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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배는 세 번째 접시에 오른다
독배는 세 번째 접시에 오른다
Author: POTO

1화 — 죄인의 딸은 숯창고로

Author: POT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4 17:59:21

천막 너머의 심사관은 레아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들이 볼 수 있는 것은 번호뿐이었다. 열일곱. 대기근 뒤 일손이 모자라진 왕실 대주방이 계절 조리인을 뽑을 때만 쓰는 방식이었다. 지원자는 이름도, 출신도 감춘 채 같은 재료와 같은 화덕을 받았다.

레아는 냄비부터 불에 올리지 않았다. 보리알을 손바닥에 펴고 깨진 면을 살폈다. 젖었다 마른 것은 가운데가 희게 떴고, 오래 묵은 것은 손톱 아래 가루가 남았다. 상자 바닥의 뿌리채소 세 개도 단단한 순서대로 갈랐다. 좋은 재료를 골라내는 시험이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얼마나 버리지 않고 살리는지 보는 시험이라고 생각했다.

옆 칸에서는 칼이 도마를 때리는 소리가 다급했다. 누군가는 상한 끝까지 크게 잘라 버렸고, 누군가는 향신료를 쏟아 오래된 냄새를 덮었다. 레아는 버린 껍질도 한쪽에 가지런히 모았다. 심사관이 재료의 무게를 다시 달아 본다는 소문 때문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곡물 한 줌이 사라질 때마다 굶는 사람의 그릇 하나가 비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그 말을 한 사람이 구휼곡을 훔친 죄로 죽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칼끝이 잠시 멎었다. 레아는 손잡이를 고쳐 잡고 남은 뿌리를 더 얇게 저몄다.

종이 두 번 울린 뒤 레아는 수프와 납작한 빵을 작은 창으로 밀어 넣었다. 한참 침묵하던 여자의 목소리가 천막을 뚫고 나왔다.

“열일곱, 불을 왜 중간에 줄였지?”

“보리 껍질이 먼저 익는 냄새가 났습니다. 그대로 두면 속이 익기 전에 쓴맛이 남습니다.”

“냄새만으로 알았나?”

“냄새와 냄비 가장자리의 거품을 같이 봤습니다.”

짧은 웃음이 들렸다. 호의인지 비웃음인지는 알 수 없었다. 레아는 빈 조리대의 물기와 사용한 숯의 수를 기록지에 적었다. 여덟 해 동안 그녀가 배운 것은 설명보다 기록이 오래 산다는 사실이었다.

오후의 마지막 종과 함께 합격자 넷이 불렸다. 열일곱도 그 안에 있었다.

“천을 걷어라.”

레아가 얼굴을 드러내자 중앙에 앉은 대주방장 브리짓 베른의 눈썹이 아주 조금 올라갔다. 그 옆의 조달 서기가 명부를 받아 들었다.

“이름.”

“레아 모렌입니다.”

펜촉이 종이를 긁다 멎었다.

“모렌?”

뒤쪽에서 누군가 낮게 욕설을 삼켰다. 귀족 특채 견습의 푸른 띠를 맨 셀린 드 로셰가 동료에게 귓속말했다. 구휼곡을 훔쳐 교수대에 오른 제분관의 딸이라고. 목소리를 낮췄지만, 들리도록 낮춘 말이었다.

합격자 하나가 레아와 닿을 뻔한 소매를 황급히 거뒀다. 명부 뒤에 서 있던 하인조차 그녀가 밟은 돌을 피했다. 여덟 해 전 재판장에서도 사람들은 그렇게 물러났다. 아벨 모렌이 빼돌렸다는 곡물의 양은 모두 외웠지만, 그 곡물이 어디에서 발견됐는지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레아는 입안에 번지는 쇠 맛을 삼켰다. 오늘 여기서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면 합격자의 항변이 아니라 죄인의 딸이 소란을 피웠다는 한 줄만 남을 터였다.

조달 서기는 합격 명패를 도로 집으려 했다. 브리짓이 굵은 손가락으로 명패 끝을 눌렀다.

“블라인드 실기 합격 뒤에는 중죄가 확인되지 않는 한 해고할 수 없다.”

“그 아비의 죄가 중죄였습니다.”

“딸의 죄는 아니지.”

구해 준 말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브리짓은 레아를 한 번 훑고 명령서를 내밀었다.

“대주방 조리대에는 세울 수 없다. 숯창고 잡역으로 배치한다. 불만 있나?”

합격자 셋의 새 앞치마는 희었다. 레아에게 건너온 것은 무릎이 검게 탄 회색 앞치마였다. 셀린의 입가가 가볍게 휘었다.

레아는 명령서를 받았다.

“배치일이 오늘입니까, 내일입니까?”

서기가 눈을 치떴다. “지금 그게 중요하냐?”

“오늘이라면 제가 받은 숯의 수량도 오늘 장부에 적어야 합니다.”

브리짓의 시선이 잠시 레아의 얼굴에 머물렀다.

“오늘이다. 마지막 종 전까지 남쪽 창고로 가.”

항의도 애원도 없자 오히려 사람들이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레아는 날짜가 적힌 명령서 아래에 서기의 서명을 받아 냈다. 종이가 손안에 들어오고 나서야 몸을 돌렸다.

남쪽 숯창고는 대주방의 열기와 정반대였다. 천장은 낮고 공기는 검었다. 레아는 숯자루를 크기대로 쌓고, 젖은 것과 마른 것을 갈랐다. 세 번째 더미 뒤에는 곡물 포대 넷이 잘못 들어와 있었다. 바닥에서 스민 물 때문에 자루 귀퉁이가 축축했다.

그중 하나의 봉랍에 쌍사자가 찍혀 있었다.

칼리온 왕실 조달부의 합법적인 인장.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했다. 그런데 붉은 봉랍 가장자리가 깨진 틈 아래로 검은 봉랍이 보였다. 레아는 손대지 않고 무릎을 굽혔다. 포대 번호와 위치, 젖은 면이 향한 방향을 배치 명령서 뒷면에 적었다.

여덟 해 전, 아버지의 압수 장부 마지막 장에도 같은 사자가 있었다.

멀리서 저녁 종이 울렸다. 레아는 검댕 묻은 손으로 날짜를 한 번 더 둘러쌌다.

합격 첫날이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벌써 곡물을 숯 뒤에 숨겨 두었다.

레아는 창고 문을 잠그기 전에 자루 사이 간격을 손가락으로 재고 바닥의 물길을 그렸다. 포대를 숨기려 했다면 왜 완전히 가리지 않았는지, 단순히 비를 피했다면 왜 재고표가 없었는지 답은 아직 없었다. 아는 것과 짐작한 것을 같은 줄에 적지 않았다. 앞면에는 배치 날짜, 뒷면에는 발견 시각. 그녀가 가진 첫 왕실 문서는 그렇게 두 개의 기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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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달총관 카시안 발테르는 소각장에 검은 예복을 입고 나타났다. 연기와 재가 튀는 곳에는 어울리지 않는 차림이었지만, 그는 소매를 걷고 첫 포대의 봉랍을 직접 확인했다. 뒤에는 감사관, 시식관, 각 창고의 책임자가 줄지어 섰다. 의심 곡물을 몰래 없앤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모든 절차를 공개한 자리였다.“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재료는 왕가의 식탁뿐 아니라 어느 하인의 그릇에도 오를 수 없네.”발테르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으나 소각장 끝까지 들렸다. 그는 회수로 비게 된 하인 식당의 곡물을 자기 영지 창고에서 먼저 대겠다고 발표했다. 납품상에게 책임을 묻는 일은 감사 결과 뒤로 미루되, 운반 인부의 품삯은 그대로 지급하겠다고도 했다. 불평하던 인부들이 모자를 벗었다.레아는 가장 뒤에서 새 황동 패를 쥐었다. 그녀의 보고서로 시작된 회수였지만, 이제 사람들은 발테르의 결단만 말했다. 의심스러운 물건을 없애고 굶을 사람까지 챙기는 조달총관. 어느 쪽에서 보아도 흠잡기 어려운 조치였다.노엘 라스 감사관이 소각 명령문을 읽었다. 포대의 수, 발견 창고, 회수 시각, 참관자 이름이 차례로 불렸다. 전날 레아가 남긴 납품 번호도 하나도 빠지지 않았다. 보고서가 무시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완벽하게 받아들여져, 번호와 연결된 물건이 이제 불 앞에 줄을 서 있었다.레아는 하론에게 다가가 낮게 말했다. “봉인 시료를 하나 남겨야 합니다.”“전하의 식탁에 오른 의심물이다. 보관 중 다시 섞이면 누가 책임지지?”“시식실 이중함에 넣고 감사관과 함께 봉인하면 됩니다.”하론은 난처한 얼굴로 노엘을 보았다. 노엘이 명령문의 끝을 확인한 뒤 답했다. “보관 예외는 소각 명령 전에 신청해야 합니다. 지금 바꾸면 회수품 일부를 숨겼다는 의심을 남깁니다.”“그러면 무엇으로 조사합니까?”“포대에서 채취된 시료가 있습니까?”레아는 덮어 둔 발효지를 떠올렸다. 음식 자체가 아니라 흔적만 남은 종이였다. “없습니다.”“그렇다면 오늘 제가 지킬 수 있는 것은 명령이 같은 방식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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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단표에는 시간이 없었다.‘뿌리채소 수프, 흰 빵, 붉은 과실주.’ 무엇을 먹었는지는 남았지만 어느 종 사이에 무엇이 올랐는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시식 기록도 세 항목 모두 ‘이상 없음’이었다.레아는 다음 날 첫 종부터 배식실 문 앞에 섰다. 왕실 식당의 기록을 잡역에게 보여 줄 수 없다는 서기의 말을 들은 뒤에도 물러나지 않았다.“어제 에델린 전하의 수프를 만든 조리인입니다. 작업 기록과 반출 시각을 맞춰야 합니다.”“전하께서 포상도 철회했다던데, 아직 조리인인 척을 하나?”“칭찬은 철회하지 않으셨습니다. 조리한 사실도 기록하라고 명하셨고요.”서기는 할 말을 잃고 시녀장이 남긴 한 줄을 확인했다. 결국 식단표 원본은 아니어도 배식 종 장부를 열어 주었다.첫 번째 식사 종 직전 수프 여섯 그릇. 첫 번째와 두 번째 종 사이 빵 두 바구니. 세 번째 종 직전 과실주 한 병. 레아는 숫자를 베껴 적지 않고 허락된 난에 자기 작업 시각을 나란히 썼다. 사본을 몰래 만들면 훗날 도난 문서가 된다. 공식 장부에 비교 기록을 남기는 편이 느려도 오래 버텼다.“음식이 다 따로 시식을 통과했어.” 서기가 말했다. “공주님이 피곤했던 일을 왜 식단 탓으로 돌려?”“아직 탓하지 않았습니다. 순서를 확인하는 중입니다.”“수프 다음에 빵, 빵 다음에 술. 어느 식탁이나 그렇지.”레아는 설거지장으로 내려갔다. 그릇은 이미 씻겼지만 반납 시각은 나무패에 남아 있었다. 수프 그릇은 첫 번째 종 뒤, 빵 바구니는 두 번째 종 뒤, 술잔은 에델린의 식사가 갑자기 끝난 뒤 한꺼번에 돌아왔다. 시녀장에게 묻자 공주는 수프를 먹을 때는 멀쩡했고, 빵 뒤에는 귀가 울린다고 했으며, 과실주를 마신 뒤 손을 감쌌다고 했다.“그걸 병이라고 적을 수는 없어.” 시녀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전하의 허락도 없고, 의원의 진단도 없으니까.”“병이라고 적어 달라는 게 아닙니다. 하신 말씀과 시각만 확인해 주십시오.”시녀장은 오래 망설이다 ‘두 번째 종 뒤 귀울림 호소’라는 문장만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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