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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화

Author: 복덩이
반하준이 2초간 침묵하자 안채린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생각은 있나 보네요.”

남자는 왠지 모르게 짜증이 치밀어 올라 불쾌함을 감추지 못한 채 혀를 찼다.

“난 절대 뒤를 돌아보는 사람이 아닙니다.”

안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아 같은 사람은 반 대표님과 어울리지 않아요. 반 대표님에게 걸맞은 여자는 참 보기 드물죠.”

반하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분명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데도 안채린은 남자가 경멸하는 태도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반하준의 차갑고 오만한 태도에 반감을 가지는 대신 오히려 더 우러러보았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귀공자라 안하무인으로 구는 것도 당연했다.

안채린은 공손하게 그를 향해 말했다.

“전 반 대표님 도움이 필요해요. 필요하면 저를 먼저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저 같은 사람은 어디 데리고 나가도 창피하진 않을 테니까요.”

안채린도 나름의 자존심이 있었기에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반하준은 콧방귀를 뀌며 경멸했다. 그는 자기 눈에 여자가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었다.

“내 앞에서 솔직하게 말하는 걸 봐선 똑똑한 여자라는 뜻인데, 날 이용해 삼촌에게 접근하고 싶다니 그 기회를 줄게요.”

그의 말을 들은 안채린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반하준은 이어서 말했다.

“앞으로 회사에서 강민아를 잘 감시해요. 조금의 움직임이라도 보이거나 특히 누구를 만나서 뭘 하는지 전부 나한테 보고해요.”

안채린은 목구멍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저보고 대표님의 눈과 귀가 되라고요? 반 대표님은 전처에게 관심이 많으시네요.”

반하준의 목소리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

“그렇게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한 발 한 발 힘겹게 내디뎠는데 이대로 무너지면 크게 다칠 거예요. 난 그 여자가 그렇게 창피를 당하는 것도, 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것도 원하지 않아요.”

안채린은 반하준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반 대표님 말대로 할게요.”

그녀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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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502화

    강민아가 마이크를 들고 현장에 참석한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신호 송신기와 수신기는 양자 테크의 제품도, 부신 그룹에서 생산한 것도 아니고 무인 화물차의 주요 판매 포인트도 아닙니다. 제가 지금 차량의 송신기를 파손했으니 다시 한번 실험을 진행하길 바랍니다.”“똑똑한 척은!”안채린이 낮게 윽박질렀다.“강민아, 당신은 미쳤어!”안채린의 고함은 관중석에 앉은 사람들만 들을 수 있었다.우경아가 그녀에게 물었다.“강민아가 왜 저러는 거죠?”안채린의 표정은 싸늘했다.“그냥 주목받고 싶어서 그러는 거겠죠! 자기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너무 지나친 것 같아요.”우경아는 강민아가 왜 이렇게 노골적으로 송신기를 망가뜨리는지 이해할 수 없어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실험장 안에 있던 직원들은 실험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컴퓨터를 켜는 강민아를 보고는 어두운 표정으로 이렇게 외쳤다.“강 대표님, 안 돼요!”“강 대표님, 이미 테스트는 성공했으니 더 진행할 필요가 없어요.”강민아는 어두운 표정으로 시작 버튼을 눌렀다.“이러면 재밌습니까?”무인 트럭에 다시 시동이 걸리고 고속도로를 달릴 때와 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이내 강민아가 말했다.“이전 시뮬레이션과 마찬가지로 여러분은 계속 보행자 역할을 하며 트럭 앞을 지나가세요.”하지만 보행자 역할을 하던 직원 중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왜요, 신호 수신기가 없으면 감히 실험에 참여할 수가 없나요?”그러자 직원들의 얼굴이 유난히 추악하게 일그러졌다.“강 대표님, 저희도 원활한 테스트 진행을 위해서...”직원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인 대형 트럭이 가로등에 부딪혔다.신호 수신기가 없는 대형 트럭은 마치 머리 없는 파리처럼 앞의 장애물을 인식하지 못했다.대형 트럭은 벽에 정면으로 충돌한 후 실험장 안쪽 벽을 향해 돌진했고 순식간에 실험장 내부 직원들은 혼비백산이 되었다.쾅!대형 트럭이 객석 바로 아래 벽에 충돌하고 나서야 멈춰섰지만 차체 앞쪽 절반이 뒤틀리고 차체에서 부품과 유리 파편이 튀어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501화

    우경아는 선글라스를 끼고 유명한 남성 모델 그룹을 거느린 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등장했다.그들은 전부 그녀의 시중을 드는 사람이었는데 어디를 가나 데리고 다니며 요란법석을 떨었다.그녀는 이미 30분 이상 실험장 밖에 있으면서도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무인 트럭이 고속으로 달릴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실험이 성공하고 나서야 그녀는 마치 늦게 도착한 사람처럼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민아 씨, 또 나한테 깜짝선물을 해주네요.”우경아는 강민아를 향해 걸어오며 사람들 앞에서 친근한 척 굴었다.강민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곧 더 놀랄만한 선물이 있을 거예요.”우경아가 놀란 표정을 짓자 강민아는 그녀의 곁을 지나쳐갔다.강민아는 심은호 쪽을 흘깃 쳐다봤고, 심은호는 단 한 번의 눈빛으로 강민아의 뜻을 읽었다.그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긴 다리로 성큼성큼 강민아를 향해 걸어갔다.“왜 그래요?”강민아는 도움이 필요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부탁 하나만 들어줘요.”강민아가 정확히 무슨 부탁인지 말하기도 전에 심은호가 답했다.“기꺼이 도와줄게요.”“심은호 씨는 강민아 씨가 참 좋은가 봐요.”안채린은 심은호가 갑자기 강민아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어 감탄하듯 말했다.반하준은 함께 떠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찡그렸고 민이는 긴장한 표정으로 아빠를 바라봤다.학생들로 가득 찬 객석에서는 이미 아이들이 떠들고 있었다.“윤정아, 무인 대형 화물차 너희 엄마가 개발한 거야?”“지능형 주행 시스템 연구 개발을 우리 엄마가 했고 화물은 하준 아저씨 회사에서 만들었어.”“와, 네 엄마 아빠 멋지다!”“엄마한테 너희 엄마가 회사 대표님이라고 말했는데 안 믿더라.”“윤정아, 너의 엄마 정말 똑똑하다!”아이들은 정이를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강민아와 심은호는 함께 실험장으로 들어가 보행자 역할을 하는 직원들을 향해 다가갔다. 강민아는 직원 중 한 명의 서류 가방을 가져갔다.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500화

    반하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채린을 무시하자 안채린은 알아서 민이 옆에 앉았다.민이를 본 그녀가 눈을 반짝거렸다.“반현민 도련님? 아빠를 쏙 닮았네.”민이는 안채린의 말을 듣고 자연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의 눈에 아빠는 하늘이고 전지전능한 사람이며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거대한 산과 같았기에 반하준과 닮았다는 말을 제일 좋아했다.“이모, 안녕하세요.”민이가 안채린을 향해 생긋 웃었다. 예쁘게 생긴 데다 사랑스러워서 웃지 않아도 상대의 마음을 쉽게 사로잡을 수 있었다.안채린의 양자 테크 사원증을 보고 강민아 쪽으로 시선을 돌린 민이는 강민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애틋한 눈빛을 보냈다.안채린은 민이의 눈빛을 알아차리고 이렇게 말했다.“엄마랑 얘기한 지 얼마나 됐어?”“우리 엄마를 알아요?”안채린은 민이에게 자신의 사원증을 보여줬다.“난 양자 테크의 기술 총괄 이사고 네 엄마는 양자 테크 대표야. 네 엄마만 1열에 앉아서 시청 관계자들을 안내할 수 있어.”“그럼 우리 엄마랑 동료예요?”안채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가 볼 때 강민아는 동료로서 자신과 동등하게 앉을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했기에 말을 돌렸다.“가서 엄마한테 인사하지 그래?”민이는 손으로 옷자락을 꼬물거리며 소심한 기색이 얼굴에 역력히 드러났다.“엄마한테 가서 인사하면 엄마가 싫어할 거예요.”안채린은 의아했다.“어떤 엄마가 자기 아들과 만나는 걸 싫어해. 강 대표님이 이혼하고 딸만 데리고 갔다는 얘기는 들었어도 널 버리진 않을 거야.”민이가 입을 삐죽거렸다.“엄마는 저를 버렸어요. 저를 원하지 않는다고요.”안채린은 민이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럴 리가! 강 대표님은 그럴 사람이 아닐 거야.”“안채린 씨 무슨 뜻이죠?”반하준 옆에 있던 심은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우 구린내가 저기 바다 건너까지 퍼지겠네요.”갑작스러운 심은호의 말에 안채린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심은호가 싱긋 웃으며 턱을 치켜들었다.“반하준, 너 안채린 씨랑 친해? 둘이 가까운 사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9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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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98화

    반하준이 2초간 침묵하자 안채린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그럴 생각은 있나 보네요.”남자는 왠지 모르게 짜증이 치밀어 올라 불쾌함을 감추지 못한 채 혀를 찼다.“난 절대 뒤를 돌아보는 사람이 아닙니다.”안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강민아 같은 사람은 반 대표님과 어울리지 않아요. 반 대표님에게 걸맞은 여자는 참 보기 드물죠.”반하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분명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데도 안채린은 남자가 경멸하는 태도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반하준의 차갑고 오만한 태도에 반감을 가지는 대신 오히려 더 우러러보았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귀공자라 안하무인으로 구는 것도 당연했다.안채린은 공손하게 그를 향해 말했다.“전 반 대표님 도움이 필요해요. 필요하면 저를 먼저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저 같은 사람은 어디 데리고 나가도 창피하진 않을 테니까요.”안채린도 나름의 자존심이 있었기에 자신 있게 말했다.하지만 반하준은 콧방귀를 뀌며 경멸했다. 그는 자기 눈에 여자가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었다.“내 앞에서 솔직하게 말하는 걸 봐선 똑똑한 여자라는 뜻인데, 날 이용해 삼촌에게 접근하고 싶다니 그 기회를 줄게요.”그의 말을 들은 안채린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반하준은 이어서 말했다.“앞으로 회사에서 강민아를 잘 감시해요. 조금의 움직임이라도 보이거나 특히 누구를 만나서 뭘 하는지 전부 나한테 보고해요.”안채린은 목구멍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저보고 대표님의 눈과 귀가 되라고요? 반 대표님은 전처에게 관심이 많으시네요.”반하준의 목소리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그렇게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한 발 한 발 힘겹게 내디뎠는데 이대로 무너지면 크게 다칠 거예요. 난 그 여자가 그렇게 창피를 당하는 것도, 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것도 원하지 않아요.”안채린은 반하준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반 대표님 말대로 할게요.”그녀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97화

    안채린은 숨을 고르며 말했다.“저는 양자 테크에서 강민아 씨와 동등한 위치에 있는 셈이죠. 처음엔 궁금했어요. 그쪽 전처는 분명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데 대체 무슨 꼼수를 써서 우 대표님이 대표 자리에 앉혔을지. 나중에 들으니 우 대표님과 그쪽 전 장인어른이 보통 사이가 아니더라고요.”안채린은 웨이터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뒤 창밖을 바라보며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듣기론 그쪽 전 장인어른과 우 대표님이 사적으로 그렇고 그런 사이라던데, 어쩌면 그분이 우 대표님께 자기 딸을 부탁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미린국에 있을 때 국내 사업은 사람 장사라고 듣긴 했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반하준은 안채린의 말에 굳이 대꾸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그도 동감하는 부분이었다.강민아가 양자 테크 대표 자리에 앉은 건 누가 봐도 이상하긴 했다.하지만 안채린의 말만 들어도 강민아에게 불복한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그 생각에 반하준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는 강민아가 곤경에 처하는 걸 즐겼다.오갈 데 없는 강민아가 그에게 시선을 돌리기만을 고대하고 있으니까.“반 대표님.”안채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저랑 결혼할 생각이 있으신가요?”반하준은 순식간에 미간을 찡그리며 목소리가 딱딱하고 차가워졌다.“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난 단지 당신이 내 전처와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만나자고 한 겁니다. 내 전처가 일을 벌이기 좋아하지만 사회 경험이 없으니까. 이혼했어도 아이 아빠로서 애가 너무 초라하게 살지 않도록 어떻게 사는지 주시하는 겁니다.”웨이터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가져다주자 안채린은 의외라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맞선보러 온 것 아닌가요? 정말 그게 다인가요?”반하준의 눈빛에 약간의 역겨움이 묻어났다.“당분간 재혼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 전 경험으로 결혼이라는 말만 들어도 지긋지긋해서.”안채린은 그의 얼굴을 주시하며 분명하게 말했다.“하지만 그쪽과 결혼하고 싶어요.”반하준은 경멸하듯 비웃었고 안채린은 아이스 아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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