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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Lady-Noir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21 08:30:56

제5장: 사자를 위한 밑밥

얼음물이 엠마의 얼굴을 덮친 지 한 시간이 지났다. 이제 그녀의 정신은 완전히 돌아와 있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어지럼증은 아직 다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강렬한 수치심이 그녀의 자존심을 짓밟아 흔적도 없이 뭉개버리고 있었다.

엠마는 프레지덴셜 스위트룸 구석 침대에 웅크리고 앉아, 크림색의 두꺼운 이불을 끌어당겨 속옷만 입은 몸을 가렸다. 그녀의 눈은 큰 창문 옆 1인용 소파를 향해 두려움에 찬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곳에는 아까 그녀에게 물을 쏟아부은 중년 남자가 다리를 꼬고 앉아, 위압적인 우아함을 풍기며 블랙커피를 음미하고 있었다.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아우라와 자신을 내려다보는 눈빛만으로도 엠마는 자신이 엄청난 곤경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눈앞의 남자는 결코 평범한 부자가 아니었다. 이제 막 수도에 발을 들인 유럽 출신의 권력자, 손가락 튕김 한 번으로 누군가의 인생쯤은 단숨에 매장시켜 버릴 수 있는 부류의 남자였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선생님." 엠마가 수치심을 참아내며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제가... 방 번호를 잘못 봤어요. 문을 안 잠그신 당신 잘못도 있고, 제가 술에 취해 있기도 했고요. 맹세코 딴마음은 없었습니다—"

"그만." 루카스가 말을 잘라버렸다. 목소리가 크지는 않았지만, 그 안에 담긴 단호함이 엠마의 입을 단숨에 막아버렸다. 루카스는 침묵이 흐르는 방 안에서 찻잔을 맑은 소리가 나도록 조용히 내려놓았다. "그런 진부한 핑계는 이미 질릴 대로 들었다."

루카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치 포식자처럼 정적이지만 치명적인 걸음걸이로 침대를 향해 다가왔다.

"방 번호를 착각했다? 취했다?" 루카스는 멸시 어린 눈빛으로 눈을 찌푸리며 비꼬듯 헛웃음을 쳤다. "내 가문 사람들은 나를 스캔들에 엮이게 하려고 돈을 노리는 여자들을 내 방으로 침투시키는 이런 싸구려 수작을 아주 자주 쓰지. 그런데 너는... 내가 너의 이 멍청한 연기를 믿을 거라 생각하나?"

남자는 몸을 숙여 바닥에 떨어져 있던 엠마의 흰 셔츠와 바지를 낚아챘다. 그리고 조금의 자비도 없이, 그 옷가지를 엠마의 무릎 위에 던져버렸다.

"경비원을 불러 쓰레기처럼 끌어내기 전에 당장 내 방에서 나가라." 루카스가 얼음처럼 차갑게 명령했다.

엠마는 무릎 위의 옷가지를 내려다보다가, 이미 등을 돌린 루카스의 단단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두려움 속에서 문득 연예 기획사들 사이에서 들었던 모호한 소문 하나가 그녀의 뇌리를 스쳤다. '그 소문이 진짜일까? 십수 년 전 트라우마 남긴 이혼을 겪은 후, 차갑고 딱딱하며 성적으로 정상이 아니라는 그 유럽 권력자 이야기?'

아, 모르겠다. 엠마는 지금 그런 것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이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엠마는 재빠르게 이불로 몸을 감싼 채 옷을 챙겨 들고, 넓고 화려한 욕실 안으로 걸음을 촉박하게 옮겼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근 뒤, 그녀는 유리문에 등을 기대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떨리는 손가락으로 옷을 다시 갈아입은 엠마는,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호기심에 바지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꺼냈다. 그녀는 오늘 밤 이 호텔 최상층 전체를 빌린 VIP 투숙객의 프로필을 검색창에 빠르게 입력했다.

핸드폰 화면에 국제 비즈니스 뉴스 기사들과 고소득층 사설 가십 포럼의 글들이 줄지어 뜨자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루카스 모라 블랙우드: 아시아로 복귀한 유럽 비즈니스 거두]

[십수 년간의 독신 미스터리: 이혼 후 그 어떤 여자도 손대지 않은 억만장자]

엠마는 그 소문 무성한 기사들을 한 줄 한 줄 면밀히 읽어 내려갔다. 기사들은 루카스가 여성 스캔들로부터 완벽하게 단절된 남자임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는 차갑고,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잔혹했으며, 이성에 대한 욕망조차 잃어버렸다고 평가받을 만큼 마음을 굳게 닫아버린 남자였다. 정복이 불가능한 남자.

엠마는 핸드폰을 천천히 내리며 욕실의 대형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남은 술기운과 몇 시간 전 제인의 이기적인 태도로 받은 상처가 순간 하나로 얽혀들며, 대담하고도 미친 생각이 솟구쳐 올랐다.

엠마의 입술 끝에 얇고, 날카로우며, 고통이 서린 실소가 걸렸다.

한 달 뒤면 그녀는 '매치 프라임' 앱을 통해 이름도 모를 남자와 계약 결혼으로 묶이게 될 터였다—그것도 VIP 후보 검증을 통과한다면 말이다. 확실치 않은 운명에 미래를 맡기기 전, 그리고 앞으로 23일 동안 제인 때문에 받을 상처를 버텨내야 하는 동안... 불장난을 좀 시작해 본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제인은 자신을 버릴 수 있는 장난감 취급을 했다. 그리고 저 바깥의 관록 있는 남자는 자신을 의도적으로 덫을 놓은 싸구려 창녀 취급을 했다.

엠마는 살짝 젖은 머리를 정돈하고, 눈빛에 번뜩이는 계산을 담은 채 어깨를 똑바로 폈다. '세상이 나를 장난감 취급한다면, 이 나쁜 놈들도 내 판 위에서 춤추게 만들어 주겠어.'

위험하고도 새로운 다짐을 품은 엠마는, 더 이상 용서를 구하는 불쌍한 여자가 아닌, 억만장자의 평온한 삶을 흔들어놓을 폭풍의 시작으로서 루카스를 다시 맞이하기 위해 욕실 문을 열었다.

"몸도 좋고! 제인 몸에 비해도 전혀 뒤지지 않아. 그렇다면 내가..." 엠마가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엠마는 턱을 높이 들고 새로운 용기를 증명할 준비를 마친 채 욕실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녀의 발걸음은 곧바로 멈춰 섰다. 웅장했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은 텅 비어 있었다. 그 권력자 중년 남자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젠장. 지독하게 짜증이 났다. 그 남자는 마치 엠마의 존재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듯 홀연히 떠나버렸고, 엠마의 마음속에 진한 미련과 호기심만을 남겨두었다.

엠마는 혀를 쯧 차며 바닥에 떨어진 핸드백을 챙겨 들고 6009호 방을 걸어 나왔다. 하지만 문턱을 넘어 단 두 걸음을 옮겼을 때, 그녀의 몸은 다시 굳어버렸다.

한적한 호텔 복도, 그녀의 방 바로 앞에 제인이 양팔을 가슴 위에 꼬아 얹은 채 서 있었다. 턱시도 차림은 살짝 흐트러져 있었고, 잘생긴 얼굴에는 불쾌함과 짜증이 노골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엠마가 나오는 모습을 보자마자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좁아졌다.

"나 여기서 한 시간이나 서 있었어." 제인이 적막한 복도에서 분노를 억누르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너 대체 어디 갔었던 거야, 엠마?!"

엠마는 걸음을 멈추고 감정의 동요 하나 없는 멍한 눈으로 제인을 바라보았다. 제인이 화를 낼 때마다 매번 안절부절못하던 이전의 습관은 이미 증발해 버린 뒤였다. "죄송하네요, 도련님. 머리 좀 식히느라요." 엠마는 지나칠 정도로 담담하게, 심지어 무심하게 대답했다.

평소와 다른 엠마의 말투에 제인의 자존심이 즉각 자극받았다. 그의 발걸음이 빠르게 움직여 둘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 아무런 경고도 없이 제인의 억센 손이 엠마의 얼굴을 거칠게 감싸쥐더니, 아래로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들이마시듯 탐했다. 제인은 평소 침대 위에서 그랬듯 엠마의 반항을 꺾어놓을 생각이었다.

"아윽!"

제인이 신음을 내뱉으며 단숨에 얼굴을 떼어내고, 순간 붉은 피가 흘러나오는 아랫입술을 감싸 쥐었다. 엠마가 자비 없이 그를 아주 세게 물어버린 것이었다.

"너 지금 날 거부해?!" 제인이 분노로 눈을 번뜩이며, 방금 일어난 일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엠마는 손등으로 자신의 입술을 문질러 닦으며, 깊은 혐오감이 담긴 눈빛으로 제인을 노려보았다. "구토가 치밀어서 그래, 제인! 왜냐고? 방금 전까지 그 신인 배우하고 촬영장에서 입 맞추고 왔잖아. 나한테 다시 키스하고 싶으면 가서 양치나 하고 오시지!"

충격으로 굳어버린 제인의 얼굴을 뒤로한 채, 엠마는 가방을 뒤져 바로 옆방인 자신의 객실 키 카드를 꺼냈다. 그리고 들어가 문을 남자의 얼굴 바로 앞에서 쾅 하고 닫아버렸다.

복도에 남겨진 제인은 거친 숨을 내쉬며 석상처럼 서 있었다. 입술에 묻어난 핏방울을 문질러 닦아내는 그의 마음속에서 걷잡을 수 없는 역겨움과 혼란이 피어올랐다. 단지 다른 여자와 키스를 하고 왔다는 이유만으로 엠마가 자신을 거부한 적이 언제 있었던가? 그건 그의 일의 연장선 아니었던가? 보통은 다른 여자와의 키스 신을 보고 나면 엠마는 질투에 사로잡혀, 마치 자신이 그를 가장 만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듯 침대 위에서 적극적으로 달려들곤 했었다. 이 갑작스러운 변화는, 지난 7년간 자신이 쥐고 있던 통제권이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나가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제인에게 선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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