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정말 좋은 소식이었다,나는 코에 난 상처를 상관할 겨를도 없이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하지만 웃기만 하면 코가 아파왔다.“에이, 수호야. 넌 그만 웃어. 네가 그럴 때마다 웃음이 나와.”현성은 비록 입을 가렸지만, 나는 그의 천박한 웃음소리를 들어 버렸다.나는 너무 화가 나 현성을 걷어찼다.“너 이 자식. 내가 이렇게 됐는데 웃음이 나와?”현성은 입을 가린 채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웃느라 허리도 펴지 못했다.“어쩔 수 없잖아. 네 모습 엄청 웃겨. 너 지금 뭐 같은지 알아? 왕코 같아. 하하하...”나는 얼른 고수연에게 거울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고 나서 거울을 봤더니, 내 모습은 확실히 너무 우스꽝스러웠다.하지만 이건 좋은 일을 하다가 얻은 상처다.“웃긴 뭘 웃어?”“맞아. 넌 좋은 일을 하다가 이렇게 됐는데. 우리 영웅을 웃으면 안 되지.”“그런데 정말 못 참겠어. 너 너무 웃겨... 하하하...”내 꼴이 현성의 웃음 포인트를 자극했는지 현성은 아예 허리를 뒤로 젖힌 채 웃음을 참지 못했다.‘에잇. 상관하기도 귀찮네.’‘그래. 실컷 웃어라.’내 모습이 현성에게 웃음을 가져다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나의 기여라고 할 수 있으니까.나는 코를 훌쩍거리며 민우를 바라봤다.“민우야, 넌 나 안 비웃을 거지?”민우는 엄숙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안 웃어. 내 웃음 포인트는 그렇게 낮지 않아.”“민우 좀 봐봐. 민우에 비하면 네가 어떤지도 좀 보고.”‘똑같은 사람인데, 차이가 왜 이렇게 크지?’현성은 억지로 내 볼을 꼬집었다.“맞아. 친구끼리 웃으면 안 되지. 안 웃을게. 하하하... 안 되겠어. 나 밖에 나가 웃을게.”현성은 여전히 웃음을 참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뛰쳐나갔다.나는 그런 현성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저 자식이.”“수호야. 사실 나도 네 모습이 웃겨. 하지만 난 현성만큼 비겁하지 않아서, 웃음을 참은 거야. 이것 봐,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 줘?”“맞아. 넌 내 제일 친한 친구잖
강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사실 그럴 필요 없어요. 한나 씨도 전에 저를 도와줬었잖아요.”“그건 그러고 이건 이거예요. 내가 전에 수호 씨를 도와준 건 지은이 체면을 봐서 도와준 거지 수호 씨와 상관없어요.”‘어...’‘이 여자가 꼭 말을 이렇게 직설적으로 해야 하나?’강한나가 말하지 않았을 때는 그나마 고마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렇게 말하니 나는 오히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강한나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내가 빚진 거로 하고, 앞으로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요.”나는 문득 궁금해졌다.“혹시 이거 씨와 무슨 사이예요? 아무래도 두 사람 직업이... 궁금해서요. 대체 어떻게 알게 됐는지. 또 어쩌다가 친해졌는지.”강한나는 웃으며 말했다. “직업이 중요해요? 나한테는 그저 일일뿐이에요. 사람마다 살기 위해 일하는 거잖아요.”말은 그렇다지만, 교통경찰과 노래방 아가씨는 도무지 매칭되지 않았다. 강한나는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자기 말만 한 뒤 떠나갔다.결국 윤지은이 대신 대답해 주었다. “한나랑 이거 씨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어.”“강한나가 씨는 집안도 잘 사는 것 같던데, 그에 비하면 이거 씨는 가난하다 못해 불쌍하던데, 어쩌다가 같이 자랐어요?”문득 한 가지 가능성이 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혹시 이거 씨 집안에 무슨 일이 생겼어요?”윤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거 씨 집안도 예전에는 잘 살았어. 심지어 LC그룹과 협력 관계였거든. 그런데 오래전에 무슨 일인지 이서 씨 부모님이 자살했거든.”“아. 그건 여자애한테 충격이 크겠네요.”“그러게 말이야. 이거 씨가 가장 파악할 때 하나가 계속 옆에 있어 줬거든. 원래 어려운 상황에서 정이 싹트고, 그때 도와준 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는 법이잖아.”“그렇게 보면 한나 씨도 좋은 사람이네요.”이 사실은 강한나에 대한 내 편견을 깨부쉈다. 그동안 나는 강한나가 차갑고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말이다.
“사실 불감증은 병이에요. 한나 씨, 만약 정말 불감증이라면 초기에 치료해요.”나는 의사의 각도에서 분석했을 뿐, 다른 뜻은 없었다.환자로서 가장 두려운 것은 의사의 당부를 어기는 것이고, 의사로서 가장 두려운 건 환자를 환자로 대하지 않는 것이다.강한나는 윤지은의 친구이기에 나는 그녀의 병을 짚어낸 것뿐이었다.그때 윤지은이 놀랍게도 내 편을 들어주었다.“한나야, 수호 말이 맞아. 너 이러는 거 안 좋아.”“왜 안 좋은데? 난 좋아. 남자는 다 이기주의자야. 자기밖에 모르고 여자의 마음은 생각하지도 않잖아.”“난 남자들의 그런 이기적이고 민감하고 나약한 마음을 고려해 줄 생각 없어. 오히려 지금 이대로가 좋아. 혼자 있는 게 얼마나 편한데. 하기 싶은 대로 하고.”그때 내가 불쑥 끼어들었다.“혹시 밤에 외로웠던 적 없어요? 누가 안아주거나 입 맞춰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 한 적 없어요?”“어...”강한나는 잠시 머뭇거렸다.그 짧은 순간 나는 정확히 보았다. 강한나는 남자에 대해 욕구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하지만 강한나는 얼른 부인했다.“없어요!”그녀의 눈빛과 말투는 단호하기 그지없었다.강한나는 거짓말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문제는 몸이 아닌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내가 알기로 강한나는 지금껏 한 번도 연애해 본 적이 없다.‘연애도 해본 적 없는 여자가 왜 남자한테 저렇게 깊은 편견을 가질 수 있지?’내 생각이 맞다면 원인은 아마도 강한나의 가족에 있을 것이다.한부모 가정에서 태어났거나, 어릴 때 가정에 큰 변화가 생겼거나.나는 더 이상 이 주제를 이어 나가지 않았다. 이런 건 시간 날 때 윤지은에게 물어보면 그만이니까.“강한나 씨, 이서 씨는 어때요?”나는 얼른 화제를 전환했다.그러자 강한나가 대답했다.“괜찮아요. 피부가 까진 것뿐이에요. 하지만 이서 동생은 상황이 안 좋아요. 두개골이 깨져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대요.”“그렇게 심해요?”나도 다빈의 머리가 깨진 건 알고 있었지만, 방용준이 두개
“설마 생리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날 만나는 거예요?”윤지은은 내 말에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난 그런 생각 해본 적 없어.”“그럼 지금 생각해 보는 건 어때요?”내 제안에 윤지은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난 그냥 너랑 있을 때 편해서 만나는 거야.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능력 없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만나 자신을 충족시켜. 하지만 나는 원하는 걸 다 얻을 수 있어. 다른 사람이 나를 채워줄 필요 없어.”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계속 얘기해 봐요. 난 그저 내가 그런 쪽 쓸모 외에 어떤 쓸모가 있는지 알고 싶은 것뿐이니까.”윤지은은 한참 동안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생각해 내지 못했다.“아. 모르겠어.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결과적으로 같이 있으면 됐지. 다른 게 뭔 의미가 있어?”“그리고, 왜 자꾸 자기 가치를 증명하려고 해? 나한테 필요한 것도 가치 있는 거 아니야?”나는 그 말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생각하는 게 참신하네요.”“당연하지. 사람은 너무 제자리걸음만 해서는 안 돼. 그러면 고민 속에 갇힐 거야.”“그래요.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할게요. 나 한숨 잘게요.”“자.”윤지은은 말하면서 이불을 덮어주었다.내내 코피를 너무 많이 흘렸더니 피곤함이 몰려와, 나는 그대로 잠들었다.내가 잠에서 깼을 때, 윤지은은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주었다.“자, 먹어. 체력 보충해야지.”‘역시, 마누라가 있으니까 좋네.’윤지은이 나를 극진히 보살펴준 덕에 나는 마음 편히 잘 수 있었다.내가 한창 밥을 먹고 있을 때, 강한나가 들어왔다.“어머, 내가 타이밍 잘못 잡았나?”윤지은은 강한나를 힐끗 째려봤다.“다 왔으면서 뭐 그런 말을 해? 알아서 앉아.”“와, 윤지은이 직접 먹여주다니.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왜? 안 돼?”“안 될 것까지는 아니고. 조금 놀라서 그러지. 넌 부잣집 아가씨라서 남이 너를 돌봐 준 적은 있어도 네가 남을 돌봐 준 적은 없잖아. 그런 네가 저런
나는 방용준의 마음을 추측하기도 귀찮았다. 내가 그의 경호원 두 명도 쓰러뜨렸는데, 어릴 때부터 귀하게 컸을 부잣집 도련님 세 명은 함께 달려들어도 내 상대가 아니었다.나는 종이를 뽑아 코를 막고 그대로 자리를 떴다.방용준 일행은 나를 쫓아오지 않았다.내가 밖에 나오자 이서가 다급히 뛰어왔다.“수호 씨, 나, 나왔네요.”“네.”“코는 왜 이렇게 됐어요?”이서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확인하려 했지만 나는 괜찮다고 거절했다.“코뼈가 부러진 것뿐이에요. 우리 병원 가요.”“저 방금 사람 불렀어요...”“돌아가라고 해요.”나는 수건으로 코를 막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하지만 사실 이럴 때는 고개를 뒤로 젖히면 안 된다. 코피가 식도로 넘어가면 위험하니까.다만 피가 너무 많이 흐르고 코뼈가 너무 아파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코뼈가 떨어질까 봐 어쩔 수 없었다.잠시 뒤 이서는 다시 달려오더니 종이로 내 코를 막아줬다.“수호 씨, 피가 너무 많이 흘러요. 병원에 데려다줄게요.”“네.”나는 이서의 도움으로 차에 탔고, 이서가 운전했다.30분 뒤, 우리는 병원에 도착했다.외과에 갔더니 의사가 나를 도와 상처를 치료했다.내 코뼈는 부러진 게 확실했다. 극심한 고통에 나는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다행히 의사 선생님이 치료를 끝내자 코피는 겨우 멈췄다. 병원에 오는 내내 피를 흘렀더니 나는 눈앞이 아찔하고 어지러웠다. 오늘 흐른 피는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야 보충할 수 있다.내가 침대에 누워 휴식하고 있을 때, 윤지은이 나타났다.“몸은 좀 어때?”병실 안으로 달려 들어오던 윤지은은 내 코를 감싼 붕대를 보고 눈시울이 붉어졌다.“왜 이렇게 됐어? 누가 때렸어?”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코뼈가 부러진 것뿐이에요. 며칠 휴식하면 나아요. 나 오늘 엄청 멋있었어요. 혼자서 덩치 큰 놈 두 명을 상대하고도 이겼는데, 대단하죠?”나는 득의양양해서 방금 전 상황을 얘기했다.윤지은은 내 손을 잡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알았어.
내가 기회를 찾으려고 애쓰지 않으면 오늘 이서를 데리고 이곳에서 나갈 생각은 하지 말아야 했으니까.수많은 시도 끝에 둘 중 한 놈이 침에 찔렸다. 그는 다리가 나른해져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이것 봐. 내가 뭐라 했어? 아무리 튼튼한 몸이라도 약점이 있다고 했잖아.’나는 혈자리와 경맥에 능통하다. 이건 다른 사람이 볼 때 그저 작은 약점으로 보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비결이다.다만 놈이 얼마나 이 상태로 있을지 모르기에 나는 다른 놈도 반드시 빨리 쓰러뜨린 뒤 이서를 데리고 나가야 했다.하지만 동료가 당한 걸 본 놈은 전보다 훨씬 더 경계해 가까이 가기조차 어려웠다.이건 나로서 매우 번거로웠다.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면 은침을 꽂을 수 없으니 말이다.이대로 시간을 끌수록 나에게 불리하기만 하다.내 체력이 점점 떨어지면 불리한 상황에 처할 테니까.“이서 씨, 먼저 가요.”나는 소파에 있는 이서를 향해 소리쳤다.이럴 때는 한 명이라도 갈 수 있으면 가는 게 상책이다. 두 사람 모두 잡히는 것보다는 나으니 말이다.이서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수호 씨, 전 갈 수 없어요. 수호 씨가 저를 구하려다가 이렇게 됐는데, 제가 어떻게 수호 씨를 두고 혼자 떠나요?”“내 말 들어요. 먼저 가요. 이서 씨가 먼저 가는 게 저한테 도움이 돼요.”그러지 않으면 나는 이서한테 또 신경을 써야 한다.이서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지 입술을 깨물었다.하지만 이서도 본인이 이곳에 남아 있다고 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차라리 먼저 이곳을 떠나 도움을 구하는 게 나에게 도움이 된다.때문에 이서는 조심하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방용준은 이서가 떠나든 말든 개의치 않는지 뒤쫓지도 않았다.세 사람의 시선은 오롯이 나에게로 향했다. 그들은 내가 둘 중 한 명을 쓰러뜨렸다는 사실에 매우 충격을 받은 듯했다.세 사람에게 나는 아무리 죽여도 죽지 않는 양 같았을 거다. 그 사실에 셋은 흥미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