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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Author: 정대천
시끌벅적한 소란 소리에 밖으로 나온 서씨 부인은 화가 난 나머지 가슴이 아팠다.

그 모습에 신수빈이 재빨리 서씨 부인을 부축해 안채로 들어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상댁이 들어와 아뢰었다.

"마님, 서화 부인께서 태기(胎氣)를 상해 도련님께서 서상원으로 모시고 가셨고 데려온 낭자는 머리를 다쳐 마당에 쓰러져 있습니다."

머리가 깨질 듯 아픈 서씨 부인은 속으로 주서화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정실부인이 첩을 들이는 걸 허락한 마당에 첩 주제에 소란을 피워 온 집안을 웃음거리로 만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주서화는 태후의 사람인지라 그녀를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머님, 진정하십시오. 서화는 무사할 것입니다. 제가 사람을 보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서화가 저 낭자를 이리도 싫어하니 저 아이도 이만 내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서씨 부인은 원래 상인가 출신인 신수빈을 못마땅히 여겼지만 오늘 주서화의 행동으로 인해 오히려 주서화가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했다.

게다가 주서화는 회임한 몸인지라 윤서원의 시중을 드는 사람이 없었고 주서화가 아이를 낳을 때까지 윤서원더러 마냥 참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니다. 그 아이를 뒤편의 채향원에 머물게 하거라."

그러다 마음에 걸리는 게 있는 듯 한숨을 쉬며 다시 말을 이었다.

"첩으로 들이는 일은 당분간 미뤄두고 우선 여기서 지내게 하자구나."

알겠다며 자리를 벗어난 신수빈은 속으로 냉소를 터트렸다.

서씨 부인이 이런 결정을 내린 건 태후가 두려워서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지만 뭐가 됐든 유이연을 이 집에 머물게 하면 그만이었다.

섭정왕 저택.

하인의 보고를 들으며 검을 닦고 있던 이도현의 손이 멈칫했다.

"신씨 가문에서 데려온 아이라 했느냐?"

"예, 그렇사옵니다. 그 여인은 신씨 가문의 큰 도련님께서 사 온 여인으로 일부러 윤서원의 곁에 머물게 한 것 같습니다."

이도현이 계속하라는 손짓을 보냈다.

"평양 후부는 한바탕 떠들썩했고 서화 군주께서는 수시로 평양후 마님의 채로 찾아가 울분을 토한다 합니다. 다만 평양후 마님은 태후마마의 심기를 건드릴 까 두려워 아직 그 여인에게 명분은 주지 않았고 그저 앓아 누웠다합니다. 이 일로 평양후 마님은 서화 군주의 시기 어린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저택 내 모든 살림을 윤서원의 부인에게 넘겨 지금 평양 후부는 그 댁 작은 마님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화 군주께서 이번에 큰 소란을 피운 탓에 지금 군주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습니다."

이도현은 보고의 주제가 주서화로 넘어가자 미간을 찌푸렸다.

"신씨에 대해서만 말하거라."

집사는 잠시 멈칫했다. 평양 후부 내의 동태를 살피라기에 그는 당연히 시집 간 주서화가 걱정돼서 지시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댁 작은 마님 때문이었다니...'

"그 댁 작은 마님은 이제 막 살림을 맡았고 어린 나이에 내세울 만한 친정도 아닌 데다 서화 군주가 첩실로 있어 다스리기 힘든 모양인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다만..."

이도현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흘겨보자 집사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그 댁 작은 마님의 몸종이 요즘 따라 약재를 사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주변을 살피는 것이 아마 남몰래 구하는 듯합니다."

"어디에 쓰이는 약재더냐?"

"음양곽, 육종용, 파극천 같은 정기를 돕는 약재입니다."

여인이 그런 약을 구한다는 건 지아비에게 먹이려는 것이 분명했다.

이도현은 비굴하게 자신에게 관직을 구걸하는 윤서원의 모습을 생각하니 콧방귀가 절로 나왔다.

"한심한 것."

비웃음이 가득 담긴 그의 눈동자만 봐도 집사는 그가 윤서원을 아니꼽게 여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약재 외에도 몸종이 다른 약방에 들러 처방전을 구하길래 의원에게 여쭤보니 태를 지키는 처방이라 하더이다."

그 말에 이도현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 집사를 바라봤다. 검에 손이 베였는데도 전혀 느끼지 못한 모습이었다.

"태라고 했느냐?"

높아진 언성에 집사는 흠칫 놀랐다.

"예. 소인도 그게 의문입니다. 윤서원의 몸이 좋지 않아 남몰래 정기에 좋은 약재를 구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태에 좋은 약은 도통 이해가 가질 않더이다. 윤서원의 자식이라면 저택의 의원에게 시키면 그만이거늘 왜 그리 은밀히 구하는 건지..."

"물러가라."

그의 명에 집사가 물러가자 이도현은 눈썹을 찌푸리며 그날의 장면을 떠올렸다.

그날 밤 그는 여러 번 그녀를 탐했고 그가 자리를 뜰 때 신수빈은 정신이 온전치 않은 상황이라 약을 먹으라는 당부를 하지 않았었다.

'윤서원이 설마 제 부인을 내게 보내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의 마음속 의심은 싹을 트기 시작했고 그는 이 일을 명확히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양 후부.

청하가 약을 탁자에 놓고 등불을 신수빈에게로 옮기며 조용히 속삭였다.

"아씨, 밤이 깊었으니 어서 약을 드시고 쉬시지요. 복중에 태를 생각해서라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 말에 신수빈은 알겠다며 장부를 덮어 내려놓았다.

"이제 이 장부들만 정리하면 되겠구나."

탕약을 받아 마신 신수빈은 청하의 시중을 받아 씻고 침상에 누웠으나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해 아랫배를 살며시 어루만졌다.

배가 살짝 불렀지만 옷을 입으면 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도 최대한 헐렁한 옷을 입고 있는데 하루하루 불러올 배를 감추기엔 역부족이었고 감춘다 해도 최대 다섯 달까지였다.

'서둘러 움직여야겠어.'

이런 생각에 몸을 뒤척이던 그때, 순간 평소와 다른 불안감이 그녀를 엄습해 왔다.

마치 어둠 속에 숨어 그녀를 노리고 있던 야수가 언제든지 달려들어 갈기갈기 찢을 것만 같은 위협감이었다.

이상한 기분에 천천히 눈을 뜬 신수빈이 마주한 건 침상 머리맡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소리를 지르려던 그때,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귀신같이 달려와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고 신수빈은 본능적으로 베개 밑에 숨겨둔 비수를 꺼내 그에게 휘둘렀다.

이도현은 여인의 침상에 비수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탓에 미처 피할 수도 없어 그저 손으로 칼날을 잡아 그녀에게서 비수를 뺏을 수밖에 없었다.

크게 힘을 들이지 않았음에도 비수는 손쉽게 신수빈의 손에서 벗어났다.

"나다."

사실, 그가 입을 막으러 다가온 순간 신수빈은 이도현임을 알아챘었다.

지난번 궐에서 그에게서 풍기는 냉목향을 맡았었으니.

그럼에도 한을 풀 생각으로 그에게 비수를 휘두른 것이다.

아쉽게도 더 큰 고통은 안겨주지 못했지만.

이토록 어두운 상황에서도 눈썰미가 좋은 이도현은 분노로 이글거리는 그녀의 눈빛을 보아냈다.

"소리 지르고 싶거든 난 상관없다. 네 명예에 누가 되지 않는다면 말이야."

불청객이 이도현임을 안 상황에서 신수빈은 소리 지를 생각이 없었다. 다만 회임한 뒤로 더위를 많이 탔기에 그녀는 얇은 비단옷만 걸치고 있었다. 심지어 그가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지라 극도의 불안감을 느낄 뿐이었다.

다행히 이도현이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고 그녀는 태연한 척 얇은 이불로 몸을 가렸다.

이도현은 그런 그녀의 행동을 눈치챘지만 그저 못 본 척하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서 제 면수가 되기로 마음 굳히신 겁니까?"

그러나 먼저 침묵을 깬 사람은 신수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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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인사가 하나도 없네 하나같이 가볍고 무례하며 천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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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4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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