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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Author: CHU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1-06 23:02:55

그날 저녁, 결국 도혁은 9시가 넘도록 집에 들어오지 못했고, 주하와의 저녁 식사도 당연히 하지 못했다. 도혁은 바쁜 와중에도 집에 있던 부하들에게 전화를 걸어 주하의 저녁을 챙기라고 닦달을 해댔다. 주하는 도혁을 기다리려다가 사람들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밥을 먹었다. 그리곤 하릴없이 집 안을 돌아다녔다. 어느 날부터 이 집에 고미술품 같은 것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는 건 주하도 눈치채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보물찾기하듯 새로 생긴 것들을 찾아보며 시간을 보냈다. 가끔은 누가 슬쩍 와서 말을 걸기도 했다. 아마도 도혁의 명령인 듯했다. 자신이 없는 사이에 심심해하지 말라는 배려인지 뭔지. 

"이건 200년 전에-"

"이거 얼마예요? 비싸죠."

주하가 돌아다니고 있으니 따라붙어 고미술품을 설명해 주던 상현이, 주하의 질문에 흠칫 몸을 떨었다.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결국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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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스의 은밀한 비밀   149.

    주하는 가뿐한 얼굴을 한 도혁을 빤히 보았다. 그는 365일 중의 300일 정도는 정장을 입었다. 나머지 65일은 트레이닝복이었고. 그나마 다양한 디자인이면 모르겠는데 디자인은커녕 색깔마저 항상 똑같은 검은색뿐이었다. 그게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별로라는 건 아니었다. 지금까지 별말을 하지 않은 것도 마치 그 옷을 입고 태어난 사람같이 잘 어울렸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패션을 얼굴이 완성해 주고 있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오랜만에 밖에 나가는 거였다."애기야.""네, 주인님?"뭘 또 설레게 저렇게 빤히 보면서 얘기하실까. 도혁은 가볍게 대답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녀가 제법 진지한 얼굴인 것은 눈치채지 못했다."내가 진짜 말 안 하려고 했는데...""편하게 말해요. 언제부터 나 배려해 줬다고."주하는 뭔가 말할 때 뜸을 들인 적이 없었다. 그가 기억하기로, 그녀에게 '배려'를 받아본 적도 거의 없었다. 침대에서 좀 공들여준 적은 있어도. 그래서 그는, 그녀가 안 하려다가 하는 말은 뭐일까 궁금해졌다. 새삼스레 잘생겼다는 말은 아닐 거고.주하는 도혁의 버릇이 나빠진다며 칭찬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종종 도혁의 얼굴을 볼 때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입으로 칭찬하는 건 아니었어도, 늘 '참 잘생겼네.' 하는 얼굴이라서 도혁은 잘 알고 있었다."정장밖에 없어? 진짜 데이트하러 가는데 그 시커먼 양복을 꼭 입어야 돼? 너는 좀... 기본이 안 되어있지 않아?"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라 도혁은 좀 당황해서 자기 몸을 내려다보았다. 데이트라니. 그 단어도 왜인지 마음이 간질간질했는데, 그 여운을 즐길 새도 없이 지적을 당해서 당황해 버렸다."어... 음... 애기는 얼굴이 예쁘잖아요. 아니에요?"그래도 그는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 보스의 은밀한 비밀   148.

    그날 저녁, 결국 도혁은 9시가 넘도록 집에 들어오지 못했고, 주하와의 저녁 식사도 당연히 하지 못했다. 도혁은 바쁜 와중에도 집에 있던 부하들에게 전화를 걸어 주하의 저녁을 챙기라고 닦달을 해댔다. 주하는 도혁을 기다리려다가 사람들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밥을 먹었다. 그리곤 하릴없이 집 안을 돌아다녔다. 어느 날부터 이 집에 고미술품 같은 것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는 건 주하도 눈치채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보물찾기하듯 새로 생긴 것들을 찾아보며 시간을 보냈다. 가끔은 누가 슬쩍 와서 말을 걸기도 했다. 아마도 도혁의 명령인 듯했다. 자신이 없는 사이에 심심해하지 말라는 배려인지 뭔지."이건 200년 전에-""이거 얼마예요? 비싸죠."주하가 돌아다니고 있으니 따라붙어 고미술품을 설명해 주던 상현이, 주하의 질문에 흠칫 몸을 떨었다.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결국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하고 거짓말을 했다. 너무 티가 나서 속아주기도 어려울 정도였다."얼만데요.""아, 아니, 제가 산 게 아니라서...""그런 것 치곤 설명을 잘해주시던데."주하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 목소리가 차갑지도, 화가 나있지도 않아서 왠지 더 무섭게 느껴졌다. 사실만을 말하고 있는 톤인데 왜인지 압박을 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언젠가는 고미술품에 대해 주하에게 설명하는 역할을 맡았던 상현은, 예상치 못한 시련을 만나 입을 꾹 다물었다. 하필 이런 날을 골라서 도혁도 없었기에 빠져나갈 구석도 없었다."정...말 모릅니다... 정말로...""뭐. 알겠어요."역시나. 주하는 그렇게 생각했다. 도혁은 항상 '주하를 우선순위'로 두라고 했지만, 그의 부하들은 꽤 입이 무거워서 주하가 압박해도 쉽게 입을 여는 법이 없었다. 그게 불편하다는 건 아니었다. 언제나, 가볍게 입을 열

  • 보스의 은밀한 비밀   147.

    "자료나 주십시오.""줄 거야, 인마. 급하게 굴긴."도혁의 아버지는 책상 위의 내선 전화기를 들어 짧게 지시를 내렸다. 지하 창고에 있는 자료를 가져오라는 말이었다. 도혁은 그제야 조금 굳어있던 어깨를 풀었다. 하지만 질문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사업도 그래서 정리한 거야?""그런 거 아닙니다."주하 때문에 서두른 건 맞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기에 도혁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그의 아버지는 조금 긴가민가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아닌가. 아닐 수가 있나. 그런 생각을 하며 도혁을 유심히 보았는데, 그의 얼굴에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내가 뭐 반대라도 할까 봐 그렇게 숨기는 거야?""그런 걱정을 제가 왜 합니까."도혁은 기가 찬다는 얼굴로 대꾸했다. 이 나이 먹고 아버지가 반대한다고 무서워할 이유는 없었다. 각자의 인생을 산 지가 벌써 몇 년인데, 그런 걸 걱정한다고. (굳이 따지자면 주하의 부모님이 반대하는 건 좀 걱정될 것 같았는데, 아직 그런 생각까지 깊게 해보지는 않았다) 솔직히 그는 어릴 때도 딱히 누군가의 눈치를 본 적은 없었다. 철이 들면서는 어머니 기분이나 좀 맞춰줬지."너는-"도혁의 아버지가 기가 막혀서 말하려는데, 누군가 서재를 노크했다. 자료가 오래 지나지 않아 서재로 배달된 것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은퇴한 줄 알았던 옛 조직원이 낡은 가죽 서류철 하나를 들고 서재로 들어섰다. 도혁은 짧게 눈으로 인사하고, 서류철에 시선을 고정했다. 세월이 느껴지는 물건이었다. 그것을 받아들인 그의 아버지는 직접 몇 장을 넘기다가, 도혁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네주었다."자."도혁은 망설임 없이 종이를 낚아채 빠르게 눈으로 내용을 훑었다. 그가 원하는 내용이 전부 다 들어가 있었다. 수사 정보 넘긴 대가로 요구한 돈과 물건 등이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어서

  • 보스의 은밀한 비밀   146.

    "근데 기사에 이름 나오는 건 싫다는 거지? 뭐, 당연히 싫겠지만.""......네.""그러면 가서 해결하고 와."간단명료한 말이었다. 어떤 회의나 의심도 없이, 마치 도혁이라면 당연히 그 정도쯤은 깔끔하게 해결하고 돌아올 거라는 신뢰가 깔린 말투. 주하는 어느새 다가와 마루의 기둥에 길게 기대어 서서 나른하게 하품을 한 번 했다."오늘 점심 같이 나가서 먹으려고 했는데."".......""못 먹겠네?"도혁은 그제야 멈춰있던 사고가 회전하며 정신을 차렸다. 주하의 그 담대함과 무심한 온기가 자신을 짓누르던 자괴감의 사슬을 순식간에 끊어낸 기분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주하와의 외출이 무산된 것에 또 다른 종류의 분노를 느꼈다. 이게 얼마 만에 제대로 된 외출인데."아마도요.""저녁은?""그건......."감히 장담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아버지를 만나고, 경찰 라인을 확인하고, 기자를 통제하려면 오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었으니까. 도혁이 대답을 매끄럽게 끝내지 못하자 주하가 손을 휘휘 저었다."됐어. 갔다 와."그리고 몸을 돌려 방으로 향하던 주하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 다시 그를 돌아보았다."애기야.""네.""기사 나가기 전에 해결할 수 있어?"그 나른한 목소리에 담긴 주도권. 도혁은 이번에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주하의 단단한 세계가 뒤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남자의 눈빛에 거침없는 서늘함이 차올랐다.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였다. 이건 고민할 여지도 없었다."네.""그러면 됐어."주하는 정말 그걸로 더 이상 질문할 가치도 없다는 듯 깔끔하게 돌아서서 계단을 올라갔다. 도혁은 굳게 서서 한동안 그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현실적으로는 아직 아무것도

  • 보스의 은밀한 비밀   145.

    "언제 나가는데."'빠르면 내일입니다. 아직 취재 단계라 하루이틀 더 걸릴 수도 있고요.'"기자 연락은."'회사 쪽으로 아직 공식적으로 들어온 건 없습니다.'"아버지는 아시고?"'네, 청담에도 방금 연락 넣었습니다.'"넣지 마."'예?'"내가 갈 거니까."도혁은 망설임 없이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휴대전화를 쥔 도혁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주하의 방에서 나올 때의 달콤한 온기는 흔적도 없어진 지 오래였다. 손끝에 여전히 주하의 피부 촉감이 남아 있는 것 같은데, 제 피에 묻은 오물이 주하의 깨끗한 옷자락에 튀는 것만큼은 죽어도 참을 수 없다는 감정이 온몸을 감쌌다."어디 가?"마루에서 구두를 신던 도혁의 손이 순간 딱딱하게 굳어 멈췄다. 고개를 들자 주하가 자신의 방에서 문을 열고 나오고 있었다. 아직 잠에서 덜 깬 나른한 얼굴에 머리카락도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부스스한 차림이었다. 어제 저를 안았던, 세상에서 가장 아늑하고 사랑스러운 사람. 도혁은 잠시 입을 다물고 숨을 삼켰다. 차마 이 일의 티끌조차 주하에게 풍기고 싶지 않았다."일이 좀 생겨서요.""무슨 일?""별건 아닌데."말하고 나서 도혁은 순간 멈칫했다. 별것이 아니라는 말은 명백한 거짓말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자연스럽게 말을 돌리고 넘어갔을 일이었다. 주하가 몰라도 되는 일이고, 이런 더러운 구설에 굳이 주하를 얽히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주하의 개로서 완벽하게 그녀에게 속하기로 했던 맹세가 있었다. 거짓말만큼은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다. 도혁은 신발에서 손을 떼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음, 사실 별건 아닌 건 아니고."주하가 졸린 눈을 가만히 깜빡였다."큰일이야?""아직은 아니에요.""아직은?"도혁은

  • 보스의 은밀한 비밀   144.

    "누구."태규가 입안에서 나지막하게 이름 하나를 꺼냈다. 낯설지 않은 이름이었다. 오히려 지나치게 익숙해서, 도혁은 순간 발걸음을 완전히 멈춘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그늘에서 몇 번이나 보았던 얼굴이었다. 집에도 자주 온 인간인 데다가, 아버지와 식사하는 것도 많이 봤고, 술잔을 기울이는 것 또한 봤다. 자신이 일을 물려받은 뒤에도 몇 번 정도는 마주쳤던 사람이었다. 그 세계를 손수 정리하고 잘라내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을 끊고 묻어두었던 사람 중 하나이고. 분명 뒤탈 없이 다 정리했을 터인데."그 인간이 왜."'지금 그쪽도 내부 상황이 안 좋은 것 같습니다. 위에서 조사가 들어간 것 같은데, 저희가 예전에 얽혀 있던 건까지 같이 건드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그래서."'사방이 막히니까 그쪽에서 전 보스, 아니, 전 대표님 쪽 이야기를 먼저 흘린 것 같습니다. 불씨를 밖으로 돌리려는 생각 같습니다.'도혁의 서늘한 눈매가 더없이 험악하게 가라앉았다."아버지 이름을?"'예.'그 정도라면 놀랍지도 않았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살아온 인생이 깨끗하지 않다는 건 누구보다 도혁이 잘 알고 있었으니까. 실제로 있었던 잘못과 불법들을 두고 이제 와 억울하다거나 억지를 부릴 생각도 없었다. 문제는, 태규가 아버지가 아닌 '자신'에게 이 아침에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이었다. 도혁은 잠시 거친 숨을 내리누르며 침묵하다 물었다."내 이름은."전화 너머에서도 숨 막히는 짧은 정적이 흘렀다. 태규의 망설임이 수화기를 타고 그대로 전해졌다.'들어갈 수도 있습니다.'도혁의 얼굴에서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표정마저 싹 사라졌다. 나른했던 남자의 얼굴에는 이제 제 영역을 위협받은 포식자의 날카로운 기운만 남아 있었다."근거는."'아직 기자 쪽에서 취재

  • 보스의 은밀한 비밀   006.

    "성철아.""예, 형님."성철은 갑작스러운 부름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성철은 그저 씩씩하고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정리는 어떻게 되어가냐.""그... 게..."그러나 이어지는 질문에 성철은 당황해서 옆 사람을 보았다. 그는 무슨 정리냐고 묻지도 못하고, 무슨 대답이든 하긴 해야 해서 말꼬리를 길게 늘였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눈으로 SOS를 보냈다. 하지만 모인 이들 중에 그 누구도 '정리'라는 단어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 성철은 어쩔

  • 보스의 은밀한 비밀   005.

    "어때? 가족 때문에 빚이 좀 있긴 한데, 학교 선생님이야. 괜찮아."도대체 뭐가 어떻냐는 건지. 도혁은 술병을 빼앗아 자신이 따르고, 병은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곤 단숨에 한 잔을 다 마셨다. 술이 조금 들어가면 어제와 같은 상태가 될지도 몰랐다."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스타일로 준비를 해본 건데?"하지만 도혁의 옆에 앉은 사람은 그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덜덜 떨고 있었다. 여기서 소개팅하겠다는 건 아니었기에 그는 그저 술잔을 내려놓으며 잠시 숨을 골랐다. 하룻밤. 그

  • 보스의 은밀한 비밀   004.

    도혁은 뭐라고 저장해야 할지 몰라 저장도 못한 11자리의 핸드폰 번호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취할 정도로 마신 건 아니라지만, 아침이 되니 정신이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사실 무슨 생각으로 번호를 받아왔는지 정확히 기억나질 않았다. 대체 그 여자랑 뭘 하겠다고. 짧은 해프닝으로 끝내면 그만이었다. 그는 그렇게 다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쩌면 어제를 기점으로 성욕이 돌아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형님! 계십니까? 들어가도 됩니까?""왜."그는 곧장 씻으러 가려다가

  • 보스의 은밀한 비밀   003.

    "금방이라도 쌀 것 같은데.""그럴 리가."괜히 한 번 도발해 본 거였는데 태연한 척 받아치는 목소리가 사실 조금 멋은 없었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떨렸기 때문이었다. 긴장하고 있지도 않았지만, 그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좀 편해지는 것도 같았다."그래요?"그 말이 마치 엄청난 도발처럼 느껴졌다. 얼마나 버틸지 보겠다는 듯이. 도혁은 조금 오기가 생겼지만, 술이 조금 들어간 몸은 그의 의지를 벗어나서 제멋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간 성생활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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