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221화

Author: 눈빛 속의 약속
강유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몸이 조금 뻐근하긴 했으나 예전에 비하면 한결 가벼웠다.

"아씨, 잠을 설치셨습니까?"

서유는 침상에서 내려오는 그녀를 부축하며 조심스레 물었다. 눈 밑이 거뭇한 것을 보니 밤새 제대로 잠들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긴, 어젯밤 세자께서 소지란의 처소에 들르셨으니 아씨가 편히 잠들었을 리 없었다.

"괜찮다."

강유영은 입을 가리고 하품을 했다.

어젯밤 그를 믿고 화내지 않기로 분명히 다짐했었다. 실제로 마음에 담아둔 것도 없었는데, 웬일인지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침상에서 새벽녘까지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겨우 선잠이 들었다.

서유는 그녀의 안색을 살피더니 더는 묻지 않고 묵묵히 옷시중을 들었다.

"부용원 쪽에서는 무슨 말이 들리더냐?"

강유영이 문득 생각이 나 물었다. 조원철이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었으니, 보는 눈이 많은 진국공부에서 아무런 소문이 안 날 리 없었다.

서유는 옷매무새를 만져주며 입술만 달싹일 뿐, 선뜻 대답하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286화

    입안으로 쓴 탕약이 흘러들어 오자 강유영은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눈앞 가까이에 있는 조원철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으나, 아직 정신이 온전히 돌아오지 않아 머릿속이 흐릿했다.조원철은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받쳐 안고 탕약이 천천히 넘어가도록 도왔다.강유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쓴 약을 삼켰다. 입안에 번지는 쓴맛에 조금씩 정신이 들었다.아직 머리가 어지러운 와중에도 조원철이 친어머니를 해친 원수의 아들이라는 사실만큼은 또렷이 떠올랐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그를 밀어내려 했으나, 손을 들어 올리기도 전에 조원철이 먼저 몸을 물렸다.그녀는 흐릿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조원철은 다시 약을 한 모금 머금고 다가와 입을 맞추었다. 그는 오직 약을 먹이는 데에만 신경을 쏟고 있었다.강유영은 고열로 정신이 혼미해 거부하지 못하고 약그릇이 다 비워질 때까지 그가 건네는 약을 받아 마셨다.조원철은 곁에 놓인 수건을 집어 그녀의 입가에 묻은 약 자국을 닦아 주며 말했다."다 마셨으니 한잠 자고 나면 한결 나아질 것이다."강유영은 입안이 너무 써서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말했다."사탕 주십시오……."어릴 때부터 약을 먹을 때마다 오씨 어멈은 사탕을 하나씩 챙겨 주곤 했다. 정신이 혼미해지자 입안의 쓴맛을 가시게 할 사탕부터 습관처럼 찾았다.조원철은 그녀를 고쳐 안고 소매에서 작은 자기 병을 꺼내더니, 사탕 한 알을 덜어 그녀의 입가에 대어 주며 말했다."입을 벌리거라."촉 땅에서 진상된 귀한 사탕으로, 그녀에게 주려고 챙겨 둔 것이었다.강유영은 얌전히 입을 벌려 사탕을 물었으나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너무 괴롭습니다……."다시 의식이 흐려진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 뜨거운 뺨을 그의 목덜미에 비비며 가쁜 숨을 내쉬었고, 괴로운 듯 작은 신음을 흘렸다.조원철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순간 몸이 굳었다.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뜨거운 숨결에 마음이 흔들렸으나, 괴로워하는 얼굴을 내려다보자 그 감정도 금세 가라앉았다.그는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285화

    "예."서유는 조원철의 눈치를 살피며 선뜻 말을 잇지 못했다.조원철은 그녀가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일이 있었느냐?"서유는 침상에 누운 강유영을 바라보며 망설였다."국공 부인께서……."강유영의 허락 없이 멋대로 말했다가 나중에 그녀가 깨어나 화를 낼까 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조원철은 한씨 때문에 병이 났다는 것을 직감하고 다그쳐 물었다."어머니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느냐?"서유는 고개를 숙인 채 어제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털어놓았다."국공 부인께서 군주님의 친어머님을 직접 죽였다고 하셨습니다. 자신이 친어머님을 죽인 원수인데, 그 아들인 세자께 시집갈 수 있겠느냐고 물으셨습니다. 군주님께서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으셨고 안색도 무척 안 좋으셨습니다. 그러고는 한낮의 땡볕 아래 남쪽 성밖 삼리촌의 별원까지 찾아가 한참을 머무셨습니다. 가장 무더운 때에 깊은 상심까지 겹쳐 이리 앓아누우신 듯합니다."조원철은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선 물러가 있거라. 이따가 약이 다 달여지면 가져오거라.""예."서유는 고개를 숙이고 방 밖으로 나갔다.조원철은 다시 강유영의 차가운 손을 잡았다. 가슴이 먹먹해져 눈을 감고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악몽이라도 꾸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작은 신음을 내뱉었다.조원철은 눈을 뜨고 뜨거운 그녀의 뺨을 감쌌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쓸어 주며 나직하게 말했다."어찌 혼자서만 속을 태우느냐. 무슨 일이 생기면 내게 말하지 않고 가슴속에만 담아 두니 탈이 나는 것이다. 어떤 일이 벌어지든 내가 늘 네 곁에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강유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괴로운 듯 앓는 소리를 냈다.조원철은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우선 몸부터 추스르거라. 나머지 일들은 내가 알아서 해결하마."그는 물수건을 다시 갈아서 그녀의 이마에 얹어준 뒤,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 회랑으로 나가 청운에게 명했다."관아에 가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284화

    장 의원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강유영의 손목에 손을 얹고 맥을 짚었다.조원철은 미간을 찌푸린 채 침상에 누운 강유영을 내려다보았다. 최근 공무가 워낙 바빠 혼사를 정한 뒤로 아직 한 번도 찾아오지 못했는데, 어찌하여 갑자기 병이 났는지 알 수 없었다.강유영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미약하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평소와 달리 수척해진 모습이 안쓰러웠다.장 의원이 천천히 손을 거두자, 곁에 있던 공혜 부인은 다급히 물었다."아이의 상태는 어떤가?"장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유영의 안색과 눈꺼풀을 살피며 답했다."부인,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조원철도 초조한 얼굴로 물었다."어떻습니까?"장 의원은 수염을 쓸어내리며 말했다."맥이 막혀 어지럽고 기혈이 모두 허해진 상태입니다. 더위를 먹은 증상도 있으나, 무엇보다 마음이 크게 상했습니다. 가슴속에 응어리가 있는 상태에서 감정이 크게 요동치는 바람에 울화가 치밀어 올라 고열이 내리지 않고 의식을 잃은 것입니다. 쉽게 말해 마음의 병에서 비롯된 증세입니다."공혜 부인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의아한 눈빛으로 강유영을 바라보았다."마음의 병이라니?"평소에는 아무런 근심이 없어 보이던 아이였다. 이제 어엿한 군주가 되었고 조원철과의 혼사까지 정해졌는데 가슴에 맺힐 만한 응어리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공혜 부인은 조원철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그와 관련된 일인 듯싶었다.조원철은 입술을 다문 채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도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오느라 아직 자초지종을 묻지 못했다.그는 장 의원을 바라보며 말했다."처방을 내려 주십시오.""예."장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서유는 서둘러 다가가 먹을 갈았다.장 의원은 붓을 들어 처방전을 적으며 말했다."더위를 먹은 증상은 다스리기 쉬우니 탕약 세 첩이면 나을 것입니다. 하지만 병의 근원이 마음속에 맺힌 울화와 깊은 슬픔에 있으니 탕약은 거들 뿐이고, 무엇보다 하루빨리 마음의 짐을 풀어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283화

    공혜 부인은 강유영이 앓아누웠다는 하인의 보고를 받고 곧장 난향원으로 달려왔다.서유는 시녀들을 거느리고 문 앞에서 마중하며 인사했다."부인을 뵙습니다."공혜 부인은 마당 안으로 빠르게 걸어 들어가며 물었다."유영이는 좀 어떠하냐?"서유는 뒤를 따르며 답했다."갑자기 고열이 올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십니다. 이미 사람을 보내 의원을 모셔 오라고 했습니다."공혜 부인은 서둘러 침실 안으로 들어갔다.침상 곁을 지키고 있던 오씨 어멈이 기척을 듣고 일어나 예를 갖추었다."부인을 뵙습니다."공혜 부인은 손을 들어 예를 물리게 하고는 침상 곁으로 다가가 강유영을 살폈다.강유영은 창백한 얼굴로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수심에 잠긴 듯 살짝 찌푸려진 미간 위로는 물에 적신 하얀 수건이 얹혀 있었다.공혜 부인은 침상 곁에 놓인 그릇과 강유영의 걷어 올린 팔을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이것은 무엇이냐?"오씨 어멈이 공손히 답했다."독한 술입니다. 몸에 발라 주면 열기를 식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공혜 부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못마땅한 투로 말했다."멀쩡하던 아이가 어찌 갑자기 병이 났느냐? 평소에는 제법 건강해 보이더니 몸이 이리 약해서야 어디 쓰겠느냐."오씨 어멈은 강유영이 병든 진짜 이유를 차마 말할 수 없어 고개를 숙인 채 답했다."부인, 사람이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병이 날 수도 있는 법입니다."오씨 어멈은 방금 서유에게 들은 이야기 때문에 아직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온갖 고비를 넘기고 가까스로 오늘에 이르렀는데, 이런 잔인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앞날이 어찌 될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저 강유영이 무사히 털고 일어나기만을 바랐다.공혜 부인은 혀를 차더니 고개를 돌려 물었다."참으로 약해 빠졌구나. 의원은 어찌 아직도 오지 않는 것이냐?"서유가 조심스럽게 답했다."장 의원의 약방이 이곳에서 거리가 좀 멉니다."공혜 부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찌 가까운 곳에서 찾지 않고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282화

    강유영은 평정심을 되찾은 듯했다. 여전히 조원철의 수하를 부리는 것을 보고 서유는 내심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이대로라면 조원철을 아주 떠나 버리지는 않을 듯싶었다.깊은 밤, 난향원 침실 안에는 촛불만 고요히 흔들리며 은은한 빛을 드리우고 있었다.강유영은 침상에 누워 화로의 얼음이 녹아 떨어지는 물방울을 바라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씨의 독기 어린 얼굴과 친어머니가 숨을 거두던 참혹한 광경이 거듭 떠올라 도무지 떨쳐 낼 수가 없었다.그녀는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점차 머리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괴로운 상념 속에서 겨우 잠이 들었다.다음 날 정오 무렵이 되도록 침실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서유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침실로 들어가 조심스럽게 불렀다."군주님?"평소 강유영이 아침잠이 많은 편이기는 했으나, 어제 그런 큰일을 겪고도 지금까지 평온하게 잠들어 있을 리가 없었다.서유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그녀를 불렀으나,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서유는 서둘러 침상으로 다가가 휘장을 걷어 올렸다.강유영은 창백한 얼굴로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아래로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가쁘고 얕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군주님?"서유는 화들짝 놀라 손을 뻗어 강유영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 손끝에 닿는 열기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그녀는 덜컥 겁이 나서 밖으로 달려 나가며 외쳤다."단비야, 군주님께서 고열에 시달리신다! 어서 공혜 부인께 알리고 사람을 보내 의원을 모셔 오너라!"오씨 어멈은 그 소리를 듣고 다급하게 방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군주님께서 편찮으시다니? 멀쩡하시던 분이 어찌 갑자기……."단비는 곧장 밖으로 달려 나갔다.서유가 청란을 불러 조원철에게도 기별을 넣으려던 참에 오씨 어멈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오씨 어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초조한 얼굴로 물었다."서유야, 어제 군주님과 함께 국공 부인을 만나러 갔을 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어제 돌아왔을 때부터 심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281화

    강유영은 손끝이 차갑게 식은 채 온몸을 가늘게 떨었다. 입안에서 비릿한 피 맛이 느껴질 때까지 아랫입술을 깨물고 나서야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단호하게 말했다."당신이 한 말을 전부 믿지도 않겠지만, 그렇다고 흘려듣지도 않을 것입니다. 내막을 낱낱이 밝혀낼 것이고,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반드시 죗값을 치르게 하겠습니다."직감적으로는 한씨의 말이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다시 조사하려는 것은 그저 이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원통해서였다.가슴이 묵직하게 아려 와서 조원철을 떠올릴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두 사람의 혼사는 이제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하지만 그의 곁을 떠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터였다. 공혜 부인의 딸이자 어엿한 군주가 되었으니, 그도 예전처럼 막무가내로 붙잡지는 못할 것이다.그녀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본채를 나와 멍하니 걸음을 옮겼다.서유는 그녀의 뒤를 따르며 조심스럽게 위로했다."군주님, 어서 저택으로 돌아가시지요. 편히 쉬시면서 마음을 추스르셔야 합니다. 한씨는 분명 두 분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거짓말을 꾸며 낸 것일 겁니다."강유영은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묵묵히 앞만 보고 걸었다.서유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던 그때, 강유영이 문득 걸음을 멈추고 불렀다."서유야."서유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며 답했다."예, 군주님."강유영은 차분하게 명했다."남쪽 성밖 삼리촌에 가 보자."한씨가 말했던 그 별원에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서유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만류했다."군주님, 곧 정오라 날이 무척 더워졌고 남쪽 성밖이면 거리도 멉니다. 내일 아침 일찍 날이 서늘할 때 가시면 어떻겠습니까?"이토록 무더운 날에 먼 길을 갔다가 더위라도 먹으면 큰일이었고, 지금 강유영의 안색도 좋지 않았다. 게다가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어 두어야 조원철에게 이 일을 알리고 진상을 먼저 조사하게 할 수 있었다.하지만 강유영은 뜻을 굽히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지금 바로 가자."서유는 어쩔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3화

    조원철을 따라 밖으로 나갔더니, 밖은 어느새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차가운 습기가 얼굴에 닿자, 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움찔 목을 움츠렸다.“세자.”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조원철의 측근 청운이 다가와서 우산을 건넸다.조원철은 우산을 펼치고는 강유영에게 따라오라는 듯, 눈짓했다.강유영은 난색을 띠며 주저했다.“아씨, 세자께서 처소까지 모셔다드린답니다.”청운이 웃으며 말했다.“배려 감사해요, 오라버니.”강유영은 어차피 그와 따로 할 말도 있고 해서 공손히 예를 행하고는 그를 따라나섰다.청운은 빗속을 나란히 걷고 있는 두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2화

    “문을 열고 들어가 보자꾸나.”한씨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강유영은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머리털이 곤두서고 정신은 아찔해져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다.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고 오직 문이 열리면 둘 다 끝장이라는 생각만 맴돌 뿐이었다. 온몸은 얼어붙은 듯, 꼼짝할 수 없었다. 그녀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손을 뻗어 조원철의 어깨를 밀었다.그녀는 안간힘을 쓴 것이었지만, 조원철에게는 그저 간지러울 정도였다.투명한 두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히고 길게 말린 속눈썹에는 눈물방울이 맺혀 처연하기 그지없었다. 축 처진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1화

    초여름의 이른 아침.경성 진국공부의 사당 주변은 아침부터 자옥한 안개로 휩싸였다.조용한 사당 안에서는 승려가 경을 읊는 소리가 이따금씩 흘러나오고, 정원 내 청동로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당을 지키는 시녀와 하인들은 분주히 움직이며 하루를 준비하고 있었다.강유영은 치맛자락을 들고서 처마 길을 따라 뒤뜰을 나오고 있었다. 온몸에 퍼진 근육통 때문에 걸음걸이가 다소 어색했다.좌측 쪽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커다란 손이 뻗어 나와 가늘고 여린 그녀의 허리를 가로챘다. 상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녀를 끌고 뒤뜰에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7화

    강유영은 그가 왜 여기에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뒤돌아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탓에 다리가 바닥에 꽁꽁 얼어붙은 듯, 움직여지지 않았다.“들어오거라.”조원철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명령했다.강유영은 누가 보기라도 할까 두려워,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내실로 들어갔다.“언제 오셨나요?”잠깐 오씨 어멈의 저녁을 챙기러 나갔다 온 사이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지금쯤이면 밖에서 왕 소저와 저녁 식사를 해야 하지 않나?’조원철이 다가오더니 문을 닫았다.강유영은 뒤로 두 걸음 물러서서 그와 거리를 벌리고 고개를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