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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6화

Author: 송진
계획에 변수가 생기면서 박한빈은 해청시에 며칠 더 머물 수밖에 없었지만 성유리는 하늘이가 걱정되어 결국 성노을만 데리고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떠나기 전날, 그녀는 설윤지와 함께 식사했다.

그때는 박한빈이 이미 본격적으로 일에 뛰어든 상태였고 상황이 눈에 띄게 명확해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설윤지의 표정도 한결 밝았고 식사 자리에서 그녀는 성유리에게 정중하게 고맙다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성유리는 사실 진실을 알려줄까 고민했었다.

어찌 됐든, 설윤지라면 그 모든 사정을 알 자격이 있다고 늘 생각해 왔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눈을 마주친 순간, 끝내 하려던 말을 삼키고 말았다.

노수호의 몸 상태가 이미 눈에 띄게 악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항암치료는 더 이상 효과가 없었고 수술 조건도 충족되지 않았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만약 설윤지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할까?

아마 후회하고 자책할 거라고 생각했고 설윤지의 인생에는 지워지지 않을 상처가 깊게 새겨질 거라 믿었다.

노수호는 그걸 원치 않았고 오히려 설윤지가 끝까지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랐다.

비록 곁에 더는 자신이 없더라도, 설령 자신을 원망하게 되더라도, 그것이 차라리 낫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건 노수호의 선택이었고 결국 두 사람 사이의 문제였다.

그러니 성유리가 끼어들 수 있는 영역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비밀을 가슴에 묻은 채 금성으로 돌아왔다.

하늘이는 한동안 성유리를 보지 못했었기에 학교에서 나오는 순간, 마구 뛰어오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성유리 또한 허리를 굽혀 아이를 안아 올렸다.

“엄마 많이 보고 싶었어?”

하늘이는 그녀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러자 성유리도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지냈어?”

“응, 나 요즘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있어.”

“잘했네. 집에 가면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줄까?”

“응! 나 갈비찜 먹고 싶어.”

“좋아.”

성유리는 다정하게 대답하며 아이와 함께 차로 향했다.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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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465화

    “뭐 하는 거야? 오빠, 손 안 놔? 방금 다 들었잖아? 저 천한 여자가 감히 나한테 이런 말을...”“그만해.”노수호는 여전히 노미혜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쥔 채 낮게 말했다.그때 박한빈이 성유리와 성노을을 자기 쪽으로 부드럽게 끌어당겼다.그는 넓은 어깨로 순식간에 두 모자와 싸움이 벌어지는 현장을 완전히 분리시켰다.설윤지는 소란을 굳이 바라보지 않고 대신 성유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아니, 정확히는 잠시 박한빈을 스쳐본 뒤 곧바로 성유리를 마주했다.“죄송해요, 박 사모님.”짧은 시선과 단 한마디. 그리고 바로 이어진 담담한 목소리.“오늘은 급한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 다음에 제가 꼭 식사 대접할게요.”성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더는 미련을 두지 않은 듯, 설윤지는 그 어떤 말도, 그 어떤 눈길도 남기지 않고 돌아섰다.그녀의 발걸음은 단호했고 멀어지는 등 뒤는 곧 사람들 사이에 묻혀 흐릿해졌다.노수호는 원래 노미혜를 붙잡아 사과라도 시키려 했으나 이미 그녀는 저 멀리 사라진 뒤였다.노미혜는 그 모습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봤지? 오빠가 그토록 목숨 걸고 지키는 사랑이 고작 이거야? 이건 콩깍지보다 못한 거야. 내가 뭐랬어? 저런 여자는 원래 정 없는 사람이라고 했잖아! 예전에...”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노수호의 눈빛이 번뜩였다.그 서늘하고 매서운 기운에 노미혜는 순간 숨이 막혀왔다.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설 만큼 냉철한 얼굴이었다.그는 더는 말도 하지 않고 박한빈에게 짧게 인사만 남긴 채 뒤돌아섰다.“오빠.”노미혜가 불렀지만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오빠!”그러자 그녀는 언성을 높여가며 뒤쫓아갔다.성유리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박한빈에게 물었다.“노미혜 씨는 그때 일을 모르는 거예요?”“알고 있을걸.”“그런데 왜 설윤지 씨를 그렇게 몰아붙이죠?”박한빈은 잠시 망설이다 결국, 솔직하게 대답했다.“구체적인 건 나도 몰라. 다만, 두 사람이 이혼한 이후로 노미혜 씨와 노씨 가문의 관계가 급격히 멀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464화

    박한빈과 노수호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성유리는 다른 장소에서 설윤지를 마주쳤다.그녀는 정장 차림에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 공장에 가려는 길인 듯했다.그러나 성유리와 성노을을 발견하자 발걸음을 멈추며 미소를 지었다.“어머, 여기서 다 만나네요?”성유리도 고개를 끄덕였다.“일하러 가는 길이에요?”“네. 공장에 좀 다녀와야 해서요.”설윤지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어갔다.“그날 밤, 사실 유리 씨와 박 대표님을 봤어요.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았고 또 제 처지가 그쪽에서 좋은 소문이 아니다 보니 괜히 민폐가 될까 봐 인사도 못 드렸어요.”성유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혹시 이곳에 며칠 더 계실 건가요? 시간 되시면 제가 식사 한번 대접하고 싶은데요.”“아마 며칠 안에 떠날 것 같아요.”성유리는 다시 설윤지에게 되물었다.“설윤지 씨는요?”“저는 최소 한 달은 있어야 할 것 같네요.”성유리가 다시 무슨 말을 하려던 순간, 날카로운 목소리가 공기를 갈랐다.“대체 무슨 낯짝으로 아직도 여기 기어들어 오는 거예요?”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기에 설윤지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노미혜 씨.”이번에 노미혜는 성유리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았기에 오히려 억지로 웃으며 공손하게 인사했다.그러나 곧 설윤지를 향해 독을 품은 시선을 던졌다.“사모님, 제가 충고 하나 하죠. 저 여자랑 가까이 지내지 않는 게 좋아요. 무슨 병을 옮길지 모르니까.”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설윤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방금 뭐라고 하셨어요?”“제가 틀린 말 했어요? 해외 좀 나갔다 왔다고 네 과거가 지워질 줄 알았어요? 제가 다 말할까요?”노미혜가 말을 더 하기도 전에 성유리가 먼저 끼어들었다.“노미혜 씨. 어쨌든 설윤지 씨는 가족이었고 형수였어요. 지금 관계가 끊겼다 해도 최소한 존중이라는 건 아셔야 하지 않을까요?”그 직설에 노미혜는 대놓고 눈을 굴렸다.평소였다면 이미 반박했을 테지만 성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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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제안을 받아들이든, 아니면 어부지리를 노리든, 내가 끼어들면 결국 백지환 씨는 원하는 걸 얻지 못하겠지.”성유리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런데 원래도 그게 한빈 씨 계획 아니었어요?”“원래는 그랬지. 하지만 지금은 달라.”박한빈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이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내가 예전처럼 행동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설령 내가 고집을 부려도 넌 동의하지 않을 거잖아.”성유리는 여전히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노 대표님이 병을 숨긴 건 단순히 설윤지 씨를 위해서만이 아니야. 날 끌어들이려는 계산도 있었겠지.”박한빈의 목소리는 느리지만 확실했다.“만약 처음부터 노 대표님 상태를 알았다면 난 애초에 해청시에 오지도 않았을 거야. 이 일에 손댈 일도 없었겠지.”“하지만 노 대표는 그걸 원치 않았어. 그래서 결국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건, 다 노 대표님의 의도였던 거야. 날 끌어들여 설윤지 씨를 돕게 하려는 거고.”그 말을 듣는 순간, 성유리의 눈빛이 급격히 흔들렸다.박한빈은 코웃음을 치더니 눈앞에 있던 종이를 구겨 쓰레기통에 던졌다.“대단하네. 감히 내 행동까지 계산하다니.”그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고 곧장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뭐 하려는 거예요?”성유리가 서둘러 그의 손을 붙잡았다.“비행기표 예매.”그의 표정엔 한 점의 온기도 없었다.“바로 금성으로 돌아갈 거야.”성유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여기 일은... 그냥 다 놓으시려고요?”“응.”“그럼 이미 투자한 자금은요?”“거지에게 던져준 돈이라 생각해야지.”박한빈의 말투에는 조금도 미련이 없어 보였다.곧, 그는 성유리에게 짐을 챙기라고 했다.그리고 무슨 말을 더 하려던 찰나,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제일 먼저 반응한 성유리가 고개를 돌리며 박한빈에게 물었다.“제가 열어볼까요?”박한빈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게 곧 동의라 여기고 움직이려 했다.하지만 그는 갑자기 성유리의 손을 붙잡더니 곧장 문 쪽으로 걸어갔다.이미 누가 찾아왔는지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462화

    박한빈은 노수호라는 사람에 대한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았다.처음 그가 외도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이미 마음속에 편견이 자리했다.뒤이어 딸을 내세우며 가식적인 모습을 연출하는 모습을 보고는 더욱더 위선적이라 여겼다.그래서 성유리가 들었다는 말들을, 그는 전혀 믿지 않았다.만약 노수호가 정말 지독히도 사랑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설윤지를 찾아가 진심을 설명해야 하는 것 아닌가.게다가 그때 중병을 진단받았다면 벌써 죽었어야 맞다.하지만 지금 노수호는 안색이 조금 창백하긴 해도 멀쩡히 살아 있지 않은가?수년간 무사히 지내왔다면 애초에 왜 그렇게까지 해서 설윤지를 몰아낸 건지, 그리고 정말 마음이 있었다면 오늘 밤 왜 사업 협력을 제안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과 노수호의 행동은 박한빈 눈에는 구멍 숭숭 뚫린 벽으로 보였다.그의 분석을 듣고 있자니 성유리도 조금씩 냉정함을 되찾았다.그리고 방금 전 얼굴을 물들였던 감동은 서서히 옅어지고 있었다.“그래도 뭔가 좀 이상해요.”“뭐가 이상한데?”“딱히 설명은 못 하겠지만 그냥... 다른 사정이 더 있는 것 같아요.”하지만 그 사정이 무엇인지는 성유리도 알 수 없었다.박한빈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으니까.더구나 설윤지가 처음 협력 제안의 매개로 찾은 사람 역시 성유리였다.지금 이 업계라면 그녀를 거쳐 박한빈을 움직이려 한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만약 노수호가 그것을 노려 어머니와 함께 일부러 연극을 꾸며 보였다면 충분히 그럴 법한 일이기도 했다.그런 생각에 잠겨 있던 성유리의 머리를 박한빈이 쓰다듬으며 달랬다.“그만 생각해. 네가 들은 건 내가 사람을 시켜 확인해 보면 되니까.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곧 드러나겠지.”성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다 문득 다른 게 떠올라 다시 물었다.“그럼... 아이는요?”조용히 곁에 기대 있던 성노을이 갑자기 눈을 떴다.온종일 피곤해 엄마 품에 기대 눈을 감고 있었지만 ‘아이’라는 말에 호기심 어린 눈동자로 성유리를 바라봤다.“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461화

    그 진실은 성유리에게 너무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지금까지 노수호와 설윤지의 과거를 들려준 건 설윤지였다.그녀의 시선에서 본 노수호는 가장 약한 순간에 모진 말로 상처만 남긴 비정한 남자였다.그랬기에 설윤지가 그를 증오하고 복수를 위해 다시 돌아온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임씨 가문을 무너뜨리려는 것조차 성유리는 과하지 않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방금 전 들은 대화는 모든 짐을 홀로 짊어진 사람이 노수호였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엄마, 아까 그 사람들이 뭐라고 한 거야?”성노을의 맑은 목소리가 성유리를 현실로 끌어당겼다.그녀는 재빨리 몸을 낮춰 아들의 눈을 바라보았다.“아무 일도 아니야. 방금 들은 얘기는 절대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돼. 알겠지?”성노을은 잘 이해하지 못한 듯했지만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곧, 성유리는 아이의 손을 꼭 움켜쥐었고 마침 그때 박한빈이 다가왔다.그는 한눈에 성유리의 창백한 안색을 알아차리고 곧장 그녀의 손을 잡았다.“무슨 일 있었어?”“아니야.”성유리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그런데...”“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응?”성유리는 방금 들은 모든 걸 박한빈에게 털어놓으려 했다.그러나 이 자리가 적절치 않다는 생각에 말을 바꿨다.“저희 이제 돌아가면 안 될까요?”“그래. 나도 그럴 생각으로 널 데리러 온 거야.”박한빈은 그녀의 온몸을 살펴 다친 데가 없는지 확인한 뒤, 성노을에게 시선을 돌렸다.성유리와는 달리 옆에 있던 아이는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곧, 그는 다시 성유리의 손을 꼭 쥐었다.“가자. 집에 가서 얘기하자.”성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연회장을 지나칠 때,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설윤지를 찾았다.그러나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기에 대신 한눈에 노수호가 눈에 들어왔다.그는 잔을 들고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지만 성유리의 눈에는 노수호의 안색이 왠지 지나치게 창백해 보였다.그를 응시하던 순간, 박한빈이 갑자기 그녀의 손을 세게 움켜쥐었다.그러자 성유리는 흠칫 놀라며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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