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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ผู้เขียน: 정대천
신수빈은 혼인 첫날밤, 합근주를 마신 뒤로 머리가 어지러운 게 꿈속을 거닐고 있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선물처럼 지아비의 손에 의해 이도현의 침상으로 보내질지는 꿈에도 몰랐었다.

전생은 그녀에게 있어 악몽 그 자체였다.

반면, 이도현에 대한 기억은 그의 권위가 높다는 것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주 왕조를 다스리고 태후와 폐하마저 그를 우러러봤으니.

신씨 가문과 그가 친분이 있다지만 그건 그냥 조부님과 아버지의 한에서였다. 권세 있는 사내와 마주쳤다 한들, 사람들의 구설에 오르지 않도록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그러다 혼인 후 그와 몇 번 마주치긴 했으나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부담스러웠고 그의 노골적인 무례함은 그녀를 불편하게 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선은 단지, 그의 침상으로 보내졌을 수많은 여인을 바라보는 눈빛이었을 것이다.

권력자가 노리개를 찾은 듯한 그 눈빛에 존중이 담겨 있을 리가.

그로부터 몇 해 지나서 가을 사냥에서 이도현이 낙마로 인해 명을 다하자, 윤씨 가문의 적자인 그녀의 아이가 모든 사람의 눈엣가시가 됐고, 상인가 여식의 그녀는 어미로서 아이를 지킬 힘이 없었다. 게다가 신씨 가문마저 태후에게 멸족당해, 이 땅에 더 이상 신씨 가문은 존재하지 않게 됐다.

신수빈이 고개를 들어 높디높은 저택의 담장을 바라봤다.

'이 담장 너머에 더 높은 황궁의 담이 있을 테고, 그보다 더 높은 건 지고지상인 왕권이겠지.'

그녀는 이번 생에 반드시 복중의 아이를 지키고 자신의 가문을 지키겠노라 굳게 다짐했다.

-

다음 날, 이른 아침에 궁으로부터 어명이 내려왔다.

전생과 마찬가지로 윤서원이 이재민을 구제했다는 공에서 그의 부인과 첩을 삼품 고명으로 봉한다는 어명이었다.

윤서원의 곁에서 무릎을 꿇고 상관 내시가 전하는 명을 듣는 신수빈의 눈에는 차가운 한기가 어려 있었다.

고명은 본디 정실부인만이 하사받을 수 있는 칭호였다. 첩의 신분으로 고명을 받는 이는 아마 천하에 주서화가 처음일 것이다.

그러나 신수빈은 잘 알고 있었다. 이는 태후가 주서화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임을. 또한, 모든 사람에게 주서화가 비록 윤서원의 첩으로 시집갔지만 정실부인과 별반 다를 바 없고 그 누구도 감히 경시하지 말라는 태후의 무언의 압박이기도 했다.

어명이 전해지고 신수빈은 윤서원과 주서화와 함께 어명을 받들며 예를 올렸다.

그렇게 모든 절차를 끝낸 주서화가 몸을 일으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상선 내시를 맞이했다.

"이른 아침부터 고생이 많으십니다. 사람을 시켜 차를 준비해 뒀으니 상선께선 안으로 드시지요."

어명을 전하러 온 내시는 태후의 심복이었기에 주서화는 그를 잘 알고 있었다. 안주인인 것처럼 행동하는 그녀의 모습에 정작 안주인인 신수빈이 비교되는 순간이었다.

상선은 경멸 어린 시선으로 한쪽에 서 있는 신수빈을 흘겨보다 이내 상냥한 말투로 주서화를 향해 몸을 굽히며 말을 건넸다.

"그럼 사양하지 않을 테니 두 분은 소인과 함께 입궁하여 폐하께 사은하러 가실 채비를 하십시오."

태후 곁을 모시는 내시가 주서화를 공손히 대하는 태도에, 눈치 빠른 후부의 아랫것들은 그들이 섬겨야 할 주인이 누구인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렇게 몇몇 하인들이 상선을 안으로 모셨고, 남은 이들은 궁으로 들 채비에 나섰다.

*

삼품 숙인의 예장으로 환복하는 신수빈을 돕던 몸종 청하가 억울함에 눈가가 벌겋게 물든 채 울먹였다.

"나리도 참 너무하십니다. 혼인한 지 겨우 석 달이온데 이리도 아씨를 능멸하시니… 서화 군주에게는 태후마마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어 앞으로 이 댁 사람들이 아씨를 함부로 대할까 겁이 납니다..."

신수빈은 자신을 대신해 억울해하는 청하의 모습에 가만히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 다독였다.

전생의 신수빈 역시 지금의 청하처럼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주서화와 맞서 다투는 일이 꽤 많았었다. 그 탓에, 그녀를 '질투 많은 악처'라 손가락질하는 자들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전생의 오늘날 그녀는 응당 입궁해 황은에 감사를 올려야 했으나, 태후가 주서화에게도 삼품이라는 칭호를 내린 것에 불만을 품고 몸이 편치 않다는 핑계로 궁에 들지 않았었다. 이로써 태후의 하교로 꾸지람을 듣고 석 달간 금족령을 받는 수모를 겪었으며 도성의 웃음거리가 되었었다.

'이번 생에 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테야.'

"누가 끝까지 살아남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청하야, 네 마음은 내가 잘 알고 있다. 하나, 앞으로 그들을 만나거든 얼굴에 미소를 띠고 예를 다해야 한다."

청하는 갑작스레 변한 제주인의 태도에 의아함을 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수빈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윤서원이 첩을 들인다는 소식에 주서화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었으니…

"예, 아씨..."

청하는 답답해 났지만 감히 주인의 명을 어길 수는 없었다.

*

신수빈과 주서화는 같은 마차를 타고 궁으로 향했다.

신수빈은 눈을 감고 조용히 휴식을 취했고 주서화는 곁에 시녀에게 손목을 주물러달라고 했다.

"쓰읍, 살살 좀 하거라"

"소인,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주서화의 호통에 신수빈이 눈을 떠보니, 겁에 질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시녀와 손목을 돌리고 있는 주서화의 모습이 보였다.

주서화 역시 신수빈의 시선에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

"일어나셨습니까? 제가 언니의 단잠을 방해한 건 아니련지요... 송구합니다."

"괜찮다."

"그럼 다행입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지금 홑몸이 아니라 서방님을 모실 형편이 되질 않습니다. 하여 어젯밤에 언니에게 가는 게 어떻냐 권했더니, 서방님께서 글쎄 혼인 첫날밤이라며 기어코 제 방에 머무르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덕분에 어제 고생 좀 했습니다."

주서화는 일부러 손목을 문지르며 의미심장한 눈짓을 보냈다.

신수빈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 역시 혼인 전에 몸이 편치 않은 상황에서 지아비를 모시는 예법을 익힌 바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윤서원을 마음에 두는 여인이 아니었기에 주서화의 이런 잔꾀쯤은 가볍게 무시할 수 있었다. 오히려 청하가 눈살을 찌푸리며 당장이라도 주서화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고생이 많구나. 내게 좋은 연고가 있으니 저택에 돌아가거든 사람을 시켜 보내주마. 손목에 바른 후 문지르면 덜 아플 것이다. 다만, 혈액 순환에 좋은 약이다 보니 많이 바르지는 말거라. 무튼 홑몸이 아니지 않더냐."

주서화는 부처 같은 그 말에 그만 할 말 잃고 멈칫했다.

전에 주서화가 신수빈에 대해 알아본 바로는, 그녀가 상인가 여식이라지만 가문의 독녀라 오냐오냐 키워온 탓에 성격이 제멋대로라고 들었었다. 그래서 그녀가 태후의 앞에서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일부러 그녀의 성질을 돋운 것인데 이런 반응일 줄은 예상치 못했었다.

신수빈은 멈칫하는 주서화의 표정에 속으로 조소를 흘렸으나, 온화한 모습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서방님도 참... 회임한 여인은 늘 조심히 다뤄야 하는 법이거늘… 서방님께서는 아직 혈기 왕성하시고 너는 홑몸이 아니다 보니 아마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닐 테지. 숨 좀 돌리게 내 조만간 여인 두 명을 보내주마. "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 말에 주서화가 연신 손을 흔들었다.

혼인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여인을, 그것도 두 명씩이나 집으로 들일 수 없는 노릇이었다.

신수빈은 그녀의 억지웃음을 보고도 모르는 체했다.

*

마차는 곧 궁궐 안으로 들어섰다.

두 사람은 가마로 다시 갈아탄 후, 반 시진이 지나서야 태후의 침전에 들 수 있었다.

예를 올린 신수빈은 태후의 앉으라는 명에 자리에 앉았고 주서화는 태후의 손짓에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앉으며 평소처럼 애교 어린 소리를 냈다.

"태후마마…"

그러자 태후가 조용히 그녀에게 윤씨 저택에서의 근황을 물었다.

반면 신수빈은 조용히 주변을 살펴봤다. 태후의 침전에 모인 이들은 그들뿐만 아니라 중신가 규수들도 여럿 있었고 대부분이 전생에 익히 보았던 조정 중신가의 규수들이었다.

그러나 태후는 지난 생에 그저 먼 발치에서 한 번 본 게 다였다. 하지만 먼 발치임에도 불구하고 그날의 태후는 위엄이 하늘을 찔렀고, 감히 다가갈 수 없는 아우라가 그녀에게서 풍겨 나왔었다.

태후를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인 신수빈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들 내가 태후마마와 닮았다고 하는 데에 이유가 있었군.'

그녀조차도 닮았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다만 북방 출신의 태후 미간에는 단호함과 기백이 서려 있었고 강남에서 자란 신수빈은 오히려 여인의 부드러운 아름다움이 더해져 있었다.

태후는 올해 스물여섯에 불과했다.

선제가 붕어한 뒤, 군공이 뛰어나고 병권을 틀어쥔 이도현이 선제의 수많은 황자 중, 태후의 소생인 구황자를 제위에 올렸고, 그 뒤 수년간 그는 남북을 평정하고 천하를 안정시켰다.

세간에는 섭정왕 이도현과 황후가 본디 어릴 적 소꿉친구였으나 선황의 구애로 둘은 결코 이어지지 못했고 이도현이 목숨을 걸고 천하를 안정시킨 것도 태후와 그녀의 아들 때문이라는 얘기가 돌았었다.

전생에서 그가 낙마로 숨을 거둘 때까지 부인을 맞이하지 않았던 탓도 있었다.

그러다 문득 신수빈은 전생의 일이 떠올랐다.

'그래, 지금쯤이었지…'

혼례를 올린 지 얼마 안 된 그녀는 사당에 향을 피우러 동자 스님의 안내에 따르다가, 이도현의 별채에 발을 들인 적 있었다.

그때의 신수빈은 혼인 첫날밤에 자신과 몸을 섞은 이가 바로 눈앞의 사내라는 사실을 몰랐던 탓에 길을 잘못 들어섰다며 연신 사죄를 하며 몸을 돌리려 했지만 그가 길을 막아섰었다.

"널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다."

당황한 신수빈은 혹시라도 누가 볼까 그저 두려웠다.

"왕야께서는 어인 일로 절 찾으시는지요? 소인의 시어머니께서 아직 대전에서 절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러니 부디 길을 비켜주시길 감히 청하는 바입니다."

지금의 신수빈은 그때 이도현의 표정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가 뒷짐을 진 채 문 앞에서 커다란 몸짓으로 그녀의 앞길을 막은 것만은 기억에 남았다.

"윤서원에게 왜 시집을 간 것이냐?"

갑작스러운 질문에 신수빈은 그를 올려다봤었다.

그의 깊고 검은 눈동자에는 짙은 안개처럼 알 수 없는 감정이 어려 있어, 도무지 그 속내를 가늠할 수 없었다.

그는 그렇게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았고 신수빈은 그의 강압적인 시선에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그야 서방님을 사모하는 마음에 그와 평생을 함께하고 싶어서가 아니겠습니까."

"그자가 널 출셋길의 노리개로 여기고, 하루빨리 첩을 들이려 하는데도 그자를 사모하느냐?"

그때의 그녀는 윤서원에게 완전히 빠져있었기에, 그가 말하는 '노리개'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주서화와 관련된 일만 들어도 금세 성을 내는 그녀였기에 격분에 찬 말투로 대답했다.

"그게 왕야님과 무슨 연관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왕야께서는 천하를 걱정하시는 분이시거늘, 어찌 규방 부인들처럼 이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쓰시는 겁니까?"

섭정왕을 상대로 다소 예의에 어긋나는 발언이었으나 신수빈에게 있어선 이미 그가 섭정왕이라는 점을 고려해 최대한 분을 억누른 표현이었다.

말을 마친 그녀는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으나 이도현은 다시 한번 길을 막아섰고, 옷깃 너머로 그녀의 팔목을 붙잡았다.

"윤씨 가문에서 생활이 편치 않다면 사람을 보내 내게 알리거라. 내 너를 데리고 나올 것이니."

이도현은 신수빈이 놀라 움찔하며 몸을 떨어서야 비로소 그녀를 놓아주며 담담히 말을 이었다.

"난 자네 조부님을 비롯해 부친과도 친분이 있는 사이다. 해서, 왕부로 들어오면 천대받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신수빈은 그저 빨리 자리를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그의 무례한 말들이 그녀를 몹시 불편하고 난감하게 해서였다.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이도현의 숨결과 말투가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날 사당에서 돌아온 뒤로 그가 잡고 있던 손목에 멍이 선명하게 남은 기억만은 또렷했다. 당시엔 지나치게 긴장한 나머지 그의 손길이 그리 거셌던 것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그에게 손목을 잡혔을 뿐인데도 그녀는 마치 온몸이 묶인 듯 움직일 수 없었다.

그날 이후 그녀는 그에게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의 불편한 시선이 자신에게 닿을까 겁이나 늘 그를 피해 다녔었다.

'지난 생에 날 바라보던 그 눈빛은 역시 불순했어…'

신수빈은 과거 이도현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녀와 태후가 정말 놀랍게도 닮은 탓이었다.

그때였다.

"혹여 내게 언짢은 일이라도 있느냐?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리 내 말에 응하지 않는 것이냐?"

냉담하고 불쾌 어린 목소리가 신수빈의 과거 회상을 깨트려서야 그녀는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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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60화

    “신첩은… 왕야께서 이토록 큰 예를 올릴만한 사람이 아닙니다.”이내 이도현의 눈꼬리에 봄바람 같은 부드러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그와 동시에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으니, 그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낸 신수빈의 귓불이 살짝 붉어졌다.“부인이 감당하지 못한다면, 이 세상에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품행이 고결하고 덕과 용모를 모두 갖춘 이는 천하에 부인뿐이니, 본왕이 예를 갖추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신수빈은 속으로 외쳤다.‘그만 좀 하십시오! 눈에 웃음이 다 보이지 않습니까! 더 하다가는 정말 들키겠습니다!’다행히 이도현은 선을 넘을 줄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다.이곳에는 눈 밝은 조신들이 가득했다. 이 자리에서 신하의 부인을 탐하는 기색을 조금이라도 드러냈다가는, 훗날 걷잡을 수 없는 말이 되어 돌아올 터였다.이도현은 눈가에 어리던 웃음기를 말끔히 거두었다.그리고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몇 걸음 천천히 걸었다. 얼굴에는 은근한 울적함이 어려 있었다.신수빈은 이 남자와 반년 가까이 얽혀 지냈다.그가 어떤 사람인지 모를 리 없었다.그래서 자연스럽게 물었다.“왕야께서는 어찌하여 한숨을 쉬십니까?”이도현은 고개를 저으며, 난처한 듯하면서도 은근히 기다렸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본왕에게 염치없는 청이 하나 있는데, 말해도 될지 모르겠군.”신수빈은 그가 또 무슨 곤란한 말을 꺼낼지 몰라 살짝 긴장했다.하지만 수많은 시선이 지켜보는 앞에서 대답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왕야께서 말씀해 보십시오. 신첩이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힘을 보태겠습니다.”“본왕이 듣기로, 부인은 선항족 군이 성을 함락하던 날 큰 충격을 받아 조산했고, 끝내 아이를 잃었다고 하더군. 본왕은 그 소식을 듣고 몹시 마음이 아팠다. 부인처럼 어진 사람이 그런 일을 겪다니, 참으로 하늘도 무심하지.”신수빈은 잠시 말을 잃었다.‘이 개자식… 그 아이가 어떻게 된 건지, 당신이 제일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하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슬픈 기색을 지으며 낮게 말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59화

    윤서원은 이도현의 이 한 수에 허를 찔린 듯, 대전 한가운데 무릎을 꿇은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상좌에 앉은 사내의 눈동자는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처럼 고요했고, 흐트러짐 없는 자세에는 조금의 빈틈도 없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게 식은 대전의 돌바닥처럼 서늘했다.“윤 경은 설마 내키지 않는 것인가? 폐하의 병세가 깊어지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보겠다는 뜻이냐.”오만하고도 거침없는 말투였다. 그 한마디가 떨어지자마자, 대전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은 듯 가라앉았다.윤서원은 그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수많은 조신들이 지켜보는 대전 위에서, 그것도 천자를 위한 기도를 어찌 감히 거절할 수 있겠는가.가슴속에서는 원망과 증오가 들끓었지만, 그는 결국 그 사내의 권세 앞에 짓눌려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폐하를 위해 기도 드리는 저희에게는 영광입니다. 신 또한 부인과 함께 가서 기도를 올리겠습니다.”부부는 한 몸이라 하지 않았던가.아무리 권세가 하늘을 찌른다 해도, 부부를 억지로 갈라놓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신수빈이 입을 열려던 바로 그때, 상좌의 사내가 가볍게 팔을 들어 올렸다. 다른 손으로는 소매 끝을 스치듯 털어 내는데, 그 태도는 한없이 느긋하고 나른했다.“부인만 가면 된다. 윤 경, 너는 갈 필요 없다.”이도현은 눈꺼풀을 들어 대전 한가운데 무릎 꿇은 윤서원을 한 번 훑어보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덧붙였다.“경은 덕이 모자라고 품성이 천하다. 네가 기도를 올리면, 도리어 신명께서 노하실 것이다.”윤서원은 그대로 말문이 막혔다.그 한마디는 그의 옷을 벗겨 거리 한복판에 내던진 것과 다름없었다. 온 조정의 문무백관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도현은 그의 마지막 체면마저 발밑에 짓밟고 있었다. 윤서원은 속에서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다.조정 대신들 역시 입술을 꾹 다문 채 웃음을 삼키고 있었다. 이런 자리에서 웃음을 터뜨렸다가는 체통을 잃는 일이었기 때문이다.신수빈은 얼른 고개를 숙였다.이도현과 눈이 마주치면 자칫 웃음이 새어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58화

    청하는 신수빈을 한 번 바라보더니, 속으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마님, 오늘은 왕야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려 보시는 게 어떠세요? 오늘 밤만이라도… 왕야 마음에 마님 생각이 깊이 남게 해 두시면, 훗날에도 쉽게 잊지는 못하실 테니까요.”말을 마치자마자 청하의 얼굴이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신수빈은 옅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를 톡 건드렸다.“그분이 원하는 건 내 얼굴뿐이다. 세상에 아름다운 여인은 얼마든지 많아. 그분이 정말 누군가를 마음에 두는 사람이었다면, 이십여 년 동안 후원을 비워 두었을 리가 없지.”신수빈은 이도현이 훗날 다른 여인을 들인다 해도 크게 마음 쓸 생각이 없었다. 그저 청하에게 윤연우를 잘 돌봐 달라고 당부한 뒤, 더 머물지 않고 돌아섰다.출발하기로 한 날은 정월 스무 날이었다.그날은 유난히 눈이 거세게 쏟아졌지만, 윤서원은 끝내 길을 나서겠다고 고집을 꺾지 않았다.하지만 막 관이 윤부를 나서려던 순간, 궁에서 내시가 칙명을 전하러 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윤서원과 신수빈을 입궁시키라는 전갈이었다.윤서원의 안색이 미묘하게 어두워졌다. 혹시라도 일이 틀어질까 싶었던 그는 곧장 앞으로 나섰다. “내관, 아버지의 영구를 고향으로 모셔 가야 하니 시간을 늦출 수 없습니다. 부디 사정을 헤아려 주십시오.”내시는 그를 힐끗 내려다보더니 차갑게 되물었다.“네 아버지의 시간이 중하냐, 폐하의 명이 중하냐?”윤서원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결국 그는 더는 토를 달지 못하고 칙명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입궁한 두 사람은 곧장 조회가 열리는 전각으로 이끌려 갔다. 아직 조회가 끝나지 않아, 백관들은 모두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윤서원은 대전 한가운데 무릎을 꿇었다.신수빈은 호국부인으로서 초품 고명에 오른 몸이었기에, 군주 앞에서도 절을 면하고 대전 안에 그대로 서 있었다.백관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한꺼번에 쏠린 가운데, 윤서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폐하께서 신과 신의 부인을 이 자리에 부르신 연유를 여쭙고자 합니다.”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57화

    이도현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며, 굳게 다문 입매에도 미세하게 힘이 들어간 듯 보였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조직의 실체를 밝혀내거라. 문주가 누구인지도 반드시 알아내고! 그리고… 부인 쪽에 무비랑 암위를 몇 명 더 붙이거라.”“예.”지시를 마친 뒤에도 그는 한동안 손에 든 편지를 내려다보았다. 편지에는 윤서원이 집안을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가려 한다는 신수빈의 말이 또렷이 적혀 있었다.그의 긴 눈매가 깊게 가라앉았다. 무언가를 조용히 곱씹는 듯한 눈빛이었다.*이튿날 아침, 윤서원은 자신이 말한 대로 곧장 움직였다. 평양후의 세습 작위를 사양하겠다는 상소를 올리고, 상여를 모시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며 집안 사람들까지 모두 떠날 채비를 시켰다.이런 일은 조정이라 해도 함부로 막을 수 없었다.윤서원은 근정전 안에 서서, 상좌에 앉은 이도현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조용히 기다렸다.그가 바라는 것은 하나였다. 이도현이 권세를 앞세워 남의 부인을 빼앗으려 드는 것.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의 입방아가 두 사람을 간통한 남녀로 몰아가고, 결국 그 소문이 그들을 짓누르는 것이었다.긴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도 이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윤서원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자, 깊고 어두운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이도현과 눈이 마주쳤다.한참 뒤에야, 이도현이 입을 열었다.“허한다.”윤서원의 입가에 차가운 웃음이 스쳐 지나갔다.신수빈이 그의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자리는, 결국 그 정도에 불과했던 모양이다.아무리 아끼는 여자라 해도, 높은 권세 앞에서는 그저 버릴 수 있는 패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신, 왕야께 감사드립니다. 폐하께도 감사드립니다. 신은 부인과 돌아가는 길에도 밤낮으로 왕야와 폐하의 안녕을 빌겠습니다.”윤서원은 겉으로는 공손히 고개를 숙였지만, 속으로는 비웃음을 감추지 못했다.‘그 사람’이 말한 대로였다.신수빈을 장안에서 데려가기만 하면, 이도현이 억지로 빼앗으려 들 경우 조정 안팎의 여론이 그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했다.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56화

    눈앞의 사내는 한 번 손을 쓴 것만으로도 금자와 은보를 밀어낼 수 있었다.윤 가에 저만한 실력을 지닌 호위는 없었다. 평양후에게 그런 힘이 있었을 리는 더더욱 없었다.그렇다면 대체 누구일까. 누가 윤서원을 살려 냈고, 저런 고수까지 붙여 그를 지키게 한 것일까.신수빈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그물이 자신을 중심으로 서서히 조여 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 그물의 끝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는 끝내 보이지 않았다.윤서원이 더 가까이 다가오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한 걸음 물러섰다.그가 낮게 웃었다. 눈빛은 여전히 축축하고 음침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지금 네 머릿속으로 어떻게 빠져나갈지 계산하고 있다는 것쯤은 안다. 그러니 나도 솔직히 말해 주지. 나는 너와 화이할 생각이 없다. 더더욱 너를 순순히 놓아줄 생각도 없고. 윤 가를 떠나 그 사내와 함께 도망쳐 살 생각이라면, 애초에 접어라. 정 데려가고 싶거든, 그자를 불러와 우리 집에서 직접 너를 빼앗아 가라 해. 설마 내가 너희 둘을 곱게 이어 주기라도 바란 건 아니겠지? 그런 꿈은 깨는 게 좋을 거야.”말을 마친 그는 더욱 즐거운 듯 웃음을 터뜨렸다.“내일이면 상소를 올려 평양후 세자의 작위를 내려놓을 것이다. 그리고 집안 식구들을 모두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너는 내 부인이니, 당연히 나를 따라야겠지. 어디 두고 보자. 저 높으신 섭정왕이 온 세상이 보는 앞에서 신하의 부인을 억지로 붙잡을 수 있을지.”그의 웃음소리는 점점 더 노골적으로 번져 갔다.한참을 웃던 윤서원은 신수빈의 얼굴에 당황이나 혼란이 떠오르길 기다리는 듯했다. 그러나 끝내 그런 기색을 찾아볼 수 없자, 그는 비틀린 냉소를 흘렸다.“부인, 고향에 돌아가면… 부군으로서 아주 잘 대해 주지. 앞으로 함께할 날이 길지 않겠나?”윤서원은 그대로 돌아섰다.그가 창란원을 완전히 떠난 뒤에도, 신수빈은 꽉 쥔 두 손을 풀지 못한 채 한참을 서 있었다.이윽고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간 그녀는 곧장 붓을 들어 편지를 썼다.“왕야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55화

    요 며칠 사이 장안성은 평양후의 죽음으로 떠들썩했다.청루에서 여인들과 어울리다 그 자리에서 죽었다는 소문만으로도 충분히 입방아에 오를 일이었는데, 반신불수로 누워 있던 세자 윤서원이 회복해 장례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식까지 더해졌다.그 바람에 조문을 온 친지들과 옛 인연이 있던 이들까지 모두 윤서원의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다.윤서원이 회복된 일은 신수빈에게도 전혀 예상 밖이었다.그 며칠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평양후의 빈소에 나가지 않았고, 윤서원 역시 그녀의 처소를 찾아오지 않았다.이도현은 이 일이 길어질수록 더 복잡해질 것을 염려했다.그래서 서 씨 때처럼 조칙을 내려, 신수빈을 윤 가와 갈라서게 하려 했다.훗날 그녀가 다른 사람에게 시집간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 상대가 이도현이라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졌다.그 일은 반드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터였다.윤 가에서 잇달아 벌어진 사건, 가문의 몰락, 신수빈이 거듭 받은 봉작, 신 가에 더해진 영광까지 한데 엮이면, 누군가는 반드시 그 안에서 다른 뜻을 찾아내려 할 것이다.예로부터 사람들의 상상력은 결코 부족한 적이 없었다.찻집과 주루의 이야기꾼들은 한가할 때마다 권세가의 기묘한 소문을 끌어와 입맛대로 살을 붙이곤 했다.이도현이 그런 식으로 일을 밀어붙인다면, 스스로 제 명성을 깎아내리는 꼴이 될 수 있었다.섭정왕이 신하의 부인을 억지로 빼앗았다는 말, 신 씨가 윤 가를 해쳤다는 말, 그 밖의 온갖 억측과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번질 것이 뻔했다.백성들의 마음속에서 더 이상 숭배와 경외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면, 그가 내리는 명령 역시 예전만 한 힘을 갖기 어려웠다.신수빈은 바로 그 점을 들어 그를 만류했다.이도현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다.오히려 누구보다 권세의 이치를 잘 아는 사람이었으니, 이 정도를 모를 리 없었다.술에 취해 있던 순간에는 미처 깊이 생각하지 못했을지라도, 술이 깨고 난 뒤에는 그 방법이 결코 옳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244화

    신수빈은 이내 고개를 숙인 채 시선을 거두었지만, 눈물은 차마 삼킬 수 없어서 그대로 떨어져 가슴을 적셨다.이도현의 미간이 깊게 파였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드러난 턱선과 굳게 다문 입가에서 불쾌감이 숨김없이 읽혔다.“네 마음속에서 본왕은 그렇게 시비를 가리지 못하는 사람이더냐?”신수빈은 강제로 그의 눈을 마주 보게 되었다. 아까부터 이어진 불안한 기색 그대로 눈물은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이도현은 더는 태후와 얽힌 그 모든 일을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았다. 남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마음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242화

    “너는 아마 그에 대한 원망이 마음에 남아 있어 끝내 평정한 마음으로 그를 바라보지 못하는 것 같구나. 한데 그가 권좌에 있던 자로서 내렸던 것은 당시로서는 틀리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후로는 안으로는 여러 친왕들을 안정시키고 밖으로는 남방의 병란을 평정했으니 그 능력만큼은 뛰어난 것이 분명하다.”“일 년 전만 하더라도 예왕이든 섭정왕이든, 혹은 병권을 쥔 다른 황자들 중 누가 즉위했더라도 지금처럼 천하가 하나로 정리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장 가가 조정을 어지럽힌다면 그 역시 반드시 눈을 감아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빈아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241화

    청하는 신수빈이 화장대 앞에 앉아 윤수혁이 건네준 가면을 얼굴에 붙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얇은 막이 피부에 밀착되는 순간, 눈앞의 여인은 더 이상 신수빈이 아니었다. 낯설 만큼 평범한 얼굴에 청하는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네가 늘 입던 옷 한 벌 가져오거라.”신수빈이 옷을 갈아입고 나서자 그 모습은 더욱 눈에 띄지 않게 변해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용모라,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녀와 다를 바 없었다.신수빈은 잠시 고개를 숙여 자신의 배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청하에게 망토 하나를 가져오게 했다. 어깨에 걸치자 배는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247화

    신수빈은 제 귀를 의심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은보를 바라보았다.“뭐라고 했느냐? 방금 한 말… 다시 한 번 말해 보거라!”은보는 이를 악물고 마음을 다잡은 뒤, 그대로 다시 말했다.“왕야께서… 앞으로는 마님께서 주시는 어떤 사사로운 물건도 받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마님께서도 스스로 몸가짐을 잘 삼가시라고 하셨습니다.”“하… 하하… 하하하.”신수빈은 그대로 웃음을 터뜨렸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가 끝내 웃음으로 튀어나온 것이었다.자중하라니. 그 말을 그 개 같은 인간이 어떻게 입에 올릴 수 있단 말인가?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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