مشاركة

제3화

مؤلف: 정대천
신수빈은 혼인 첫날밤, 합근주를 마신 뒤로 머리가 어지러운 게 꿈속을 거닐고 있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선물처럼 지아비의 손에 의해 이도현의 침상으로 보내질지는 꿈에도 몰랐었다.

전생은 그녀에게 있어 악몽 그 자체였다.

반면, 이도현에 대한 기억은 그의 권위가 높다는 것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주 왕조를 다스리고 태후와 폐하마저 그를 우러러봤으니.

신씨 가문과 그가 친분이 있다지만 그건 그냥 조부님과 아버지의 한에서였다. 권세 있는 사내와 마주쳤다 한들, 사람들의 구설에 오르지 않도록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그러다 혼인 후 그와 몇 번 마주치긴 했으나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부담스러웠고 그의 노골적인 무례함은 그녀를 불편하게 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선은 단지, 그의 침상으로 보내졌을 수많은 여인을 바라보는 눈빛이었을 것이다.

권력자가 노리개를 찾은 듯한 그 눈빛에 존중이 담겨 있을 리가.

그로부터 몇 해 지나서 가을 사냥에서 이도현이 낙마로 인해 명을 다하자, 윤씨 가문의 적자인 그녀의 아이가 모든 사람의 눈엣가시가 됐고, 상인가 여식의 그녀는 어미로서 아이를 지킬 힘이 없었다. 게다가 신씨 가문마저 태후에게 멸족당해, 이 땅에 더 이상 신씨 가문은 존재하지 않게 됐다.

신수빈이 고개를 들어 높디높은 저택의 담장을 바라봤다.

'이 담장 너머에 더 높은 황궁의 담이 있을 테고, 그보다 더 높은 건 지고지상인 왕권이겠지.'

그녀는 이번 생에 반드시 복중의 아이를 지키고 자신의 가문을 지키겠노라 굳게 다짐했다.

-

다음 날, 이른 아침에 궁으로부터 어명이 내려왔다.

전생과 마찬가지로 윤서원이 이재민을 구제했다는 공에서 그의 부인과 첩을 삼품 고명으로 봉한다는 어명이었다.

윤서원의 곁에서 무릎을 꿇고 상관 내시가 전하는 명을 듣는 신수빈의 눈에는 차가운 한기가 어려 있었다.

고명은 본디 정실부인만이 하사받을 수 있는 칭호였다. 첩의 신분으로 고명을 받는 이는 아마 천하에 주서화가 처음일 것이다.

그러나 신수빈은 잘 알고 있었다. 이는 태후가 주서화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임을. 또한, 모든 사람에게 주서화가 비록 윤서원의 첩으로 시집갔지만 정실부인과 별반 다를 바 없고 그 누구도 감히 경시하지 말라는 태후의 무언의 압박이기도 했다.

어명이 전해지고 신수빈은 윤서원과 주서화와 함께 어명을 받들며 예를 올렸다.

그렇게 모든 절차를 끝낸 주서화가 몸을 일으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상선 내시를 맞이했다.

"이른 아침부터 고생이 많으십니다. 사람을 시켜 차를 준비해 뒀으니 상선께선 안으로 드시지요."

어명을 전하러 온 내시는 태후의 심복이었기에 주서화는 그를 잘 알고 있었다. 안주인인 것처럼 행동하는 그녀의 모습에 정작 안주인인 신수빈이 비교되는 순간이었다.

상선은 경멸 어린 시선으로 한쪽에 서 있는 신수빈을 흘겨보다 이내 상냥한 말투로 주서화를 향해 몸을 굽히며 말을 건넸다.

"그럼 사양하지 않을 테니 두 분은 소인과 함께 입궁하여 폐하께 사은하러 가실 채비를 하십시오."

태후 곁을 모시는 내시가 주서화를 공손히 대하는 태도에, 눈치 빠른 후부의 아랫것들은 그들이 섬겨야 할 주인이 누구인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렇게 몇몇 하인들이 상선을 안으로 모셨고, 남은 이들은 궁으로 들 채비에 나섰다.

*

삼품 숙인의 예장으로 환복하는 신수빈을 돕던 몸종 청하가 억울함에 눈가가 벌겋게 물든 채 울먹였다.

"나리도 참 너무하십니다. 혼인한 지 겨우 석 달이온데 이리도 아씨를 능멸하시니… 서화 군주에게는 태후마마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어 앞으로 이 댁 사람들이 아씨를 함부로 대할까 겁이 납니다..."

신수빈은 자신을 대신해 억울해하는 청하의 모습에 가만히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 다독였다.

전생의 신수빈 역시 지금의 청하처럼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주서화와 맞서 다투는 일이 꽤 많았었다. 그 탓에, 그녀를 '질투 많은 악처'라 손가락질하는 자들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전생의 오늘날 그녀는 응당 입궁해 황은에 감사를 올려야 했으나, 태후가 주서화에게도 삼품이라는 칭호를 내린 것에 불만을 품고 몸이 편치 않다는 핑계로 궁에 들지 않았었다. 이로써 태후의 하교로 꾸지람을 듣고 석 달간 금족령을 받는 수모를 겪었으며 도성의 웃음거리가 되었었다.

'이번 생에 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테야.'

"누가 끝까지 살아남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청하야, 네 마음은 내가 잘 알고 있다. 하나, 앞으로 그들을 만나거든 얼굴에 미소를 띠고 예를 다해야 한다."

청하는 갑작스레 변한 제주인의 태도에 의아함을 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수빈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윤서원이 첩을 들인다는 소식에 주서화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었으니…

"예, 아씨..."

청하는 답답해 났지만 감히 주인의 명을 어길 수는 없었다.

*

신수빈과 주서화는 같은 마차를 타고 궁으로 향했다.

신수빈은 눈을 감고 조용히 휴식을 취했고 주서화는 곁에 시녀에게 손목을 주물러달라고 했다.

"쓰읍, 살살 좀 하거라"

"소인,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주서화의 호통에 신수빈이 눈을 떠보니, 겁에 질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시녀와 손목을 돌리고 있는 주서화의 모습이 보였다.

주서화 역시 신수빈의 시선에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

"일어나셨습니까? 제가 언니의 단잠을 방해한 건 아니련지요... 송구합니다."

"괜찮다."

"그럼 다행입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지금 홑몸이 아니라 서방님을 모실 형편이 되질 않습니다. 하여 어젯밤에 언니에게 가는 게 어떻냐 권했더니, 서방님께서 글쎄 혼인 첫날밤이라며 기어코 제 방에 머무르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덕분에 어제 고생 좀 했습니다."

주서화는 일부러 손목을 문지르며 의미심장한 눈짓을 보냈다.

신수빈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 역시 혼인 전에 몸이 편치 않은 상황에서 지아비를 모시는 예법을 익힌 바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윤서원을 마음에 두는 여인이 아니었기에 주서화의 이런 잔꾀쯤은 가볍게 무시할 수 있었다. 오히려 청하가 눈살을 찌푸리며 당장이라도 주서화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고생이 많구나. 내게 좋은 연고가 있으니 저택에 돌아가거든 사람을 시켜 보내주마. 손목에 바른 후 문지르면 덜 아플 것이다. 다만, 혈액 순환에 좋은 약이다 보니 많이 바르지는 말거라. 무튼 홑몸이 아니지 않더냐."

주서화는 부처 같은 그 말에 그만 할 말 잃고 멈칫했다.

전에 주서화가 신수빈에 대해 알아본 바로는, 그녀가 상인가 여식이라지만 가문의 독녀라 오냐오냐 키워온 탓에 성격이 제멋대로라고 들었었다. 그래서 그녀가 태후의 앞에서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일부러 그녀의 성질을 돋운 것인데 이런 반응일 줄은 예상치 못했었다.

신수빈은 멈칫하는 주서화의 표정에 속으로 조소를 흘렸으나, 온화한 모습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서방님도 참... 회임한 여인은 늘 조심히 다뤄야 하는 법이거늘… 서방님께서는 아직 혈기 왕성하시고 너는 홑몸이 아니다 보니 아마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닐 테지. 숨 좀 돌리게 내 조만간 여인 두 명을 보내주마. "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 말에 주서화가 연신 손을 흔들었다.

혼인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여인을, 그것도 두 명씩이나 집으로 들일 수 없는 노릇이었다.

신수빈은 그녀의 억지웃음을 보고도 모르는 체했다.

*

마차는 곧 궁궐 안으로 들어섰다.

두 사람은 가마로 다시 갈아탄 후, 반 시진이 지나서야 태후의 침전에 들 수 있었다.

예를 올린 신수빈은 태후의 앉으라는 명에 자리에 앉았고 주서화는 태후의 손짓에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앉으며 평소처럼 애교 어린 소리를 냈다.

"태후마마…"

그러자 태후가 조용히 그녀에게 윤씨 저택에서의 근황을 물었다.

반면 신수빈은 조용히 주변을 살펴봤다. 태후의 침전에 모인 이들은 그들뿐만 아니라 중신가 규수들도 여럿 있었고 대부분이 전생에 익히 보았던 조정 중신가의 규수들이었다.

그러나 태후는 지난 생에 그저 먼 발치에서 한 번 본 게 다였다. 하지만 먼 발치임에도 불구하고 그날의 태후는 위엄이 하늘을 찔렀고, 감히 다가갈 수 없는 아우라가 그녀에게서 풍겨 나왔었다.

태후를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인 신수빈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들 내가 태후마마와 닮았다고 하는 데에 이유가 있었군.'

그녀조차도 닮았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다만 북방 출신의 태후 미간에는 단호함과 기백이 서려 있었고 강남에서 자란 신수빈은 오히려 여인의 부드러운 아름다움이 더해져 있었다.

태후는 올해 스물여섯에 불과했다.

선제가 붕어한 뒤, 군공이 뛰어나고 병권을 틀어쥔 이도현이 선제의 수많은 황자 중, 태후의 소생인 구황자를 제위에 올렸고, 그 뒤 수년간 그는 남북을 평정하고 천하를 안정시켰다.

세간에는 섭정왕 이도현과 황후가 본디 어릴 적 소꿉친구였으나 선황의 구애로 둘은 결코 이어지지 못했고 이도현이 목숨을 걸고 천하를 안정시킨 것도 태후와 그녀의 아들 때문이라는 얘기가 돌았었다.

전생에서 그가 낙마로 숨을 거둘 때까지 부인을 맞이하지 않았던 탓도 있었다.

그러다 문득 신수빈은 전생의 일이 떠올랐다.

'그래, 지금쯤이었지…'

혼례를 올린 지 얼마 안 된 그녀는 사당에 향을 피우러 동자 스님의 안내에 따르다가, 이도현의 별채에 발을 들인 적 있었다.

그때의 신수빈은 혼인 첫날밤에 자신과 몸을 섞은 이가 바로 눈앞의 사내라는 사실을 몰랐던 탓에 길을 잘못 들어섰다며 연신 사죄를 하며 몸을 돌리려 했지만 그가 길을 막아섰었다.

"널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다."

당황한 신수빈은 혹시라도 누가 볼까 그저 두려웠다.

"왕야께서는 어인 일로 절 찾으시는지요? 소인의 시어머니께서 아직 대전에서 절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러니 부디 길을 비켜주시길 감히 청하는 바입니다."

지금의 신수빈은 그때 이도현의 표정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가 뒷짐을 진 채 문 앞에서 커다란 몸짓으로 그녀의 앞길을 막은 것만은 기억에 남았다.

"윤서원에게 왜 시집을 간 것이냐?"

갑작스러운 질문에 신수빈은 그를 올려다봤었다.

그의 깊고 검은 눈동자에는 짙은 안개처럼 알 수 없는 감정이 어려 있어, 도무지 그 속내를 가늠할 수 없었다.

그는 그렇게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았고 신수빈은 그의 강압적인 시선에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그야 서방님을 사모하는 마음에 그와 평생을 함께하고 싶어서가 아니겠습니까."

"그자가 널 출셋길의 노리개로 여기고, 하루빨리 첩을 들이려 하는데도 그자를 사모하느냐?"

그때의 그녀는 윤서원에게 완전히 빠져있었기에, 그가 말하는 '노리개'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주서화와 관련된 일만 들어도 금세 성을 내는 그녀였기에 격분에 찬 말투로 대답했다.

"그게 왕야님과 무슨 연관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왕야께서는 천하를 걱정하시는 분이시거늘, 어찌 규방 부인들처럼 이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쓰시는 겁니까?"

섭정왕을 상대로 다소 예의에 어긋나는 발언이었으나 신수빈에게 있어선 이미 그가 섭정왕이라는 점을 고려해 최대한 분을 억누른 표현이었다.

말을 마친 그녀는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으나 이도현은 다시 한번 길을 막아섰고, 옷깃 너머로 그녀의 팔목을 붙잡았다.

"윤씨 가문에서 생활이 편치 않다면 사람을 보내 내게 알리거라. 내 너를 데리고 나올 것이니."

이도현은 신수빈이 놀라 움찔하며 몸을 떨어서야 비로소 그녀를 놓아주며 담담히 말을 이었다.

"난 자네 조부님을 비롯해 부친과도 친분이 있는 사이다. 해서, 왕부로 들어오면 천대받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신수빈은 그저 빨리 자리를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그의 무례한 말들이 그녀를 몹시 불편하고 난감하게 해서였다.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이도현의 숨결과 말투가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날 사당에서 돌아온 뒤로 그가 잡고 있던 손목에 멍이 선명하게 남은 기억만은 또렷했다. 당시엔 지나치게 긴장한 나머지 그의 손길이 그리 거셌던 것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그에게 손목을 잡혔을 뿐인데도 그녀는 마치 온몸이 묶인 듯 움직일 수 없었다.

그날 이후 그녀는 그에게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의 불편한 시선이 자신에게 닿을까 겁이나 늘 그를 피해 다녔었다.

'지난 생에 날 바라보던 그 눈빛은 역시 불순했어…'

신수빈은 과거 이도현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녀와 태후가 정말 놀랍게도 닮은 탓이었다.

그때였다.

"혹여 내게 언짢은 일이라도 있느냐?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리 내 말에 응하지 않는 것이냐?"

냉담하고 불쾌 어린 목소리가 신수빈의 과거 회상을 깨트려서야 그녀는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استمر في قراءة هذا الكتاب مجانا
امسح الكود لتنزيل التطبيق

أحدث فصل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557화

    어마원의 역병은 장안성보다 훨씬 심각했기에, 이대로 두었다가는 병이 밖으로 퍼져 나갈 것이 분명했다.얼마 후, 윤서원이 들것에 실려 밖으로 옮겨졌다.이도현은 핏기 하나 없이 누렇게 뜬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저쪽 구덩이에 던져 넣어라.”환자를 옮기던 병사는 왕야가 상황을 모르고 하는 말인 줄 알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왕야, 윤 대인께서는 아직 살아 계십니다.”이도현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그를 한 번 내려다보았다.“윤서원은 어마원에 역병이 발생한 사실을 알고도 보고하지 않았다. 또한 고의로 말의 분뇨와 썩은 시신으로 용거를 오염시켜 폐하와 황실 사람들을 해하려 했으며, 역병을 확산시켰다. 삼족을 멸할 죄다.”그 말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그들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 발버둥 치는 윤서원을 바라보며, 그제야 이번 사태의 배후가 윤서원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이번 역병으로 모두가 큰 고통을 겪었다.이제야 겨우 상황이 진정되나 싶었는데, 용거가 오염되면서 황성에 다시 역병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었다.사람들은 그를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찢어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했다.“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무슨 말인들 못 하겠습니까? 이도현... 당신이 제 아들을 빼앗고... 제...”윤서원이 힘겹게 말을 잇기도 전에, 이도현은 발끝으로 돌멩이를 걷어찼다.날아간 돌은 정확히 그의 얼굴을 강타했고, 앞니 여러 개가 그대로 부러져 나갔다.“본왕의 명을 전하라. 호국부인은 나라와 백성을 위해 힘써 왔고, 신 가는 지난해 선항족의 난과 이번 역병 사태에서 돈과 식량, 약재를 아낌없이 내놓아 국가에 큰 공을 세웠다. 이에 처가 쪽은 연좌를 면한다. 윤서원은 품행이 극도로 불량할 뿐 아니라 이제는 천인공노할 대죄까지 저질렀다. 본왕이 폐하를 대신해 뜻을 내리노니, 호국부인은 윤서원과 화이하도록 한다. 남자는 죽으면 끝이고 여자는 다시 시집갈 수 있으니, 이후 두 사람은 아무 관계도 없다.”윤서원은 입안 가득 피를 머금은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556화

    자객들은 점점 초조해졌다.그들은 사실 이도현의 실력을 지나치게 얕보고 있었다.전신이라 불리는 명성도 결국 황족이라는 신분과 손에 쥔 병력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맞서 보니 그의 무예와 내력은 상상 이상이었다.심지어 곁에 근위병이 없는 상황에도 그를 상대할 수 없었다.만약 근위병들까지 도착한다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 분명했다.결국 자객들은 이도현의 목숨을 끊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그때 휘파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곧 이도현의 호위병들이 사방에서 몰려왔다.이도현은 자객들의 눈빛에 망설임이 스치는 것을 보고, 물러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그는 이내 당당하게 외쳤다.“도망치고 싶으냐? 늦었다! 산 채로 잡아라!”호위병들이 가세하자 전세는 순식간에 뒤집혔다. 하지만 호위병들의 무예와 내력은 이도현에 미치지 못했기에, 이 자객들을 생포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윤수혁 역시 검을 들고 전투에 뛰어들었다.곁에서 지켜보던 이도현은 윤수혁의 검이 놀라울 만큼 빠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는 호위병들과 호흡을 맞춰 자객 한 명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반면 나머지 자객들은 싸우다 죽거나, 틈을 타 도망치거나,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결국 생포된 자객은 단 한 명뿐이었다.그는 곧장 이도현 앞으로 끌려왔다.호위병은 그의 복면을 벗겨 내고 목에 칼을 들이댔다.“누가 너희를 시킨 것이냐? 감히 왕야를 암살하려 하다니!”그 순간, 자객은 고개를 번쩍 들더니 입속에서 가느다란 침 하나를 쏘아 보냈다.침은 순식간에 이도현의 눈앞까지 날아왔다.“왕야, 조심하십시오!”하지만 이도현은 지금껏 수십 번도 넘는 암살을 겪어 온 사람이었다. 온갖 수법을 다 보아 온 만큼, 자객이 자신 앞으로 끌려왔을 때부터 이미 대비하고 있었다.그는 몸을 틀어 침을 피한 뒤, 순식간에 자객에게 다가가 턱관절을 빼 버렸다.“데리고 가서 장녕에게 넘기거라.”황성시로 끌려간 이상 끝까지 버텨 낸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555화

    “부인, 도련님은 고열로 인해 경련을 일으킨 것입니다. 아이를 단단히 안고 계십시오. 신이 침을 놓으면 바로 괜찮아질 것입니다.”신수빈은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태의의 시술에 협조했다.한참 뒤에야 상태가 조금 가라앉은 아이는 신수빈의 품에서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부인, 도련님은 아직 너무 어립니다. 약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데, 이렇게 고열이 계속되어서는 안 됩니다.”“어찌해야 합니까? 어떻게 해야 열을 내릴 수 있습니까?”“신도 방법이 없습니다. 약을 먹지 못하니... 어쩌면 소아 추나와 침술이 효과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강 태의께서는 아이들 추나와 침술에 능하십니다. 그분이 계신다면 혹 방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강 태의는 어디에 계십니까?”신수빈이 다급히 물었다.“강 태의께서는 폐하의 침전에 계십니다. 폐하께서도 고열이 내리지 않고 계셔서 태의원의 태의들 대부분이 그쪽으로 가 있습니다.”그 말을 들은 신수빈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동시에 서늘한 빛도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금자를 불렀다.“신 가에 가서 오라버니를 찾아라. 준우의 고열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하고, 예전에 내 병을 봐 주었던 의원을 꼭 찾아 모셔오라고 하거라. 얼른!”금자가 밖으로 나갔을 때, 마침 장풍과 마주쳤다.금자는 그를 보자마자 매섭게 한 번 흘겨보고는 그대로 지나쳐 갔다.장풍은 금자를 보는 순간 신수빈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급히 안으로 들어와 예를 올렸다.하지만 신수빈은 마치 듣지 못한 사람처럼 오직 이준우만 돌보고 있었다.장풍은 그녀의 품에 안겨 있는 아이의 쇠약한 모습을 보자 마음이 무거워졌다.왕야가 지금 자리에 없으니, 돌아오면 신수빈이 분명 노여워할 것이라 짐작한 그는 서둘러 변명하듯 말을 꺼냈다.“마마, 왕야께서는 이 기간 내내 조정 일로 몹시 바쁘셨습니다. 소인에게 왕부 사람들을 데리고 문을 걸어 잠그고 출입을 금하게 하셨고, 매일 사람을 보내 왕부의 상황을 물어보셨습니다. 오늘도 왕야께서 다른 일로 바쁘셔서 아직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554화

    태의는 왕야가 어디로 갔는지 몰랐다.그가 마지막으로 왕야를 본 곳이 황제의 침전이었기에, 섣불리 대답할 수가 없었다.“도련님과 폐하의 증상은 같습니다. 모두 고열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소인은 학식이 얕아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청하는 황제마저 역병에 걸렸다는 말을 듣자마자 얼굴에 분노가 떠올랐다.역병이 창궐한 이후 왕야는 단 한 번도 왕부로 돌아오지 않았다.이제 어린 도련님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왕야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겨우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태의 한 명만 보냈을 뿐이었다.신수빈이 목숨을 걸고 낳은 아이였다.왕야는 그 아이를 억지로 곁에 데려가 놓고는, 이렇게 돌보지도 않은 채 궁에만 머물며 황제만 지키고 있었다.청하는 유모가 이준우의 몸을 닦아 열을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아이는 괴로운지 울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참 약해져 있었다. 예전처럼 우렁차게 울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은 듯했다.청하는 가슴이 미어졌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울음을 억누른 채 밖으로 뛰쳐나갔다.지금 이준우가 병에 걸린 이상, 왕부의 출입 금지도 풀린 상태였다.청하는 뒷문으로 나가 곧장 신가를 향해 달렸다.걸음을 재촉하며 그녀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마마가 도련님을 자신에게 맡겼는데, 만약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자신 역시 살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길을 가던 중 청하는 소경과 마주쳤다.소경은 그녀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급히 길을 막아섰다.“청하, 무슨 일이야?”청하는 소경을 보자 눈물이 더욱 터져 나왔다.그동안 왕부의 금지령 때문에 반달 넘게 얼굴도 보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막막하고 의지할 곳 없던 순간 그를 만나자 목이 메기 시작했다.“도련님께서 병에 걸리셨습니다. 고열이 계속되는데 태의들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어요. 저는 얼른 신가로 가야 합니다. 누군가는 마마께 이 사실을 알려야 해요.”소경은 손을 들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지금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553화

    “성 안의 역병은 이미 통제되었습니다. 왕부 역시 안에서는 나갈 수만 있고 들어올 수는 없게 막아 두었던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매일 왕야께 안부를 전하러 나갔던 하인들 역시 밖으로 나간 뒤에는 격리되어, 더 이상 왕부로 돌아오지 못하게 했었다.“허락 없이 밖에 나간 사람이 있었던 건 아니냐?”청하는 유모 품에 안긴 이준우를 바라보았다.고열에 시달리는 아이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그 모습을 본 청하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가득 맺혔다.“저도 모르겠습니다. 성이 봉쇄된 뒤로 저희는 줄곧 이 뜰 안에만 있었고, 단 한 번도 밖에 나간 적이 없습니다.”장풍은 손을 뻗어 이준우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뜨겁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열이 높았다.고열 때문인지 아이는 눈을 감은 채 잠든 듯하면서도 잠들지 못했고, 깨어 있는 듯하면서도 의식이 흐릿했다.평소 사람만 보면 방긋방긋 웃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지금 당장 왕야께 알려야겠다.”장풍은 곧바로 왕야를 찾으러 근정전으로 향했다.하지만 다급히 왕야를 뵙겠다고 하자, 내관이 먼저 입을 열었다.“좌시위 대인, 폐하께서 병을 얻으셔서 고열이 계속되고 계십니다. 왕야께서는 폐하의 침전으로 가셨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급한 일이시라면 제가 대신 가서 전해 드리겠습니다.”“수고를 끼치겠습니다.”그 내관은 궁 안에서 이도현의 심복으로 통하는 인물이었다.혹여 섭정왕의 일을 지체시킬까 염려한 그는 곧장 황제의 침전으로 향했다.하지만 도착했을 때, 이도현은 그곳에 없었다. 대신 진하빈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그녀는 이도현 곁의 내관이 찾아온 것을 보고 말했다.“폐하께서 병을 얻으셨는데, 궁의 어의들도 속수무책인 상황입니다. 왕야께서 몹시 마음을 태우고 계셨지요. 저도 왕야께서 어디로 가셨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마 병을 고칠 방법을 찾으러 가신 것 같습니다.”“왕야께서는 언제 돌아오신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아니요. 다만 저희에게 폐하를 잘 보살피라고만 하셨습니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552화

    이도현이 어린 황제의 침전에서 나왔을 때, 하늘은 잔뜩 흐려져 있었고 금방이라도 비바람이 몰아칠 듯했다.근정전으로 돌아가던 그는 오늘 왕부에서 아직 아무런 소식도 전해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근정전에 도착하면 내관을 보내 상황을 알아보게 하려고 생각했던 차에, 윤수혁이 급히 찾아왔다.“왕야, 황성에 역병이 번진 근원을 찾아냈습니다.”“어디냐?”“용거 수원지입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이도현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장안성은 여덟 갈래 물줄기가 둘러싸고 있어 물이 부족할 일이 없었다. 그러나 황실에서 사용하는 물은 일반 백성들과 달랐다.선황이 이곳에 도읍을 세운 뒤, 황형이 재위하던 십 년 동안 황성의 시설을 더욱 정비하면서 황실 전용 수로를 하나 만들었다.산골짜기의 샘물을 끌어와 별도의 수로를 통해 황성으로 공급했는데, 이를 용거라 불렀다.혹시라도 누군가 수로에 손을 쓸까 염려해 용거는 밤낮으로 엄중히 지켜졌다.“가 보자.”이도현은 윤수혁과 함께 용거 수원지로 향했다.하지만 최근 역병 사태로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수비는 눈에 띄게 허술해져 있었다.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마침 교대 시간이라 자리를 지키는 병사는 단 한 명뿐이었다. 물어보니 이곳을 지키던 병사들 역시 모두 병에 걸린 상태라고 했다.윤수혁이 상류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저는 저곳에서 대량의 동물 분뇨가 쌓여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마 수원이 오염된 원인인 듯합니다.”“올라가 보자.”두 사람은 곧장 상류로 향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수원지 아래로 이어지는 수로 곳곳에 동물 분뇨가 무더기로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이도현은 한눈에 그것이 말똥임을 알아보았다.전장을 누비는 사람으로서 평생 말을 상대해 왔으니 모를 리 없었다.이곳은 용거 수원지였다. 늘 사람이 지키는 곳인 만큼 누군가 말을 방목할 리도 없었다.황실의 어마원 역시 뒷산에 있을 뿐, 이 수로의 유역과는 전혀 관계없는 곳이었다.그런데도 이곳에 말똥이 나타났다는 건, 누군가 고의로 가져다 놓았다는

فصول أخرى
استكشاف وقراءة روايات جيدة مجانية
الوصول المجاني إلى عدد كبير من الروايات الجيدة على تطبيق GoodNovel. تنزيل الكتب التي تحبها وقراءتها كلما وأينما أردت
اقرأ الكتب مجانا في التطبيق
امسح الكود للقراءة على التطبيق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