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3화

Author: 눈빛 속의 약속
그녀와 조원철의 혼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에, 왕연령은 어떻게 해서든 그의 여동생인 조연화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싶었다.

이곳에 오기 전 조연화가 강유영 때문에 엄벌을 받았다는 얘기는 이미 들었고 이 기회를 빌어 강유영을 짓밟아 준다면 조연화의 호감을 쌓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강유영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람들도 많은데 대체 어쩌자고 이러는 걸까?

왕연령은 조연화를 이끌고 계단을 올라왔다.

강유영은 점점 가까워지는 두 사람을 보고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온 왕연령이 아무런 말도 없이 그대로 그녀를 밀어버릴 줄이야!

아무런 대비도 못하고 있던 강유영은 그대로 밀려서 비명을 지르며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

왼쪽 발목에서 따가운 통증이 느껴졌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다친 곳을 만져보았다. 계단에 휩쓸려 살갗이 까진 듯했다.

비명을 들은 사람들이 이쪽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오셨습니까, 세자.”

누군가의 말과 함께 사람들이 옆으로 비켜섰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558화

    "숙부님, 제가 마음에 둔 소저입니다."서준의 말투는 한가로웠으나, 강왕을 힐끗 보는 눈빛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강왕은 실실 웃으며 강유영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조연화를 쳐다보았다."미인이 둘이나 되는데 네가 다 차지했구나."조연화는 질색하며 서준의 곁으로 몸을 숨겼다.시선이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불쾌감이 치밀었다. 서준이 대체 무슨 속셈으로 이런 자를 연회에 불렀는지 모를 일이다."숙부님의 부저에 있는 미인들로는 부족하십니까."서준이 그를 흘겨보며 코웃음을 쳤다.그의 황숙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집투성이인 인간이었다. 그중에서도 여색을 밝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저택에 그토록 많은 여인을 거느리고도, 밖에 나와 곱상한 여인만 보면 시선을 떼지 못했다."미인이야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니더냐."강왕은 강유영을 다시 힐끗 쳐다보고는 아쉬운 듯 시선을 돌렸다.이내 그 추잡한 눈길이 강유영의 뒤에 선 서유에게 닿았다.저 시녀의 얼굴도 제법 곱상했다. 뻣뻣하게 굳어 있는 목석같은 미인들보다 오히려 흥미로워 보였다."전하, 저쪽으로 가서 좀 걸으시지요."조연화가 서준의 팔을 끌어안으며 콧소리를 냈다.오늘 연회는 그녀를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서준이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그녀를 각별히 여긴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이곳에서 강왕에게 불쾌한 시선을 받느니, 서왕이 자신에게 얼마나 다정한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강유영은 그 틈을 타 공손히 예를 올렸다."그럼 두 분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겠습니다."그녀는 서준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서둘러 정자를 빠져나왔다.강왕의 끈적한 시선을 더는 견디고 싶지 않았다."가자꾸나."서준은 조연화의 청을 순순히 들어주었다.정자에는 강왕 혼자 남게 되었다. 그는 텅 빈 정자와 강유영이 사라진 방향을 번갈아 보며 입맛을 다셨다.조연화는 서준의 팔을 낀 채 정원을 가볍게 거닐었다. 주위에서 쏟아지는 부러운 시선들을 만끽했다.두 사람이 긴 회랑에 다다랐을 때였다. 조연화가 고개를 들었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557화

    "아씨, 이쪽입니다."시녀가 앞장서며 길을 안내했다."연회장이 정원에 마련되어 있느냐."강유영은 까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주변을 살폈다.이미 전청을 지나온 참이었다. 시녀가 안내하는 길은 명백히 정원을 향하고 있었다.날이 제법 쌀쌀해졌다. 서준이 이 날씨에 정원에 연회를 베풀었을 리 만무했다.그녀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앞서가는 시녀를 훑어보았다. 서준을 믿지 않으니 자연스레 경계심이 곤두섰다.서유와 단비도 그녀의 뒤에 바짝 붙어 주변을 샅샅이 경계하고 있었다."본 연회는 전청에 마련되어 있습니다."시녀가 대답했다."허나 서왕 전하께서 아직 시간이 이르니 빈객들을 먼저 정원으로 모시라 명하셨습니다. 그곳에서 담소를 나누며 대기하실 수 있도록 말입니다."앞쪽에서 어렴풋이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속 의심을 거두었다.회랑을 에둘러 가자, 과연 정자 안팎으로 빈객들이 가득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사람들은 꽃과 나무 사이에 삼삼오오 모여 한가롭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제법 소란스럽고 활기찬 풍경이었다."이쯤이 좋겠구나."강유영은 걸음을 멈추고 눈에 띄지 않는 구석 자리를 골라 섰다."예."시녀는 얌전히 예를 올리고 머리를 조아리며 물러났다.강유영은 주위를 쓱 둘러보았다. 조원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대신 정자 안에 나란히 앉아 있는 서준과 조연화가 눈에 띄었다. 주위 사람들이 너도나도 두 사람을 에워싸고 비위를 맞추는 중이었다.한 사람은 화사하고 생기발랄했고, 한 사람은 삐딱하고 자유분방했다. 지금 저 구도만 놓고 보면 조연화와 서준은 제법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강유영은 굳이 다가갈 마음이 없었다.소란스러운 틈에 끼는 것은 딱 질색이었다. 그저 얌전히 연회를 마치고 무사히 저택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강 소저, 전하께서 모셔 오라 하십니다."길을 안내했던 시녀가 다시 돌아와 공손히 입을 열었다.강유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정자 쪽을 바라보았다.비스듬히 기대앉은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556화

    오후, 낮잠에서 깬 강유영은 방 안에서 세수를 하고 있었다. 단비가 곁에서 시중을 들었다."아씨, 이대로 채비를 마치고 해 질 무렵에 출발하시면 되겠습니까."단비가 물었다.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화장대 앞에 앉았다."아씨, 청운님이 오셨습니다."서유가 방으로 들어오며 고했다."이 시간에 어쩐 일로?"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서유를 바라보았다.가장 먼저 조원철이 돌아왔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세자께서 돌아오셨습니다."서유가 웃으며 말했다."청운님을 시켜 의복과 장신구를 보내셨습니다. 오늘 밤 연회에 가실 때 입으시라 하셨습니다.""들여오거라."강유영은 대수롭지 않게 일렀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구리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얼굴을 꼼꼼히 닦아냈다.서유는 밝게 대답하고는 웃으며 밖으로 뛰어 나갔다.서유의 눈에 강유영은 이제 세자를 예전만큼 거부하지 않는 듯했다. 평소 같으면 세자가 옷이나 장신구를 보내왔을 때 내심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받아들였다. 모든 일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사실 강유영 본인은 거기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조원철이 물건을 보내온 횟수가 하도 많다 보니 이미 익숙해진 탓이었다. 그녀는 이 상황이 전혀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했다.서유가 곧바로 옷과 장신구를 받쳐 들고 들어왔다."아씨, 이것 좀 보세요. 색깔이 참으로 곱습니다."그녀가 쟁반을 내려놓으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강유영은 쟁반에 담긴 옷을 힐끗 보았다."들어보거라."그녀가 짧게 지시했다."예."서유가 옷을 집어 들고 넓게 펼쳤다."색이 정말 예쁩니다. 아씨, 한번 입어 보십시오."단비가 다가가 옷을 넘겨받아 강유영의 시중을 들었다.강유영은 금박을 흩뿌린 가벼운 붉은색 치마로 갈아입었다.그녀의 가녀린 몸 선이 단아하게 살아났다. 평소 입던 수수한 옷차림처럼 이슬만 먹고 사는 듯한 맑은 분위기와는 달랐다. 화사한 색감이 그녀의 얼굴을 더욱 생기 있게 만들었다.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555화

    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러는지 모를 일이었다.조원철은 그녀를 보며 낮게 소리 내어 웃었다.그녀는 이마를 감싸 쥔 채 까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놀란 새끼 사슴처럼 생기발랄하고 앳된 모습이었다. 길고 가지런한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고, 코끝마저 옅은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웃음이 나오십니까!"강유영은 부끄럽고 화가 나 그를 왈칵 밀치고는 도망치듯 몸을 돌려 달아났다.조원철은 제자리에 선 채 꽃덤불 뒤로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눈에 담았다. 그녀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시선을 거둔 그가 몸을 돌려 떠나려던 찰나였다.강유영이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원철 오라버니."그는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꽃덤불 뒤에 선 그녀의 새빨갛게 달아오른 뺨이 꽃보다 더 고왔다."오씨 어멈은 어디 계십니까."강유영은 턱을 치켜들었다. 따져 묻는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하지만 목소리가 워낙 앳되고 부드러워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오히려 사랑스럽게 들릴 뿐이었다.조원철의 눈가에 다시금 웃음기가 맺혔다."네 처소로 돌아가 보거라."강유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휙 돌아서서 잰걸음으로 되돌아갔다.그가 저리 말하는 것을 보니 오씨 어멈이 돌아온 것이 틀림없었다.처소에 들어서자, 회랑 아래서 단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오씨 어멈의 모습이 보였다."어멈!"강유영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아씨, 오셨습니까."오씨 어멈과 단비의 얼굴에도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이틀 동안 강유영은 제법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오씨 어멈이 곁에 돌아오니 마음이 든든했다. 게다가 본래도 밖으로 나도는 것을 즐기지 않는 성정이었다. 처소에 틀어박혀 책을 읽고 화초를 가꾸는 일상만으로도 충분히 평온했다.끼니마다 조원철의 사람들이 신선한 음식들을 들여왔다. 덕분에 그녀는 식사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필요도 없었다.물론 조씨 노부인은 여전히 그녀를 핍박했다. 주방에서도 식사를 보내오긴 했으나 대부분 형편없는 찬들이었다.어차피 굶는 것도 아니니 굳이 따질 마음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554화

    "어머니!"조연화는 몹시 부끄러워하며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씨의 어깨에 묻었다.두 모녀는 소리 내어 웃었다.강유영이 청설원을 빠져나왔을 때, 조원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정원의 오솔길을 따라 요월원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때 덤불 뒤에서 불쑥 조원철이 나타나 그녀의 앞길을 막아섰다.강유영은 걸음을 멈추고 까만 눈동자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십니까."일부러 이곳에서 기다린 것을 보니 분명 무슨 용건이 있는 듯했다."이틀 정도 자리를 비울 것이라 미리 말해두려 했다."조원철은 그녀를 응시했다. 평소와 달리 한결 부드러운 말투였다."어디로 가십니까?"강유영은 무의식중에 묻고는 눈을 깜빡이며 덧붙였다."그럼 인주에는 가시지 않는 겁니까?"무턱대고 행선지부터 묻는 것이 행여 그를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일까 염려스러웠다. 그래서 서둘러 말을 보탠 것이다."군영을 순시하러 간다. 모레쯤 돌아올 거다."조원철은 첫 질문에 먼저 답하고 말을 이었다."인주 식량 창고 건은 이미 사람을 보냈으니 걱정하지 마라. 이틀 동안 답답하겠지만 당분간 요월원에 머물러 있거라.""전 괜찮습니다."강유영은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신발만 내려다보았다.그가 이런 식으로 말을 건네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먼 길을 떠나는 지아비가 부인에게 당부의 말을 남기는 꼴이었다.그런 기분이 그녀를 몹시 불편하게 만들었다."내게 할 말은 없느냐."조원철이 불쑥 물었다."예?"강유영의 백옥 같은 얼굴에 옅은 홍조가 번졌다.그의 말투는 평소처럼 담담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안에서 묘하게 자신을 놀리는 기색을 읽어냈다."몸조심하시고 일찍 돌아오십시오, 그리 말해야지."조원철이 돌연 상체를 숙여 다가오더니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강유영은 뒷걸음질을 쳤다. 얼굴이 한층 더 붉게 달아올랐다.그녀는 마른침을 삼켰다. 기다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심장이 요동쳤다.이런 요구를 하다니. 영락없이 먼 길을 떠나는 낭군을 배웅하는 부인이 할법한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553화

    조원철은 더 이상 긴말하지 않았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한씨에게는 그를 설득할 여지조차 남지 않았다."원철아...."한씨가 다급히 따라 일어나며 그를 불렀다.조원철은 문지방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어머니께서 제 뜻대로 하지 않으신다면, 훗날 무슨 일이 생겨도 제게 찾아오지 마십시오."말을 마친 그는 미련 없이 문지방을 넘어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어머니, 더 하명하실 일이 없으시면 저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강유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씨에게 예를 올렸다."가보거라."한씨는 조원철이 남긴 말 때문에 속이 타들어 갔다. 강유영을 붙잡고 트집을 잡을 여유도 없었다.그녀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강유영은 몸을 돌려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어머니, 오라버니가 이 일을 어찌 아셨을까요. 필시 저 망할 강유영이 첩으로 가기 싫어 고자질을 한 것입니다. 이제 어쩌면 좋습니까."조연화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다급해했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힌 채 한씨의 팔을 부여잡고 마구 흔들었다.고생 끝에 간신히 얻어낸 혼사였다. 게다가 서준도 자신에게 마음을 내비쳤다.그런 귀한 혼사를 오라버니가 이토록 매몰차게 막아서다니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조급해하지 말거라."한씨는 그녀의 손을 토닥이며 달랬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네 오라비 성격을 알지 않느냐. 한 번 결정한 일은 절대 무르지 않는다. 아무래도....""싫습니다!"조연화는 그 말에 발끈하여 왈칵 눈물을 쏟았다."혼사란 본디 부모의 명과 매파의 말에 따르는 법입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허락하셨거늘, 오라버니가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하신단 말입니까!"그녀는 분통을 터뜨리며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모든 일이 이미 다 정해진 마당이었다. 오라버니의 말 한마디에 다 된 혼사를 엎을 수는 없었다."네 오라비도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다."한씨의 얼굴에 망설임이 스쳤다."서왕이 널 고이 데려갈 리 없다고 하지 않더냐.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6화

    “기특하기도 하지. 어서 이리 와서 앉으렴.”한씨는 웃으며 강유영을 향해 손짓하더니 자신의 옆자리를 가볍게 두드렸다.밖에서 강유영에게 잘해주는 것은 인자한 진국공 부인의 명성을 위해서였다.강유영은 약상자를 장 의원에게 건네고는 고분고분 그쪽으로 다가갔다.장 의원은 그녀와 시선을 교환하고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유영의 처지를 잘 알기에, 그녀의 거짓말을 까발리지 않았다. 장 의원은 손을 뻗어 한씨의 손목에 대고 진맥을 시작했다.한씨의 옆에 앉은 강유영은 불안하게 병풍 뒤쪽을 힐끔거렸다.조원철은 탁자 앞에 마주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5화

    “유영아? 얘네가 다 어디로 갔지?”한씨가 병풍 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어머니, 오지 마세요. 제가 부주의로 우유차를 옷에 쏟아서 닦고 있었습니다.”다급한 마음에 강유영은 아무 핑계나 둘러댔다. 손바닥은 이미 땀으로 흥건했다.한씨는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네 오라비는?”강유영은 고개를 돌리고 애원에 찬 눈길로 조원철을 바라보았다. 당황하고 조급한 나머지 맑은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조원철은 그날 밤 그만하자고 애원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는 긴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잡아당겨 단단히 품에 안았다.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4화

    한씨가 고개를 돌려 강유영을 바라봤다.곁눈질로 보니, 조원철도 고개를 들고 이쪽을 바라보는 듯했다.강유영은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떡을 다시 집어 조심스럽게 입안에 넣었다.마치 돌을 씹는 것처럼 입안이 쓰고 껄끄러웠다.‘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시는 거지? 뭘 알고 일부러 저러시는 걸까?’이유야 어찌 됐건 한씨가 이에 대해 굉장히 불쾌해하고 있음은 분명해졌다.조원철은 무표정한 얼굴로 되물었다.“왜 그런 질문을 하십니까?”한씨는 손을 뻗어 아들의 목에 난 자국을 어루만지더니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곱게 자란 처자라면

  •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제3화

    조원철을 따라 밖으로 나갔더니, 밖은 어느새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차가운 습기가 얼굴에 닿자, 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움찔 목을 움츠렸다.“세자.”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조원철의 측근 청운이 다가와서 우산을 건넸다.조원철은 우산을 펼치고는 강유영에게 따라오라는 듯, 눈짓했다.강유영은 난색을 띠며 주저했다.“아씨, 세자께서 처소까지 모셔다드린답니다.”청운이 웃으며 말했다.“배려 감사해요, 오라버니.”강유영은 어차피 그와 따로 할 말도 있고 해서 공손히 예를 행하고는 그를 따라나섰다.청운은 빗속을 나란히 걷고 있는 두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