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34화. 기습

Author: 지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5-25 10:19:09
​평안도로 접어들자 공기는 더욱 차가워졌다.

산세는 거칠어지고 계곡과 강을 여러 번 건너며, 좁은 계곡을 지나야 했다.

군사들은 하루에도 수십 리를 달리며 땀과 먼지에 절어있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는 자가 없었다.

겸과 연화, 영도도 별반 다를 것 없었다.

겸은 잠들기 전 병사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이 긴 여정에 대한 책임감을 더욱 깊게 새겼다.

평안도의 북부에 다다르자,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바람이 한층 매섭게 불어 닥치기 시작했다.

오랑캐가 넘나 든다는 소문에 촌락들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문이 열린 채 버려진 집들과, 방치된 우물에서는 벌레가 들끓었다.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풍경이 이어지고 연화는 그런 풍경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터전을 버리고, 떠나야만 했을 백성의 고단함과 절망이 느껴졌다.

'꼭 지켜야 한다. 이 땅과 백성, 그리고 저하도.‘

그렇게 쉼 없이 달리고 달려 마침내 영도의 부친, 김종원 장군의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이현숙
아름답고 흥미로운 얘기~~너무 재미있어요 많이 연재부탁드립니다^^
VIEW ALL COMMENTS

Latest chapter

  • 동쪽에 핀 연꽃 : 서녀무사전   100화. 너를 보내며.

    심장이 바닥으로 곤두박이칠 쳤다. 그가… 그가… 알고 있었다.흔들리는 동공과 경직된 그녀를 보며, 그는 푹-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눈치 못 챘을 거라 생각한 것이야?”연화는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너무 부끄러워서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알고 있었다. 전장에서부터 너와 전하께서 정을 통한다는 것 말이다.”잠시 침묵이 흘렀다.그리고 헛웃음이 나왔다. 그렇게도 사람들의 눈을 속여가며 지키려 했던 그 마음이 실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에."결국.. 비밀은 없네요..""..."“예, 맞습니다. 그러니 이제 제가 떠나야지요. 전하를 곤경에 빠뜨릴 순 없습니다.”영도는 잠시 연화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깊은 상념과 고뇌가 엿보이는 눈빛이었고, 초조하다는 듯 손을 만지작거렸다.그는 이내 결심이 선 듯 그녀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연화야.”그가 그녀의 눈을 피한 채 손을 살포시 잡았다.“예?”피하고 싶은 무언가가 그의 입에서 나올 것 같은 예감에, 연화는 몸을 뒤로 물렸다.“나도 너와 함께 떠나면 안 되겠느냐?”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그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그래, 당황했겠지. 안다. 하지만 이렇게 되었으니, 나도 더는 내 감정을 숨기고 싶지 않다. 나도 그동안 많이 힘들었으니까...”그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여전히 시선은 바닥을 향해있었다.“내가 먼저다.”“……”“너를 좋아한 것 말이다. 전하보다 내가 먼저 너를 좋아했어.”갑작스러운 그의 고백에, 연화는 어찌할 바를 몰라 눈과 끔뻑거렸다.“그날… 대문을 열고 나오던 너의 모습을 나는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너를 볼 때마다 설레고 기뻤지만, 전하의 여인인 너에게 감히 내 마음을 드러낼 수 없었지.”“……”“그간 나도 꽤나 힘들었어. 그러니 연화야, 이제라도 내가 네 곁에 함께하면 안 되겠느냐?”큰 용기가 필요했을 그 고백이, 그녀에게 무겁게 떨어졌다.안된다. 그는 이곳에 남아 자신이 떠나온 주군을 지켜야 한다.“다른 이를 마음에 품은

  • 동쪽에 핀 연꽃 : 서녀무사전   99화. 이별 2

    “떠나거라. 떠나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이 이리도 확고한데, 어찌 나 혼자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절벽을 사이에 둔 깊은 절명의 침묵이 흘렀다.“내... 너를 놓아줄 것이다.”그가 연화의 연약한 어깨에 고개를 떨궜다.하지만 그녀의 어깨를 잡고 있는 그의 손은 아직 미련이 남은듯 그녀를 꼭 쥔 상태였다.축 처진 그 고귀한 남자의 모습에, 연화의 마음은 이미 산산이 무너졌다.제가 뭐라고… 이 남자는 이렇게 까지 무너지는 것일까.하지만 이런 자신의 약한 마음을 들켜서는 안 되었다.그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아니, 자신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자리를 떠나야 했다.담담히 그를 떨치고 일어나, 자신을 거둬주고 아껴주었던 주군이자 연인을 향해 절을 했다.그는 차마 그녀를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내리 깔았다.이윽고 그녀가 돌아서 그의 방을 나서려고 할 때, 등 뒤로 연모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연화야. 네가 떠나도 너를 연모하는 내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니 언제든 돌아오너라. 나는 이 자리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대답하지 못했다. 떨리는 목소리를 들킬까 봐.등을 돌리자 참아왔던 눈물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왈칵 쏟아져 내렸다.연화는 그 눈물이 그에게 들킬세라, 황금히 밖으로 빠져나왔다.끝끝내, 그의 이별을 받아내고야 말았다.달을 바라보던 상선이 연화의 인기척에 몸을 돌렸다.눈물을 흘리며 나오는 연화를 발견하고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왔다.“오늘이 홍연 대장을 보는 마지막 날입니까?”그녀는 황급히 소매로 눈물을 닦아냈다.눈물이 소매로 미처 다 흡수되지 못하고, 그녀의 얼굴에 들러붙었다.그는 그녀가 왜 우는지 묻지 않았다.“예, 상선 어른. 아마 그럴 듯싶습니다.”상선이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상선께서는.. 모두 알고 계셨지요?”연화의 물음에, 상선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전하와 시간을 보낼 때마다 궁인들을 모두 물리시는 것을 보고,

  • 동쪽에 핀 연꽃 : 서녀무사전   98화. 이별

    “떠나거라. 떠나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이 이리도 확고한데, 어찌 나 혼자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내... 너를 놓아줄 것이다.”그가 연화의 연약한 어깨에 고개를 떨궜다.축 처진 그 고귀한 남자의 모습에, 연화의 마음은 이미 산산이 무너졌다.제가 뭐라고… 이 남자는 이렇게 까지 무너지는 것일까.하지만 이런 자신의 마음을 들켜서는 안 되었다.연화는 그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담담히 그를 떨리고 일어나, 자신을 거둬주고 아껴주었던 주군이자 연인을 향해 절을 했다.그는 차마 그녀를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내리 깔았다.이윽고 그녀가 돌아서 그의 방을 나서려고 할 때, 등 뒤로 연모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연화야. 네가 떠나도 너를 연모하는 내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언제든 돌아오너라. 나는 이 자리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대답하지 못했다. 떨리는 목소리를 들킬까 봐.등을 돌리자 참아왔던 눈물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왈칵 쏟아져 내렸다.연화는 그 눈물이 그에게 들킬세라, 황금히 밖으로 빠져나왔다.끝끝내, 그의 이별을 받아내고야 말았다.달을 바라보던 상선이 연화의 인기척에 몸을 돌렸다.눈물을 흘리며 나오는 연화를 발견하고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왔다.“오늘이 홍연 대장을 보는 마지막 날입니까?”그녀는 황급히 소매로 눈물을 닦아냈다.눈물이 소매로 미처 다 흡수되지 못하고, 그녀의 얼굴에 들러붙었다.그는 그녀가 왜 우는지 묻지 않았다.“예, 상선 어른. 아마 그럴 듯싶습니다.”상선이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상선께서는.. 모두 알고 계셨지요?”연화의 물음에, 상선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전하와 시간을 보낼 때마다 궁인들을 모두 물리시는 것을 보고, 상선께서도 알고 계신다는 걸요.”그는 눈을 감고 작은 숨을 내쉬었다.“감사합니다. 그동안 저와 전하의 비밀을 지켜주셔서요.”“마땅히 제가 해야 할 일을 했

  • 동쪽에 핀 연꽃 : 서녀무사전   97화. 달콤한 입술은 가시가 되어.

    분노에 찬 그의 눈이 연화를 꿰뚫었다.연화는 처음 보는 그의 눈빛에 잔뜩 겁이 났다. 저런 눈도 가진 사람이었구나.하지만 물러설 수는 없었다. 그을 단념시켜야만 그가 살 수 있다.“생가를 오가던 그 전장에서 정신이 피폐해지셨던 전하를 떠올려 보십시오.”“……”“정신과 마음이 약해지셨던 그날 전하께서 저를 안으셨습니다. 전하께서 얼마나 힘드신지 알기에 기꺼이 몸도 내어 드렸습니다.”“!”파르르- 핏줄이 솟은 그의 팔이 떨리고 있었다.그가 겪을 격동을 외면한 채 그녀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그때의 소인은 전하께 맹목적이었습니다. 소인이 전하께 해드릴 수 있는 전부를 내어드린다고 생각했습니다.처녀의 몸인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전하께서는 그때의 그 강렬했던 기억을 가지고 사신 겁니다.고된 전장에 맛본 달콤한 행위에 중독되셨던 겁니다.”“홍연화!”“그 기억이 지금껏 전하께서 저를 붙잡고 있으신 이유입니다.첫 정이란… 그런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그 기억을 깨고 나오셔야 합니다.이제는 하등 쓸모없는 그 왜곡된 기억에서 말입니다.전하. 저를 잘 보십시오. 얼마나 별 볼일 없는 계집인지 말입니다.”불길이 치솟는 그의 눈빛을 피하지 않으려, 애써 눈을 부릅뜨고 온몸에 힘을 주었다.“너는! 우리의 소중한 시간마저 별 볼 일 없게 만드는 것이냐? 그래? 연화야? 너와 몸을 섞는 것이 너의 충성심이었고, 절대자의 욕정이었다면 말이다. 연화야. 그렇다면 지금 내가 너를 여기서, 아무렇게나 취해도 상관없겠지?” 별안간 그의 손에 뒷머리가 붙들렸다.전에 본 적 없는 그의 격한 태도에 떨리는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지금 내 정신이 피폐해졌으니 말이다. 네가 얼마나 별 볼일 없는 계집인지 지금 똑똑해 확인해 봐야겠다.”그는 연화의 옷자락을 거칠게 잡아당겨 벗기기 시작했고, 그녀의 앞섶이 파헤쳐지며, 뽀얀 젖가슴이 툭, 떨어졌다.연화는 눈을 질끈 감았다. 스스로를 굳게 붙잡으려 할수록 몸은 더욱 경직되어 갔다.그녀를 할퀴는 그의

  • 동쪽에 핀 연꽃 : 서녀무사전   96화. 이제는 정말 떠나야 할 때 2

    당장이라도 무언가 부술 것 같은 분노가 서린 얼굴이었다.전에는 본 적 없는 무시무시한 그의 기세에 연화의 눈이 사정없이 흔들렸다.“네가 내 곁을 떠나겠다고”“……”“네가 감히 나를 떠나 어디로 가겠다는 것이냐.”고저 없는 그의 목소리는 먹잇감을 앞에 둔 산군의 모습과도 같았다.그러나 물러설 수는 없었다. 그렇게 되면 그를 망칠 수도 있기에.“제가 사라져야 전하께서 살시고, 전하께서 사셔야 제가 살 수 있습니다.”“안 된다.”“……”“불허한다.”“이번만은 소인도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연화야!"“전하께서는 이 관계가 영원히 유지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셨습니까?”“그래. 제가 많이 힘들었겠지. 미안하다. 하지만… 나도… 방법을 찾지 못해서… ”치솟았던 분노가 어느새 죄책감으로 변해, 그는 애절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이제… 그만하고 싶습니다. 소인을 놓아주십시오. 떠나고 싶습니다. 전하.”그녀의 단호한 태도에도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나는 절대 너를 떠나보낼 수는 없어. 네가 원해서 동궁전으로 너를 보내주었다.그것만으로도 내겐 힘든 결정이었어. 더는 안 된다.더 멀리는 안돼. 나는 너를 보낼 수는 없어.”“전하. 사사로운 감정일 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감정일 뿐입니다.”“아니다! 네가 없으면 나는 당장… 나는… 살 수 없단 말이다. 연화야.”작아진 그의 어깨를 보고 마음이 무너져 내렸지만, 그럴수록 더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이제 지쳤습니다. 누군가의 그늘인 채로, 세상을 속이고 사람들을 속이는 것에 지쳐버렸습니다. 전하를 연모하는 그 마음하나로 버틴 세월입니다. 더 이상… 더 이상은 힘이 들어 버틸 수가 없습니다.”“그래. 힘들었겠지. 그럼 내가 어찌하면 좋으냐? 당장이라도 너를 내 후궁으로 들이면 되는 것이냐”“전하! 어찌 그런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으십니다. 그 말 한마디에 닥칠 파장들은 생각하지 않으십니까?”“그렇겠지. 폭풍이 몰아칠 테지, 하지만 네가 나를 떠나는 고통만 하겠느냐

  • 동쪽에 핀 연꽃 : 서녀무사전   95화. 이제는 정말로 떠나야 할 때.

    "소인이.. 조용히 물러나겠습니다.”홍연의 굴복에 정귀인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어쩔 도리가 없을 테지.화산처럼 폭발하던 분노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잘 생각했다. 전하께 내 얘기는 하지 말고, 알아서 떠나거라. 입을 잘못 놀려 전하께서 오늘 너와 나의 일을 알게 되는 날에는, 나 혼자 죽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잘 판단하여 처신하거라.”연화의 눈시울이 빨개졌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리도 모른다고 막연하게 상상을 해왔던 일이다.그러나 막상 이 순간이 닥치자,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이었다.물러나야 했다. 그를 위해서.“예, 알겠습니다. 그러니 귀인 마마께서도 꼭 약조를 지켜주십시오. 전하께서 고초를 겪지 않게 하시겠다고요.”“당연하지. 주상 전하께서는 내 지아비신데, 어찌 그리되길 바라겠느냐.그리고 이제 그것은 네가 걱정할 것이 아니니, 어서 하루라도 빨리 떠나거라.”자신의 처소를 나서는 그녀를 보자 입술이 휘어지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당당하던 품이 한낱 볼품없는 여인이 되었다.정말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신이 난 적은.‘아,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구나. 이제 저것이 사라졌으니 전하께서는 분명, 나를 찾게 되실 거야. 이번에 정말 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니, 놓치서는 안돼.’정귀인은 왕의 옆에서 서 있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꽉 찬 달은 밝고 아름다웠다.그런 달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연화의 마음은 어두웠다.‘언젠가는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서 있는 것조차 버거워 이내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언젠가는 겸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비밀이 오래갈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애써 외면해 왔던 그 일이 닥치고야 말았다.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다.자신이 떠나야만 겸이 정치적으로 곤란을 겪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떠나는 자신을 겸이 쉽게 보내줄 리도 만무했다.슬픔도 잠시, 연화는 그에게 어떻게 떠나야 할지 막막한

  • 동쪽에 핀 연꽃 : 서녀무사전   3화. 이상한 사람 1

    "그렇소." 겸 또한 그녀를 향해 정면으로 시선을 내리꽂았다. “여기 보다 높으신 분?” 턱으로 관리를 가리키며 묻는 연화를 향해 겸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말이 좀 통하겠네요. 여기! 여기 좀 보십시오." 연화는 꼬깃해진 벽보를 겸 앞에 들이밀었다. "여기 누. 구. 나. 무술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소만?" "헌데 왜 저는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합니까?" 겸은 잠시 물끄러미 그녀를 관찰했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

  • 동쪽에 핀 연꽃 : 서녀무사전   2화. 전우이자 연인 2

    이곳은 고립된 전장이며, 그의 곁에 선 유일한 여인이기에 그의 사랑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그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바치겠노라 다짐했으며, 신실한 약조를 했으니까. 그를 위해 무엇을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았다. 그러기에 망설이지 않았다.​겸은 자신의 팔에 연화를 뉘었다. 그리고 팔을 감아 그녀를 자신의 품에 가득 안았다. 숨을 고르는 그들의 몸에서 하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겸은 담요를 끌어와 그녀의 몸을 감싸주었다.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았지만 체온이 곧

  • 동쪽에 핀 연꽃 : 서녀무사전   1화. 전우이자 연인 1

    끝없이 펼쳐진 혹한의 대지위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사방은 온통 적과 아군들이 뒤섞여 생사의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피맺힌 절규와 고통에 찬 비명, 피로 점철된 전쟁의 한복판에 한 여인이 있다. 한때는 명문가의 서녀이며, 고명딸로 철없이 해맑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그것은, 더 이상 그녀가 아니었다. 누구보다 날렵하고 강인한 무사. 홍연. 이것이 지금의 그녀이다.​어느덧 적들 사이에서 요주의 인물이자, 제거 대상 1순위가 되어있었다. 늘 그렇듯 적들은 그녀와 그녀의 주군을 향해 맹렬히 달려들고

  • 동쪽에 핀 연꽃 : 서녀무사전   14화. 연꽃은 피는가 3

    “아… 아니… 조금 낯설어서... 그럼 다음에 뵙지요.” 영도는 상기된 표정이 들킬까 두려워, 서둘러 대문을 열고 성큼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기, 제가 배웅을…” 연화가 서둘러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따라나섰지만, 영도는 이미 저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연화는 자꾸만 치솟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했다. 웃고 있는 연화를 향해 막둥어멈이 다가와 물었다. “뭐가 그리 즐거워요? 입이 귀에 걸려 있네요?” “어멈, 어멈. 나... 곧 아버님 품을 떠나게 될지도 몰라.” “아까 그 잘생긴 나리랑 드디어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