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有

제9화

作者: 정대천
시끌벅적한 소란 소리에 밖으로 나온 서씨 부인은 화가 난 나머지 가슴이 아팠다.

그 모습에 신수빈이 재빨리 서씨 부인을 부축해 안채로 들어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상댁이 들어와 아뢰었다.

"마님, 서화 부인께서 태기(胎氣)를 상해 도련님께서 서상원으로 모시고 가셨고 데려온 낭자는 머리를 다쳐 마당에 쓰러져 있습니다."

머리가 깨질 듯 아픈 서씨 부인은 속으로 주서화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정실부인이 첩을 들이는 걸 허락한 마당에 첩 주제에 소란을 피워 온 집안을 웃음거리로 만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주서화는 태후의 사람인지라 그녀를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머님, 진정하십시오. 서화는 무사할 것입니다. 제가 사람을 보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서화가 저 낭자를 이리도 싫어하니 저 아이도 이만 내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서씨 부인은 원래 상인가 출신인 신수빈을 못마땅히 여겼지만 오늘 주서화의 행동으로 인해 오히려 주서화가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했다.

게다가 주서화는 회임한 몸인지라 윤서원의 시중을 드는 사람이 없었고 주서화가 아이를 낳을 때까지 윤서원더러 마냥 참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니다. 그 아이를 뒤편의 채향원에 머물게 하거라."

그러다 마음에 걸리는 게 있는 듯 한숨을 쉬며 다시 말을 이었다.

"첩으로 들이는 일은 당분간 미뤄두고 우선 여기서 지내게 하자구나."

알겠다며 자리를 벗어난 신수빈은 속으로 냉소를 터트렸다.

서씨 부인이 이런 결정을 내린 건 태후가 두려워서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지만 뭐가 됐든 유이연을 이 집에 머물게 하면 그만이었다.

섭정왕 저택.

하인의 보고를 들으며 검을 닦고 있던 이도현의 손이 멈칫했다.

"신씨 가문에서 데려온 아이라 했느냐?"

"예, 그렇사옵니다. 그 여인은 신씨 가문의 큰 도련님께서 사 온 여인으로 일부러 윤서원의 곁에 머물게 한 것 같습니다."

이도현이 계속하라는 손짓을 보냈다.

"평양 후부는 한바탕 떠들썩했고 서화 군주께서는 수시로 평양후 마님의 채로 찾아가 울분을 토한다 합니다. 다만 평양후 마님은 태후마마의 심기를 건드릴 까 두려워 아직 그 여인에게 명분은 주지 않았고 그저 앓아 누웠다합니다. 이 일로 평양후 마님은 서화 군주의 시기 어린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저택 내 모든 살림을 윤서원의 부인에게 넘겨 지금 평양 후부는 그 댁 작은 마님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화 군주께서 이번에 큰 소란을 피운 탓에 지금 군주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습니다."

이도현은 보고의 주제가 주서화로 넘어가자 미간을 찌푸렸다.

"신씨에 대해서만 말하거라."

집사는 잠시 멈칫했다. 평양 후부 내의 동태를 살피라기에 그는 당연히 시집 간 주서화가 걱정돼서 지시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댁 작은 마님 때문이었다니...'

"그 댁 작은 마님은 이제 막 살림을 맡았고 어린 나이에 내세울 만한 친정도 아닌 데다 서화 군주가 첩실로 있어 다스리기 힘든 모양인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다만..."

이도현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흘겨보자 집사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그 댁 작은 마님의 몸종이 요즘 따라 약재를 사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주변을 살피는 것이 아마 남몰래 구하는 듯합니다."

"어디에 쓰이는 약재더냐?"

"음양곽, 육종용, 파극천 같은 정기를 돕는 약재입니다."

여인이 그런 약을 구한다는 건 지아비에게 먹이려는 것이 분명했다.

이도현은 비굴하게 자신에게 관직을 구걸하는 윤서원의 모습을 생각하니 콧방귀가 절로 나왔다.

"한심한 것."

비웃음이 가득 담긴 그의 눈동자만 봐도 집사는 그가 윤서원을 아니꼽게 여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약재 외에도 몸종이 다른 약방에 들러 처방전을 구하길래 의원에게 여쭤보니 태를 지키는 처방이라 하더이다."

그 말에 이도현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 집사를 바라봤다. 검에 손이 베였는데도 전혀 느끼지 못한 모습이었다.

"태라고 했느냐?"

높아진 언성에 집사는 흠칫 놀랐다.

"예. 소인도 그게 의문입니다. 윤서원의 몸이 좋지 않아 남몰래 정기에 좋은 약재를 구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태에 좋은 약은 도통 이해가 가질 않더이다. 윤서원의 자식이라면 저택의 의원에게 시키면 그만이거늘 왜 그리 은밀히 구하는 건지..."

"물러가라."

그의 명에 집사가 물러가자 이도현은 눈썹을 찌푸리며 그날의 장면을 떠올렸다.

그날 밤 그는 여러 번 그녀를 탐했고 그가 자리를 뜰 때 신수빈은 정신이 온전치 않은 상황이라 약을 먹으라는 당부를 하지 않았었다.

'윤서원이 설마 제 부인을 내게 보내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의 마음속 의심은 싹을 트기 시작했고 그는 이 일을 명확히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양 후부.

청하가 약을 탁자에 놓고 등불을 신수빈에게로 옮기며 조용히 속삭였다.

"아씨, 밤이 깊었으니 어서 약을 드시고 쉬시지요. 복중에 태를 생각해서라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 말에 신수빈은 알겠다며 장부를 덮어 내려놓았다.

"이제 이 장부들만 정리하면 되겠구나."

탕약을 받아 마신 신수빈은 청하의 시중을 받아 씻고 침상에 누웠으나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해 아랫배를 살며시 어루만졌다.

배가 살짝 불렀지만 옷을 입으면 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도 최대한 헐렁한 옷을 입고 있는데 하루하루 불러올 배를 감추기엔 역부족이었고 감춘다 해도 최대 다섯 달까지였다.

'서둘러 움직여야겠어.'

이런 생각에 몸을 뒤척이던 그때, 순간 평소와 다른 불안감이 그녀를 엄습해 왔다.

마치 어둠 속에 숨어 그녀를 노리고 있던 야수가 언제든지 달려들어 갈기갈기 찢을 것만 같은 위협감이었다.

이상한 기분에 천천히 눈을 뜬 신수빈이 마주한 건 침상 머리맡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소리를 지르려던 그때,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귀신같이 달려와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고 신수빈은 본능적으로 베개 밑에 숨겨둔 비수를 꺼내 그에게 휘둘렀다.

이도현은 여인의 침상에 비수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탓에 미처 피할 수도 없어 그저 손으로 칼날을 잡아 그녀에게서 비수를 뺏을 수밖에 없었다.

크게 힘을 들이지 않았음에도 비수는 손쉽게 신수빈의 손에서 벗어났다.

"나다."

사실, 그가 입을 막으러 다가온 순간 신수빈은 이도현임을 알아챘었다.

지난번 궐에서 그에게서 풍기는 냉목향을 맡았었으니.

그럼에도 한을 풀 생각으로 그에게 비수를 휘두른 것이다.

아쉽게도 더 큰 고통은 안겨주지 못했지만.

이토록 어두운 상황에서도 눈썰미가 좋은 이도현은 분노로 이글거리는 그녀의 눈빛을 보아냈다.

"소리 지르고 싶거든 난 상관없다. 네 명예에 누가 되지 않는다면 말이야."

불청객이 이도현임을 안 상황에서 신수빈은 소리 지를 생각이 없었다. 다만 회임한 뒤로 더위를 많이 탔기에 그녀는 얇은 비단옷만 걸치고 있었다. 심지어 그가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지라 극도의 불안감을 느낄 뿐이었다.

다행히 이도현이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고 그녀는 태연한 척 얇은 이불로 몸을 가렸다.

이도현은 그런 그녀의 행동을 눈치챘지만 그저 못 본 척하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서 제 면수가 되기로 마음 굳히신 겁니까?"

그러나 먼저 침묵을 깬 사람은 신수빈이었다.
この本を無料で読み続ける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をダウンロード
コメント (1)
goodnovel comment avatar
today
매력적인 인사가 하나도 없네 하나같이 가볍고 무례하며 천박함
すべてのコメントを表示

最新チャプター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553화

    “성 안의 역병은 이미 통제되었습니다. 왕부 역시 안에서는 나갈 수만 있고 들어올 수는 없게 막아 두었던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매일 왕야께 안부를 전하러 나갔던 하인들 역시 밖으로 나간 뒤에는 격리되어, 더 이상 왕부로 돌아오지 못하게 했었다.“허락 없이 밖에 나간 사람이 있었던 건 아니냐?”청하는 유모 품에 안긴 이준우를 바라보았다.고열에 시달리는 아이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그 모습을 본 청하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가득 맺혔다.“저도 모르겠습니다. 성이 봉쇄된 뒤로 저희는 줄곧 이 뜰 안에만 있었고, 단 한 번도 밖에 나간 적이 없습니다.”장풍은 손을 뻗어 이준우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뜨겁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열이 높았다.고열 때문인지 아이는 눈을 감은 채 잠든 듯하면서도 잠들지 못했고, 깨어 있는 듯하면서도 의식이 흐릿했다.평소 사람만 보면 방긋방긋 웃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지금 당장 왕야께 알려야겠다.”장풍은 곧바로 왕야를 찾으러 근정전으로 향했다.하지만 다급히 왕야를 뵙겠다고 하자, 내관이 먼저 입을 열었다.“좌시위 대인, 폐하께서 병을 얻으셔서 고열이 계속되고 계십니다. 왕야께서는 폐하의 침전으로 가셨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급한 일이시라면 제가 대신 가서 전해 드리겠습니다.”“수고를 끼치겠습니다.”그 내관은 궁 안에서 이도현의 심복으로 통하는 인물이었다.혹여 섭정왕의 일을 지체시킬까 염려한 그는 곧장 황제의 침전으로 향했다.하지만 도착했을 때, 이도현은 그곳에 없었다. 대신 진하빈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그녀는 이도현 곁의 내관이 찾아온 것을 보고 말했다.“폐하께서 병을 얻으셨는데, 궁의 어의들도 속수무책인 상황입니다. 왕야께서 몹시 마음을 태우고 계셨지요. 저도 왕야께서 어디로 가셨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마 병을 고칠 방법을 찾으러 가신 것 같습니다.”“왕야께서는 언제 돌아오신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아니요. 다만 저희에게 폐하를 잘 보살피라고만 하셨습니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552화

    이도현이 어린 황제의 침전에서 나왔을 때, 하늘은 잔뜩 흐려져 있었고 금방이라도 비바람이 몰아칠 듯했다.근정전으로 돌아가던 그는 오늘 왕부에서 아직 아무런 소식도 전해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근정전에 도착하면 내관을 보내 상황을 알아보게 하려고 생각했던 차에, 윤수혁이 급히 찾아왔다.“왕야, 황성에 역병이 번진 근원을 찾아냈습니다.”“어디냐?”“용거 수원지입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이도현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장안성은 여덟 갈래 물줄기가 둘러싸고 있어 물이 부족할 일이 없었다. 그러나 황실에서 사용하는 물은 일반 백성들과 달랐다.선황이 이곳에 도읍을 세운 뒤, 황형이 재위하던 십 년 동안 황성의 시설을 더욱 정비하면서 황실 전용 수로를 하나 만들었다.산골짜기의 샘물을 끌어와 별도의 수로를 통해 황성으로 공급했는데, 이를 용거라 불렀다.혹시라도 누군가 수로에 손을 쓸까 염려해 용거는 밤낮으로 엄중히 지켜졌다.“가 보자.”이도현은 윤수혁과 함께 용거 수원지로 향했다.하지만 최근 역병 사태로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수비는 눈에 띄게 허술해져 있었다.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마침 교대 시간이라 자리를 지키는 병사는 단 한 명뿐이었다. 물어보니 이곳을 지키던 병사들 역시 모두 병에 걸린 상태라고 했다.윤수혁이 상류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저는 저곳에서 대량의 동물 분뇨가 쌓여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마 수원이 오염된 원인인 듯합니다.”“올라가 보자.”두 사람은 곧장 상류로 향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수원지 아래로 이어지는 수로 곳곳에 동물 분뇨가 무더기로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이도현은 한눈에 그것이 말똥임을 알아보았다.전장을 누비는 사람으로서 평생 말을 상대해 왔으니 모를 리 없었다.이곳은 용거 수원지였다. 늘 사람이 지키는 곳인 만큼 누군가 말을 방목할 리도 없었다.황실의 어마원 역시 뒷산에 있을 뿐, 이 수로의 유역과는 전혀 관계없는 곳이었다.그런데도 이곳에 말똥이 나타났다는 건, 누군가 고의로 가져다 놓았다는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551화

    그러다 황제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더는 병든 척을 이어 갈 수 없었던 그녀는 곧장 황제를 보러 가겠다며 나섰다.하지만 진하빈과 황 상궁이 필사적으로 그녀를 막아섰다.“태후 마마, 부디 신중히 생각하셔야 합니다. 지금쯤 왕야께서도 폐하 곁에 계실 터입니다. 이때 태후 마마께서 모습을 드러내신다면, 그동안 병을 가장해 오셨다는 사실을 왕야께서 반드시 알아차리실 것입니다.”“그래도 가야 한다! 어쩌면 내 아들을 해친 것도 그 사람일지 모른다. 스스로 황위를 차지하려는 속셈 아니겠느냐! 내가 분명히 말해 두마. 어림도 없다. 설령 내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선황께는 아직 황자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 사람 차례는 절대 오지 않을 것이다!”태후는 거의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몸부림치며 밖으로 나가려 했다.그때 진하빈이 태후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간절히 청했다.“태후 마마, 소인을 믿어 주신다면 저를 보내 주십시오. 제가 폐하를 곁에서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반드시 폐하를 무사히 지켜 내겠습니다!”태후는 진하빈을 바라보았다.진하빈이 어떤 경위로 궁에 들어왔는지, 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그래서 태후는 그녀가 자신과 한마음이라고는 믿지 못했다.태후의 의중을 읽은 듯 진하빈이 서둘러 말했다.“태후 마마, 소인은 책사 어르신의 사람입니다. 지난번 궁에 들어오셨을 때 책사 어르신께서 약 한 병을 주시며, 폐하께 위급한 일이 생기면 쓰라고 하셨습니다.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이제야 알겠습니다. 분명 폐하께 이런 액운이 닥칠 것을 미리 내다보시고 약을 남겨 두신 것입니다.”그 말에 태후의 눈이 커졌다.“정말이더냐?”“태후 마마께서 소인을 믿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헌데 책사 어르신은 믿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말을 마친 진하빈은 늘 지니고 다니던 약병을 공손히 바쳤다.태후는 그 약병을 바라보다가 조금씩 마음을 가라앉혔다.지금 자신이 가 봐야 달라질 것은 없었다.오히려 진하빈이 가면 황제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었다.“좋다. 내가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550화

    “그건 황성시가 일을 소홀히 한 탓이지, 아주버님 잘못은 아닙니다.”신수빈이 그렇게 말하자, 윤수혁은 그녀의 미간에 어린 근심을 바라보다가 몇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제가 그 사람을 호국사에서 데려와 경성으로 호송하던 중이었습니다. 마차 안에서 한 차례 잠깐 눈을 뜬 적이 있었습니다. 다만 머리를 크게 다친 탓에 오래 의식을 유지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그때 한마디를 남겼는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계속 마음에 걸립니다.”“무슨 말을 했나요?”신수빈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목소리마저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다.그녀는 면포로 입과 코를 가리고 있었지만, 오히려 밖으로 드러난 눈매는 더욱 선명하고 아름다웠다. 빛나는 듯 생동감 있는 그 눈빛에 윤수혁은 시선을 떼지 못했다.“글쎄요... ‘산속에 병이 있다’는 말인지, 아니면 ‘산속에 병사가 있다’는 말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대충 그런 느낌이었습니다.”신수빈의 눈동자가 순간 크게 흔들렸다.윤수혁은 그녀의 길고 고운 속눈썹이 나비 날개처럼 가늘게 떨리는 것을 보았다.그 아름다운 눈동자에 스친 놀라움의 빛은 보는 이의 심장까지 울릴 만큼 선명했다.그는 그 찰나의 모습을 거의 탐하듯 바라보다가 더는 바라볼 수가 없어, 그녀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조용히 한 걸음 물러섰다.신수빈은 생각하면 할수록 그 말이 ‘산속에 병사가 있다’는 뜻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그렇지 않고서야 장씨 가문이 그토록 많은 돈을 모을 이유가 없었다.“장씨 가문이 병사를 기르고 있었군요. 사병을 말이에요.”윤수혁 역시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곧바로 미간이 깊게 좁혀졌다.“만약 사실이라면 즉시 왕야께 알려야 합니다.”신수빈은 눈을 내리깔았다.이도현처럼 총명한 사람이 장한월이 아들을 죽인 이유를 모를 리 없었다.그것이 자신의 죄를 감추고 남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기 위한 수작이라는 사실도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끝내 못 본 척하며 장한월을 감싸 주었다. 그만큼 장씨 가문이 그의 마음속에서 차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549화

    왕부는 무사했고, 아이도 무사했으며, 그 역시 무사했다.신수빈은 매일 편지를 받아서 볼 때, 비로소 하루 중 가장 큰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내관에게서 윤수혁이 남쪽에서 약재를 운송하자는 계책을 내놓았고, 이도현이 그 기회를 이용해 소문을 퍼뜨려 장안 인근의 약값을 폭락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마음 깊은 곳에서 말할 수 없는 위안이 밀려왔다.이도현은 현명한 군주감이었고, 윤수혁은 재능 있는 인재였다.이런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있으니, 그것이야말로 나라의 엄청난 복이었다.원래 호국사로 약을 운반하던 장수가 역병에 걸리는 바람에, 이후부터는 윤수혁이 직접 약재 수송을 맡게 되었다.그는 사람들을 이끌고 약재를 호송해 호국사까지 왔다.십여 걸음 거리를 둔 채, 윤수혁은 신수빈에게 성 안의 상황을 전해 주었다.“지금은 백성들의 상태가 차츰 나아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매일 사망자가 나오긴 하지만, 며칠 전과 비교하면 훨씬 나아졌습니다. 왕야께서 선견지명 있게 대처하신 덕분에 장안 백성들이 큰 화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역병이 통제되고 있다는 것.그보다 반가운 소식은 없었다.“왕야께서 현명하신 건 사실이지만, 아주버님과 예왕, 그리고 여러 장수와 관리들 또한 큰 공을 세우셨습니다. 특히 아주버님의 공이 가장 크지요.”“과찬이십니다. 저는 그저 왕야의 명을 따랐을 뿐입니다.”윤수혁은 겸손하게 대답했다. 그러다 최근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감탄하듯 말했다.“왕야께서는 정말 결단력이 대단하십니다. 이번에도 그 몇몇 사족들이 제멋대로 날뛰다가 크게 혼이 났습니다. 지금도 그 집들 대문 앞에는 시체가 매달려 있어 감히 밖으로 나서지도 못하고 있습니다.”신수빈은 그 이야기를 듣고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남의 비난 따위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필요하다면 무슨 일이든 해냈다.하지만 그 사족들 역시 혼이 나도 싸긴 했다.역병이 창궐해 사람 목숨이 오가는 와중에도 감히 그런 일에 끼어들었으니.이도현

  • 부디, 그 허리를 굽히소서   제548화

    장안성 안에서는 곧 새로운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조정이 역병이 본격적으로 번지기 전부터 이미 남쪽 지방에서 대량의 약재를 사들여 두었으며, 지금 그 약들이 수로를 따라 장안으로 운송되고 있다는 것이었다.머지않아 장안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사약감 역시 일부러 소문을 흘렸다.사약감에는 아직 장안 백성 전체가 사용할 만큼의 약재가 남아 있으며, 앞으로 닷새는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그리고 닷새 뒤면 남쪽에서 운송된 약재도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그 소식이 퍼지자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약값은 하나둘 내려가기 시작했다.하지만 처음부터 지나치게 비싸게 팔았던 탓에, 값을 내린 뒤에도 선뜻 사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장한월은 부하에게서 보고를 받았다.그들이 풀어 놓은 약재상들이 연일 아우성을 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약재는 창고에 산더미처럼 쌓여 가는데, 조정의 약이 장안에 들어오기만 하면 그들의 물건은 더더욱 팔리지 않을 것이었다.약재는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물건도 아니었다. 지금 처분하지 못하면 고스란히 손해로 남게 된다.장한월은 곧장 사람을 보내 책사를 불러들였다.그날 밤, 책사가 장부에 도착했다.“그대는 이 약재로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했네. 그래야 산속의 병사들을 먹여 살릴 은자도 마련할 수 있다고 했고. 헌데 이제 조정의 약이 곧 장안에 들어온다면 이 약들은 전부 내가 떠안게 생긴 것 아닌가?”책사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저 역시 이도현이 처음부터 남쪽에서 약재를 사들일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조정의 약이 들어오기 전에 최대한 싼값에 모두 처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자금 문제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진수민이 아직 우리 손안에 있으니 다른 돈줄도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습니다.”장한월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이도현은 그렇게 만만한 인물이 아니네. 예전에 군영에 있을 때도 그가 아끼던 장수가 술 때문에 군기를 그르쳤다는 이유로 목이 날아갔지. 수많은 사람이 목숨만은 살려 달라고 청했지만, 그는 망

続きを読む
無料で面白い小説を探して読んでみましょう
GoodNovel アプリで人気小説に無料で!お好きな本をダウンロードして、いつでもどこでも読みましょう!
アプリで無料で本を読む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で読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