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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작가: 별빛찬란
집 뒷마당에는 꽃이 심겨 있었는데, 그중에는 서다윤이 향수를 만들기 위해 키우는 각종 희귀한 꽃들이 있었다.

평소 서다윤은 마치 아이를 키우듯 정성을 다해 꽃들을 가꾸었다.

서다윤은 아래층으로 달려 내려갈 때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스쳤다. 혹시 향수에 손을 쓴 일 때문에 안효민이 앙심을 품고 안지아에게 꽃을 꺾게 한 건 아닐지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해 보니 상황은 서다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안지아는 단순히 꽃을 꺾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불을 질러 서다윤의 정원을 완전히 태워버렸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하나하나 정성껏 키워온 희귀한 꽃들이 거센 불길에 집어삼켜져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다투라, 로즈마리, 흑장미, 카르다몬, 제라늄, 클라리세이지... 이름을 알고 있는 꽃이든 모르는 꽃이든 모조리 시커멓게 타버린 앙상한 가지가 되어 바닥에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마치 한 차례 조용한 학살이 일어난 듯한 광경이었다.

안지아는 옆에 서서 엉엉 울면서 사과를 했다.

“죄송해요, 아줌마.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여기서 달걀을 한 번 구워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정말 벌레가 나오는지 보고 싶었을 뿐인데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옆에 있던 가정부가 서둘러 말했다.

“사모님, 지아가 마당에서 놀고 싶다고 했는데 불장난을 할 줄은 저도 몰랐어요. 오늘 남서풍까지 불어서 불길이 갑자기 너무 거세지는 바람에 저희가 손쓸 틈도 없이...”

서다윤은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고 귀에서는 윙윙거리는 이명이 울렸다.

순간 눈앞에 안효민의 모습이 아른거리면서 당장이라도 안효민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안지아가 다가와 서다윤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정말 죄송해요, 아줌마. 저...”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안지아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서다윤이 갑자기 목이 찢어져라 고함을 질렀다.

서다윤은 평소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이 아니었고 좀처럼 화를 내지도 않았다.

그랬던 서다윤이 갑자기 어린아이를 향해 소리를 지르니 가정부마저 깜짝 놀랐다.

안지아는 더욱 크게 울음을 터뜨렸고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계속 울기만 했다.

분노는 마치 사나운 들짐승처럼 가슴 속에서 미친 듯이 날뛰며 당장이라도 서다윤의 몸을 찢고 튀어나올 듯 굴었다.

하지만 서다윤은 끝내 이를 악물고 분노를 가슴 깊이 억눌렀다.

그리고 눈을 감은 뒤 심호흡을 했다.

서다윤은 천천히 쭈그리고 앉아 손을 뻗어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흑장미를 만졌다.

그것은 다음 달 열릴 조향 대회에서 선보일 작품 ‘무간’의 메인 향료로 쓰일 예정이었다.

그 흑장미는 서다윤이 2년 전 해외의 한 화훼 농가에서 거금을 들여 사 온 것이었다. 당시에 딱 두 그루밖에 없을 정도로 매우 희귀한 품종이었고, 서다윤은 까다로운 기후와 토양 조건을 극복하며 온갖 고생을 한 끝에 겨우 그것들을 살려냈다.

그리고 마침내 보기 드문 흑장미를 피워낸 것이었다.

비록 색깔은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로 짙었지만 향기만큼은 사람을 홀릴 만큼 황홀했다.

원래 서다윤은 흑장미 덕분에 조향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다.

흑장미 줄기는 손끝이 닿자마자 바스러지면서 새까만 재가 되어 서다윤의 손바닥 위로 떨어졌다.

서다윤은 주먹을 꽉 쥐며 물었다.

“안효민 씨는요?”

가정부가 앞으로 나서며 대답했다.

“안효민 씨는 한 시간 전에 볼일이 있다고 외출하셨어요.”

이렇게 절묘한 타이밍에 외출하다니.

그렇게 하면 의심받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서다윤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싸늘한 눈빛으로 아직도 울고 있는 안지아를 바라보다가 가정부에게 말했다.

“지승현한테 연락해서 마당에 불이 났다고 하세요.”

지승현은 금방 돌아왔다.

마당에 불이 났다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돌아온 것이다.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지승현은 좌우를 살피며 물었다.

“지아는요?”

가정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마당을 가리켰다.

지승현이 마당에 도착했을 때 안지아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작은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멀리서 바라보니 애처롭고 안쓰러워 보였다.

게다가 울먹이느라 어깨가 계속 떨리고 있었다.

지승현은 마음이 아파 빠르게 안지아에게로 달려갔다.

“지아야, 왜 여기서 무릎을 꿇고 있는 거야? 어서 일어나!”

자식이 없기 때문인지, 아니면 안지아가 평소 아양을 떨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승현은 진심으로 안지아를 예뻐했다.

지승현은 마음 아픈 얼굴로 안지아를 안아서 들어 올렸다.

안지아는 버둥거리며 말했다.

“아저씨, 제가 실수로 아줌마 정원을 불태워버렸어요. 그래서 일어나면 안 돼요. 여기서 아줌마가 저를 용서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어야 해요.”

“그게 무슨 말이야? 겨우 정원일 뿐이잖아. 불태워도 괜찮아. 바닥이 이렇게 찬데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어서 아저씨랑 같이 들어가자.”

지승현은 그렇게 말하면서 안지아를 안았다.

지승현이 안지아를 안고 거실에 도착했을 때 안지아는 지승현의 어깨에 기대 훌쩍거리고 있었다.

그때 마침 서다윤이 위층에서 내려왔다.

지승현은 갑자기 화가 울컥 치밀어 올라 다짜고짜 서다윤을 큰 목소리로 비난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애가 밖에서 무릎을 꿇고 있게 해?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모질 수가 있어?”

서다윤은 그제야 안지아가 동정을 받기 위해 그런 짓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승현에게 더 이상 아무런 기대를 품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 순간 심장에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그것은 마치 가늘고 긴 바늘 하나가 심장을 관통하고, 폐와 갈비뼈를 지나 척추에 박힌 것과 같은 통증이었다. 움직일 때마다 바늘이 더 깊이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

청춘을 다 바쳐 사랑했던 남편은 서다윤이 정성 들여 가꾼 정원을 잃은 상황에서 위로 한마디 건네지 않았고 걱정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자기 핏줄도 아닌 아이 때문에 상황도 잘 알지 못하면서 무턱대고 서다윤을 질타했다.

서다윤은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요즘 발생한 일들이 모두 우습게 느껴졌다.

“지아한테 물어봐. 내가 걔한테 무릎을 꿇고 있으라고 했는지 말이야.”

서다윤의 서늘한 눈빛이 안지아에게로 향했다.

안지아는 머리를 들더니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줌마는 저한테 무릎을 꿇으라는 말을 하지 않았어요. 제가 잘못한 일이니까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예요.”

지승현은 자신이 서다윤을 오해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지승현은 안지아를 내려놓으며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 내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너를 오해했어.”

“그럼 이제 제대로 알았으니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야?”

서다윤은 애초에 지승현이 자신을 위해 나서줄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미 전화로 대략적인 상황을 전해 들은 상태였던 지승현은 팔을 뻗어 서다윤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달래주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화 풀어. 지아는 아직 어린애잖아.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그냥 넘어가자. 굳이 애한테 뭐라고 할 필요는 없잖아.”

“그 정원이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서 그래?”

물론 지승현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서다윤이 소중히 여기는 것은 지승현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지승현은 또다시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네가 매일 향료로 이것저것 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 설마 언젠가 진짜 대단한 조향사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꿈 깨. 그냥 집에서 얌전히 내 아내로서 살도록 해. 내 병이 다 나으면 우리 아이를 가지자. 그때가 되면 너는 남편을 잘 내조하고 아이를 열심히 가르치면 돼. 그게 네 인생에서 가장 큰 자랑거리가 될 거야.”

서다윤은 평온한 얼굴로 지승현의 말을 끝까지 들었다.

연애할 때 지승현은 서다윤에게 자기가 서다윤을 먹여 살리겠다고 했었다. 18, 19살이었던 서다윤은 당시 그것이 단순히 애정 표현인 줄 알고 매우 감동받아 행복해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그것은 예언이었다.

평생 집안일만 하면서 다른 사람의 꿈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는 예언이었다.

서다윤은 웃음을 터뜨렸다.

평소와 다른 서다윤의 반응에 지승현은 왠지 모르게 불안해져서 황급히 화제를 돌리며 서다윤을 달랬다.

“알았어. 향수 만드는 게 그렇게 재밌으면 계속하도록 해. 하지만 꽃은 이미 다 타버렸으니까 지아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는 마. 내가 나중에 사람을 시켜서 해외에서 꽃을 들여오게 할게.”

“그러니까 그냥 넘어가자는 말이지?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는데 책임을 질 수 없다면, 어른이라도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니야?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 자체가 부모의 책임이잖아. 그렇다면 적어도 부모가 나서서 진심으로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니야?”

서다윤의 시선이 현관 쪽으로 향했다. 서다윤은 안효민이 그곳에 서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안효민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곧장 서다윤의 앞으로 걸어간 안효민은 무표정한 얼굴로 딸을 힐끗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다 전해 들었어요.”

“그래서요? 안 선생님이 딸을 대신해 저한테 사과하려는 건가요?”

지승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서다윤, 적당히 해. 내가 얘기했잖아. 사람을 시켜서 꽃을 다시 구해주겠다고 말이야.”

“내가 3년 동안 정성 들여 키운 꽃들이 전부 불타버렸어. 그런데 사과 한마디 듣지도 못해?”

서다윤이 날카롭게 반박했고 지승현은 결국 턱끝까지 차오른 말을 삼켰다.

잠시 정적이 이어졌고 지승현은 안효민에게 눈빛을 보냈다.

“안 선생님, 다윤이한테 사과해요. 그 꽃들은 다윤이가 정말 힘들게 키운 꽃들이거든요.”

안효민은 사과하는 대신 팔을 뻗어 안지아를 앞으로 끌고 나오더니 갑자기 손을 들어 안지아의 뺨을 힘껏 후려쳤다.

안지아는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안효민은 그제야 평온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다윤 씨. 다윤 씨가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어도 저는 사과했을 거예요. 제가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이에요. 제 잘못이에요.”

깜짝 놀란 지승현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엉엉 울고 있는 안지아를 품에 안았다.

지승현이 화를 내며 말했다.

“나는 사과하라고 했을 뿐이에요. 그런데 왜 애를 때리고 그래요?”

안효민은 안지아를 노려보며 말했다.

“오늘은 정원을 불태웠지만 어쩌면 내일에는 이 집을 다 부숴버릴지도 몰라요. 방금 뺨을 때린 이유는 교훈을 주기 위해서예요. 나중에 남들에게 못 배워먹은 아이로 손가락질받지 않도록요.”

지승현은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팠다.

안지아의 뺨에 선명하게 남은 손자국을 본 지승현은 손을 뻗어 아이의 뺨을 쓰다듬으려 했다.

그런데 안지아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면서 애써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아저씨, 저는 괜찮아요. 저 하나도 안 아파요. 진짜 아프지 않아요...”

입으로는 아프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눈에서는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두 모녀의 연기는 지승현의 이성을 잃게 했다.

지승현은 버럭 화를 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다윤, 이제 만족해? 네가 원하던 결과를 얻었으니 만족하냐고! 아이의 잘못조차 너그럽게 용서해 주지 못하다니. 그때의 나는 대체 왜 너를 선택했던 걸까? 내가 눈이 멀었던 게 틀림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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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제야 지승현은 전화를 받았다.안효민의 전화였다. 그녀는 다급하고 흐느끼는 목소리로 울먹였다.“승현 씨, 지아가 다쳤어. 계단에서 굴러떨어져서 머리가 찢어졌어. 지금 병원이야.”안지아가 다쳤다는 말에 지승현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차 세워요!”“지금 어느 병원이야? 얼른 위치 보내줘!”지승현은 바로 곁에 자신의 진짜 아내가 앉아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은 듯했다.전화를 끊은 그는 안절부절못하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다윤아, 지아가 다쳐서 병원에 있대. 나 당장 가봐야 하니까 넌 그냥 택시 타고 들어가. 시간도 늦었으니 어차피 너도 나랑 같이 가고 싶진 않을 거 아냐.”‘그 아이가 너랑 무슨 상관인데?'서다윤은 비아냥거리며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이내 관두기로 했다.어차피 이제 27일만 지나면 완전히 남남이 될 사이인데 이제 와서 그와 이런 구차한 일로 입씨름을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그녀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려 차 문을 열고 내렸다.차는 단 한순간의 주저함도 없이, 그 흔한 걱정이나 당부의 말 한마디 남기지 않은 채 그녀를 홀로 버려두고 쏜살같이 멀어져 갔다.서다윤은 텅 빈 도로 위에 덩그러니 홀로 남겨졌다.이미 마음은 재가 되어 부스러진 지 오래였건만, 바짝 메마른 심장 깊은 곳에서 차가운 통증이 울컥 밀려왔다.그는 그녀에게 휴대폰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고 곧 비가 쏟아질 거라는 사실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상간녀의 아이에게 사고가 났다는 소식에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팽개쳐 버렸다.가느다란 드레스 한 장만 걸친 그녀가 이 어둡고 바람 부는 밤길에 어떤 위험에 처할지는 안중에도 없었다.‘허허, 이게 정녕 내가 과거에 온 힘을 다해 결혼하려 했던 남자란 말인가?’차가운 빗방울이 사정없이 쏟아져 내렸지만, 서다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채 혼이 나간 사람처럼 묵묵히 앞으로 걸어갔다.차라리 비라도 시원하게 내리는 편이 나았다.헛된 미련에 홀려 이성을 잃었던 제 어리석은 머릿속을 깨끗

  • 독수공방의 여왕님   제25화

    서다윤이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 시선을 옮기니, 대략 스물넷 남짓으로 보이는 앳된 아가씨가 서 있었다.귀티 나는 딥그린 벨벳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목에는 아무런 장신구도 걸치지 않았지만 귓가에는 앙증맞은 진주 귀걸이가 은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첫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미인은 아니었지만, 볼수록 은은한 매력이 풍기는 얼굴이었다.부드러운 눈썹 아래로 크진 않지만 총명하게 반짝이는 눈동자, 그리고 입꼬리를 올릴 때 살짝 지어지는 호선이 인상적이었다.“안목이 없으신 게 아니라, 애초에 이 브랜드를 알아볼 수준이 안되시는 것 같네요. 아틀리에 자크는 주로 유럽 왕실 전용으로 옷을 짓는 브랜드인데, 이곳 의상을 두고 저렴하다고 깎아내리시다니. 풋...”강하린이 입을 가리며 가볍게 실소를 터뜨렸다.“제가 보기엔 드레스가 저렴한 게 아니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으스대는 그쪽 안목이 참 저렴해 보이네요.”청천벽력 같은 노골적인 독설에, 잔뜩 치장한 영애의 얼굴이 순식간에 수치심으로 벌겋게 달아올랐다.그럼에도 감히 말 한마디 받아치지 못한 채 입술만 바르르 떨 따름이었다.눈앞의 아가씨가 다름 아닌 조세혁의 사촌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도저히 건드릴 수 없는 상대였기에 결국 여자는 무안함을 참지 못하고 씩씩거리며 자리를 떴다.트집을 잡던 여자가 사라지자 서다윤은 강하린을 향해 고마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아니에요. 저도 쥐뿔도 없으면서 남 깎아내리며 우월감 느끼는 부류들이 제일 꼴불견이더라고요.”서다윤은 그녀의 솔직하고 털털한 성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강하린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와, 언니. 몸에서 나는 향이 진짜 좋네요. 무슨 향수 쓰세요?”“이건 정말 대중적이지 않은 건데... 브랜드제품은 아니고, 제가 직접 조향해서 쓰는 거예요.”서다윤이 멋쩍은 듯 대답했다.“언니가 직접 향수를 만드신다고요?”강하린이 눈을 빛내며 흥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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