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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7년 만의 집

ผู้เขียน: 花柳響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8-02 00:11:34

 상관없다. 과거에 젖어 있을 시간은 1초도 없었다.

 숨을 깊이 들이쉬고 출입구 인터폰을 눌렀다.

『……네.』

 스피커 너머에서 낮게 가라앉은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순간 뛰었지만 보안 담당자의 음성이겠거니 생각했다.

“오늘 청소 업무로 방문한 윤서린입니다.”

『……들어와요. 문 열어 뒀으니까.』

 짧은 대답과 함께 통화가 끊겼다. 동시에 묵직한 잠금 해제음이 울렸다.

 손바닥의 땀을 바지에 문질러 닦고 무거운 문을 밀었다.

 서늘한 공기가 피부를 스쳤다.

 미술관처럼 고요한 복도. 대리석 바닥에서 값싼 운동화 밑창이 끽, 하고 유난히 큰 소리를 냈다.

 숨을 죽이고 안내받은 거실 문을 여는 순간 발이 멈췄다.

 고급 가죽 냄새와 진하게 볶은 커피 향. 그 사이로 코끝을 스치는, 차가운 민트처럼 깨끗한 향기.

 기억 속 깊은 곳이 아려 올 만큼 익숙했다.

 방 한가운데에는 묵직한 소파가 놓여 있었고, 벽면에는 원서와 현대미술 작품이 정돈돼 있었다. 생활감 없이 날카로운 공간인데 이상하리만치 낯익었다.

 소름 돋은 팔을 문지른 뒤 가방을 내려놓았다.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자. 먼저 먼지를 털면 된다. 스스로를 다잡으며 먼지털이를 집어 드는 순간이었다.

 사이드보드 위에 사진 액자가 하나 엎어져 있었다.

 청소하려고 들어 올렸다가 별생각 없이 뒤집은 순간, 시간이 멈췄다.

 달칵.

 손에서 먼지털이가 떨어져 마른 소리를 냈다.

 손끝이 떨려 액자를 제대로 받치기조차 힘들었다.

 사진 속 남자는 내가 기억하는 모습보다 조금 더 성숙해져 있었다.

 강태윤.

 조금 길어진 검은 머리, 사람을 꿰뚫는 듯한 눈, 못마땅한 듯 굳은 입술. 뒤로는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말도 안 돼…….”

 목에서 쉰 소리가 새어 나왔다. 얼굴의 피가 한꺼번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여기가 강태윤의 집이라고?

 그렇게 가난했던 사람이, 이런 저택에 산다고?

 머릿속이 어지러워지는 순간 7년 전 기억이 거센 물살처럼 밀려왔다.

 내가 그에게 했던 짓.

 어릴 때부터 태윤은 내게 특별했다. 가까이 살았고, 늘 이런저런 일로 나를 챙겨 줬다. 그런데 나는 그를 ‘내 것’이라고 착각했다. 가난한 아이에게 내가 친절을 베푼다는 오만으로, 소중한 사람이 아니라 귀여운 소유물처럼 여겼다.

 그래서 그가 나 아닌 다른 여자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걸 알았을 때, 그 꼴을 견딜 수가 없었다.

 질투에 눈이 멀어 보낸 사진 한 장. 바닷가에서 억지로 찍은 둘의 사진. 뒷면에 ‘태윤은 내 거야’라고 적어 그 여자 우편함에 넣었던, 유치하고 비열한 악의.

 그 사실이 들켰을 때 태윤이 보여 준 얼어붙은 분노.

 내 첫사랑은 아름다운 추억이 아니었다. 죄와 벌이 뒤엉킨 기억이었다.

 도망쳐야 해.

 본능이 경고했다. 여기 있으면 안 된다. 그에게 들키면 이번에야말로 정말 끝날 것 같았다.

 그런데 발이 바닥에 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사진 속 태윤이 나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아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억지로 닫아 두었던 기억이 벌어졌다.

 의식은 빗소리와 함께 7년 전 그날 밤으로 끌려갔다.

 스물두 살의 내가 자존심도 이성도 버리고, 그의 낡은 원룸 앞까지 찾아갔던 그 밤으로.

 그날도 오늘처럼 모든 소리를 지워 버릴 만큼 비가 쏟아졌다.

“열어 줘! 태윤아, 제발. 내 말 좀 들어 줘!”

 녹슨 철문을 두드리던 주먹은 이미 감각이 없었다. 뺨을 타고 흐르는 게 비인지 눈물인지 나조차 몰랐다.

 머릿속에는 대학에서 본 장면이 박혀 있었다. 단정한 여학생과 나란히 걸으며, 내게는 한 번도 보여 준 적 없는 편안한 웃음을 짓던 태윤의 옆얼굴.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아 충동대로 그 여자 우편함에 사진을 밀어 넣었다. 나와 태윤이 함께 찍힌 평범한 사진. 그저 유치하게 영역 표시를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 결과는 되돌릴 수 없는 거절이었다.

“이제 돌아가. 더 이러면 경찰 부를 거야.”

 문 너머 목소리는 심장이 얼어붙을 만큼 차가웠다. 그래도 여기서 물러나면 끝이었다.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는 걸 견딜 수 없었다.

 철컥,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난 순간 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젖은 실크 원피스 너머로 그의 체온이 전해졌다. 놀랄 만큼 뜨거웠고, 돌처럼 긴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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