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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작가: 별빛찬란
서다윤은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서다윤은 진작부터 안효민의 딸이 또래 아이들처럼 순수하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지승현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쓰면서 서다윤을 대할 때는 태도가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지승현과 안효민의 불륜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서다윤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와서 되돌이켜 보니 안지아가 했던 모든 행동은 안효민의 사주를 받은 것이 분명했다.

고작 다섯 살짜리 아이가 성인용품을 들고 서다윤을 모함하고 있었다. 안효민이 안지아에게 그런 짓을 시킨 걸 보면 분명 뭔가 목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목적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서다윤은 뻔뻔하게 거짓말을 늘어놓는 안지아를 서늘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날카롭게 물었다.

“안지아, 내 방에서 가져온 물건이 확실해?”

“네. 아줌마 베개 밑에 있던데요.”

안지아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이건 내 물건이 아니야. 어디서 난 물건인지는 안 선생님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네요.”

서다윤이 매서운 눈빛으로 안효민을 바라봤다.

안효민은 서둘러 딸을 자신의 뒤에 감추며 말했다.

“어린아이가 거짓말을 할 리가 없잖아요. 다윤 씨, 왜 부정하는 거예요? 승현 씨 상황은 우리 모두 알고 있잖아요. 다윤 씨에게 생리적인 욕구가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고요.”

“저한테 욕구가 있다면, 안 선생님도 당연히 욕구가 있는 것 아닌가요? 제 남편은 발기부전이고 안 선생님은 남편이랑 이혼했죠. 그런데 왜 제 물건이라고 그렇게 단정 짓는 거죠?”

“저는 그런 물건이 필요하지 않아요...”

안효민의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

“안 선생님은 왜 필요하지 않죠? 다른 사람이 만족시켜 주기라도 하나 봐요?”

서다윤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계속해 몰아붙였다.

결국 참지 못한 지승현이 켕기는 게 있는 사람처럼 짜증을 내며 말했다.

“그만해. 우리는 지금 네 얘기를 하고 있는데 왜 자꾸 안 선생님까지 끌어들이는 거야?”

지승현의 까만 눈동자에서 분노의 불길이 일었다.

“아무래도 그동안 너무 한가하게 지내서 그런 짓을 하고 싶어졌나 보지. 안 선생님은 너랑 다르게 자기 분야에서 끊임없이 경험을 쌓은 전문가니까 자꾸 너랑 비교하지 마.”

말을 마친 지승현은 안지아의 손을 잡아끌었다.

세 사람은 마치 한 가족처럼 서다윤의 시야에서 함께 사라졌다.

서다윤의 시야가 서서히 흐려졌다. 서다윤은 마치 처음 지승현을 만났던 그날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끌벅적한 학생 식당에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오갔다. 지승현은 한쪽 손을 무심하게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사람들 사이에 서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승현이 입은 흰 셔츠는 아주 깔끔했고 옷깃 사이로 뚜렷한 쇄골이 보였다.

이따금 진지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또 미소를 짓기도 했다. 정신없고 그다지 아름답지도 않은 그곳에서 지승현은 마치 이 세상과 동떨어진 사람처럼 유난히 눈에 띄었다.

서다윤은 그때 지승현에게 첫눈에 반했다.

당시 지승현을 짝사랑하는 사람은 굉장히 많았기에 경쟁 또한 치열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지승현을 차지한 건 서다윤이었다.

두 사람은 한동안 무척 달콤한 시간을 보냈다.

학창 시절부터 시작해 웨딩드레스를 입기까지는 꼬박 6년이 걸렸다. 그런데 결혼한 뒤 배신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눈시울이 뜨거워진 서다윤은 시선을 내려뜨린 채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

‘서다윤, 누구나 살다 보면 쓰레기 같은 남자 한 명쯤은 사랑하는 법이야. 그러니까 미련을 가질 필요는 없어. 그때는 얼굴 때문에 끌렸던 거잖아. 이제는 그만 끝내야지.’

...

밤이 되었다.

서다윤은 샤워를 마친 뒤 세면대 앞에 서서 머리를 말렸다.

그때 큰 키의 남자가 걸어와 서다윤의 손에 들린 헤어드라이어를 가져갔다.

서다윤은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부드러운 손길이었지만 서다윤이 깊이 사랑했던 기억 속 그 소년의 얼굴은 이제 보이지 않았다.

지승현은 머리를 다 말려준 뒤 서다윤의 목 언저리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며 두 팔로 서다윤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두 사람은 거울 속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미안. 오늘은 내 말투가 좀 거칠었지? 안 선생님 말이 맞아. 네가 집에서 혼자 욕구를 해결하는 게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보다는 낫지.”

서다윤은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굳이 해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정말 의외네. 다윤아, 나는 네가 그런 걸 사용할 줄은 몰랐어...”

지승현의 잘생긴 얼굴에 당혹감과 난처함, 답답함이 가득했다.

“너는 명문가 딸이잖아. 너희 할아버지께서 여자는 늘 조신하고 보수적이어야 한다고 가르쳤을 텐데 그걸 다 잊은 거야?”

두 사람이 결혼 전까지 관계를 갖지 않은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서다윤은 입꼬리를 올렸다.

지승현의 말이 맞았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지만 서다윤의 할아버지는 아주 고루한 사람이었다.

서다윤의 할아버지는 아마 지승현의 외도를 알게 되더라도 서다윤에게 죽을 때까지 평생 참고 살라고, 절대 이혼 같은 불명예스러운 짓을 하면 안 된다고 할 것이다.

서다윤은 바람을 피운 지승현과 확실히 선을 긋고 관계를 정리할 것이다. 그러니 그전까지는 절대로 소란을 일으켜서는 안 되었다. 그랬다가는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한둘이 아닐 테니 말이다.

서다윤은 자신의 감정을 전부 감춘 채 덤덤히 웃었다.

“지승현, 사람은 전부 변하는 법이야. 한때 나를 사랑했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 때문에 내가 안중에도 없는 너처럼 말이야.”

지승현은 가슴이 순간 철렁해 손을 뻗어 서다윤을 끌어안았다.

“널 향한 내 마음은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어. 나는 그냥 네가 내 말을 거역하는 게 싫을 뿐이야. 나는 네가 내 말에 순종하고, 내 말을 잘 따르는 게 좋아.”

지승현은 서다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동안 안 선생님은 나를 열심히 치료해 주셨어. 오늘 밤... 우리 한 번 시도해 보자.”

...

지승현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서다윤은 등을 보인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지승현은 이불을 젖힌 뒤 침대에 누웠고, 서다윤에게 가까이 다가가 허리에 손을 댔다.

그런데 그 순간 서다윤이 손을 떼어내며 말했다.

“오늘 밤은 별로 내키지 않아.”

등 뒤에 있던 지승현의 몸이 눈에 띄게 굳었다.

잠깐의 침묵 속에서 방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때 질책하는 목소리가 서다윤의 귀에 꽂혔다.

“네가 이러니까 내 병이 계속 낫지 못하는 거야.”

서다윤은 잠시 멈칫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다른 여자들은 남자를 기쁘게 해주려고 얼마나 노력하는데. 남자가 거부할 수도 없게 만들어. 그런데 너는 단 한 번도 나를 만족시키려고 노력한 적이 없잖아. 오히려 나무 막대기처럼 뻣뻣하게 침대에 누워 있기나 하고 말이야.”

지승현은 부끄러움도 없는지 아주 당당한 표정으로 뻔뻔하게 말했다.

서다윤은 주먹을 힘껏 움켜쥐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심장을 꽉 쥐고 있는 것 같았고, 심장이 뛸 때마다 무딘 칼날이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른 여자? 그게 누군데?”

서다윤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평소와 다른 서다윤의 모습에 지승현은 불안함을 느꼈다.

지승현은 찔리는 구석이 있는 사람처럼 시선을 피하며 이불을 덮었다.

“잘 거야.”

방 안은 어둠에 잠겼다.

아주 긴 시간이 흐른 뒤 지승현의 베개 옆에 놓여 있던 휴대폰이 진동했다.

지승현은 손을 뻗어 휴대폰을 만지더니 바로 화면을 켜는 대신 먼저 서다윤의 얼굴을 비춰 보았다.

서다윤이 잠에 든 것을 확인한 뒤에야 지승현은 휴대폰을 켰다.

그리고 이내 섹시한 잠옷을 입은 여자의 사진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각도도, 자세도 모두 달랐다.

지승현의 호흡이 서서히 거칠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잠에 든 줄 알았던 서다윤이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

서다윤은 흰 가운을 벗은 안효민이 얼마나 요염하고 여우 같은지를 보게 되었다.

지승현은 이불을 젖히며 조용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몇 걸음 가지 않아 서다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가?”

방 안에서 서다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순간 센서 등이 켜졌다.

지승현은 당혹스러움을 숨긴 채 애써 태연한 척하며 대답했다.

“방금 악몽을 꿨는데 마음이 좀 힘들어서 말이야. 안 선생님한테 상담 좀 받으려고.”

서다윤은 지승현의 거짓말을 굳이 들춰내기도 귀찮았다.

서다윤은 이 결혼 생활이 안겨준 치욕을 반드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돌려줄 것이다.

“아, 맞다. 나 상가 두 군데를 좀 사고 싶은데 사인 좀 해줄래?”

서다윤이 서랍 안에서 계약서 2부를 꺼내 지승현에게 건넸다.

지승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계약서를 대충 넘겨봤다. 확실히 부동산 계약서였다.

“내일 다시 얘기해. 이렇게 늦은 시간에 급하게 처리할 필요는 없어.”

“내일 아침에 일찍 회사에 갈 거잖아. 깜빡할까 봐 걱정돼서 그러지.”

지승현의 손에 들린 휴대폰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지승현은 정신이 딴 데 팔린 채로 서다윤이 건넨 펜을 건네받더니 그 위에 사인을 했다.

잠시 후 지승현이 방에서 나갔다.

서다윤은 그중 한 계약서를 꺼냈다. 그것은 이혼 합의서였다. 서다윤의 입가에 조롱의 미소가 걸렸다.

서다윤은 급하지 않았지만 지승현은 급했다.

지승현은 평소 사업을 할 때는 꼼꼼하고 신중한 사람이었는데, 잠시 욕정에 눈이 멀어 하반신으로만 판단하는 무능한 인간으로 전락했다.

계약서를 잘 챙겨둔 뒤 서다윤은 덤덤하게 휴대폰을 켜서 서재에 설치해 둔 CCTV 영상을 확인했다.

지승현은 서다윤이 서재에 CCTV를 설치했으리라고는 꿈에도 모를 것이다.

서다윤 역시 지승현이 자신의 심리상담가와 불륜을 저지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듯이 말이다.

서다윤은 유명한 심리상담가인 안효민이 어떤 방식으로 발기부전을 앓고 있는 남자를 치료하는지를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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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수공방의 여왕님   제25화

    서다윤이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 시선을 옮기니, 대략 스물넷 남짓으로 보이는 앳된 아가씨가 서 있었다.귀티 나는 딥그린 벨벳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목에는 아무런 장신구도 걸치지 않았지만 귓가에는 앙증맞은 진주 귀걸이가 은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첫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미인은 아니었지만, 볼수록 은은한 매력이 풍기는 얼굴이었다.부드러운 눈썹 아래로 크진 않지만 총명하게 반짝이는 눈동자, 그리고 입꼬리를 올릴 때 살짝 지어지는 호선이 인상적이었다.“안목이 없으신 게 아니라, 애초에 이 브랜드를 알아볼 수준이 안되시는 것 같네요. 아틀리에 자크는 주로 유럽 왕실 전용으로 옷을 짓는 브랜드인데, 이곳 의상을 두고 저렴하다고 깎아내리시다니. 풋...”강하린이 입을 가리며 가볍게 실소를 터뜨렸다.“제가 보기엔 드레스가 저렴한 게 아니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으스대는 그쪽 안목이 참 저렴해 보이네요.”청천벽력 같은 노골적인 독설에, 잔뜩 치장한 영애의 얼굴이 순식간에 수치심으로 벌겋게 달아올랐다.그럼에도 감히 말 한마디 받아치지 못한 채 입술만 바르르 떨 따름이었다.눈앞의 아가씨가 다름 아닌 조세혁의 사촌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도저히 건드릴 수 없는 상대였기에 결국 여자는 무안함을 참지 못하고 씩씩거리며 자리를 떴다.트집을 잡던 여자가 사라지자 서다윤은 강하린을 향해 고마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아니에요. 저도 쥐뿔도 없으면서 남 깎아내리며 우월감 느끼는 부류들이 제일 꼴불견이더라고요.”서다윤은 그녀의 솔직하고 털털한 성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강하린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와, 언니. 몸에서 나는 향이 진짜 좋네요. 무슨 향수 쓰세요?”“이건 정말 대중적이지 않은 건데... 브랜드제품은 아니고, 제가 직접 조향해서 쓰는 거예요.”서다윤이 멋쩍은 듯 대답했다.“언니가 직접 향수를 만드신다고요?”강하린이 눈을 빛내며 흥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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