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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사람이 남기는 것

作者: 유월
last update 公開日: 2026-10-20 08:05:58

황실 공학원에서 아르센의 귀환 명령이 내려온 것은 두 번째 모의시험이 끝난 지 나흘째 되는 아침이었다.

급한 소환은 아니었다. 북부 공동 사업이 정식으로 승인됐고, 초기 설계 단계가 어느 정도 정리됐으니 황실 기술단 일부가 수도로 돌아가 그동안의 자료를 공학원에 직접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처음 북부에 도착했던 열두 명 가운데 일곱 명이 돌아가고, 마력 지맥 기사 둘과 기술 마법사 둘, 재정 실무관 한 명은 당분간 더 남는다. 아르센은 귀환 명단 가장 위에 있었다.

단테는 명령서를 끝까지 읽고도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맞은편에 앉은 아르센이 괜히 찻잔을 한 번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엘라는 그 둘을 번갈아 보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아르센은 북부 사람이 아니었다. 언젠가 돌아가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회백 능선의 첫 인공 분산로 설계를 만들고, 연구실에서 돌 여덟 번째가 과열됐을 때 구조를 뜯어고치고, 백칠십 년 전 중단된 이동식 분기 장치를 다시 읽어낸 사람도 아르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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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기에 잠식된 대공   떠나는 사람이 남기는 것

    그날 예정되어 있던 회백 능선 실증은 다시 보류됐다.새 중단 기록에는 길게 쓰지 않았다.담당 기술자의 암묵적 보정값 발견. 자동 제어 조건 명문화 전까지 현장 실증 보류.이번에도.멈춘 이유는 사라지지 않았다.⸻셋째 날부터 아르센은 직접 장치를 만지지 않았다.리안과 북부 마력부 부책임자 두 사람이 제어석을 설정했고, 아르센은 뒤에서 질문만 받았다. 첫날은 거의 매 분마다 불려갔다. 둘째 날에는 호출이 절반으로 줄었다. 셋째 날에는 오전 내내 세 번뿐이었다.그 과정에서 예상보다 많은 것이 발견됐다.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면 일반석의 반응이 평균보다 느려져 분배량을 3퍼센트 낮춰야 한다는 것.눈 녹은 물이 연결 장치 주변에 스며들면 구조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도 측정값이 조금 늦게 들어온다는 것.표준석과 북부산 회색석을 섞어 쓸 때는 위치보다 순서가 더 중요하다는 것.회수석이 비어 있다고 해서 바로 재사용하면 안 되고, 내부 온도가 일정 범위까지 떨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기술적으로는 사소했다.그런데.사소해서 더 위험했다.큰 원칙은 모두가 기억한다.작은 습관은.사람과 함께 사라지기 쉽다.⸻넷째 날 오후, 엘라는 동관 수업을 마치고 연구실에 들렀다가 이상한 광경을 봤다.아르센이 한쪽 구석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아무것도 하지 않고.“왜 여기 계십니까?”아르센이 잔을 들어 보였다.“쫓겨났습니다.”엘라가 눈을 크게 떴다.연구실 중앙에서는 리안과 에른이 자동 제어석 시험 중이었다. 연결 장치 하나가 계속 오차를 냈지만 아무도 아르센에게 묻지 않았다.“일부러 안 도와주시는 겁니까?”“도와달라고 하면 합니다.”“그런데 안 부릅니까?”“네.”아르센의 목소리에는 묘한 서운함과 만족감이 동시에 있었다.엘라가 웃었다.“기분 이상하시겠네요.”“조금.”“대공 전하가 새벽에 안 깨웠다고 서운해하셨던 것과 비슷합니까?”아르센이 눈을 깜빡였다.“그 이야기를 해도 됩니까?”“아.”엘라는 잠깐 입을 다물었다.“

  • 마기에 잠식된 대공   떠나는 사람이 남기는 것

    황실 공학원에서 아르센의 귀환 명령이 내려온 것은 두 번째 모의시험이 끝난 지 나흘째 되는 아침이었다.급한 소환은 아니었다. 북부 공동 사업이 정식으로 승인됐고, 초기 설계 단계가 어느 정도 정리됐으니 황실 기술단 일부가 수도로 돌아가 그동안의 자료를 공학원에 직접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처음 북부에 도착했던 열두 명 가운데 일곱 명이 돌아가고, 마력 지맥 기사 둘과 기술 마법사 둘, 재정 실무관 한 명은 당분간 더 남는다. 아르센은 귀환 명단 가장 위에 있었다.단테는 명령서를 끝까지 읽고도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맞은편에 앉은 아르센이 괜히 찻잔을 한 번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엘라는 그 둘을 번갈아 보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아르센은 북부 사람이 아니었다. 언젠가 돌아가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회백 능선의 첫 인공 분산로 설계를 만들고, 연구실에서 돌 여덟 번째가 과열됐을 때 구조를 뜯어고치고, 백칠십 년 전 중단된 이동식 분기 장치를 다시 읽어낸 사람도 아르센이었다. 지금 연구실 책상 하나가 그의 계산표와 도면으로 가득 찬 상태라, ‘돌아간다’는 말이 생각보다 갑작스럽게 느껴졌다.단테가 문서를 내려놓았다. “언제.”“열흘 뒤입니다.”“연장 요청하면.”아르센이 눈썹을 조금 올렸다. “가능은 할 겁니다.”“얼마나.”“한 달 정도는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단테는 대답 없이 손가락으로 문서 모서리를 한번 눌렀다. 에른이 옆에서 조용히 자료를 넘기고 있었고, 휴고도 굳이 끼어들지 않았다. 단테는 잠깐 정말 연장 요청서를 쓸 생각을 했다. 아직 회백 능선 현장 실증도 끝나지 않았다. 자동 제어석은 연구실과 120미터 실증 구간에서만 검증됐고, 기존 제6선부터 제9선까지 연결 규격 통일 작업도 시작 단계다. 아르센이 있으면 빠르다. 문제가 생기면 누구보다 빨리 구조를 이해한다.그런데 그 생각을 따라가다 보니 이상한 데에 닿았다.아르센이 있어야만 되는 구조라면.자신들이 지난 몇 달 동안 뭘 만들고 있었던 걸까.단테가 물었다.“인수인

  • 마기에 잠식된 대공   돌아가면 알 수 있으니까

    백은샘은 조사하러 왔을 때와 조금 달랐다. 아니, 정확히는 샘이 달라진 게 아니라 보는 사람이 달랐다.지난번에는 도착하자마자 수온을 쟀고, 지맥의 유량과 분기 수를 확인했으며, 주변 식생과 야생동물 흔적까지 기록했다. 샘에서 여섯 걸음 이상 떨어져 장비를 세우고, 흰풀의 개화 시기와 대공성 서쪽 지맥을 비교했다. 낮은 비석을 발견했을 때도 먼저 글자를 읽고 과거 기술 체계와 연결했다. 그날 이곳은 확인해야 할 것들로 가득했다.오늘은 아무것도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단테는 샘 가장자리에 서서 한동안 물만 내려다봤다. 맑은 물은 작은 돌 사이에서 계속 솟아올라 둥근 웅덩이를 채운 뒤 한쪽으로 넘쳤다. 햇빛이 수면에 닿을 때마다 잘게 부서진 빛이 흔들렸고, 개울 가장자리에는 지난번보다 훨씬 많은 초록색 잎이 올라와 있었다. 아직 꽃이 핀 건 몇 송이뿐이었지만, 설화초와 비슷하게 생긴 작은 흰 꽃도 눈에 띄었다.엘라는 그가 아무 말 없이 오래 서 있자 먼저 물었다.“지난번이랑 다르게 보입니까?”“응.”“어떻게요?”단테는 잠시 생각했다. “작아.”엘라가 웃었다.“저번에도 제가 그 말 했습니다.”“그때는 장비가 많아서 그런가.”“샘이 장비보다 작아 보였습니까?”“조금.”단테는 물가에서 두어 걸음 떨어진 평평한 돌을 발견하고 손으로 표면을 쓸었다. 흙이 조금 묻어 있었지만 젖지는 않았다. 그는 그대로 앉으려다가 엘라를 돌아봤다.“여기 괜찮겠지?”엘라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왜 저한테 물으십니까?”“네가 천 깔아오지 않았어?”“아.”그제야 가방에 넣어온 접은 천을 떠올렸다. 엘라는 그것을 꺼내 돌 위에 반쯤 펼쳤다. 두 사람이 앉기에는 조금 좁았다. 단테가 천을 내려다보다가 물었다.“이게 둘이 쓰는 거야?”“원래는 음식 놓으려고 가져왔습니다.”“그럼 우리는.”“옆에 앉으면 되죠.”“돌에?”“대공 전하께서 북부 사람이면서 돌이 차갑다고 하실 겁니까?”단테는 어이없다는 듯 그녀를 보다가 결국 돌 가장자리에 앉았다. 엘라도 조금 떨

  • 마기에 잠식된 대공   대공이 없는 시험

    정식 사업 승인이 내려온 다음 날, 아르센은 뜻밖의 제안을 하나 꺼냈다.“회백 능선 현장 실증을 재개하기 전에 운용 모의시험을 먼저 했으면 합니다.”단테는 막 황실 공학원에서 보내온 표준 규격안을 읽던 중이었다. 새로 만드는 전달석 연결부를 기존 제6·7·8·9방어선에서도 쓸 수 있도록 규격을 통일하는 내용이었다. 전날 새벽 제8선에 수리된 실증석을 넣는 과정에서 연결 장치가 하나뿐이었다는 문제가 드러난 뒤 밤새 수정된 안이었다.“무슨 모의시험.”“새 관리 체계가 실제로 대공 전하 없이 굴러가는지 확인하는 겁니다.”회의실이 잠깐 조용해졌다.엘라는 맞은편에서 고개를 들었다. 휴고도 서류를 넘기던 손을 멈췄고, 기사단장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아르센을 바라봤다. 오히려 단테만 질문의 의미를 바로 이해하지 못한 듯 눈썹을 좁혔다.“내가 없다고?”“네.”“어디 가는데.”아르센이 조금 당황했다.“실제로 어디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그럼 있는데 없는 척하자는 거야?”“정확합니다.”단테의 표정이 미묘해졌다.엘라는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 웃으면 분명 눈총을 받을 것 같았다.아르센은 최대한 진지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새벽 제8선 사건에서는 현장 지휘관들이 전하를 깨우지 않고도 대응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우연히 모든 담당자가 익숙한 사람들이었고, 에른 마법사님과 기사단장님도 성 안에 있었습니다. 지금 만드는 건 장기 체계입니다. 누가 휴가 중일 수도 있고, 황실 기술단은 돌아갈 것이고, 전하께서 외부 순방 중일 수도 있습니다.”단테가 팔짱을 꼈다.“그래서.”“핵심 담당자 몇 명을 일부러 빼고도 대응 가능한지 봐야 합니다.”이번에는 기사단장이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합니다.”세리아도 말했다. “동의합니다.”단테가 두 사람을 차례로 봤다.“왜 다 미리 이야기해둔 표정이지.”아르센이 시선을 피했다.휴고가 태연하게 대답했다.“아침에 잠깐 논의했습니다.”“나 빼고?”“전하를 빼는 시험을 전하와 먼저 논의하면 의미가 조금 흐려

  • 마기에 잠식된 대공   이번에는 멈춘 해도 기록합니다

    황실의 최종 답변은 새벽 소동이 있은 지 이틀 뒤에 도착했다. 말 세 필을 갈아타며 달려온 황실 전령은 정오가 되기 조금 전에 대공성에 들어왔고, 봉인된 문서함은 곧바로 회의실로 옮겨졌다. 상자 안에는 재정국 승인서와 황실 공학원 공동 사업 문서, 수정된 예산표, 그리고 북부에서 보낸 관리안에 대한 황제의 재가문이 들어 있었다. 처음 대략적인 지원 의사만 밝혔던 때와 달리 이번 문서는 두께부터 달랐다. 휴고가 표지를 확인하는 동안 단테는 맞은편에 앉은 황실 재정 담당관을 한번 봤다. “표정이 왜 그래.” 담당관이 헛기침을 했다. “제가 올린 수정안이 어디까지 받아들여졌는지 아직 모릅니다.” “본인이 보낸 건데?” “제가 결정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러네.” 단테는 더 묻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황실에서 문서가 오기 전에 이미 담당자를 붙잡고 가능성을 몇 번이나 확인했을지 모른다. 지금은 봉인을 뜯는 휴고를 기다렸다. 오늘 회의에는 에른과 아르센, 세리아, 마렌까지 들어와 있었고 엘라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황실 문서 복제본을 받았다. 처음 북부에 왔을 때 그녀의 공식 역할은 교육 및 관리 체계 자문이었다. 그런데 몇 달 사이 그 말의 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넓어졌다. 기사와 교육생을 가르치는 것에서 시작해 위험한 결정을 어떻게 나누는지, 누가 어떤 정보에 접근해야 하는지, 멈출 권한을 어디까지 둘 것인지까지. 그래서 상설 관리 체계를 다루는 오늘 회의에도 자연스럽게 자리가 있었다. 휴고가 첫 장을 펼쳤다. “북부 분산 방어망 복구 및 대체 중계 체계 구축 사업.” 아르센이 아주 작게 숨을 내쉬었다. ‘연구’도 ‘임시 시험’도 아니었다. 정식 사업. 단테 역시 제목을 잠시 바라봤다. 휴고가 다음 줄을 읽었다. “황실과 발테르 대공령의 공동 책임 사업으로 지정하며, 황실 공학원·재정국·북부 마법부 및 방어선 관리부가 공동 기록을 보존한다.” 단테가 바로 물었다. “공동 기록.” 황실 담당관이 설명

  • 마기에 잠식된 대공   이번에는 멈춘 곳부터 고칩니다

    세 번째 현장 시험은 예정대로 다음 날 오전에 시작됐다.전날보다 특별히 달라진 건 없었다. 같은 회백 능선, 같은 120미터 구간, 같은 네 개의 전달석. 실제 오염 마기의 농도도 그대로 유지했다. 두 번 연속 안정적으로 작동했다고 해서 양을 늘리지 않기로 한 결정 때문이었다. 대신 오늘은 단순히 한 주기를 돌리는 데서 끝내지 않았다. 제어석이 지난 이틀 동안 쌓은 기록을 바탕으로 각 전달석의 상태를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하는지, 그리고 예상과 실제가 어긋났을 때 스스로 흐름을 낮출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로 했다.아르센은 시험 전에 제어석 옆면을 열어 내부 기록판을 보여줬다.“첫 번째 전달석의 예상 안정 통과량은 100, 두 번째 86, 세 번째 59, 네 번째 92입니다. 다만 이 숫자는 지난 두 번의 시험을 기반으로 한 값입니다. 오늘 돌 상태가 달라졌다면 틀릴 수 있습니다.”단테가 물었다.“틀리면.”“제어석이 실시간 압력을 읽고 수정해야 합니다.”“못 하면.”“중단.”대답은 간단했다.엘라는 안전선 밖에서 전달석들을 바라봤다. 이미 두 번이나 같은 길을 탔다. 겉으로는 달라 보이지 않았지만, 내부에는 아주 작은 변화가 쌓였을 것이다. 마기를 받았고, 세척했고, 다시 식었다. 어제의 돌과 오늘의 돌은 정확히 같지 않다.그 생각은 이상하지 않았다.사람도 그랬다.어제 괜찮았다고 오늘도 같은 만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시작합니다.”에른의 신호와 함께 첫 번째 전달석이 빛났다.실제 오염 마기가 들어갔다. 첫 번째 돌은 예상대로 안정적이었다. 두 번째 역시 속도를 조금 낮춘 뒤 문제없이 통과했다. 세 번째에 도달하기 직전 제어석이 자동으로 흐름을 줄였다.예상 통과량 59.실제 첫 반응.아르센의 눈빛이 바로 달라졌다.“낮습니다.”제어석이 다시 조정했다.세 번째 전달석의 내부 온도는 정상 범위였지만 압력 상승 속도가 어제보다 빨랐다. 표면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 눈으로 보면 멀쩡했다.단테가 물었다.“왜.”에른은 측정값을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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