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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작가: 묵묵연화
“아무것도 아니에요.”

슬비의 목소리가 조금 뻣뻣했다.

“연습실이 좀 더운 것 같아서요.”

“더워요?”

도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온도를 좀 낮출게요.”

도혁은 벽 쪽에 있는 냉난방 조절기로 걸어갔다.

조금 전까지는 옆에 앉아 있어 아래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일어서면 테이블 밑이 그대로 보일 수 있었다.

슬비는 다급하게 발을 빼려고 하면서 화난 눈으로 이재를 노려봤다.

그제야 이재의 다리가 느긋하게 풀렸다.

슬비는 겨우 풀려난 사람처럼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그만 가겠다고 말하려던 때, 이재도 함께 일어섰다.

“됐어. 둘이 얘기해. 나는 갈게.”

“회장님, 조심해서 가세요.”

도혁은 바로 이재를 배웅하러 따라붙었다.

이재는 슬비 옆을 지나가다가 걸음을 살짝 늦췄다.

고개를 조금 기울여 새빨갛게 달아오른 슬비의 귀를 보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슬비는 이재가 나가자 다시 의자에 털썩 앉았다.

온몸에 열이 올라 옷이 땀에 젖을 것 같았다.

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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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여진은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지민아, 무슨 소리야? 하이재가 곧 죽을 병에 걸린 게 아니라고?”지민은 눈동자를 굴렸다. 목소리에는 짜증이 가득했다.“당연하지! 다 헛소문이었어! 하이재는 멀쩡해. 대체 뭘 어떻게 알아본 거야? 그렇게 좋은 혼처를 그냥 놓칠 뻔했잖아!”원국한과 장여진이 서로를 쳐다봤다.처음에 이재가 곧 죽을 거라고 장담한 사람은 지민이었다. 액막이 신부로 들어가 봐야 혼자 남을 거라며 말 한마디 없이 달아나 놓고, 이제는 부모 탓을 했다.“하씨 집안에서 슬비를 돌려보내겠다는 거야? 그럼 슬비는 어떡하고?”원국한의 미간이 깊게 파였다.요즘 권씨 집안의 둘째 아들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원국한에게 공동 투자를 제안했었다.뜻밖의 호의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이유를 묻자 슬비를 봐서 함께하는 거라고 했다.어쨌든 슬비가 원국한에게 적잖이 도움이 된 건 사실이었다.지민이 결혼을 피해 달아났을 때 슬비가 대신 들어가지 않았다면, 원씨 집안은 벌써 하씨 집안 손에 흔적도 없이 무너졌을 것이다.지금 같은 호사는 누릴 수도 없었을 테고.“돌려보내면 오는 거지!”지민이 흥 코웃음을 쳤다.“내 덕에 재벌집 안주인 노릇을 그렇게 했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그 정도면 과분한 대접이야! 이제 분수껏 얌전히 있어야 할 거야. 안 그러면 내가 가만 안 둬!”‘나... 원지민은 다른 여자랑 남자를 나눌 생각 없어.’‘원슬비가 하이재랑 잤다면...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거지!’‘제 형부라는 걸 뻔히 알면서 잠자리까지 가졌다면, 그게 천한 년 아니고 뭐야?’‘백 번 죽어도 모자라.’“너 말이 그게 뭐야! 그래도 슬비는 네 동생이야!”원국한이 조용한 목소리로 꾸짖었다.지민은 눈동자를 굴렸지만 더는 대꾸하지 않았다.“여보, 지민이는 내가 너무 오냐오냐 키웠어.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마. 슬비가 우리한테 해 준 게 있는데, 서운하게 하지는 않을 거야.”원국한에게 슬비가 큰 도움을 준 건 맞았다. 하지만 친딸인 지민

  • 사랑에 미친 남편 조련법   제2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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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도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아니에요...”슬비가 고개를 저었다. 조금 전 원지민의 눈길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지난 십여 년 동안 지민은 슬비를 괴롭힐 궁리를 할 때마다 저런 표정을 지었기에.“피곤해? 비행기를 네 시간이나 탔잖아. 도우한테 운서원으로 데려다주라고 할게. 가서 쉬어.”“괜찮아요. 안 피곤해요...”슬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재가 웃으면서 코끝을 살짝 쓸었다.“일부러 너부터 보내려는 거, 모르겠어?”“할머니가 신부 바꿔치기한 걸 아신 것 같아. 한바탕 화를 내실 텐데, 네가 여기 있으면 괜히 혼나잖아.”슬비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를 표정이 됐다.“집에 간다고 혼날 일이 없어져요?”이재가 차근차근 타이르듯 물었다.“시댁 어른이랑 잘 지내는 비결이 뭔지 알아?”슬비는 고개를 저었다.“뭔데요?”“무슨 일이 생기든 남편이 아내 앞에서 막아 주는 거야.”그 말에 슬비의 가슴이 따뜻해졌다. 슬비는 이재의 뜻을 바로 알아들었다.“그래도...”“됐어. 걱정하지 마. 할머니는 나한테 제일 약해. 그런데 네가 여기 있으면 내가 제대로 못 하잖아.”“정말이에요?”“내가 너한테 거짓말한 적 있어?”“그럼... 그래도...”슬비가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애써 궁리하고 있는데 이재가 몸을 숙였다.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정 내가 걱정되면 집에 가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내가 ‘예쁜’ 옷 많이 사 놨거든. 마음에 드는 거 하나 골라서 밤에 입어 줘...”“당신 정말!”“말 잘 듣자.”결국 슬비는 도우와 함께 운서원으로 돌아갔다.이재가 병원에 남지 않기를 바란다면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재를 위해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만큼, 적어도 발목은 잡지 말아야 했다.슬비가 떠난 뒤 이재는 비로소 병실 문을 열었다.민혜숙은 이재가 들어올 줄 알았던 듯했다. 다만 뒤에 아무도 없다는 걸 보고는 조금 의외라는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이재는 그 표정을 보지 못한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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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에 미친 남편 조련법   제241화

    그런데 사진 속 얼굴은... 지민이 알고 있는 도한과 똑같았다!지민은 홱 고개를 들고 민혜숙을 바라봤다. 입술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회장님... 이... 이건...”민혜숙은 찻잔을 들어 느긋하게 한 모금 마신 뒤 무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도한은 이재 곁에서 일하는 경호원이야. ‘도우’라는 쌍둥이 형도 있고...”원지민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경호원?’‘우리 도한 씨가 경호원이라고?’“아닙니다... 그럴 리 없...”하지만 자료와 사진이 바로 자신의 손에 들려 있었다.도우도 직접 본 적이 있었다.그날 병원 지하 주차장에서 도우를 도한으로 착각했었다.‘그렇지만...’‘이게... 어떻게 가능해?’지민이 고개를 저었다. 눈물이 더 거세게 쏟아졌다.“못 믿겠어요. 도한 씨가 자신은 영국 공작 집안 아들이라고 했어요. 비싼 차를 몰면서 5성급 호텔에서 지내고, 돈도 아끼지 않고 썼는데...”“전부 이재 돈이야.”민혜숙이 찻잔을 내려놓고 지민을 쳐다봤다. 눈길에는 가엾다는 기색과 업신여김이 함께 담겨 있었다.“속은 거다.”짧은 그 한마디가 쇠망치처럼 지민의 가슴을 내리쳤다. 지민은 몸이 휘청거리면서 하마터면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뻔했다.‘내가 바보였어. 고작 경호원 따위한테 속아서 하씨 집안의 며느리 자리도, 어마어마한 부귀도 포기했어.’‘그 결과가 뭐야? 완전히 농락만 당했잖아.’‘원슬비, 그 뻔뻔한 년은 내가 버린 걸 주워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데.’‘하이재는 전혀 아프지 않아.’‘액막이를 하려고 결혼한 것도 아니야.’‘멀쩡하게 잘 살고 있잖아.’지민이 손에 든 사진을 꽉 움켜쥐었다. 손톱이 파고들면서 사진 속 남자의 얼굴에 구멍이 났다.민혜숙은 베개에 기대어 지민의 얼굴을 살폈다. 서두르지 않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애초에 소문을 곧이곧대로 믿고 도한과 달아나 결혼을 피한 건 너 아니야? 그 뒤에 원슬비를 내세워 네가 벌인 일을 수습하게 했고. 그렇게 대신 시집을 보낸 거잖아.”지민은 얼굴이 붉어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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