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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권신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미친 권신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Author: 샹차이 다다

제1화

Author: 샹차이 다다
도성의 칠월은 숨이 턱 막힐 만큼 무더웠다.

낮잠을 자던 김민희는 밖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에서 깼다. 그녀가 시녀에게 물었다.

“밖에 무슨 일이기에 이리 소란스럽니?”

김민희가 머무는 곳은 외진 곳이라 평소에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그런데 오늘은 웃고 떠드는 소리까지 들려오는 걸 보니, 아무래도 종씨 가문에 무슨 경사가 생긴 모양이었다.

“종 대인께서 돌아오신대요!”

월계가 들뜬 얼굴로 대답했다.

“어느 종 대인 말이니?”

“둘째 나리요!”

월계는 밤떡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둘째 나리께서 집을 떠나신 지 반년 만에 내일 도성으로 돌아오신대요. 그래서 지금 다들 나리를 맞을 준비로 정신이 없답니다!”

김민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도 이 집에 얹혀 지낸 지 벌써 반년이 훌쩍 넘었다.

그때 월계가 다시 입을 열었다.

“듣자 하니 둘째 나리께서는 신선에 비길 만큼 용모가 빼어나시대요. 수많은 규수가 남몰래 연모하는 분이라던데, 아씨도 내일 한번 구경하러 가 보시겠어요?”

그 말을 듣자 김민희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나는 가지 않을 테니, 너도 갈 생각은 마.”

월계는 영문을 몰라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더는 캐묻지 않았다. 그저 시무룩한 얼굴로 짧게 대답했다.

“네.”

김민희는 화장대 앞에 앉아 손끝으로 귀밑머리를 가만히 쓸어 넘겼다. 거울에는 희고 고운 얼굴이 비쳐 있었다. 전생의 자신과 어딘가 닮은 얼굴이었다.

올해로 열일곱 살. 생각해 보니 이 낯선 세상에 떨어진 지도 어느덧 칠 년이나 흘렀다.

그날을 떠올리면 지금도 기가 막혔다.

근무 중 몰래 화장실에 숨어 소설을 읽다가 깜빡 잠이 들었을 뿐인데, 눈을 떠 보니 별생각 없이 펼쳐 봤던 권력 암투 소설 속 세상에 들어와 있었다.

한창 꽃다운 나이에 사회생활을 하던 그녀가 하루아침에 열 살짜리 여자아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진짜 고생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이 세상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난리가 터졌다. 나라는 쑥대밭이 되었고, 부모마저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곁에 남은 사람이라곤 병약한 남동생 하나와 영 미덥지 못한 시녀 하나뿐이었다.

평화로운 세상에서 나고 자란 김민희에게 죽음이란 그저 텔레비전에서나 접하던 것이었다. 그런 그녀가 참혹한 전란을 직접 겪게 되었으니, 살아남은 것만 해도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다행히 조정에서 군사를 보내 반란을 진압한 덕분에 간신히 목숨을 건져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고난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이 몸의 친척들이 그녀를 어느 벼슬아치의 첩으로 팔아넘기려 했던 것이다.

결국 김민희는 남동생과 시녀를 데리고 강주로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강직한 선비 집안으로 이름난 사씨 가문에 몸을 의탁했고, 사씨 집안 큰도련님의 민며느리가 되었다. 그렇게 해서야 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고, 이후 몇 해 동안은 큰 탈 없이 평온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사회옥이 과거에 급제하자, 김민희 일행도 그를 따라 종씨 가문에 몸을 의탁하게 되었다. 그렇게 이곳에 머문 지도 어느덧 반년이 흘렀다.

방금 월계가 언급한 둘째 나리 종선은 바로 육 년 전 조왕의 반란을 평정한 일등 공신이었다.

당시 종선은 스물을 갓 넘긴 나이에 그토록 큰 공을 세웠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젊은 나이에 걸출한 영웅이 탄생했다며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한 시대를 호령했던 이 영웅도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종씨 일가 역시 새 황제의 손에 허무할 만큼 쉽게 몰살당하고 만다.

김민희는 그 소설을 끝까지 읽지 못했다. 목차를 훑어보며 군데군데 읽은 것이 전부라, 전체적인 줄거리도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이었다.

심지어 지금 자신이 빙의한 인물은 눈여겨본 기억조차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종선은 결코 이 소설의 남자 주인공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종씨 일가가 맞이할 비참한 결말을 떠올리자 김민희는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이곳에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다른 살길을 찾아야 했다.

해가 질 무렵, 종씨 댁 안주인 유씨의 시녀가 찾아와 김민희를 부른다는 말을 전했다.

월계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네요. 큰마님께서는 평소 아씨를 부르시는 일이 거의 없으신데, 하필 이런 때에 무슨 일이실까요?”

김민희도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옷매무새를 단정히 한 김민희는 월계를 데리고 한적한 상서원을 나섰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녹음이 우거진 오솔길을 지나고, 중문을 몇 개 더 통과하자 마침내 안채의 뜰이 모습을 드러냈다.

뜰에는 크고 작은 건물들이 겹겹이 들어서 있었다. 곳곳에는 독특한 모양의 바위와 울창한 나무들이 어우러져 고즈넉하면서도 정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발밑에 깔린 푸른 벽돌 하나하나에서조차 명문가의 권세가 느껴질 정도였다.

길에서 마주친 시녀들은 김민희를 향해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아씨.”

그러나 공손한 것은 말투뿐,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냉기가 서려 있었다.

김민희가 지나가자 시녀들은 그녀의 뒷모습을 흘겨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 여자는 왜 이쪽으로 오는 거야? 재수 없게.”

“부모 잡아먹은 팔자라잖아. 동생도 늘 골골대는 게, 저 여자 때문에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를 일이지!”

“그만해요, 춘도 언니. 그래도 반쯤은 주인인 분인데…….”

분홍색 옷을 입은 시녀가 작게 코웃음을 쳤다.

“주인은 무슨 주인? 도련님이 저 여자를 정식으로 아내로 맞아들인 것도 아니잖아. 아무런 명분도 없이 남의 집에 눌러앉아 사는 주제에. 저렇게 낯 두꺼운 여자는 처음 본다니까.”

물론 이런 험담이 김민희의 귀에 들어갈 리는 없었다. 설령 들었다 해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이보다 더한 험담도 수도 없이 들어왔으니까.

김민희는 걸음을 옮기는 동안에도 이곳을 벗어날 방법을 궁리했다.

이 나라의 법도상 여자는 홀로 집안의 가장이 될 수 없었다. 남동생이 있긴 했지만 아직 어려 독립해서 살림을 꾸릴 형편도 되지 못했다.

게다가 이리 같은 친척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혼자 힘으로는 그들을 감당할 수 없으니, 결국 사회옥과 혼인해 그의 보호를 받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사회옥은 성품이 바르고 김민희를 한결같이 대해 주는 사람이었다. 남편감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괜찮은 사내였다. 이제는 과거에 급제해 관직까지 얻었으니, 그와 혼인한다고 해서 손해 볼 일도 없었다.

다만 사회옥은 아직 부친상을 치르는 중인 데다 공무로 지방에 나가 있어, 혼례는 조금 더 미뤄야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덧 옥란원에 도착했다.

하인이 안에 찾아온 사실을 알리고 나서야 김민희는 방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큰마님 유씨는 자단나무로 만든 평상에 앉아 있었다. 금실로 구름무늬를 짜 넣은 짙은 자줏빛 비단 겉옷을 걸친 모습에서는 고고한 기품과 안주인다운 위엄이 느껴졌다.

탁자 위에 얼음을 놓아둔 덕분에 방 안은 서늘했다. 곁에서는 어린 시녀 둘이 쉴 새 없이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가볍게 안부를 주고받은 뒤, 유씨가 곧장 본론을 꺼냈다.

“내일 둘째 나리의 귀환을 축하하는 잔치가 열릴 것이다. 온 집안이 준비하느라 분주한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음식이지. 그런데 공교롭게도 주방에서 탕 요리를 맡은 하인이 고뿔에 걸렸구나. 그런 몸으로 윗분들께 올릴 음식을 만들게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

유씨는 말을 마치며 앞에 서 있는 김민희를 슬쩍 훑어보았다.

수수한 치마저고리에 장신구 하나 걸치지 않았지만, 김민희의 빼어난 미모는 감출 수 없었다. 마치 홀로 빛을 발하는 진주처럼 눈부신 모습에, 보는 이들은 그녀의 소박한 차림새마저 잊어버릴 정도였다.

“노부인께 듣자 하니 네가 탕을 아주 잘 끓인다더구나. 국물 맛이 깊고 진하다지? 둘째 나리께서는 평소 담백한 음식을 즐기시는데, 혹시 연근갈비탕도 끓일 줄 아느냐?”

김민희는 난처한 기색을 내비쳤다.

“끓일 줄은 압니다만, 솜씨가 부족하여…….”

그러나 유씨는 손을 내저으며 말을 잘랐다.

“노부인께서 그토록 칭찬하셨으니 솜씨가 부족할 리 있겠느냐. 이번 일은 네게 맡기마.”

이미 결정이 내려진 마당에 더는 거절할 수 없었다. 결국 김민희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김민희가 물러가자, 유씨의 어깨를 주무르던 시녀가 의아한 듯 물었다.

“둘째 나리의 귀환을 축하하는 잔치는 집안의 큰 행사이지 않습니까. 주방에 일손이 부족하다면 밖에서 사람을 고용해도 될 텐데, 굳이 저 아씨께 맡기시는 건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니신지요? 혹여 일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노부인께서 또…….”

유씨가 시녀를 매섭게 흘겨보았다.

“지금 네가 나를 가르치려 드는 것이냐?”

시녀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소인이 어찌 감히 그러겠습니까.”

유씨가 말을 이었다.

“그저 저 아이에게 일거리 하나를 맡긴 것뿐이다. 내일 잔치에 나오지 말라고 대놓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 그랬다가는 공연히 원망만 살 테니.”

그제야 시녀는 유씨의 속뜻을 알아차렸다.

내일은 단순히 둘째 나리의 귀환을 축하하는 날이 아니었다. 둘째 나리의 혼처를 알아보기 위해 신붓감들을 살펴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런 중요한 날에 무슨 일이 생겨서는 절대 안 될 터였다.

유씨는 찻잔을 들어 뚜껑으로 찻물 위에 뜬 거품을 살살 걷어 내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그 아이는 얼굴이 지나치게 곱지. 아무리 얌전하고 조신하게 군다 한들, 그 빼어난 미모가 언제 화를 불러올지 모르는 법이다. 내일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라도 생길까 염려되어 미리 손을 쓴 것이니, 그 아이가 서운해하더라도 어쩔 수 없지.”

*

이튿날, 동이 트기도 전부터 종씨 가문의 하인들은 손님맞이 준비로 분주했다.

본채에도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점차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

집안 식구들은 삼삼오오 모여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씨와 큰집의 첩실 둘은 일찌감치 나와 있었고, 단잠을 자다 불려 나온 도련님과 아씨들도 얌전히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집안의 노부인은 가장 늦게 시녀의 부축을 받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아침 해가 완전히 떠올랐을 무렵, 집사 하나가 황급히 다가와 허리를 숙였다.

“노부인, 둘째 나리께서 대문 앞에 도착하셨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 장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이윽고 아침 햇살을 등진 채 훤칠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종선은 이무기 무늬가 수놓인 자줏빛 관복을 입고 있었다. 뚜렷하면서도 날카로운 이목구비에 피부는 서늘할 만큼 희었고, 짙은 눈썹은 반듯하게 뻗어 있었다. 입술은 옅은 빛을 띠었으며, 냉엄한 얼굴에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두 손을 모아 공손히 예를 올렸다.

“어머니, 형수님.”

낮고 침착한 목소리였다.

노부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오랜만에 돌아온 아들의 모습을 위아래로 찬찬히 살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유씨 역시 감회가 새로웠다.

노부인은 손을 뻗어 둘째 아들을 일으켜 세우며 다정하게 말했다.

“돌아왔으니 됐다. 무사히 돌아왔으면 그걸로 된 게야. 맡은 일은 잘 마무리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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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만 온 것은 아니었다. 사회옥이 복숭아나무를 손수 깎아 만든 십이지 동물 조각도 함께 들어 있었다.나무를 깎아 작은 조각품을 만드는 것은 사회옥의 소소한 취미였다. 손재주가 좋은 그는 틈틈이 깎아 만든 조각들을 김민희에게 선물하곤 했다.지난해 김민희가 십이지 동물을 모두 모으고 싶다고 하자, 사회옥은 흔쾌히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그 뒤로 시간이 날 때마다 하나씩 깎아 보내 준 덕분에 어느새 제법 많이 모였다.이번에 보내온 것은 양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토끼 하나뿐이었다.김민희가 토끼띠인 것을 알고, 사회옥은 토끼 조각만큼은 맨 마지막에 선물하려고 아껴 두었던 것이다.김민희는 나무 조각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나서야 편지를 펼쳤다.편지를 읽어 내려갈수록 잔뜩 찌푸려져 있던 미간이 서서히 펴졌고, 입가에도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편지에는 김민희가 그토록 기다리던 반가운 소식이 담겨 있었다.편지에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렸으니, 늦어도 대엿새 안에는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적혀 있었다. 김민희가 종씨 가문에 더는 머물고 싶지 않다면, 도성을 떠나고 싶다 해도 괜찮다고 했다.황제가 자신을 청주 지현으로 임명했으니, 도성으로 돌아가 그간의 일을 보고한 뒤 남매를 데리고 청주로 내려가 자리를 잡으면 된다는 것이었다.청주는 도성만큼 번화하지는 않지만 산수가 아름답고 인재가 많이 나는 고장이라고 했다. 사회옥은 그저 김민희에게 자신과 함께 갈 마음이 있는지만 물었다.김민희로서는 두말할 것도 없이 가고 싶었다.그렇지 않아도 권력 다툼이 끊이지 않는 도성에 계속 머물 생각은 없었다. 가능하다면 이곳에서 최대한 멀리 떠나고 싶었다.전에는 사회옥이 종씨 가문을 떠나는 데 동의하더라도 도성에 남아 벼슬살이를 이어 가려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종씨 가문과의 인연을 완전히 끊어 내기는 어려웠다. 훗날 종씨 가문에 큰 화가 닥쳤을 때 그 불똥이 자신들에게까지 튀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었다.이제 됐다. 청주로만 떠나면

  • 미친 권신이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제25화

    목숨을 버릴 각오로 보내진 자객이었던 것이다.김민희는 황급히 휘장을 내렸다. 놀란 가슴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대낮에 황성 한복판에서 감히 조정의 고위 대신을 노릴 만한 자는 위 재상밖에 없을 터였다.“아씨, 그런데 영국공부의 세자 나리는 어째서 자객들 사이에 섞여 있었던 걸까요?”김민희는 월계의 손을 지그시 누르며 마차 밖을 한 번 살폈다. 그러고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그제야 월계는 밖에서 상 집사가 마차를 몰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얼른 입을 다물었다.김민희는 약재 꾸러미를 꼭 쥔 채 눈을 감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임한이 어째서 자객들 틈에 섞여 있었는지, 종선과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조금도 알고 싶지 않았다. 아는 것이 많을수록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법이었다.게다가 그녀는 조정의 일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그저 제 앞가림이나 하며 조용히 살아가고 싶을 뿐이었다.*저녁 무렵, 종선이 자객의 습격을 받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종씨 가문 사람들도 모두 그 소식을 알게 되었다.바깥에서 소문을 듣고 온 월계가 허둥지둥 달려와 김민희에게 전했다.“아씨, 큰일 났어요! 송학원 하인들 말로는 둘째 나리께서 크게 다치셔서 어의까지 다녀갔대요!”송학원은 동원에 자리한 종선의 처소였다.김민희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그런데 그때 둘째 나리께서는 다친 곳이 없으셨잖아요? 어쩌다 갑자기…….”월계는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김민희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 역시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어딘가 석연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김민희는 이 일을 동생에게도 숨겼다. 하지만 김민철은 누나와 월계가 외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별일은 없었는지 걱정되어 찾아왔다.김민철은 아직도 놀란 기색이 가시지 않은 월계를 힐끗 바라보더니 나직이 말했다.“누나만 무사하면 됐어.”그러고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덧붙였다.“누가 누나를 해치려 하면, 내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김민희는 기특한 마음에 동생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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