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다음날, 동틀 무렵, 바닷바람은 여전히 차가웠다.심성빈이 직접 운전하여 송하나와 차정원을 부둣가로 배웅했다.차 안은 매우 고요했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소리만이 희미하게 들릴 뿐이었다.부둣가에 도착하자 화물선이 이미 조용히 정박해 있었다.심성빈은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배 안에 먹을 것, 쓸 것 모두 마련해놨어요. 검사 과정은 전부 피해서 갈 테니 안심하고 돌아가세요.”차정원은 그런 그에게 간결하고 진심 어린 투로 대답했다.“정말 고마워요. 잘 지내세요, 성빈 씨.”심성빈을 바라보는 송하나의 눈빛에 아쉬움이 가득했다.몇 걸음 나아가던 그녀가 갑자기 뒤돌아보더니 그에게 달려가서 살포시 품에 안겼다.“많이 보고 싶을 거예요, 성빈 씨.”순간 심성빈은 몸이 굳어졌다. 그는 이내 송하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등을 토닥였다.“가 얼른. 안전 조심하고 나도 여기 일 마무리되면 꼭 너 보러 갈게.”송하나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고 아쉬운 마음을 애써 누르며 차정원과 함께 화물선에 올랐다.심성빈은 부둣가에 서서 그들의 모습이 선실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눈가에는 서서히 실망감이 번져갔지만 이내 희미한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이번 생에 그녀 곁에 잠시나마 머물며 안전을 지켜주고 아름다운 추억을 쌓은 것만으로 이미 여한이 없었다.감히 너무 많은 걸 바랄 엄두가 안 났다.잠시 후, 화물선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뱃고동 소리가 새벽의 정적을 갈랐다.심성빈은 이제 막 돌아서려다가 대뜸 걸음을 멈췄다.규정상 뱃고동 소리가 두 번 울리는 것은 정상적인 통행을 의미하고 네 번은 위험 경고였다. 그런데 방금은 어정쩡하게 세 번 울렸다.‘뭐지? 이 찝찝한 기분은...’그때 부하가 서둘러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대표님, 실은 부선장이 신입이라 뱃고동 규정을 잘 몰랐던 모양입니다. 별일 아닐 테니 걱정 마세요.”심성빈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부하더러 선원들에게 추가 교육을 잘 시키라고 당
송하나는 빅토르가 누구인지, 자신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하지만 그녀는 차정원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증오와 해탈을 느낄 수 있었고 바로 그 때문에 빅토르라는 인간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주었을지 짐작이 갔다.송하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눈웃음을 지었다.“그래요? 너무 잘됐네요.”심성빈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드디어 다 해결됐으니 편히 쉬세요. 내일 아침 일찍 배 태워서 보내드릴게요.”그 시각, 빅토르는 자신의 거처로 돌아왔다.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얼굴에 쓰고 있던 노인 가면을 거칠게 벗어 던졌다. 눈동자에는 광적인 흥분과 집착이 소용돌이쳤고 너무 들뜬 나머지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정말 하나였어! 하나가 맞았다고. 역시 살아있었던 거야.”곁에 있던 부하가 재빨리 앞으로 나서며 허리를 숙였다.“보스, 김서윤이 송하나 씨란 걸 확인했으니 이제 어떻게 하면 될까요?”빅토르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회색빛이 감도는 푸른 눈동자에 흥분이 싹 가라앉고 얼음장 같은 냉기와 음침함만이 자리했다.“걔 내일이면 화인국으로 돌아가. 무슨 수를 써서든 배 타기 전에 송하나 데려와야 해. 절대 차정원 같이 돌아가도록 내버려 둘 순 없어!”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휴대폰이 울렸는데 집사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이 영감탱이는 또 무슨 잔소리를 하려는 걸까?빅토르는 미간을 찌푸리며 전화를 받고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뭔데?”휴대폰 너머로 집사가 공포에 섞인 말투로 말했다.“큰일 났어요, 보스. 방금 한 무리 용병들이 병원에 잠입해 보스의 대역을 해치웠어요. 의사가 도착했을 땐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습니다.”“이런 쓰레기들! 싹 다 뒈져!”빅토르는 분노로 포효하며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다.그의 개인 병원은 보안이 언제나 철저했건만 어떻게 이런 용병 무리에게 잠입을 허용하고 살인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아무런 흔적 없이 빠져나가게 한단 말인가.이건 빅토르를 향한 조롱이나 다름없었다.그는 이를 악물고 간신히 말을 이었다.“
송하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응하려던 순간, 노인과 시선이 마주쳤다.회색빛이 감도는 푸른 눈동자, 그 깊은 곳에는 알아차리기 힘든 싸늘한 냉기와 집착이 깃들어 있는 듯했다.순간, 이유 모를 당혹감이 그녀를 덮쳤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대고 손끝에는 땀이 배어났다.송하나는 무의식중에 손을 거두어들이고 두어 걸음 물러서며 노인의 부탁을 정중히 거절했다.“죄송해요, 어르신. 친구랑 가족 모두 기다리고 있어서 방까지 모셔다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저기 앞에 웨이터가 보이니 저분들께 도움 구하시면 될 것 같아요.”빅토르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눈가에 아쉬움이 역력했지만 억지로 강요할 수는 없었다.지금 그녀를 더 귀찮게 하면 의심을 사거나 심성빈의 수하들한테까지 들켜버릴 터였다.그는 치솟는 불안감을 겨우 억누르고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 더 방해 안 할게요. 얼른 가보세요. 아까는 정말 고마웠어요.”송하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침내 긴장이 조금 풀리고 더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테이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다만 가슴에 맴돌던 이유 모를 당혹감은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꼭 마치 먹구름처럼 음침한 기운을 내뿜었다.그녀가 돌아선 순간, 뒤에 있던 빅토르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얼굴에 깃들었던 허약함과 친절함마저 싹 사라졌다.그는 송하나의 뒷모습을 뚫어지라 응시했다. 반드시 손에 넣고 말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서늘한 눈동자에 강렬한 빛이 타올랐다.그는 나직이 읊조렸다.“하나야, 이번엔 절대 도망칠 생각 마라. 넌 오직 내 옆에만 있어야 해.”한편 송하나는 서둘러 자리로 돌아왔다.그녀를 본 차정원이 걱정 조로 물었다.“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혹시 어디 불편해?”“아니요.”송하나는 고개를 저었다.“아까 복도에서 어떤 노인분이 넘어진 걸 봐서 잠깐 부축해 드리느라 늦었어요.”차정원이 물컵을 건네며 손가락이 무심코 그녀의 손에 닿았다.차가운 감촉이 느껴진 순간, 그는 즉시 송하나의 손을 감싸 쥐었다. 따뜻한 손
정답은 단 하나, 김서윤 저 여자가 바로 송하나였다.잠시 후, 송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이에 빅토르도 몰래 그녀의 뒤를 따라붙었다.화장실 문이 열리고 송하나가 나왔을 때, 지팡이를 짚은 노인 한 분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바로 그때, 요란한 통화 소리와 함께 한 청년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그는 휴대폰에만 온통 신경을 빼앗긴 듯 앞길에 계신 노인을 전혀 보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았다.중심을 잃은 노인이 바닥에 쓰러지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냈다.젊은이는 잠시 멈칫했지만 미안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오히려 미간을 찌푸리며 신경질적으로 욕설을 내뱉었다.“이 영감탱이가 눈 똑바로 뜨고 다녀야지! 이 옷 얼마짜리인 줄 알아? 배상해낼 수 있겠어?”그러면서 노인을 거칠게 걷어차는 등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었다.보다 못한 송하나가 재빨리 앞으로 나서 노인을 막아서며 눈살을 찌푸렸다.“진짜 너무하시네요! 그쪽이 길을 살펴보지 않고 어르신을 넘어뜨린 거잖아요.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감히 손까지 대려고요?”젊은이는 그녀를 비웃듯 쳐다보며 거만하게 말했다.“넌 또 뭐야? 네 알 바 아니니까 꺼져 얼른. 처맞기 전에!”이에 송하나는 태연하게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방금 어르신을 발로 차는 모습 전부 녹화했어요. 당장 어르신께 사과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해버릴 거예요. 그땐 사과뿐만 아니라 법적 책임도 물어야 할 겁니다.”젊은이는 그녀의 손에 들린 휴대폰을 보며 얼굴색이 변했다. 결국 더 이상 까불지 못하고 죄송하단 말만 남긴 채 줄행랑을 쳤다.마침내 송하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그녀는 방금 허풍을 떨었다. 녹화할 겨를도 없었지만, 다행히 저 남자를 겁먹게 하는 데 성공했다.송하나는 허리를 숙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어르신, 괜찮으세요? 일어나실 수 있겠어요?”노인의 눈가에는 고통이 가득했다. 심하게 잠긴 목소리가 겨우 흘러나왔다.“다리가 너무 아파서 일어나질 못하겠어요...”송하나는 얼른 손을 뻗어 그의
심성빈은 과거 별장에서의 하루하루가 늘 이러했다.그는 껍질을 다 벗긴 새우를 자연스럽게 송하나의 앞접시에 놓아주려다가 차정원이 한발 앞서 담아놓은 것을 발견했다.순간 심성빈은 손이 멈칫하며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내가 선 넘었네...’뒤늦게 깨달은 이 남자, 전에는 차정원이 옆에 없어서 그를 대신해 송하나를 챙겨줬지만, 이제는 저렇게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알아서 물러서야 한다.그는 말없이 손을 거두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상실감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차올랐다.그런데 송하나가 갑자기 자신의 접시를 살짝 앞으로 내밀었다.심성빈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이에 그녀가 눈을 깜빡이며 자연스럽게 물었다.“나 주려던 거 아니었어요?”이 남자가 갑각류 해산물을 안 좋아한다는 걸 기억하고 있는 송하나.심성빈은 잠시 멍해졌다가 해맑은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마음속의 씁쓸함이 따스한 온기로 희석되었다.그는 입꼬리를 씩 올리고 다시 새우를 그녀의 접시에 놓았다.“맞아, 너 주려던 거야. 방금 딴생각하느라...”송하나의 접시에는 새우 두 마리가 담겨 있었다.하나는 차정원이, 다른 하나는 심성빈이 놓아주었다.그녀는 만족스럽게 새우를 다 먹어치우고 눈웃음을 지었다.“다 너무 맛있네요.”포크를 내려놓은 그녀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그윽한 눈길로 심성빈을 바라보더니 진지하게 말했다.“성빈 씨, 그동안 저를 극진히 보살펴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앞으로 무슨 변화가 생기든 성빈 씨는 언제나 제게 가장 소중한 친구예요.”이 말을 들은 심성빈은 가슴이 뭉클해지고 목울대가 살짝 출렁였다.이전까지 송하나는 늘 그에게 어느 정도 거리를 두었고 확고하게 선을 지켰으며 절대 신세를 지려 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은 가장 소중한 친구라고 먼저 인정해주다니.이 인정을 통해 연일 이어지던 심성빈의 고통과 미련이 비로소 해소된 듯했다.그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마음속의 희미한 씁쓸함이 천천히 녹아내렸다.둘 사이가 한 걸음 더 가까워졌으니 적어도 그녀를
“차 대기해. 내가 직접 해변가 소도시로 찾아가서 송하나가 맞는지 확인할 거야!”빅토르는 어깨의 극심한 통증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이불을 확 걷어내고 침대에서 내려오려 안간힘을 썼다.이에 경악한 집사가 재빨리 앞으로 나서 그의 팔을 꽉 붙잡고 간절하게 말렸다.“안됩니다, 보스! 상처도 아직 다 안 나았잖아요. 의사 선생님이 섣불리 일어나거나 무리하게 장거리 이동하는 건 절대 안 된다고 했어요. 자칫 상처가 벌어지기라도 하면...”“하면 뭐?”빅토르가 집사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힘이 너무 센 나머지 집사가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했다.회색빛이 감도는 푸른 눈동자에 서늘한 한기가 감돌았고 말투 또한 차갑기 그지없었다.“네가 언제부터 내 일에 왈가왈부하기 시작했지? 잔말 말고 가만히 있어. 여기서 쫓겨나기 싫으면!”뼛속까지 파고드는 섬뜩한 기세에 집사는 순간 얼어붙었다.그는 입술을 달싹였지만 결국 아무 말도 못 하고 망연자실한 얼굴로 곁에 서 있었다.한편 빅토르는 침대 난간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어깨에 두른 붕대에서 피가 서서히 배어 나왔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눈빛 속의 집착만이 더욱 짙어질 뿐이었다.그 여자가 정말 송하나라면 일 초라도 망설일 겨를이 없다.차정원이 이미 그녀를 찾아냈으니 분명 함께 화인국으로 돌아갈 터, 빅토르는 그 전에 제 곁으로 데려와야 한다.그들이 떠나고 나면 다시 송하나를 찾아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가 돼버릴 테니까.“잘 들어, 두 가지 임무야.”빅토르는 통증을 참으면서 차분하고 냉혹한 목소리로 말했다.“첫째, 나랑 체형이 비슷한 대역을 찾아 이 병실에 눕혀둬. 티 안 나게 위장해. 들통나면 끝장이니까. 둘째, 아무도 날 못 알아보도록 가장 평범한 옷으로 준비해둬. 이번 여정에는 단 두 명만 대동할 거야.”그는 소리 없이 움직여 차정원과 심성빈이 눈치채기 전에 그 여자를 찾아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예전처럼 요란하게 움직였다가는 쉽게 낌새를 채게 할 뿐이니까.다만 집사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는 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