" "네, 네~ 이미 이천 년은 늦으셨고요." "이 씨!" "......으으으." 단이 신음하면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아침부터 편두통이 밀려오고 있었다. 근 백 년 동안 고요했던, 아니 적막하다 못해 쓸쓸하기까지 했던 그의 집이, 북새통이 되어있었다. "김실장, 연은 아직 안내려온건가?." "네, 주인님." "가능한 빨리 내려와 달라고 부탁해주게." 단에게는 지금 진통제가 필요했다. "저 여기 이있어요. 금방 갈께요." 세수만 간단히 하고 내려오는 모습이었지만, 단의 눈에는 아침이슬을 머금은 봄꽃처럼 청초하고 상큼해 보였다. 서연은 자연스럽게 단의 옆자리에 앉으며 그의 손을 꼬
36화. 후유증"그래서! 네가 저 도둑놈을 치유할 수 있는 거란다. 그리고 오염된 파편을 정화할 수 있는 힘이지.""오염된 파편이요?"루나가 연의 손등을 애틋하게 쓸어내렸다."신선님의 흩어진 힘들은 요즘 말로 하면 깨끗하고 순수한 에너지란다. 안타깝게도 투명한 존재일수록 쉽게 오염되는 법이지. 순수한 에너지가 오랜 세월 동안 지상의 더러운 것들과 섞이기 시작했단다."루나의 음성이 깊은 심연처럼 낮게 가라앉았다."억울하게 죽어간 인간들의 원한, 가질 수 없는 것을 탐하는 추악한 욕망, 시기와 질투…… 인간이 뱉어내는 온갖 어두운 오물들이 그 고결했던 조각들을 오염시켜 버렸어.""그럼 시계나 그림에 붙어있던 것들이 그 오염된 파편인가요?""그래, 우리 아가씨가 신선의 힘을 각성해서 그런지 아주 똑똑한데?""그런 것들이 세상에 남아 있어도 되는 건가요?""안 되지, 그건 우리 신선님에 대한 모욕이야. 그리고 그대로 두었다가는 저 도둑놈이 미치기 전에 세상이 먼저 미쳐 돌아가겠지. 그러니 정화가 필요해……."거기까지 말한 루나가 후, 숨을 내쉬며 뒤로 스르륵 물러났다. 거실을 짓누르던 신비가 그녀의 윙크 한 번에 다시 유쾌한 공기로 반전되었다.
35화. 신선의 유지엉거주춤 서 있던 서단이 루나의 나른한 손짓에 홀린 듯 주방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그러고는 얼음까지 동동 띄운 냉수를 정성스럽게 대령했다."아! 고마워요. 실은 저기 있는 김 실장한테 시킨 거였는데, 아무튼 고마워요, 젊은 친구. 근데 이 귀여운 친구는 누구실까?""저, 저는 서단이라고 합니다! 여기 있는 서연이 제 친누나입니다.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 누님!"서단이 쟁반을 들고 반듯한 자세로 루나에게 정중하게 답했다.빠직.이 정신없는 와중에도 서단을 보는 서연의 눈에서 차가운 불꽃이 팍 튀었다.'아오! 서단! 어디에 내놔도 창피한 내 동생 놈아. 미인 앞이라고 목소리 톤 쫙 깔고 행동거지 달라지는 거 봐라. 진짜 내가 너무 부끄럽다.'"어머, 참 싹싹하고 잘생긴 청년이네. 그래, 서단이 너도 여기 와서 앉으려무나."루나가 이내 얼굴에 머물던 가벼운 장난기를 거두어냈다.오롯이 서연을 향한 그녀의 눈동자가 묵직하게 가라앉았다."비현실적인 일이겠지만, 아가씨가 온전히 받아들여야만 하는 일이야. 피할 수 없는 잔인한 운명이라고 해두자꾸나. 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천 년 전, 네 조상이 위대한 존재와 했던 약속이니까.""이미…… 믿지 않을 수 없게 되어버렸어요. 각오도 했고요. 그러니까 숨기지 말고 그냥 전부 말씀해 주세요.""그래 고맙다, 참 씩씩하고 예쁜 아이로구나."루나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눈가가 아련한 물기로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천 년이라는 세월 속에서도 차마 바래지 못한 그리움과 슬픔이 그녀의 음성
34화. 통성명저 미모에 여자가 한둘이었겠냐마는, 대놓고 단의 뺨을 만지는 화려하고 섹시한 미녀라니. 서연의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찌릿하면서 불편해졌다.‘...전 여친? 아니면 썸녀? 단 씨 의외로 취향이 엄청 센 언니 스타일이었나 보네.’서연이 혼자 속으로 삼류 로맨스 소설을 집필하며 입술을 삐죽이고 있을 때, 은랑이 펄쩍 뛰며 거실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방역?! 방여억?! 이 지독한 사기꾼 여우 주제에 누구보고! 네 향수 냄새가 더 지독하거든!"은랑이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주인님! 저 미친 여우 내쫓아! 저 여우 할망구, 진짜 피도 눈물도 없는 악질 사기꾼이야! 전에도 내 전 재산 싹 다 날려 먹었다고!""저 무식한 짐승이 지금 나한테 뭐라는 거니?""기억 안 나?! 1930년에! 동양척식 뭐시기랑 미쓰코시 백화점 주식 사놓으면 무조건 100배 뛴다며!내가 경성 바닥에서 뼈 빠지게 구르면서 모은 비상금 싹 다 털어 넣었더니, 해방되자마자 휴지 조각 됐잖아! 내 돈 내놔, 이 사기꾼 여우야!"은랑의 절규에 루나는 가소롭다는 듯 풋, 코웃음을 쳤다. 그녀는 자신의 손끝에 시선을 주며 무심하게 대꾸했다."어머, 투자는 본인 책임이지. 분산 투자 몰라? 어떤 투자자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다 담니?""네가 무조건 우량주라고 했잖아!""오르긴 올랐지.
33화. 여우 등장"저도요, 저도요! 저는 왜 누나 같은 능력이 없는 건데요? 솔직히 누나보다는 제가 더 적합할 것 같은데!저는 오컬트든 판타지든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완벽히 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 누나죠?"서단도 지지 않고 앞으로 바짝 나서며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응, 넌 그냥 안 되는 거야~ 저리 빠져 있어라. 누나 귀찮게 하지 말고."서연이 혀를 쯧 차며 서단을 쿨하게 쳐냈다."도둑놈 네가 원인 제공자잖아. 빨리 말해!""닥쳐라, 늑대."단이 깊고 무거운 눈빛으로 서연을 응시했다."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군. ""전부 다 말씀해 주세요. 도망 안 간다고 분명히 말했고 계약서에 서명도 했잖아요."서연이 각오를 다진 단단한 눈으로 단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단의 입술이 마침내 천 년의 봉인을 풀듯 아주 천천히 열리려했다.또각, 또각, 또각.집안에 있는 그 누구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는데, 거침없는 걸음으로 한 여인이 들어섰다."크르릉... 으르릉...."누구라도 한눈에 반할 법한 아름다운 여인이 등장했는데, 은랑이 거칠게 으르렁거렸다."우웩! 밥맛 떨어지는 누린내는 천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군!"은랑이 코를 틀어막으며 대놓고 구역질 하는 시늉을 했다."싸구려 향수를 통째로 들이부었나. 여우 냄새가 진동을 하네, 진동을 해!"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선글라스를 낀 여자.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관능적인 향기가 거실을 빠르게 점령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