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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리, 왜 자꾸 작은 동물에 관심을 두는거야??”
라일리는 손에 들려있는 작고 귀여운 새끼달팽이를 언니에게 쭉 내밀었다.
“어? 언니, 이 작고 여린 것이 내 손위에서 낑낑대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귀여운지 알아? 그리고 나는 작은 동물만 좋아하는 게 아니야. 순한! 순한! 동물을 좋아하는 거라고!”
“하, 라일리……. 이 세상은 강해야 살아남는 거란다. 약한 것은 살아남지 못해.”
“약하다는 건 그런데, 언니 생각 아니야? 사실 엄청난 힘을 숨기고 있는 거지.”
“딱 보기에도, 네가 들고 있는 달팽이는 전혀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라일리”
“촉수에 엄청난 독이 발려 있을 수도 있다니깐! 자자- 언니 내 손 꼭 잡아! 참새로 변신할 거니깐!”
휙-
라일리는 검지를 들어 올려 언니와 나에게 참새로 변신시키는 마법을 걸었다.
두 사람은 공작가의 예절 수업 시간에, 사용인들의 눈을 피해 동쪽 숲 핑크뮬리 동산으로 피신을 하는 중이다.
도착 직전의 핑크뮬리의 모습은 핑크빛 바닷가가 바람에 출렁이는 것처럼 보였다.
저 핑크 바닷물에 풍덩 빠지고 싶다!
핑크 동산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오두막 앞에 내려앉은 작은 참새 두 마리가 팡! 하고 푸른빛을 내뿜으며 작은 키의 어린 꼬마로 변했다.
은색의 반짝이는 단발머리에 푸른 사파이어 눈동자를 가진 어린 두 소녀.
풍성한 파란 벨 라인 치마를 입고 있는 어린 라일리와 파란색 멜빵바지에 작은 원목 칼을 허리춤에 찬 아멘다였다.
두 사람은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프론치아드가 공녀들의 보금자리! 우리만의 아지트! 가끔 공작가의 수업이 지칠 때 찾는 유일한 숨구멍 같은 곳에서 요즘 들어 낯선 인기척이 느껴졌다.
해피트리 나무는 분명 창가 앞으로 뒀던 기억이 있는데, 탁자 위로 옮겨져 있었던 것.
“언니.”
“내 생각도 같아. 다른 침입자가 있는 것 같지?”
“응. 누구지? 누가 우리 막사에 오는 거야?”
두 사람은 침대 그리고 화장실 그리고 책상 아래. 여러 곳을 살펴보니 의심은 확신으로 퍼졌다.
아멘다는 검지를 입가에 두고 다가왔다.
왜 그러지? 하고 라일 리가 고개를 갸웃하자 아멘다는 라일리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이끌고 갔다.
장난감을 가득 넣어 둔 커다란 상자.
라일리는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 물었다.
“(왜?)”
“(여기 상자 끝에 옷이 삐져나왔어! 사람이 있나 봐!)”
“헉!!”
“(쉿!!!)”
라일리는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엄마에게 배운 에너지 볼트. 실력이 미미하지만 따끔따끔한 강한 정전기의 맛을 보여줄 수 있는 실력을 무기로 들고 다가갔다.
번쩍!
상자의 뚜껑을 들어 올리니 작게 웅크려있는 두 검은 뭉치가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으악!!”
“악!!!”
별 하나 뜨지 않는 까만 밤하늘 같은 흑발에 붉은 적안을 가진 튜어가의 공자들이었다.
“뭐야! 너희!”
“아, 아멘다……. 라, 라일리.”
헤레이스는 동그란 눈을 깜빡깜빡 뜨며 어색한 입꼬리를 서서히 올리며 웃었고 에드가는 화들짝 놀란 가슴이 주체 되지 않는 듯 동그란 물방울을 뚝. 뚝. 떨어트렸다.
“흡……. 미. 미안해.”
아멘다는 허리에 손을 얹고 두 사람을 삐뚜름한 눈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라일리는 울고 있는 에드가에게 다가가 눈물을 본인의 드레스 옷소매로 닦아주며 말했다.
“울지마, 에드가. 쉬이- 괜찮아. 뚝. 뚝 해. 괜찮아.”
헤레이스보다 키가 한 뼘이나 작았고 덩치도 또래보다 더욱 작은 아이였다.
라일리가 보기에 에드가는 커다란 나뭇잎에 달라붙은 새끼 달팽이의 모습으로 보였다.
우리 달팽이, 깜짝 놀랐구나. 세상에…….
토닥토닥해주던 라일리의 손길에 훌쩍훌쩍 울던 에드가의 울음이 쏙! 들어갔다.
“잘했어. 놀랐어? 미안해. 울지마 알겠지?”
“으……응.”
에드가는 저의 머리를 소중하게 쓰다듬어 주는 라일리의 손길에 눈이 서서히 커졌다.
또 저를 안아주며 다독여주는 라일리에게 나는 아카시아 향기를 맡은 에드가는 긴장을 모두 놓자 평소 부모님의 충고에 꽉! 잡고 있던 자물쇠가 톡! 하고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였다.
에드가의 몸 주위에서 눈을 뜰 수 없게 만드는 섬광이 막사 안을 가득 메웠다.
아이들은 눈이 부셔 두 손으로 눈을 꽉 막았다.
주위 시야를 가려 허둥지둥하다, 여기저기 쿵쿵 부딪히는 아이들이 생겼다.
아멘다는 혹, 동생 라일 리가 다칠까 놀라 소리를 쳤고 헤레이스는 동생 에드가를 찾았고 라일리는 새끼 달팽이를 애타는 손으로 주위 사물을 더듬거렸다.
“라일리 괜찮아!!?”
“에드가! 진정해라! 다시 꽉 잡아야 해!”
“에, 에드가? 어, 어딨어?”
어느새 금색의 쨍한 빛이 에드가의 손등으로 후루룩 빨려 들어갔다.
에드가도 충격이었는지 손에 있던 짓눌러진 죽은 나비가 툭 하고 떨어졌다.
라일리는 빛이 거둬지자 두리번 두리번거리며 에드가부터 찾았다.
막사의 간이침대 옆에 웅크려있던 에드가를 보던 충격적인 표정인 라일리가 나지막이 말했다.
“뭐, 뭐야? 왜, 왜. 내 새끼 달팽이. 어디갔어?”
*
"세드릭 있느냐.“
잠에서 일어난 테오도르 황제는 다급히 그의 시종을 찾았다.
황제의 옆방에서 상주하고 있는 세드릭은 황제의 헛기침 소리에도 잠에서 깼고, 다급하게 부르는 황제의 소리에 튜닉을 제대로 고쳐 입지 않고 달려왔다.
"예, 폐하 있습니다."
"꿈을 꾸었다…. 이번엔……. 용이 네 마리였어."
"이번에도 황금빛 용입니까?"
"흐음……. 용의 색이 세 가지였다 금빛, 은빛, 검은 용이었다."
"이로운 꿈입니다. 폐하. 저번 꿈도 태몽이지 않았습니까."
제 국력 727년 11월 8일 테오도르 황제는 황금빛 큰 용이 클라우드 황성을 한 바퀴 휘감으며 돌다 승천하는 꿈을 꾸었다. 그 후로 한 달 뒤 12월 8일 총애를 받고 있던 두 번째 황비에게 임신 소식이 들려 큰 축하 파티를 연 것이 보름 전이기 때문에, 이번 꿈도 분명 태몽이었다.
이번 꿈이 의아한 건 용의 색깔이 모두 달랐다.
"그렇담 경사네 경사, 하하하 자네 좋은 소식 있음, 짐에게 먼저 알려주게."
"예, 폐하."
그로부터 14년 후
* 제 국력 741년 12월
프론치아드가 공작가 집사 라이엇은 도착한 우편을 분리하다, 클라우드 아카데미 인장이 찍힌 편지 봉투를 발견한다.
포효하는 사자와 공작새의 깃털이 달린 클라우드 제국의 문양이 새겨져 있는 인장이었다.
라이엇은 어릴 때부터 봐왔던 공녀님들의 첫 입학을 앞두고 있다니 가슴이 언저리가 아리듯 찡해 왔다.
"전하, 오늘 우편에는 공녀님들의 입학서가 도착했습니다."
"하하. 우리 아가들이 벌써 입학에 할 나이가 되었다니, 감격스럽네! 라이에서 자네는 어떤가?"
"너무 감격스럽지요, 우리 공녀님들이 얼마나 이쁘고 사랑스럽고 멋지게 자라셨습니까?"
"그렇지 사실 아카데미에 안 보내고 내가 데리고 있고 싶네만 아이들의 값진 경험을 이 아비가 빼앗을 순 없겠지……. 암."
'똑똑'
"아버지! 저희예요."
라이엇은 공작의 집무실에 들어가기 전 시녀 로엘에게 공녀님을 불러달라 부탁을 했다.
공녀들은 때마침 알맞은 도착을 해주었다.
"들어오거라 얘들아."
"무슨 일 있으세요. 아버지?"
"혹시, 튜어 가 랑 티 파티할 날이 벌써 왔나요?"
"하하하, 짠! 이것 좀 보아라."
"아카데미 입학서 아닌가요?"
"우와! 내년 3월에 저희가 아카데미 입학을 하는 거죠!?“
"그렇지 아멘다, 라일리 너희는 가족이기 때문에 아카데미 가서도 서로를 지켜야 한다 알겠느냐."
”네 아버지.“
"당연하죠! 공부도 열심히 할게요!"
"녀석! 혼만 안 나면 다행이게, 라일리는 언니 말을 잘 듣도록 하고!"
멋쩍게 웃으며 대답은 했지만, 막상 아버지와 어머니 곁을 3년이나 떠난다니 설렘과 두려움이 앞섰다.
제국의 아카데미는 1학년은 검술, 의술, 마법을 함께 배운다.
2, 3학년 때는 전공과를 나눠서 실습하며, 3학년이 끝나면 졸업을 하게 된다.
물론, 황궁의 의사, 마법사, 검사가 가장 인기가 많은 직업이다.
프론치아드 가의 공작인 아버지는 아카데미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수석답게, 백룡단의 단장을 맡고 있다.
또한 제국의 단 두 개뿐인 공작 중 튜어 가의 공작님은 차석으로 졸업해 흑룡 단을 맡고 있다고 한다.
제국의 단 두 개뿐인 공 작가라 다들 경계하는 사이로 생각하지만, 누가 봐도 놀랄 만큼 두 공작가는 사이가 좋았다.
한 달에 한 번은 꼭 티 파티를 열어 두 가족이 모여 차를 마시고 춤을 추곤 하니깐 말이다.
***
"공녀님! 은하수같이 반짝이는 은빛 머리와 호수같이 깊고, 보석같이 반짝이는 청안에 어울리는 사파이어 핀 이 어울릴까요? 공녀님을 받쳐주는 안개 꽃핀이 좋을까요?!"
"아무거나 해도 돼…. 로렐. 투어가 사람들이 오는 거잖니?"
아침부터 장미 꽃잎 샤워를 마치고 향유의 마사지에 피부 팩에…. 휴…. 매달 있는 티파티인데 시녀들은 포기를 할 수 없는지 내 머리에 리본 핀, 꽃 핀, 보석 핀 등을 비교해 가며 나를 치장을 해주고 있다.
'똑똑'
"라일리 다 했니? 내려가자."
"아, 응 언니 다했어! 같이 가!"
빨리 치장을 마친 언니가 부러움에 문을 열었는데 한껏 꾸며져 있는 언니를 보니, 로엘에게 고마움이 느껴졌다.
하하 새벽부터 일어나서 준비했구나! 언니.
로비로 튜어가를 마중하러 가고 있는 우리 두 사람은 서로를 짠하게 쳐다보며 본인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매번 파티에 초대되어 오는 튜어가 사람 중 한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우리 두 사람은 고개를 기웃거리며 없는 한 사람을 찾고 있으니 눈치를 챈 튜어가 공작님께서 말씀하셨다.
성난 문밖에서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대마법사님!! 휴가요! 휴가!! 집에 가고 싶습니다!!”역시, 휴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추출팀 대장이 직접 내 방을 찾아온 것이다.나는 내 허리에 감겨있는 에드가의 손을 풀었지만 지칠 줄 모르는 그의 손은 또다시 허리를 감았다.“으응, 에드가 추출팀한테 가 봐야 해.”“다시 돌아온다는 말 이제는 믿지 않아.”“추출팀은 바로 아래층이야……. 먼 곳이 아닌걸.”“거리는 상관이 없어. 마법 편지를 보내”“실제로 얼굴을 보고 휴가지에 사인도 해줘야 해. 흐음 우리 망아지 자꾸 이렇게 억지만 부린다면.”“다면?”그래, 자꾸 억지를 부린다면, 충격 요법을 써보자.“일주일간 마탑에 못 오게 할 거야.”그러자 에드가의 금빛 동공이 세차게 흔들렸다.정말로 큰 충격을 받은 사람처럼 주춤하던 모습을 보고 나는 동그랗게 뜬 눈을 이리저리 움직였다.하하. 심했나?사실 반 장난이나 다름이 없었다.일주일간 마탑에 오지 못 하게 하면 내가 의술 탑으로 가면 되긴 하니깐 말이다.“라일리…….”에드가의 작아지는 목소리와 축 처진 눈매 그리고 내 가운을 잡는 힘없는 손.측은한 마음이 들 것 같다. 작은 망아지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기도…….아니야! 이럴 때일수록 강하게 나와야 해. 좋아 거의 다 왔어.“일주일간 안 봐도 괜찮으면 계속 나 잡고 있어.”“하지만……. 그건…….”“못하겠어? 정말로 일주일간.”“하, 다녀와……. 라일리”오, 성공이다.그제야 내 몸을 둘러있던 에드가의 손이 서서히 풀렸다.나는 배시시 웃으며 에드가의 푹 숙인 머리칼을 천천히 쓸어주었다.“아이 착해, 우리 에드가”다행히 충격 요법이 성공적이었다.문밖에서 눈물을 찔끔 흘리며 기다리는 추출팀 대장과 함께 추출 대원들에게 향했다.그들의 휴가 서류에 사인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덕담 한마디도 남겼다.“석 달 또 고생하실 거니, 푹 쉬고 오셔야 해요. 헤헤”좋은 말을 드린 것 같은데 그들이 나를 악마 보듯 봤다.싱긋 미소를 지으
* 푹신하고 부드러운 거위 털 침구 위에서 황금 조각이 일정하게 장식되어있는 흰 벽면을 끊임없이 바라보다, 허- 하고 숨을 내뱉었다. 며칠째. 같은 시야를 바라보니 있던 힘도 달아나는 느낌이랄까…….조금이라도 움직이거나,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할 땐.“움직이면 안 돼. 라일리”“흐음. 에드가 난 이제 괜찮은 거 같은데…….”“아니. 아직이야.”“언제까지, 누워있어야 해? 나 이제 연구실로 가야 할 것 같아. 추출팀이 삼 개월간…….”“쉬-”에드가는 두 손이 내 입과 눈을 가렸다.허-또 강제 취침인 건가. 며칠째 침대 위에서 움직이지 못 하게 하니 정말 너무나 답답하던 참이었다.스승님, 아니 루키오는 사건 이후로 더는 황궁 내에 나타나지 않았고 흑룡단이 여전히 그를 수배 중이다.나는 폐하의 지시로 마탑의 임시 대마법사를 맡게 되었다.지금쯤 마탑으로 돌아가 삼 개월간 밤낮 세운 제비꽃 추출팀에게 휴가를 보내줘야 한다.하지만 에드가는 그의 방안에서 나는 벗어나지 못 하게 하고 있다.분명 치료는 지하에서 끝낸 것 같은데…….그 후로 아픈 곳은 더는 없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퇴원을 부탁하면 에드가는 여전히 치료가 부족하다는 소견을 냈다. 뾰로통한 입을 쭉 내민 내가 못 믿겠다는 눈치를 보이면 어김없이 대의술사인 제니어트를 데리고 온다.그가 마지못해 내 앞에 서서 당황하는 눈치를 숨기지 못한다.침대 앞에 서 있던 그의 흔들리는 녹안과 장발의 잿빛 머리칼을 쉼 없이 만지는 손길이 딱 그랬다.에드가의 눈치를 살피던 제니어트가 목을 가다듬었다.“그, 그래, 라일리. 오늘도 치료가 부족하구나. 크흠.”하……. 며칠째 저 이야기라니. 난 괜찮다고요!!내가 제니어트를 향해 손을 팔랑팔랑하자 그는 나에게 얼굴을 내밀었다.“솔직하게 이야기해줘요……. 이러다가 저 마탑으로 가지 못하게 생겼다고요. 진실만큼 고마운 건 없다면서요…….”“쿨럭, 컥, 크흠. 쿨럭”옥상에서 그가 말해준 이야기를 그대로 했을 뿐인데, 내 말을 들은 제니어트
나는 땅 밑에서 청색의 마력을 느꼈다.희미한 라일리의 마력에, 화가 난 발을 들어 올려 찍었다.그 순간 사정없이 갈라진 땅과 솟아난 흙더미 사이 나는 천천히 아래로 걸어 내려간다.생각보다 깊게 팬 땅 아래 끝없이 내려가던 그때, 마침내 뚫린 공간으로 진입한다.어두운 동굴 안 눈을 감은 나는 오러를 공간 끝까지 내보냈다.한참 후 그 끝에 오러가 닿았다."하, 황궁 아래를 모조리 파 놨네,"황궁 아래가 텅 비어있었다.그런데 내보낸 금빛 오러사이 드문드문 작은 생명체가 걸렸다.아마도, 라일리가 외벽에서 보자기 마법으로 가져온 그 변이 마물 쥐가 분명하다.찍찍거리는 소리에도 나는 희미하게 느껴지는 푸른 마력을 따라 걷는다.끊어질 듯 얇은 마력이 라일리의 생명줄 같이 느껴져 속력을 내어 달렸다.커다란 동굴 입구 앞이 유난히 붉은 마력이 강하게 느껴져 발길을 멈칫했지만 나는 서서히 입구로 다가섰다.그런데.커다랗게 뚫어놓은 지하 공간에 들끓는 쥐 떼들이 고인 물처럼 놓여있다.개처럼 커다랗게 짖는 시끄러운 생명체 위에 대롱대롱 사람이 매달려 있다.그것은, "라일리!!!"줄이 끊어지면 쥐 떼로 떨어지는 라일리는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밧줄에 간신히 몸이 묶인 그녀가 처연하게 눈을 감고 있다.그런데, 자세히 보니 라일리의 이마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나는 그녀의 이마에 굳은 핏자국을 보자 화가 미친 듯 솟구쳤다.아래 놓인 쥐 떼를 향해 화풀이했다.에너지 스톰.손안에 둥근 모양의 얇은 에너지가 실타래처럼 엮였고 손 위에 동그랗게 모인 에너지를 바닥으로 내리꽂았다.금빛 에너지 마법이 쥐 떼를 향했다.그런데, 탕-생각지도 못한 보호막이 쥐 떼를 보호했고 쥐를 향한 에너지 스톰이 반사되어 날아갔다.쿠궁-들어왔던 입구의 천장이 무너져 천장에 달린 바윗덩이가 입구를 봉쇄시켰다.얇은 빛줄기가 서서히 들어오던 입구가 막혔으니 동굴은 암흑으로 가득 찼다.나는 손 위에 파이어 볼트를 얹었다. 횃불처럼 있던 불씨를 바닥에 고정했다.앞이
“널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 라일리.”나는 눈을 감고 질질 끌려오는 벌리드를 바라봤다. 처참히 죽음을 맞이한 그는 루키오가 범인인 줄 알았을까. 내 앞에 악마처럼 웃고 있던 그가 낮은 음성으로 웃었다.“널 죽이고, 최근 헤어진 에드가가 죽였다는 소문을 내면 되긴 하다.”“네?”“걘, 다 가졌으니 그 정도 감수는 해도 되지 않겠느냐?”“무, 무슨 말씀이세요?”루키오는 눈가로 내려온 흑발을 피범벅이 된 손으로 쓸어 넘겼고 머리칼 사이로 흐르는 붉은 피를 손등으로 닦아냈다.피로 범벅이 된 얼굴 때문일까, 그의 붉은 눈이 더욱 형형하게 빛났다.“튜어가의 공자님이시고, 황가의 핏줄인 쌍둥이를 이어받고, 거기에 부모의 사랑까지 듬뿍 받으며 자랐더군. 그것도 모자라 황가의 외형까지 타고났더구나. 하늘이 그 아이에게 너무 많은 걸 준 것 같아. 내가 다 질투가 날 지경이다.”“그게 질투예요. 스승님. 이러시는 거 좋지 않아요. 사람들은 왜 해치신 거예요!!”“하하, 재미지 않았느냐. 에드가의 주위에만 가면 신체 하나가 사라진다라. 나는 너를 아카데미 때부터 봐 왔다. 라일리. 그런데 내 밑으로 들어온다니 그날은 신이 나서 앉아서 기다릴 수가 없었다. 네가 들어 온다는 그날은 정말 잠도 이루지 못했다. 하하.”“저, 저를 왜요!”“에드가의 머릿속은 오로지 너만 향할 거다. 그렇게 독한 유전자가 어찌 그리 온순한 척을 하는지. 그래서 에드가가 가장 좋아하는 너를 어디를 아프게 할까 생각했다. 라일리. 그런데 아직은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어쩜 그리 알아서들 헤어져 주고, 일까지 그르치느냐. 허, 시기는 온전히 네가 당긴 것이다. 알겠느냐.”“제발 그러지 마세요!! 그렇다고 해서 벌리드나 사람들을!! 죽일 필요는 없었잖아요!”“그러게 왜 들춰내느냐 자꾸. 그럴수록 하나씩 죽지 않느냐. 가만히 뒀으면 이렇게 무기고 친구도 죽일 일은 없었는데 말이다. 허허, 내 계획에 자꾸 방해되지 않느냐. 라일리. 그래 너는 어떻게 죽여주면 되겠느냐?”“허,
에드가는 제비꽃을 가득 담은 소풍 가방을 한 손 가볍게 들었고 반대편 손으로 내 손을 꽉 쥐었다. 마법으로 변해서 날아가면 쉽게 도착할 수 있는 거리를 우리는 말없이 걸었다.에드가는 끝끝내 헤어져 줄 테니 마탑까지 손만 잡아 달라고 했다.나는 아직도 에드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는 사람인 건가.나는 힘없이 손을 뻗었고 그는 내 손을 소중하게 움켜잡았다.마탑에 도착해, 탑 입구를 보며 에드가에게 말했다.“이제 손 놓자. 도착했어.”“연구실까지만. 가방이 무거워.”“꽃이라 무겁지 않아. 에드가”“마지막이잖아.”한숨을 작게 내쉬며 계단으로 발을 움직였다.그래, 마지막 부탁쯤이야. 들어줄 수 있지.연구실 앞에 서서 가방을 달라며 에드가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에드가는 한 손은 가방, 한 손은 내 손을 꼭 잡고서 문을 열라며 턱짓했다.하, 뭐 하는 건지.하지만 나는 또 에드가가 원하는 대로 문을 연다.피크닉 바구니를 들고 있던 에드가와 손을 꼭 쥐고 있던 내 모습을 번갈아 보던 루키오가 한쪽 입꼬리를 서서히 올렸다.“하하, 너희는 헤어진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냐.”“제가, 데려온 거 아니에요.”손을 쥐고 있으면서 하는 말이 퍽 우습기도 했다. 에드가의 커다란 손안에서 손가락을 빼려고 하자 그의 손에 힘이 실렸다.“형, 라일리는 나랑 알아서 잘할 테니 걱정하지 마. 그리고 형 걱정이나 해.”에드가의 도발에 루키오가 찰랑거리는 단발머리를 손가락으로 쓸어 넘겼다. 검은 흑발이 스르륵 넘어갔지만 이내 부드러운 머릿결이 사르륵 흘러내렸다.“허허, 가만히 있다가 내가 봉변을 당하는구나. 라일리.”맞는 말이다. 루키오가 잘못을 한 게 있는가. 전혀.근무시간에 손님을 데려온 내가 잘못이지.“죄, 죄송해요. 스승님”재빠르게 사과하니 루키오가 소파에 앉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그래, 하하. 충격을 받은 이 어른은 좀 쉬어야겠구나. 라일리는 따온 제비꽃을 추출팀으로 전달하고 퇴근하거라.”“네, 스승님. 아, 맞다. 그, 이야기 들
나는 익숙한 목소리에 돌아보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상관하지 마.”나는 보수를 덤덤하게 이어 했다. 그런데, 에드가의 말대로 보호막 수리 하는 곳을 바라보니 보호막이 익숙한 크기로 찢겨 있었다. 성 외벽에서 발견된 쥐 마물의 크기였다.수리를 멈춘 나는 날렵하게 찢긴 보호막을 손으로 더듬더듬 만졌다.손끝에 느껴지는 딱딱하고 날카롭게 굳어진 보호막의 방향이 황성 밖을 향하고 있었다.클라우드 숲으로 마물이 빠져나간 건가. 이 사실을, 흑룡단 백룡단 사람들에게 알려야 했다.마물이 마을로 들어가 제 국민을 위험하게 할 순 없었다.나는 에드가를 등지고 아버지가 있는 백룡단으로 향했다.그 사이 스승님에게 마법 편지를 썼다.[스승님, 마물이 숲으로 들어간 것 같습니다. 마을로 내려갈 위험이 있는데 기사단으로 이 사실을 알려서 마을을 보호하도록 하겠습니다]눈앞에 새겨진 금빛 종이에 내가 생각했던 글귀가 서서히 적히자 에드가는 내 손을 성급하게 잡았다.“뭐, 뭐 하는 거야. 에드가 손 놔.”“루키오 한 테 알리지 말고 기사단으로 나랑 같이 가.”“뭐?”불현듯 루키오가 에드가에게 변이 마물을 만들었냐고 물었던 순간이 떠올랐다.들키지 않기 위해서인가.“라일리, 날 믿어. 널 위해서야.”“놔.”단호한 목소리에 손목에 잡힌 에드가의 손에서 힘이 잔뜩 들어갔다.“……….”“뭐 하는 거야. 에드가 놓으라고.”“같이 가.”“놔!!!”처음으로 에드가에게 소리를 질렀다.하지만 그는 어깨를 들썩이는 내 모습을 보며 꽉 쥔 손을 제품으로 잡아당겼다.“미안해. 진정하면 놔 줄게.”“싫어!! 놔!! 우린 이제 헤어진 사이야. 에드가!!! 그만해!!”“……….”“너도 이제 날 잊고 편하게 살아!! 그만 속여!! 마물 쥐도 설마 네가 만든 거니? 그래서 이러는 거야? 혹시 더 속이는 게 있니? 그러면 그만 좀 해!!!”또다시 눈물이 고였다.얼마나 많은 비밀이 너에게 숨겨져 있는 것인지, 가늠 할 수 없을 정도가 됐을 땐. 가슴을 녹이는 액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