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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에 잠식된 대공》
《마기에 잠식된 대공》
Author: 유월

황태자 전하, 또 지셨습니다

Author: 유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3 08:23:08

“전하.”

“…….”

“황태자 전하.”

“…….”

“테오도르.”

“들려.”

풀밭에 대자로 누워 있던 소년이 마침내 대답했다.

엘라는 그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따뜻한 봄이었다.

겨우내 앙상했던 나뭇가지에는 연둣빛 새순이 돋았고, 황궁 정원을 가득 채운 벚나무에서는 연분홍 꽃잎이 눈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살랑이는 바람.

부드러운 햇살.

향긋한 꽃내음.

그 아름다운 풍경 한가운데.

제국의 유일한 황태자가 죽은 사람처럼 누워 있었다.

엘라는 손에 든 목검으로 테오도르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살아 계십니까?”

“죽었어.”

“말씀하셨으니 살아 계십니다.”

“방금 죽었어.”

“죽은 사람은 두 번이나 대답하지 않습니다.”

테오도르는 눈을 감은 채 입을 다물었다.

엘라는 다시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쿡.

“일어나십시오.”

“싫어.”

쿡.

“일어나십시오.”

“엘라.”

쿡.

“그거 그만해.”

“일어나시면요.”

테오도르는 결국 벌떡 몸을 일으켰다.

“너는 황태자한테 겁도 없이 이래?”

엘라는 목검을 거두며 고개를 갸웃했다.

“아프셨습니까?”

“아팠어.”

“죄송합니다.”

너무도 순순한 사과였다.

테오도르가 오히려 할 말을 잃었다.

“……끝이야?”

“네.”

“변명은?”

“제가 찔렀는데 무슨 변명을 합니까?”

“보통은 실수였다거나,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다고 하잖아.”

엘라는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일부러 찔렀습니다.”

“…….”

“안 일어나셔서요.”

테오도르는 입을 다물었다.

역시 이상한 애였다.

펠리시아 공작가의 둘째 영애.

엘라 펠리시아.

열 살.

황태자와 동갑.

제국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의 딸이면서도 이상할 정도로 귀족 영애답지 않았다.

보통 또래의 귀족 아이들은 테오도르 앞에서 제대로 고개도 들지 못했다.

‘황태자 전하.’

‘제국의 작은 태양.’

‘미래의 황제 폐하.’

듣기만 해도 어깨가 무거워지는 이름으로 그를 불렀다.

그런데 엘라는 달랐다.

첫 만남에서 황태자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생각보다 작으십니다.’

물론 바로 옆에 있던 펠리시아 공작이 딸의 입을 황급히 틀어막았다.

그리고 오늘.

엘라는 그 황태자를 열세 번이나 풀밭에 넘어뜨렸다.

테오도르는 저 멀리 떨어진 자신의 목검을 바라보았다.

“열세 번.”

“네.”

“열세 번이나 졌어.”

“그렇습니다.”

“조금은 위로해 줄 수도 있잖아.”

엘라는 잠시 생각했다.

그러고는 진지하게 말했다.

“다음에는 열두 번만 지실 수도 있습니다.”

“그게 위로야?”

“한 번 줄었습니다.”

“엘라.”

“네.”

“넌 위로하지 마.”

엘라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테오도르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엘라는 정말로 자신을 비웃는 것이 아니었다.

못한 것은 못했다고 말했지만, 그보다 나아진 부분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엘라는 떨어진 목검을 주워 테오도르에게 내밀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괜찮았습니다.”

테오도르가 고개를 들었다.

“뭐가?”

“처음에는 세 번 만에 검을 놓치셨습니다.”

“그걸 꼭 말해야 해?”

“하지만 마지막에는 열여섯 번이나 막으셨습니다.”

테오도르가 입을 다물었다.

엘라는 목검을 그의 손에 쥐여 주었다.

“어제보다 잘하셨습니다.”

잘했다.

테오도르는 그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검술 선생도.

제왕학 교수도.

궁정 예법을 가르치는 사람도.

늘 잘했다고 했다.

황태자이니 훌륭하다고.

역시 황실의 후계자답다고.

하지만 이상했다.

지금 엘라에게 들은 한마디가 그 모든 칭찬보다 더 기분 좋았다.

아마 엘라는 못했을 때 정말로 못했다고 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잘했다는 말도 믿을 수 있었다.

테오도르는 괜히 고개를 돌렸다.

“……당연하지.”

엘라가 그의 얼굴을 살폈다.

“귀가 빨갛습니다.”

“더워서 그래.”

“봄인데요.”

“오늘은 더워.”

“아까는 춥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엘라.”

“네.”

“가끔은 모르는 척해.”

엘라는 고민했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진심으로 노력하겠다는 얼굴이었다.

테오도르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에는 작게.

그러다 참을 수 없다는 듯 소리 내어 웃었다.

엘라도 따라 웃었다.

두 아이의 웃음이 봄날의 정원 위로 번졌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련을 지켜보던 기사들이 놀란 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황태자는 잘 웃지 않는 아이였다.

정확히는 사람들 앞에서 웃는 법을 너무 일찍 잊은 아이였다.

그가 웃으면 모두가 그 이유를 궁금해했다.

그가 인상을 쓰면 모두가 자신의 잘못을 찾았다.

그가 피곤해하면 교육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왔고.

그가 실수하면 후계자의 자질이 거론되었다.

그런 시선 속에서 테오도르는 점점 표정을 감추는 법부터 배웠다.

그런데 지금은 풀밭에 앉아 웃고 있었다.

자신을 황태자가 아니라 그저 대련에서 진 친구로 대하는 소녀 앞에서.

정원 가장자리에 선 커다란 벚나무 아래.

두 남자가 차를 마시고 있었다.

한 사람은 이 제국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앉은 황제.

그리고 맞은편에는 그의 오랜 친구인 펠리시아 공작이 있었다.

황제가 찻잔을 들어 올렸다.

“열세 번이라.”

공작의 손이 멈췄다.

“보고 계셨습니까?”

“처음부터.”

“그럼 왜 나무 뒤에 숨어 계셨습니까?”

“숨어 있다니. 황궁 정원에서 내가 어디에 있든 내 마음이지.”

“나무 줄기 뒤로 의자를 옮기지 않으셨습니까?”

“그늘이 좋아서.”

공작은 말없이 황제를 바라보았다.

황제는 태연하게 차를 마셨다.

“친구.”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폐하께서 저렇게 부르실 때는 대부분 안 되는 부탁입니다.”

황제가 소리 내 웃었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랐다.

황제가 아직 황태자였던 시절부터.

공작이 가문을 잇기 전부터.

그래서 공작은 알고 있었다.

황제가 저렇게 눈을 반짝일 때면 대개 자신에게 귀찮은 일이 생긴다는 것을.

“요즘 테오도르가 많이 웃더군.”

황제가 말했다.

공작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두 사람의 시선이 정원으로 향했다.

엘라가 목검을 쥔 자세를 보여 주고 있었다.

테오도르는 투덜거리면서도 그대로 따라 했다.

“좋은 일 아닙니까?”

“좋은 일이지.”

황제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그래서 더 마음에 걸리네.”

“무엇이 말입니까?”

“내 아들이 원래 저렇게 웃는 아이였나 싶어서.”

공작은 대답하지 않았다.

테오도르는 너무 일찍 황태자가 되었다.

태어난 순간부터 황태자였으니 당연한 말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그 자리가 너무 무거웠다.

걸음마를 떼기도 전에 군주가 될 사람으로 평가받았고.

처음 검을 쥔 날부터 제국의 미래와 비교되었다.

“엘라는 그런 것을 모르니까요.”

공작이 말했다.

“황태자가 얼마나 어려운 자리인지도, 자신의 말 한마디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그래서 좋은 것 같네.”

“폐하.”

“저 아이는 테오도르를 그냥 테오도르로 보는 것 같거든.”

공작은 피식 웃었다.

“그러다 목이 날아갈까 걱정입니다.”

“내가 있는 동안은 괜찮네.”

“그 뒤가 걱정이라는 말입니다.”

황제가 다시 웃었다.

그때 시종 하나가 다가와 허리를 숙였다.

“폐하, 점심 준비가 끝났습니다.”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들도 데려오게.”

“예.”

시종이 정원으로 향했다.

황제는 멀리 있는 두 아이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조금 욕심이 나는군.”

공작은 못 들은 척 찻잔을 들었다.

“폐하께서 부르십니다.”

시종의 말을 들은 테오도르의 표정이 굳었다.

“왜?”

“점심을 함께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테오도르는 곧장 엘라를 바라보았다.

“오늘 몇 번 졌는지 말하지 마.”

엘라는 눈을 깜빡였다.

“왜요?”

“아버지가 물어볼 거야.”

“그러면 대답하면 되지 않습니까?”

“열세 번 졌다고?”

“네.”

“엘라.”

“거짓말은 나쁩니다.”

“거짓말하라는 게 아니야. 그냥 말하지 말라는 거지.”

엘라는 잠시 생각했다.

“그것도 비슷한 것 아닙니까?”

“전혀 달라.”

“어떻게 다릅니까?”

테오도르는 설명하려다가 포기했다.

“됐다.”

두 아이는 시종을 따라 궁으로 향했다.

정원을 가로지르던 엘라가 문득 물었다.

“많이 혼나십니까?”

“뭐가?”

“대련에서 지면요.”

테오도르는 잠시 망설였다.

“황태자는 져서는 안 된대.”

“누가 그랬습니까?”

“다들.”

“황제 폐하도요?”

“아버지는…….”

테오도르는 입술을 삐죽였다.

“이길 때까지 다시 하라고 해.”

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방법입니다.”

“내 편 좀 들어주면 안 돼?”

“전하의 편입니다.”

“어디가?”

“그래서 다시 하자는 겁니다.”

“그건 내 적이 하는 말이야.”

테오도르는 투덜거렸지만, 엘라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뭐가?”

“오늘은 지셨지만 어제보다는 나아졌으니까요.”

“그래서?”

“내일은 또 달라질 수 있잖아요.”

테오도르는 걸음을 늦췄다.

“내일도 와?”

엘라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아버지가 오신다면요.”

“네 아버지가 안 오면?”

“그럼 저도 못 옵니다.”

테오도르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엘라는 그 표정을 바라보다 덧붙였다.

“하지만 오고 싶다고 말씀드릴 수는 있습니다.”

테오도르가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아직 전하를 열 번도 못 이겨 봤으니까요.”

“오늘 열세 번 이겼잖아!”

“연속으로 열 번은 아닙니다.”

“그게 중요해?”

“중요합니다.”

테오도르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러면서도 조금 전 어두워졌던 표정은 사라져 있었다.

봄 응접실에는 따뜻한 햇살이 가득했다.

황제와 공작은 이미 창가의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두 아이가 들어오자 황제가 환하게 웃었다.

“왔느냐.”

테오도르는 얌전히 허리를 숙였다.

“폐하.”

엘라도 공손하게 인사했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황제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테오도르.”

“예.”

“오늘은 몇 번 졌느냐?”

역시 물었다.

테오도르는 엘라를 흘끗 바라보았다.

엘라는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한 순간.

황제가 엘라에게 물었다.

“엘라가 대신 말해 보겠느냐?”

“열세 번입니다.”

망설임 없는 대답이었다.

테오도르가 고개를 홱 돌렸다.

“엘라!”

“물어보셨습니다.”

“조금 망설이기라도 해!”

황제는 웃음을 터뜨렸다.

공작은 이마를 짚었다.

“열세 번이라.”

황제가 테오도르를 바라보았다.

테오도르는 어깨를 움츠렸다.

“처음에는 몸이 덜 풀렸고요.”

“그래.”

“중간에는 바람이 눈에 들어왔고.”

“그래.”

“마지막에는 배가 고팠습니다.”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이유들이구나.”

테오도르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정말입니까?”

“모두 패배의 이유로는 훌륭하지.”

“…….”

“승리의 이유는 아니지만.”

테오도르는 고개를 숙였다.

엘라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처음보다 오래 버티셨습니다.”

황제가 그녀를 보았다.

“얼마나?”

“처음에는 세 번 만에 검을 놓치셨고, 마지막에는 열여섯 번 막으셨습니다.”

“그랬느냐?”

“네.”

엘라는 덧붙였다.

“오늘도 지셨지만 어제보다는 잘하셨습니다.”

테오도르가 고개를 들었다.

황제는 잠시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잘했구나.”

테오도르의 표정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황제가 결과가 아닌 과정을 칭찬한 것은 처음이었다.

“내일은 스무 번을 막아 보거라.”

“……예.”

“그리고 엘라.”

“네, 폐하.”

“조금은 봐주면 안 되겠느냐?”

엘라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 됩니다.”

“왜?”

“봐주면 전하께서 얼마나 나아졌는지 알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친구가 속상해할 수 있지 않느냐?”

“속상하다고 거짓말을 해도 됩니까?”

“거짓말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

“그럼 진 것을 이겼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황제는 턱을 괸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는 테오도르가 황태자라서 더 엄격하게 대하는 것이냐?”

엘라는 잠시 생각했다.

“아닙니다.”

“그러면?”

“친구라서요.”

응접실이 조용해졌다.

엘라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친구라면 잘못한 것을 알려줘야 하잖아요.”

“잘못했다고 말하면 그 친구가 싫어할 수도 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래도 말할 것이냐?”

엘라는 조금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왜?”

“싫어하지 않게 하려고 모르는 척하면.”

엘라는 테오도르를 바라보았다.

“다음에도 똑같이 잘못할 테니까요.”

테오도르는 말없이 엘라를 바라보았다.

엘라는 자신이 특별한 말을 했다는 생각도 없는 듯 앞에 놓인 과자를 하나 집었다.

“하지만 저도 틀릴 수 있습니다.”

황제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네가?”

“네.”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

엘라는 과자를 한입 베어 물었다.

잠시 오물거리던 아이가 대답했다.

“제가 잘못했으면 사과해야죠.”

“그게 끝이냐?”

“다음에는 다르게 해야 하고요.”

너무도 당연하다는 말투였다.

황제는 가만히 엘라를 바라보았다.

완벽해서 특별한 아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아이였다.

그것이 황제에게는 더 낯설었다.

황제 주변의 어른들은 좀처럼 자신이 틀렸다고 말하지 않았다.

실수를 인정하는 순간 약점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아이는 잘못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잘못한 뒤에도 다시 선택할 수 있다고 믿는 듯했다.

황제가 물었다.

“엘라.”

“네, 폐하.”

“그렇다면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

엘라는 손에 든 과자를 내려다보았다.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좋은 사람.

엘라는 잠시 생각했다.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었다.

유모도 좋은 사람이었다.

테오도르는…… 가끔 얄미웠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사람은 늘 좋을 수 있을까?

엘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꼭 좋은 사람이어야 합니까?”

황제가 뜻밖이라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뜻이지?”

“사람은 계속 좋을 수 없잖아요.”

“…….”

“화낼 때도 있고, 실수할 때도 있고.”

엘라는 테오도르가 숨겨두었던 마지막 과자를 발견해 자연스럽게 가져왔다.

“남의 과자를 훔쳐 먹을 때도 있고요.”

“그건 내 거야!”

“아직 안 드셨습니다.”

“그래도 내 거야!”

황제가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

“그래서 좋은 사람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냐?”

엘라는 테오도르에게 과자를 반으로 나누어 돌려주었다.

“굳이 먼저 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이번에는 대답이 조금 빨랐다.

“같이 걸어갈 사람이요.”

“같이 걸어갈 사람?”

“네.”

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넘어지면 기다려 주고.”

“…….”

“그 사람이 넘어지면 제가 기다려 주고.”

엘라는 반쪽짜리 과자를 한입에 넣었다.

“길을 잘못 들면 알려 주면 되잖아요.”

황제가 물었다.

“둘 다 잘못된 길로 갔다면?”

엘라는 잠시 생각했다.

“같이 돌아오면 됩니다.”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어떻게 알지?”

엘라는 이번에는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좋은 사람의 반대가 꼭 나쁜 사람입니까?”

황제가 처음으로 대답하지 못했다.

엘라는 어깨를 으쓱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고는 옆에 앉은 테오도르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오래 봐야죠.”

응접실 안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테오도르는 자신을 바라보는 엘라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황제는 두 아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좋은 신하.

좋은 군주.

좋은 황태자비.

앞으로 테오도르의 곁에는 수많은 ‘좋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아들에게 정말 필요한 사람은 그런 이름으로 먼저 불리는 사람이 아닐지도 몰랐다.

황제의 시선이 엘라에게 머물렀다.

잘못하면 잘못했다고 말해 주고.

나아지면 알아봐 주며.

자신도 틀릴 수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

혼자 앞서가거나 뒤에서 따르기보다.

그저 옆에서 함께 걸을 사람.

황제가 천천히 미소 지었다.

“친구.”

펠리시아 공작의 눈빛이 즉시 경계로 물들었다.

“안 됩니다.”

“아직 말하지 않았네.”

“이제 말씀하시겠지요.”

황제는 웃으며 엘라를 바라보았다.

“자네 딸을 한 달만 빌려주게.”

“저는 물건이 아닙니다.”

엘라가 즉시 끼어들었다.

황제가 웃음을 터뜨렸다.

“미안하구나. 그러면 부탁하마.”

“무엇을요?”

“내일부터 테오도르와 함께 수업을 받아 보겠느냐?”

테오도르가 눈을 크게 떴다.

“정말?”

엘라는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검술 수업입니까?”

“제왕학과 역사, 정치와 예법 수업까지 전부.”

엘라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아침에 일찍 시작합니까?”

“해가 뜨기 전에.”

“숙제도 있습니까?”

“아주 많지.”

엘라는 천천히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공작은 팔짱을 낀 채 황제를 노려보고 있었다.

황태자 교육에 외부인을 들이는 것은 결코 가벼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테오도르는 이미 기대에 찬 얼굴로 엘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같이하자.”

“전하께서 수업 중에 주무시면요?”

“안 잘게.”

“어제도 그러셨다고 들었습니다.”

“누가 말했어?”

“시종장님이요.”

“그 사람은 왜 그런 것까지 말해?”

엘라는 잠시 고민했다.

“제가 깨워도 됩니까?”

“어떻게?”

“옆구리를 찌르면 됩니다.”

테오도르의 표정이 굳었다.

“손으로?”

엘라는 목검을 들어 보였다.

“이걸로요.”

“아버지, 다시 생각해 보세요.”

테오도르가 황제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황제는 이미 웃고 있었다.

그날.

황제는 어린 엘라를 아들의 첫 번째 친구이자 수업 동무로 받아들였다.

그 선택이 훗날 제국과 북부의 운명까지 바꾸게 되리라는 것을.

그때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황태자의 첫 번째 합동 수업에서.

엘라는 황실 최고의 노교수에게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그 말 한마디로.

교실 전체를 조용하게 만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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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궁은 이상하게 조용했다.평소와 같은 아침이었다.복도를 오가는 시종들.정원에서 가지를 다듬는 정원사.멀리서 들려오는 기사들의 훈련 소리.모든 것이 평소와 같아 보였다.그런데도 엘라는 느꼈다.무언가 다르다는 것을.“전하.”“응?”테오도르가 책에서 고개를 들었다.“오늘 황제 폐하께서 안 오셨습니다.”“원래 아침 수업에는 안 오시잖아.”“하지만 복도를 지나가실 때 한 번쯤은 보십니다.”“그랬나?”“네.”엘라는 창밖을 바라보았다.황제의 집무실이 있는 본궁 쪽.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창문 여러 개에 불이 켜져 있었다.밤새 꺼지지 않은 것처럼.“그리고 기사님들도 많아졌습니다.”테오도르도 그제야 창밖을 보았다.평소보다 경비 인원이 많았다.본궁과 동쪽 별궁 사이.둘을 연결하는 회랑 곳곳에 황실 기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무슨 일 있나?”“모르겠습니다.”엘라는 책상 위에 놓인 신성력 기록 수첩을 바라보았다.지난 며칠 동안 검은 점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그런데 황궁의 분위기는 점점 무거워졌다.북부에서 전령조가 온 뒤부터였다.“전하께서는 아무것도 못 들으셨습니까?”테오도르가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조금.”“무엇을요?”“북부가 안 좋대.”엘라가 고개를 들었다.“어떻게요?”“거기까진 몰라.”“왜요?”“아버지가 지금은 그것만 알면 된다고 했어.”엘라는 잠시 테오도르를 바라보았다.예전의 테오도르라면 분명 화를 냈을 것이다.‘왜 나는 못 알아?’‘황태자인데?’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조금 답답해 보이긴 했지만.그것을 억지로 숨기지도 않았다.“괜찮으십니까?”엘라가 물었다.“뭐가?”“궁금하지 않습니까?”“궁금하지.”“그런데 안 물어보십니까?”“물어봤어.”“그런데요?”“지금보다 상황이 나빠지면 알려준대.”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기다리시는군요.”테오도르는 책 모서리를 만지작거렸다.“응.”“잘하십니다.”“근데 싫어.”“무엇이요?”“기다리는 거.”엘라가 피식 웃었다.“저도 잘 못

  • 《마기에 잠식된 대공》   같은 방법이 모두에게 맞지는 않습니다

    “오늘은 제가 수업을 맡습니까?”엘라는 교실 앞에 서서 에드먼드 교수를 바라보았다.교수는 평소처럼 책을 펼친 채 대답했다.“절반만.”“절반이요?”“문제를 내는 것은 제가 합니다.”“그럼 저는요?”“아이들이 해결하도록 돕는 겁니다.”엘라는 잠시 생각했다.“지난번과 비슷하군요.”“비슷하지만 다릅니다.”“어떻게요?”“오늘은 아이들마다 다른 문제가 주어질 테니까요.”엘라의 눈이 조금 커졌다.교실 안에는 지난번보다 많은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노아.세드릭.에런.그리고 새로 들어온 아이들까지.총 여덟 명.테오도르는 맨 뒤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이번에도 관찰자였다.정확히는 황태자 교육의 일부라는 이유로 빠져나가지 못한 상태였다.그는 턱을 괴며 작게 중얼거렸다.“또 엘라가 선생이네.”엘라가 뒤를 돌아보았다.“전하께서도 학생입니다.”“나는 황태자야.”“그 말로 빠져나갈 수 있는 수업은 없는 것 같습니다.”에드먼드 교수가 지휘봉으로 책상을 두드렸다.“두 분.”둘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교수는 아이들 앞에 여덟 개의 작은 상자를 내려놓았다.“오늘의 수업은 간단합니다.”아이들의 시선이 상자로 향했다.“각자 한 개씩 선택하십시오.”세드릭이 가장 먼저 상자를 집었다.노아는 조금 뒤에.에런은 모두가 고른 뒤 남은 것을 조심스럽게 가져갔다.엘라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교수가 말했다.“상자를 열어보십시오.”딸깍.아이들이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서로 다른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세드릭의 상자에는 짧은 밧줄.노아의 상자에는 작은 나침반.에런에게는 여러 크기의 나무 조각.한 영애에게는 빈 유리병.다른 아이에게는 작은 종.테오도르가 눈썹을 찌푸렸다.“이걸로 뭘 하라는 겁니까?”교수가 칠판에 문장을 적었다.자신의 물건을 이용해 정원 반대편의 깃발에 도착할 것.아이들이 창밖을 바라보았다.별궁 뒤편 정원.그 끝에 붉은 깃발 하나가 꽂혀 있었다.하지만 그 사이에는 작은 장애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 《마기에 잠식된 대공》    답을 알려주지 않는 선생님

    “제가요?”엘라는 자신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에드먼드 교수는 아주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제가 저 아이들을 가르칩니까?”“정확히는 도와주는 겁니다.”“같은 말 아닙니까?”“다릅니다.”“어떻게요?”“가르치는 사람은 답을 줄 수도 있지만.”노교수의 시선이 훈련장 한쪽으로 향했다.“도와주는 사람은 스스로 답을 찾게 해야 할 때도 있으니까요.”엘라는 교수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황궁 동쪽 별궁의 작은 정원.그곳에는 다섯 명의 아이가 앉아 있었다.황실과 가까운 귀족가의 자제들.아카데미 입학 전 황궁 예비 교육을 받는 아이들이었다.나이는 아홉 살에서 열한 살 사이.그중에는 익숙한 얼굴도 있었다.노아.세드릭.그리고 얼마 전 기사단 식당에서 엘라를 보고 인사했던 두 명의 귀족 영애.마지막 한 명은 처음 보는 소년이었다.엘라는 다시 교수에게 물었다.“왜 제가 해야 합니까?”“오늘 수업은 ‘협력’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그래서요?”“공녀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엘라는 조금 의심스러운 얼굴로 교수를 바라보았다.“저를 시험하시는 겁니까?”에드먼드 교수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왜 그렇게 생각합니까?”“교수님께서는 그냥 시키지 않으십니다.”“…….”“항상 나중에 질문하십니다.”“관찰력이 좋아졌군요.”“역시 시험이군요.”교수는 대답하지 않았다.그게 답이었다.조금 떨어진 벤치에 앉아 있던 테오도르가 피식 웃었다.“걸렸네.”엘라가 그를 노려보았다.“전하께서는 안 하십니까?”“나는 관찰자래.”“편하시겠습니다.”“황태자니까.”“요즘 그 말을 자주 쓰십니다.”“쓸 수 있을 때 써야지.”엘라는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거절하지는 않았다.아이들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정원 중앙으로 걸어갔다.다섯 명의 아이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공녀님을 뵙습니다.”“앉으셔도 됩니다.”아이들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엘라는 그 앞에 섰다.갑자기

  • 《마기에 잠식된 대공》   이상한 것은 이상하다고 말해야 합니다

    검은 점은 사라졌다.엘라는 손바닥을 펴 보았다.아무것도 없었다.평소와 똑같은 손.며칠 전 훈련하다 까진 자국과, 목검을 오래 잡아 생긴 작은 굳은살만 남아 있었다.엘라는 손바닥을 뒤집었다.그리고 다시 폈다.“뭐 해?”옆에서 테오도르가 물었다.“확인하고 있습니다.”“뭘?”“손을요.”“손이 어디 갔다 왔어?”“아닙니다.”엘라는 다시 한번 손끝을 살폈다.정말 없었다.검은 점.분명히 본 것 같았다.설응의 전령통에서 보았던 검은 얼룩처럼.아주 작았지만.금빛 신성력 사이에 검은 점 하나가 섞여 있었다.그런데 지금은 아무 흔적도 남지 않았다.잘못 본 걸까.온실이 어두워서.차가운 곳에 오래 있어서 눈이 피곤했던 걸지도 모른다.“엘라.”“네.”“아까부터 이상해.”테오도르가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무슨 일 있어?”엘라는 입을 열었다가 멈췄다.확실하지 않은 일이었다.괜히 말했다가 사람들을 걱정시키는 건 아닐까.특히 아버지가 알게 되면.당장 신관 열 명은 불러올 것이다.황제까지 알면 더 귀찮아질지도 몰랐다.‘별일 아닐 수도 있잖아.’엘라는 손을 주먹 쥐었다.그리고.어제 에드먼드 교수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해야 배울 수 있다.레온은 말했다.힘든 것을 모두 숨기면 손을 내밀 사람도 알 수 없다고.엘라는 천천히 손을 다시 폈다.“전하.”“응.”“아까 제 손에서 이상한 것을 봤습니다.”테오도르의 표정이 바로 진지해졌다.“뭘?”“검은 점이요.”“검은 점?”“신성력을 썼을 때 아주 잠깐 보였습니다.”테오도르의 시선이 엘라의 손으로 향했다.“지금은?”“없습니다.”“아팠어?”“아닙니다.”“뜨겁거나 차갑거나?”“그것도 아닙니다.”테오도르는 잠시 생각했다.그러더니 곧바로 말했다.“아버지한테 가자.”엘라는 예상했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역시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왜?”“조금 더 지켜봐도 될 것 같아서요.”“왜?”“사라졌잖아요.”“그래도 이상한 거 봤

  • 《마기에 잠식된 대공》   봄날에 도착한 겨울

    “아무도 나가서는 안 됩니다.”시종장의 단호한 목소리가 황궁 동쪽 별궁에 울렸다.복도를 오가던 시종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췄다.창문을 닦던 하녀도.꽃병을 옮기던 시녀도.간식 쟁반을 들고 있던 어린 시종도.모두 무슨 일인지 알지 못한 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엘라도 교실 문 앞에서 멈춰 섰다.한 손에는 역사 교재를.다른 손에는 아직 먹지 못한 작은 사과를 들고 있었다.“무슨 일입니까?”엘라가 물었다.옆에서 나오던 테오도르가 먼저 대답했다.“또 누가 사고 쳤나 봐.”엘라가 그를 바라보았다.“왜 저를 보십니까?”“안 봤어.”“방금 보셨습니다.”“그냥 옆을 본 거야.”“제가 옆에 있었습니다.”“그러니까 옆을 본 거지.”엘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사고를 친 적이 여러 번 있었으므로 완전히 억울한 의심은 아니었다.그래도 이번에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아직은.“두 분께서는 교실로 돌아가 주십시오.”시종장이 빠르게 다가왔다.평소에도 엄격한 얼굴이었지만, 오늘은 유난히 표정이 굳어 있었다.테오도르가 물었다.“무슨 일인데?”“확인 중입니다.”“그러니까 뭘 확인해?”“전하께서 신경 쓰실 일은 아닙니다.”테오도르의 눈썹이 올라갔다.시종장이 저런 말을 할 때마다, 대개 자신과 아주 밀접한 일이었다.“내 별궁에서 아무도 나가지 못하게 해놓고?”“곧 해결하겠습니다.”“뭐가 없어졌어?”시종장은 잠시 침묵했다.그 짧은 망설임만으로도 테오도르는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말해.”어린아이의 목소리였지만 황태자의 명령이었다.시종장은 결국 허리를 숙였다.“전령조 한 마리가 사라졌습니다.”“전령조요?”엘라가 물었다.“편지를 나르는 새 말입니까?”“그렇습니다.”“창문으로 날아간 것 아닙니까?”“날아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습니다.”시종장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오늘 새벽 북부에서 도착한 전령조입니다.”북부.엘라는 처음 듣는 이름이 아니었다.제왕학 수업에서 지도

  • 《마기에 잠식된 대공》   봄날에 도착한 겨울

    “아무도 나가서는 안 됩니다.”시종장의 단호한 목소리가 황궁 동쪽 별궁에 울렸다.복도를 오가던 시종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췄다.창문을 닦던 하녀도.꽃병을 옮기던 시녀도.간식 쟁반을 들고 있던 어린 시종도.모두 무슨 일인지 알지 못한 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엘라도 교실 문 앞에서 멈춰 섰다.한 손에는 역사 교재를.다른 손에는 아직 먹지 못한 작은 사과를 들고 있었다.“무슨 일입니까?”엘라가 물었다.옆에서 나오던 테오도르가 먼저 대답했다.“또 누가 사고 쳤나 봐.”엘라가 그를 바라보았다.“왜 저를 보십니까?”“안 봤어.”“방금 보셨습니다.”“그냥 옆을 본 거야.”“제가 옆에 있었습니다.”“그러니까 옆을 본 거지.”엘라가 눈을 가늘게 떴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사고를 친 적이 여러 번 있었으므로 완전히 억울한 의심은 아니었다.그래도 이번에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아직은.“두 분께서는 교실로 돌아가 주십시오.”시종장이 빠르게 다가왔다.평소에도 엄격한 얼굴이었지만, 오늘은 유난히 표정이 굳어 있었다.테오도르가 물었다.“무슨 일인데?”“확인 중입니다.”“그러니까 뭘 확인해?”“전하께서 신경 쓰실 일은 아닙니다.”테오도르의 눈썹이 올라갔다.시종장이 저런 말을 할 때마다, 대개 자신과 아주 밀접한 일이었다.“내 별궁에서 아무도 나가지 못하게 해놓고?”“곧 해결하겠습니다.”“뭐가 없어졌어?”시종장은 잠시 침묵했다.그 짧은 망설임만으로도 테오도르는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말해.”어린아이의 목소리였지만 황태자의 명령이었다.시종장은 결국 허리를 숙였다.“전령조 한 마리가 사라졌습니다.”“전령조요?”엘라가 물었다.“편지를 나르는 새 말입니까?”“그렇습니다.”“창문으로 날아간 것 아닙니까?”“날아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습니다.”시종장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오늘 새벽 북부에서 도착한 전령조입니다.”북부.엘라는 처음 듣는 이름이 아니었다.제왕학 수업에서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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