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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 7년 전으로 돌아왔다

Author: 라캣츠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04 07:13:00

뭐 때문이야. 뭐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나잔티아는 어떠한 힘도 나지 않는다.

“넌 마지막 독약까지 남김없이 마셨어. 이제 네 장기는 천천히 독이 퍼져 온 몸을 마비시키겠지. 어때. 손 하나 까딱 못하겠지.”

힘을 못 쓰게 한 방법이 독약이었다. 안간힘을 써봐도 소용 없는 일이다. 살기 위해 온 몸을 움직이려해도 더욱 더 느려질뿐이다. 고작 발버둥친 흔적은 이마에 굵은 핏발이 설 뿐이다.

“아아, 덧없는 인생이여. 신은 절대 널 돕지 않을 거야. 무슨 수로? 이 세상은 항상 내 편이었으니까.”

키오베가 자신과 약혼을 하고 죽이려는 목적을 알 것 같다.

어느 날부턴가 그는 처음 보는 회중시계를 들고 있었다. 광장에 있는 상점에서 색이 다르지만 비슷한 모양의 시계를 발견했을 때 상점 주인에게 물었다.

ㅡ그 회중시계는 황녀님께서 직접 주문하신 겁니다. 소중한 인연에게 전하기 위해서라고 하더군요.

그때도 키오베를 믿었다.

하지만 황궁에서는 키오베와 황녀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녀는 쉽게 곁을 주지 않았으나 자신의 병을 낫게 한 키오베에게 점점 마음을 열고 있었다. 나잔티아는 그 소문을 알고 있음에도 키오베를 의심하지 않았다.

“인생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해? 걱정마 그런 생각조차 못할 정도로 독은 네 머리까지 잠식할테니까. 내 특별히 너를 네 부모 옆에 묻어주마. 그 쓰레기 산에 말이야.”

날 죽이고 그 황녀에게 가려는 거구나.

나잔티아는 안간힘을 써서 키오베의 바지 깃을 붙잡았다.

“넌… 천벌 받을 거야.”

이상할만큼 질투하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키오베의 거짓된 얼굴과 현란한 말에 속아 사랑이라고 믿었지만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나잔티아는 진정으로 그를 사랑한 적이 없다.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좋은 조건의 남자와 약혼을 하는 거라고. 그런데 아니야. 그보다도 못한 삶을 산 거야. 그 황녀도 그렇게 이용 당하는 거겠지.

키오베는 웃기다는 듯 말했다.

“내가 천벌을 받는다고? 웃기지마. 지금 여기서 죽어가는 건 너야.”

그 황녀에게 키오베의 실체를 알려야하는데 방법이 없다.

“네 꼬라지를 봐. 내가 준 게 진짜 사랑인 줄 알았겠지. 너 같은 순진한 걸 속이는 건 일도 아니야.”

내가 순진하다고?

억울했다. 진정으로 삶이 뭔지. 꿈이 뭔지.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죽어가야한다는 게.

“그러니까 착각하지마. 단 한 번도 널 여인으로 사랑한 적 없었으니까.”

나잔티아가 그 말에 상처 입기를 바라는 얼굴로 키오베는 이죽거린다. 나잔티아는 그의 말을 마음 깊이 무시한다.

하지만 마지막 희망이 하나 남았다. 하녀를 향해 손을 뻗은 채 입 안을 벌렸을 때였다.

“네 하녀를 바라봐야 소용 없어.”

눈치 빠른 키오베는 나잔티아 앞을 가로 막는다.

“하녀 생활을 청산하고 좋은 조건의 남자와 혼인하는 것으로 내 뜻에 합세한 거니까.”

나잔티아의 방에서 나온 하녀는 화려한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그 옷은 나잔티아의 것이다. 키오베는 하녀에게 그 드레스를 선물이라도 한 듯 뻔뻔하게 웃는다.

“어때?”

“너무 마음에 들어요!”

“여기 있는 옷은 다 네 거야.”

내 몸이 멀쩡했다면 이 모든 걸 다 고발했을텐데.

“나잔티아.”

다정하게 부른 목소리와 다르게 키오베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다.

“그 이름은 네게 너무 과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키오베는 나잔티아의 손에 붙잡혀 있던 바지를 거칠게 털어낸다.

“그러니 이제 제발 좀 죽어줘, 이 끈질긴 잡초년아.”

나잔티아의 정수리 위로 도수 높은 술이 떨어진다.

“내 마지막 선물이야.”

나잔티아는 독한 술냄새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더러운 것을 보듯 처음 느껴본 키오베의 냉정한 시선에 가슴이 곤두박질 친다. 온 가슴을 헤집던 그의 말에 나잔티아는 현실을 직시한다. 그걸 죽어가는 순간에 깨닫다니 키오베의 말대로 멍청하기 그지 없다. 지나간 세월을 더듬더듬 생각해봐야 늦었다.

키오베는 하녀와 함께 그 자리를 뜬지 오래였다.

“하하하.”

나잔티아는 실성한 것처럼 웃음이 세어나왔다. 얼굴에서 끊임없이 흐르는 것이 술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다.

타닥타닥-

장작이 타는 소리가 들린다. 집 안으로 메케한 연기가 넘어오고 있다. 집이 타고 있다.

키오베, 날 이렇게까지 해서 죽일 셈이야?

또 무슨 거짓말과 현란한 혀로 사람들을 속일 건데?

왜 주변의 말을 듣지 않았을까.

기회는 몇 번이고 있었다.

—나잔티아, 문 좀 열어줘. 키오베가 내 방문을 원하지 않는 거니?

피부는 더할나위 없이 망가져 가고 있었다. 친척 오빠인 유하르의 간절한 목소리에도 숨죽여 입술을 틀어막았다.

—그럼 이 편지라도 받아줘.

지나가는 술사가 심각한 얼굴로 나잔티아를 붙잡은 적도 있었다.

—그에게 마음을 주지 마세요. 내 말 꼭 명심해요.

그때 왜 하녀가 빠르게 나잔티아를 끌다시피 데려 갔는지 알 것 같다. 죽는 순간에서야 그런 것들이 떠오르다니. 이제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두 번 다시는.

어째서 이렇게 죽어야 하는 거야?

“나잔티아!”

그때 불길 속에서 누군가의 고함이 들렸다.

“나잔티아 어딨어!”

살려달라고 목소리를 내려고 입을 벌렸으나 지독한 기침과 함께 숨이 막힌다. 눈 앞은 안개처럼 연기가 자욱하다.

정체 모를 누군가의 다가오는 발소리를 듣기도 전에 나잔티아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나잔티아!”

눈앞에 보이는 건 부모님의 놀란 눈동자다. 말을 하려고 입을 벌리자 목 안 가득 강한 통증이 밀려온다. 그대로 입을 다문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나잔티아는 자연스레 인상을 찌푸린다.

“드디어 일어났구나.”

엄마의 손길. 이마를 닦는 천의 감촉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불 타던 오두막 집은 멀쩡하다. 그리고 부모님이 살아계신다.

“며칠 간 고열에 시달렸단다. 깨어나지 않아 걱정 했다, 나잔티아.”

아빠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까지 모두 현실이다. 나잔티아는 대답 대신 두 손을 뻗는다. 한 손은 엄마에게 다른 한 손은 아빠를 붙잡는다. 손을 그러쥐는 감촉 모두 거짓이 아니다.

꿈이었을까?

그간 있었던 모든 일들이 뼈에 새겨질 정도로 생생한데 다 꿈이라고?

아니야, 꿈일리 없어.

그게 무엇이든 미래를 바꿀 기회가 온 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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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산의 정상에 오른 사람도 있습니까?”“한 명 있다.”루신의 대답에 기죽어 있던 단원들이 일제히 그를 올려다보았다.“있다고 하면 뭐가 달라지나?”그의 말이 맞았다. 직접 정상에 오르지 않는 이상 바뀌는 건 없었다. 단원들은 다시 사기가 떨어졌다. 하지만 그 한 명의 단원이 누군지는 모두가 궁금했다. 다들 골몰한 얼굴로 그 단원이 누군지 생각할 때 쯤 나잔티아도 궁금해하기 시작했다.혹시 미하엔은 아니겠지?그는 오르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오쿠산에 대해서도 잘 알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나잔티아는 미하엔이 어디에 있는지 단원들 하나하나를 바라봤다. 시선은 얼마 가지 않아 멈추었다.물을 마시고 입술을 손등으로 여러번 문지르는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끔찍한 게 입술에 닿은 게 싫어서 견딜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나잔티아는 그 소년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어느덧 그 자리에서 루신의 말을 듣다보니 소모되었던 체력은 점점 보충되었다.루신을 따라 우코산 언덕을 내려왔을 때는 사복으로 갈아입은 일부 단원들이 아르치아 문으로 가는 게 보였다. 그들을 다시 설득할 수는 없을까 생각했지만 이미 마음이 없는 사람들에게 여기에 남아 있으라고 한들 그들이 자신의 말을 들어줄 지 알 수 없었다. 허망하게 떠나는 뒷모습을 보았다.그러다가 신기한 광경을 보았다. 그들이 문에 발을 디뎠을 때 푸른빛이 감도는 줄이 생겼는데, 건너는 몸과 문 사이로 선명하게 드러났다.나잔티아가 그들이 아르치아 문을 건너는 걸 바라보고 있자 미하엔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용케도 올라왔네.”“그럼 뭐해… 맨 꼴찌였어.”미하엔이 힘내라는 듯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나잔티아의 시선이 아르치아 문에 머무르자 그가 다시 말했다.“저 문을 지나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어떻게 되는데?”나잔티아의 초롱초롱한 눈이 미하엔을 향했다. 그러자 그는 턱을 문지르며 말했다.“황금 별안초의 의미를 해석하면 알려줄게.”아 그랬지… 황궁을 드나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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