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2화 병원에서 온 전화

Author: 花柳響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2 00:18:37

 거울 속 푸른빛에서 쉽게 눈을 뗄 수 없었다.

 아름답고, 비싸고, 지나치게 눈에 띄는 목걸이.

 태윤의 집착을 그대로 형태로 만든다면 이런 모습일 것 같았다.

“계속 보고 있네.”

“너무 커서요.”

“싫으면 내일 다른 걸 골라.”

“다른 것도 준비해 뒀어요?”

 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사실상 답이었다.

“무서운 사람이네, 정말.”

“이제 알았어?”

“옛날부터 알았어요.”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호텔을 나왔다.

◇

 돌아가는 차 안에서도 대화는 많지 않았다.

 목에 닿는 사파이어의 무게가 방금 전 일을 계속 떠올리게 했다.

 처음에는 얼음처럼 차가웠던 보석이 어느새 체온을 머금어 미지근해져 있었다.

 성북동 저택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

 현관 앞에 차가 멈추자 관리 직원 두 사람이 문을 열기 위해 다가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목걸이를 손으로 가리려 했다.

 너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이 보면 무슨 생각을 할지 뻔했다.

 그때 태윤이 내 손목을 잡았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214화 받지 못한 기타

    “집어넣어.” 낮고 낯선 목소리였다. 이음은 열린 케이스를 내려다봤다.“왜?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걸로 바꿀게. 소리가 취향이 아니면…….”“그런 얘기가 아니야. 내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어제 줄이 끊어져서 다쳤잖아. 네 기타도 많이 낡았고.” 레이는 자기 기타의 목을 쥐었다. 굳은 손가락 끝에 아직 작은 상처가 남아 있었다.“그래서 네 돈으로 좋은 걸 사 주면, 내가 넙죽 받을 줄 알았어?”“노래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내 노래를 돈으로 사겠다는 것처럼 들려.” 주변으로 달려가던 열차가 사라지고서도 이음은 한동안 레이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카드로 결제할 때는 한 번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것이 선의라면 받는 사람도 기쁠 거라고 생각했다. 레이가 처음으로 자신을 바라보지 않고 기타만 쥔 채 말하는 지금에야, 선물이 아니라 요구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음의 얼굴에서 웃음이 지워졌다. 레이가 상처 난 악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이건 내가 처음으로 내 힘으로 산 기타야. 줄이 끊어지면 갈아 끼우면 돼. 다친 손도 내 거고. 이렇게 쌓인 시간이 내 음악이야.” 빨간 벨벳 위 기타가 갑자기 낯설어 보였다.“정말 내 노래를 위해서 가져온 거야? 나한테 어울리는 모습으로 꾸며 두고 싶은 건 아니고?” 이음의 목이 막혔다. 어머니의 병실에 날마다 새로 꽂히는 비싼 백합. 입을 사람 없이 옷장에 걸린 드레스들. 아버지는 어머니를 사랑했지만, 살아 있는 자신에겐 좋은 물건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213화 살 수 없는 마음

     팽, 하는 소리가 콘크리트 벽에 부딪혔다. 기타 줄 하나가 끊어져 레이의 왼손 손가락을 스쳤다.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레이, 손!”“괜찮아. 자주 있는 일이야.” 레이는 손가락을 입에 잠깐 넣었다가 바지에 닦았다. 기타 몸통은 긁힌 곳이 많았고, 픽가드 옆엔 칠이 벗겨진 나무가 드러나 있었다.“새 줄을 사면 되잖아.”“오늘은 돈이 없어. 내일 아르바이트비 받으면 갈아 끼우려고.” 돈이 없다. 이음에겐 좀처럼 듣지 못한 말이었다. 다친 손을 다시 보자 생각이 빨라졌다. 레이가 더는 손을 베지 않도록, 그의 노래가 더 좋은 소리로 울리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그 마음이 레이에게 어떤 의미로 보일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레이는 벌써 기타를 케이스에 넣고 있었다. 이음은 줄만 선물하면 되는지 물으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낡은 악기에서는 언젠가 또 다른 곳이 고장 날 것이다. 그가 매번 손가락을 다치는 걸 바라볼 수는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서도 이음의 눈앞에는 피가 묻었던 손끝이 자꾸 나타났다. 다음 날 저녁, 이음은 청담동의 오래된 악기점에 들어갔다. 이동훈은 가게 밖에 기다리게 했다. 나무와 니스 냄새가 나는 벽에 빈티지 기타들이 걸려 있었다. 주인은 그녀의 시계와 유리문 밖 경호원을 보고 곧장 자세를 고쳤다.“어쿠스틱 기타를 찾고 있어요. 제일 좋은 것으로 보여 주세요. 가격은 괜찮아요.” 잠시 뒤 붉은 벨벳 위에 놓인 것은 수십 년 묵은 호박빛 기타였다. 주인이 줄을 한 번 뜯자 낮고 깊은 울림이 났다. 이음은 검은색 카드를 내밀었다. 3,00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212화 노래를 듣는 사람

    “오늘은 듣는 사람이 없네.” 레이가 기타 줄을 손끝으로 쓸었다.“다들 집에 가기 바쁘지. 멈춰서 들을 만큼 대단한 노래도 아니고.”“나는 좋아해.” 이음도 모르게 말이 먼저 나왔다. 레이가 손을 멈췄다.“목소리가 곧아. 듣고 있으면 딴생각을 안 하게 돼.”“그래? 고마워. 잠깐만.” 레이는 고가 밖 자판기로 뛰어갔다. 동전을 넣고 돌아와 건넨 것은 작은 캔커피였다. 이음은 뜨거운 캔을 손바닥 사이에서 옮겨 쥐었다.“앗, 뜨거워.”“거기 자판기가 이상하게 뜨겁게 뽑아. 조심해.” 집에서 마시던 적당한 온도의 차와는 달랐다. 이음은 뚜껑을 열려다 손톱이 미끄러졌다. 뜨거워서 들고 있기조차 힘든 데다 캔 윗부분은 단단했다. 집에선 따로 부탁하지 않아도 누구든 잔의 온도를 확인해 내왔다. 레이는 자기가 건넨 게 너무 뜨겁다는 걸 알고 먼저 웃었다. 이음도 어이없어서 따라 웃었다.“줘 봐.” 레이가 캔 위에 손을 얹었다. 기타 줄을 누르느라 굳은 손끝이 이음의 손가락에 스쳤다. 딸깍, 뚜껑이 열렸다.“자.” 달고 인공적인 커피였다. 하지만 김이 오르는 캔을 쥐고 있으니 손부터 천천히 녹았다.“이음이는 늘 긴장한 것 같아.”“왜?”“교복 입은 모습도, 앉는 자세도. 누가 보든 말든 똑바로 있어야 할 것처럼.” 레이가 장난기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답답한 공주님 같다고 할까.&rdquo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211화 비밀 장소

     사흘째 되는 아침, 이음은 옷장 깊숙이 넣어 둔 회색 후드를 꺼냈다. 코끝에 대자 남아 있던 냄새가 희미했다. 잊기 전에 한 번만 더 듣고 싶었다. 레이가 자신을 “이음”이라 부르는 목소리를. 처음 이틀은 빨지 못했다. 그날의 냄새를 조금 더 갖고 싶었다. 전날 밤에야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후드를 조심스레 손빨래하고 다림질했다. 젖은 채 말린 옷을 그대로 레이에게 줄 수는 없었다. 보풀까지 없애면 더는 그의 옷 같지 않을 것 같아 낡은 옷감은 그대로 두었다. 이음은 다 마른 후드의 끈을 가지런히 묶어 가방 맨 아래에 넣었다. 거울 앞에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교복의 주름 하나 허락하지 않는 강씨 집안의 딸이 다시 거기 서 있었다.“안녕하십니까, 아가씨.”“안녕하세요. 가죠.” 차 안에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친구들의 웃음이나 선생님의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책상 밑에 놓인 가방에 손을 대면, 기타 줄이 울리던 소리부터 떠올랐다. 점심시간에는 친구가 주말 약속을 물었고, 이음은 무난한 대답을 했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곧 잊었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부터는 교문 앞에 차가 오는 시간을 계산했다. 레이가 늘 고가에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래도 가 보지 않고는 돌아갈 수 없었다. 하교할 때 이음은 교문에서 기다리던 이동훈을 불렀다.“도서관에서 찾을 게 있어요. 한 시간 뒤에 차를 대 주세요.”“도서관 앞에서 기다리겠습니다.”“안에선 혼자 있을래요. 누가 보고 있으면 집중이 안 돼요.”“대표님 지시가 있어서&helli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210화 낡은 기타

    “이거 입어. 감기 걸리겠다.” 기타 연주자가 입고 있던 회색 후드를 벗어 이음의 머리 위로 씌웠다. 천에 시야가 가려졌다가 다시 밝아졌다. 여러 번 세탁해 보풀이 일어난 소매에 팔을 넣자, 조금 전까지 그 사람이 품고 있던 온기가 닿았다. 섬유유연제와 희미한 담배 냄새. 병실에서 맡던 소독약이나 아버지의 향수와는 전혀 달랐다. 셔츠는 이미 비에 젖어 피부에 붙어 있었다. 낡은 천은 매끈하지 않았고 안쪽 솔기도 조금 거칠었다. 그래도 이음은 한 번 더 소매를 당겼다. 자기 몸을 덮을 만큼 커서, 그 안에 있으면 잠시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여 주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 사람은 후드를 내준 탓에 더 추워졌을 텐데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따뜻해.”“싼 옷이어도 바람은 잘 막아.” 그 사람은 자기 팔을 문지르며 접이식 의자에 다시 앉았다. 젖은 앞머리 아래로 가느다란 목덜미가 보였다. 이음은 후드 깃을 끌어당겼다.“여기서 자주 노래해?”“가끔. 기차가 지나간 뒤엔 소리가 잘 울리거든. 공주님이 올 만한 곳은 아니지만.”“공주님?”“신발만 봐도 알겠어. 내 기타를 몇 대나 살 수 있겠다.” 이음은 흙탕물이 묻은 로퍼를 내려다봤다. 하얗게 빛나던 가죽의 앞코엔 진흙이 말라붙었다. 이동훈이라면 곧바로 새 신발을 가져오겠다고 했을 것이다. 이음은 처음으로 닦지 않은 채 그냥 두고 싶어졌다. 이곳에 오기까지 직접 걸었다는 흔적이니까.“지금은 아무 소용도 없는 신발이야.” 기타 연주자가 웃으며 기타 줄을 튕겼다.

  • 몰락한 상속녀, 7년 만에 첫사랑의 전속 하우스키퍼가 되었다   제209화 값싼 기타

     이음이 교문을 나서자 비가 뺨에 닿았다. 검은 우산을 펴고 차가 기다리는 쪽으로 걸었다. 몇 걸음 뒤에서는 이동훈이 일정한 거리를 지키며 따라왔다.“차를 앞으로 가져오겠습니다.” 검은 세단을 보자 문득 집으로 돌아가기 싫어졌다. 해준이 떠난 뒤 집은 더 조용했다. 오늘도 아버지는 늦게 병원에서 돌아올 것이다. 자신은 차에서 내려 누군가 열어 주는 문을 지나 방으로 올라가겠지. 이음은 걸음을 돌렸다. 얼마 전 도현에게 돌려준 편지와 해준이 집을 나가던 날의 표정이 떠올랐다. 오빠는 늘 자기가 고른 길에서 실수하겠다고 말했다. 이음에게는 역 건물 뒤편으로 몇 걸음 더 가는 일조차 처음이었다. 그 차이가 못 견디게 답답했다.“역 건물에서 잠깐 살 게 있어요. 차는 먼저 가요.”“대표님께서 혼자 이동하지 않도록…….”“오 분이면 돼요. 사람들 보는 데서 따라오지 말아 주세요.” 이동훈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이음은 우산을 접고 역 건물로 들어가 에스컬레이터를 올랐다. 화장품 매대와 젖은 우산을 든 사람들 사이를 지났다. 거울 기둥에 비친 이동훈의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가려지는 순간, 반대쪽 출구로 빠졌다. 낯선 길을 혼자 걷는 데 손끝이 떨렸다. 겁이 났다. 동시에 목적지를 아버지가 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슴을 뛰게 했다. 건물 뒤로 나오자 철길을 따라 난 좁은 길이었다. 열차가 지나가며 비 내리는 거리의 소리를 잠시 지웠다. 이음은 달려 고가 아래로 들어갔다. 역 건물 안에서 접은 우산은 다시 펼치지 못한 채 손에 쥐고 있었다. 머리카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